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울다 지쳐 잠들었었나 보다.
눈을 떠 보니 내 방이었다.
여전히 새하얀 눈이 내리는지, 창밖으로 희뿌연 하늘이 보였다.
아, 이거….
익숙한 장면인데.
-안녕, 백녹하.
…왜 안 나오나 했다.
내가 문자를 얼마나 많이 보냈는데.
이 망할 놈아.
그나마 핸드폰만은 나랑 함께 그대로 돌아와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솜 뭉탱이와의 대화 창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솜뭉치.”
-기껏 성공해 놓고. 왜 다시 날 찾아?
“그날…. 네가 내리게 한 거구나. 눈.”
-당연하지. 그런 걸 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이상한 데서 낭만적인 구석이 있네.
눈을 이용해서 엄마를 살리다니.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해.
“뭔 선물이야. 내가 이룬 건데. 정당한 거래의 산물이지.”
-…정말 넌….
솜 뭉탱이는 입도 벌리지 않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도 없는 게.
-어때, 백녹하? 다시 돌아오니까?
“….”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솜 뭉탱이도 대충 내 마음을 읽은 듯했다.
-엄마가 있는 건 좋은데, 멤버들이 없는 건 좀 허전한가 보네.
“허전한 게 문제가 아니야.”
다들….
다들 잘 살고 있었다면.
그들끼리라도 스틸블루로 행복하게 살았더라면.
어떻게든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달라진 그들을 보니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내가 뭐라고 이런 생각을 하나, 멤버들이 선택한 삶에 내가 뭐라고 이러나, 그렇게 생각하려 해도.
그게 안 됐다.
-아무튼. 이제 볼일은 다 봤으니 난-
“잠깐.”
어딜 도망가려고.
나는 솜 뭉탱이를 낚아챘다.
“너, 나한테 말 안 하고 있는 게 있잖아. 그건 다 말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뭘 말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는데.
“알고 있잖아.”
나는 솜 뭉탱이를 내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어. 어떤 세계에는 백녹하가 있고, 어떤 세계에는 백녹하가 없고. 네가 말한 대로 그냥 단순히 평행 세계인 거면, 그 모든 세계에서 백녹하와 윤청도 똑같아야 할 거 아니야.”
-….
어떻게든.
다시 되돌려놔야 한다.
이건 뭔가가 잘못됐어.
내가 이상한 거라 해도 좋다.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거라 해도 좋아.
“설명해 줘.”
결국, 나는 솜 뭉탱이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잘못된 세상이었다.
-내가 왜?
“네가 내 운명을 바꿔 놓았으니까. 이 정도면 들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 백녹하?
솜 뭉탱이는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미안한데, 이건 네가 선택한 거야. 네가 운명을 바꾸기로, 네가 선택한 거라고.
“그래. 그러니까 이제는 들을 때가 됐어. 내가 선택한 거니까… 내가 들어도 되는 거잖아.”
솜 뭉탱이는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것에겐 눈이 없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솜 뭉탱이가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 모든 진실을 네게 되돌려주지.
“…!”
-단. 그 대가로 너도 진실을 말해 줘야 해.
솜 뭉탱이는 그렇게 말한 뒤 서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때, 우리가 한 내기의 결과가 나올 테지.
내가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 온 결과가 말이야.
솜 뭉탱이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집어삼켰다.
눈을 떠 보니.
나는 한강의 대교 난간을 부여잡은 채 펑펑 울고 있었다.
뼛속까지 시릴 정도로 추운 날.
얇은 무대 의상만 입고 말이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울음을 멈추려 했지만.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아니, 내 몸인데도 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나는 그렇게 하염없이 울다가.
난간을 붙잡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무엇을 결심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안 돼!’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나는 내 몸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내 몸은 부질없이 난간 너머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기다려 봐. 되게 성격 급하네, 너.
솜 뭉탱이가 내 앞에 나타났다.
-아까운 재능인데… 물에다 던지지 말고. 날 위해 좀 써 주는 건 어때?
“뭐, 뭐라구?”
내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 순간.
나는 놀랐다.
이 목소리는…!
-대신에 나도 네 소원을 들어주지. 네가 뭘 원하든 말이야.
“무, 무슨 마, 말인지 모르겠어.”
-사랑받고 싶지, 너?
솜 뭉탱이는 가늘게 눈을 뜨고서, 나를 보며 웃었다.
-아이돌로서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잖아.
“…그, 그게 너, 너랑 무슨 사, 상관인데?”
-무슨 상관이긴. 나도 네가 사랑받고, 아이돌로서 아주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면 좋을 것 같아서 그렇지.
“왜, 왜?”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정말 중요한 건 이거지.
“….”
-너는 아이돌로서 사랑받고 싶어?
나는 한참이나 대답하지 않았다.
-사랑받고 싶고. 누군가가 너의 노래를 들어 줬으면 싶잖아. 안 그래?
솜 뭉탱이는 날 뚫어져라 보더니,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윤청.
!
-윤청. 데뷔 10년 차 아이돌. 아니, 사실 아이돌이라고 하기도 뭐하지? 1년 만에 팀이 해체되었으니까. 지금은 그냥 거의 민간인이지. 가끔씩 아주 작은 무대에 서는. 근데 그것도 매번 설 때마다 야유를 받지? 무대 공포증 때문에 네 실력을 발휘 못 해서 말이야.
“….”
-빌고 또 빌어서 힘겹게 올라간 무대인데 야유만 받는 기분은 어때?
솜 뭉탱이는 그렇게 말하고 내 앞으로 날아왔다.
나는 그것에 놀라 뒤로 넘어졌다.
-절망적이지 않아?
“…!”
-사실 너는 현존하는 아이돌들 중에 실력으로는 거의 최고인데 말이지. 내가 너였다면 아주 억울했을 거야.
솜 뭉탱이는 뒤로 넘어진 내 무릎 위에 앉았다.
-아주 작은 단추 하나를 잘못 끼워서. 아주 작은 인연 하나를 잘못 만나서.
솜 뭉탱이가 내 기억을 끄집어내, 다시 내게 보여 주었다.
윤청의 과거 기억.
첫 번째 소속사, 동료 연습생들의 질투심으로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쳤다.
그때부터 무대 울렁증이 생겨, 제대로 된 실력 발휘를 할 수 없었다.
어이없이 데뷔조에서 쫓겨나 옮긴 두 번째 소속사.
그 소속사에서 나는… 김려유를 만났다.
그리고 더한 지옥이 시작되었다.
-몇몇 잘못된 인간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너는 어땠을까? 잔인하기 짝이 없는 신이, 네게 다른 사람들을 인연으로 주었다면.
솜 뭉탱이는 미끄러지듯 내 품 안으로 들어왔다.
-너는, 어땠을까?
솜 뭉탱이는 내게 물었고.
“…또, 똑같았을 거야.”
나는 대답했다.
-…뭐?
“나, 나는…. 쓰, 쓰레기라서. 누구한테도 사, 사랑받을 수 없는 쓰레기라서…. 그래서…. 다, 다른 사람들을 마, 만났어도. 똑같았을 거야.”
-이게 뭐라는 거야?
“내, 내가 나, 나쁜 사람들을 만난 건… 마, 맞지만. 내가 강했더라면…. 그, 그랬더라면….”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강했다면, 이겨 냈을 거야.”
-아니, 너 방금 내 말 못 들었어? 넌 그냥 작은 인연을 잘못 만나서 그런 거라니까?
“아, 아냐…. 다, 다른 사람들도 다 나쁜 사람들을 만나. 모, 못 이겨 낸 건… 나뿐이야.”
-이거 진짜 제대로 세뇌당했구만.
“세, 세뇌 아냐!”
-….
솜 뭉탱이는 매우 짜증스러운 눈으로 날 보았다.
-이러면 재미없는데.
솜 뭉탱이는 털을 축 늘어트렸다.
-내가 너 정도의 인간을 찾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썼는지 알기나 해?
“마, 많이 썼어…?”
-그래. 아주 많이 썼지. 인간들에 대한 희망을 아주 싹 잃어버릴 정도로.
“미, 미안해…. 그렇게 했는데도 기, 기껏 찾은 게 나라서….”
-내 말이.
솜 뭉탱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털을 곤두세웠다.
-윤청.
“으, 응?”
-그럼 네 말이 맞는지 내 말이 맞는지… 내기를 해 보는 건 어때?
“내, 내기?”
-그래. 내기.
“어, 어떻게?”
-네 기억, 네 트라우마를 전부 지우고… 오로지 네 재능만 가진 채로 다른 사람의 운명을 살아 보는 거야.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솜 뭉탱이는 신이 난 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네 영혼의 절반을 가져가서 다른 운명의 인간에게 넣어 주지. 그럼 비교할 수 있잖아? 똑같은 재능, 똑같은 영혼을 가지고도…. 다른 운명을 가진다면 얼마나 많은 게 바뀔지 말이야!
솜 뭉탱이는 휙, 날아와 내 눈앞에서 멈췄다.
-마침 내가 적임자를 하나 알고 있어…. 너처럼 아이돌로 데뷔하고 싶었지만…. 교통사고 때문에 죽어 버린 애가 하나 있지. 그 애의 몸에 너를 넣어 줄게. 평생 사랑만 받을 운명인 그 애에게.
“하, 하지만….”
-그래도 네가 아이돌로 사랑받지 못하면. 그러면 나도 깔끔하게 널 포기해 주지.
“…!”
솜 뭉탱이는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너도 궁금하지 않아? 네가 만약 다른 운명을, 다른 인연을 배정받았다면…. 어땠을지 말이야?
그 말을 듣자 내 마음에도 의심이 피어올랐다.
정말로 나는 그저 운이 없었던 걸까?
내가 약해서, 내가 멍청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운이 없었던 걸까?
아냐.
그래도….
나는 고개를 거칠게 저었다.
“하, 하지만 어, 엄마를 버리고 가, 갈 순 없어….”
-뭐?
“우, 우리 엄마…. 나, 나만 보고 사신단 말이야….”
-뭐라는 거야? 방금 너 죽으려 했던 거 아냐?
“아, 아냐! 그, 그냥 화, 홧김에 그래 본 거지, 진짜 뛰어내릴 생각은 없었어.”
-….
솜 뭉탱이는 가지가지 한단 눈으로 날 보았다.
-그래. 내가 인심 썼다. 운명을 하나 더 바꿔 주지. 네 어머니를, 백녹하의 어머니로 바꿔 주겠어. 어차피 백녹하는 가족이 없었거든. 서로 바꾸면 되겠어.
“그, 그게 가능해…?”
-안 될 건 또 뭐야. 대신 윤청, 네 어머니는… 윤청의 어머니가 아니라, 백녹하의 어머니로 바뀌게 되는 거야. 그건 괜찮아?
“….”
나는 한참이나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 애는…. 더 행복할 우, 운명이었던 거잖아? 그럼… 엄마도… 그런 애의 엄마인 게….”
자꾸 목이 메여 왔다.
“더 행복하실 거야….”
매번 실패하고 불행하기만 한 딸 말고.
언제나 행복한 딸의 엄마인 게.
엄마도 더 행복하실 거야.
솜 뭉탱이는 날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거래 조건 성립.
“…!”
-이제 내 조건을 말하지.
“조, 조건이 뭔데?”
-만약 네가 백녹하의 삶으로 정점을 찍게 되면…. 나는 그 영혼을 다시 윤청 네게 돌려줄 계획이야. 단,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너에게. 그리고 너는 그곳에서 다시 한번 증명해야 할 거야.
네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네 능력으로, 너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네 스스로 말이야.
-그게 증명이 되면. 내가 이기는 거야. 그리고 그땐 네가 내 소원을 들어줘야 해.
그리고.
다시 눈을 떴다.
-어때, 백녹하?
솜 뭉탱이가 날 보고 있었다.
-아니. 윤청이라고 불러야 하나, 이젠?
“솜 뭉탱이 너….”
-이제 인정할 수 있지? 내가 내기에서 이겼다는 것을?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말문이 막혔다.
멍했다.
내가… 내가 원래는 윤청이었다니.
방금 그 장면을 보자마자, 그동안의 모든 기억이 완벽하게 합쳐졌다.
윤청의 기억.
그리고 백녹하의 기억.
-내가 두 사람의 운명을 바꾼 대가로, 얼마나 많은 걸 치뤘는지 알아?
“…그랬겠다.”
-너 때문에 나는 한동안 인간들의 세계에 개입을 못 했다고!
“…정말 그랬겠네.”
-이 배은망덕한 인간. 이제 모든 것을 알았지? 내가 얼마나 착한 존재인지 말이야?
정말 그렇네.
얼떨떨했다. 이런 사정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이제 정산을 해야지, 백녹하.
“….”
-내가 이겼어. 너도 인정하지? 네 운명이 잘못된 것이었지, 네가 잘못된 게 아니었다는 거 말이야!
“으음.”
-인정 못 해?!
“해…. 인정해….”
-드디어!
솜 뭉탱이가 기쁨에 날뛰었다.
-드디어! 이 순간이 왔군! 내가 이겼어! 내가 이겼다고!
솜 뭉탱이는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이제 네가 내 소원을 들어줄 차례야!
“….”
뭔가 불안한데.
“소원이 뭔… 뭔데?”
-당연한 거 아냐? 내가 소원이 뭐가 있겠어?
“….”
-죽을 때까지 아이돌로 일해. 쉬지도 말고 죽어라 일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아. 최대한 많은 인간들을 행복하게 하라고!
음음.
-계약 기간은 죽을 때까지다! 어때, 너도 화나지? 분하지?
“음?”
-뭐가 음이야?
솜 뭉탱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 멈춰 섰다.
그리고 의아한 건 솜 뭉탱이만이 아니었다.
나도 의아했다.
“그게 다야?”
…그 모든 것들의 대가가 고작 그거라고?
너무….
너무 얘가 손해 보는 장사 아닌가?
-그럼 뭐가 더 있어야 하는데? 이것보다 힘든 게 뭐가 있어? 평생 죽어라 일해야 한다니까. 쉬고 싶어도, 은퇴하고 싶어도 못 해! 노인이 되어도 일해야 해!
“음음.”
그게 뭐 어때서?
내 소원이랑 다를 게 없는데.
아이돌로 살다 아이돌로 죽는 거.
평생 내 팬들이랑 사는 거.
그게 내 꿈인데….
“그래, 네 소원 들어줄게.”
-…뭔가 내가 진 기분인데?
솜 뭉탱이는 찜찜한 목소리로 내게서 멀어졌다.
“소원 들어준다니까?”
-대상도 타야 해! 매해 타야 해!
“쉽진 않겠지만 노력해 볼게.”
-…이게 아닌데. 뭔가 이상한데.
솜 뭉탱이는 털을 축 늘어트렸다.
“대신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넌 염치도 없어?
“너한테도 좋은 조건이야. 들어 봐봐.”
-…뭔데.
솜 뭉탱이가 털을 삐죽 세우며 없는 눈으로 날 노려보았다.
“이제… 원래대로 돌려놔 줄 수 있어? 다시 윤청으로 돌아가서… 멤버들과 함께하고 싶어.”
-뭐? 백녹하로 쌓은 것들을 다 버리고, 그 세계로 다시 가겠다고?
“그래. 이건 윤청이 아닌… 백녹하로서 하는 말이니까.”
-….
“엄마도… 스틸블루도.”
솜 뭉탱이가 눈에 힘을 풀고, 날 물끄러미 보았다.
“다시 윤청의 운명으로 돌아가서…. 다시 멤버들과 만나서.”
나는 이제야 인정할 수 있었다.
나는 멤버들이 필요했다.
그들에게 내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들이 필요했다.
“진짜 윤청으로 살고 싶어. 엄마와 함께.”
솜 뭉탱이가 대답을 하지 않자, 나는 한 번 더 말했다.
어떻게든 설득해야만 했다.
“네가 손해 보는 건 아닐 거야. 너도 알겠지만, 스틸블루는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아이돌 그룹이었잖아. 나 한 명보다 훨씬 더 많은 기쁨을 불러일으킬걸.”
-….
그러니까.
그러니까 다시 멤버들을 만나고 싶어.
나는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솜 뭉탱이는 한동안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네 어머니를 다시 돌려놓는 건 어려운 일이 아냐.
“그래?”
-하지만 너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처음부터?”
심장이 철렁, 했다.
처음이라면….
-그래. 우리가 다시 만났던 시점. 네가 백녹하의 기억을 가지고 윤청에게 다시 돌아갔던 그 시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그 시점이라면….
“메뉴컬이 시작될 때부터 다시?”
-그래.
“그러면…. 지금 멤버들은 나에 대한 기억이 없어지는 거 아냐?”
-그렇겠지.
솜 뭉탱이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다시 시작할 거야, 윤청?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대도?
나도 솜 뭉탱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대답을.
“응.”
솜 뭉탱이는 입을 서서히 벌려 웃더니-
-탁월한 선택이야, 윤청!
나를 집어삼켰다.
온 세상이 다시 희게 변했다.
한겨울이 아닌.
한여름의, 햇살이 부서지는… 흰 세상처럼.
“웅니?”
너무 졸려.
“웅니!”
조금만 더 잘래.
“청청. 우리 일출 보러 가기로 했잖아요. 얼른 일어나야 돼요.”
“맞아, 청아. 여기 운전 가능한 사람 너밖에 없어….”
“그냥 들쳐 업고 가죠. 찬바람 맞으면 알아서 깰 것 같은데.”
으으.
어떤 손은 혹시 열이 있나, 내 이마에 손을 대고 있었고.
어떤 손은 내 머리카락을 살살 잡아당기고 있었고.
어떤 손은 내 팔을 흔들고 있었고.
어떤 손은 내 볼을 쿡쿡 찌르고 있었다.
거참.
사람이 잠 좀 자겠다는데.
누가 방해를…
“일어났다!”
“청청 웬일로 이렇게 늦잠을 자요. 평소엔 항상 1빠로 깼으면서.”
…어?
“…다들….”
다들 왜 여기 있지?
나는 멍하니 멤버들을 보았다.
서백영, 김금, 류보라, 연주홍….
모두 여기 있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세워,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공간.
서백영과 쓰는 내 방이었다.
“뭐야, 왜 그렇게 놀라요? 악몽이라도 꿈?”
“괜찮아, 우리 청이.”
멤버들이 날 토닥였다.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돼서 눈을 끔벅이기만 했다.
뭐지?
메뉴컬 첫 시점으로 돌아온 게 아니라.
원래의 시간선으로 돌아왔다.
그러면 혹시…!
“자, 잠깐만. 나 핸, 핸드폰 좀…!”
나는 빠르게 핸드폰을 켜서 메시지 창을 확인했다.
그곳엔.
엄마
오늘일출보러갈때
목도리꼭해
한파랜다한파
니는목으로밥벌어먹는애가
지몸만안챙겨서원
엄마의 메시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엄마도 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나는 잠시 볼을 꼬집어 보았다.
멤버들과….
엄마가.
같은 세계에 있다.
꿈에도 그리던 세계가 지금 여기에 있다.
나는 멤버들을 한 번, 엄마의 메시지를 한 번,
계속해서 번갈아 보았다.
멤버들은 슬슬 날 걱정된다는 눈으로 보았다.
그때.
띠링!
솜방울
윤청(구 백녹하)
너는 정말 은혜도 모르고 아주 괘씸한 계약자이지만
네게 빚을 씌워두지 않으면 넌 분명히 날 또 기만하려 들 것 같아
네게 아주 큰 빚을 씌워뒀으니
내가 마음대로 퀘스트를 줘도 불만이 없으리라 믿어^^
원래 연락하던 핸드폰이 아니라 네 핸드폰으로 연락해준 건 특별 서비스야
뭐?
띠링!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강제 수락되었습니다 (선택권 없음)] [나의 소원: 다음 [플래티넘 뮤직 어워드>에서 단독으로 대상을 타 줘] [실패 시: 스틸블루 은퇴 3년 연기]“어…?”
솜방울
메롱
어?!!
“왜 그래요?”
류보라가 정말 걱정된다는 눈으로 날 보았다.
“…아, 아냐.”
나는 다시 멤버들을 보다가.
꼭 안았다.
다시 돌아왔다.
“청청, 수, 숨 막혀요.”
“청이, 악몽 제대로 꿨구나.”
“으어어. 웅니. 왜 이렇게 팔 힘이 세요?!”
“…언니. 진정 좀….”
모든 게, 완벽하게…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