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303
■ ■■■■■■―!!!
밴시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한 음절만 들어도 영혼까지 찢어발기는 귀곡성이 울려퍼진다.
그 범위에 들어가버린 망자들의 몸 이 한 줌의 먼지로 잘게 흩어지고, 우울하게 회백색으로 물든 하늘이 더 어두워지면서 땅 위의 그림자를 짙게 만들었다.
포효를 한 번 내질러서 자연환경을 뒤틀어 버린다.
당연하게도 필멸자의 영역에선 다 룰 수 없는 힘이며, 그걸 발휘한 것 은 생명체조차도 아니었다.
“…성가신데.”
레온은 먼 하늘에서 그를 내려다보 는 존재, 뼈밖에 안 남은 드래곤을
마주보면서 두 눈을 찌푸렸다.
본 드래곤(Bone Dragon).
초월종의 뼈로 만들어진 언데드였 다.
포효 한 번으로 극대급의 저주를 광범위하게 흩뿌리며, 그 존재감은 땅속 깊숙이 묻혀있었던 망자들을 일으켜세운다.
9위계급 네크로맨서도 간단히 다 룰 수 없는 괴물이었다.
그러나.
‘한 번은 토막내고, 한 번은 박살내 고, 마지막에는 잿더미로 만들었는데
도 소멸하지 않다니.’
레온은 이미 세 번이나 놈을 패퇴 시켰지만, 거짓말처럼 그 피해를 복 구하고서 다시 덤벼드니 싸움이 안 끝난다. 몇 번을 거듭해도 질 것 같 은 느낌은 없었으나, 이대로면 시간 낭비가 계속 반복될 분이었다.
본 드래곤의 몸에는 급소라고 할 만한 부위가 없었고, 모든 뼈다귀를 〈태양검〉으로 불살라도 금방 재생해 버렸다.
‘상위차원과 직결되어있는 불사 성…? 그럼〈나스트론드〉의 궁전 보 물고에 영혼이 묶여있으려나.’
그의 추측은 정확했다.
본 드래곤은 무려〈나스트론드〉의 지배자, 마룡 니드호그의 휘하에 속 해있는 존재였다. 단일체로서의 힘은 레온보다 크게 떨어질지언정, 니드호 그가 놈의 불사성을 약속하고 있다 면 그 존재를 소거하는 것은 불가능 했다.
격으로 따지자면 니드호그는 이 세 상의 여신보다도 몇 단계 높은 악신 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너랑 놀아줘야할 필요가 없군.”
그제서야 레온은 이〈울부짖는 솥〉 의 구조를 이해했다.
본 드래곤은 수문장이면서 일종의 미끼 였다.
수면 위에 떠오른 달과 마찬가지 다. 수면을 칼로 헤집어도 달이 손상 되거나 하지 않듯이, 본 드래곤을 아 무리 파괴해도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었다.
본 드래곤 같은 최고위의 언데드라 면 지성도 갖출 만한데, 짐승처럼 미 쳐날뛰는 모습만 보여준 것도 그러 했다.
아마도 수면에 한 번 걸러지면서 본능만이 남겨졌을 터.
산 자를 맹목적으로 증오하는, 언 데드로서의 본능이.
칠성검(Grand Chariot)
별빛으로 형성된 검의 표면으로 더 밝은 광휘가 휘감긴다.
물질화한〈심검〉으로〈오의〉를 행 사하는, 몇 년 전에는 한 번 전개하 고서 피가 역류했던 기술이었다.
그런데 레온은 호흡 한 번 흐트러 트리지 않았다.
브리트라를 타도하고 난 후에도 그 는 성실하게 정진했으며, 몇 년 전의 자신을 크게 뛰어넘었다.
칠성검형기 (七星劍形氣)
제 1 식(第一式)
탐랑설살(貪浪楊殺)
칼날 위에서 일곱 개의 별무리가 차례로 명멸하더니, 이내 거대하고
사나운 늑대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칠성검〉의 궁극을 본 무인만이 쓸 수 있는 검형기.
엘시드가 다 가르쳐주지 못하고, 존재만을 알려주고 떠났던 검식 하 나가 펼쳐졌다.
—쩍!
피하고 막고 할 틈도 없었다.
별무리의 늑대,〈탐랑〉은 쏜살같이 달려나가서 수 킬로미터 상공을 배 회하던 본 드래곤을 물어뜯었다.
늑대처럼 보여도 그 본질은〈심검〉 으로 구성된 형체.
아다만티움보다 단단한 드래곤의 뼈가 산산조각난다.
날개와 늑골 태반이 박살난 놈은 그대로 추락하여, 지축을 뒤흔들면서 막대한 양의 흙먼지를 피워올렸다.
“쫓아오지 못하게 잘 붙잡고 있 어.”
몇 초만에 다시 일어날 놈을〈탐 랑〉에게 맡겨둔 채, 레온은 즉시 마 경의 중심부로 날아들었다.
수면에 뜬 달을 치우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달을 부숴버리든가, 아니면.
‘수면을 다 날려버리면 그만이지.’
본 드래곤에게 있어서 수면이란 이 마경, 그 자체였다.
〈나스트론드〉와 희미하게 연결되었 을 뿐인데 수 킬로미터 반경의 땅을 죽음으로 물들이고, 유명곡과 다르게 오염지역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유명곡은 진입할 수라도 있 었지만,〈울부짖는 솥〉은 필멸자가 발을 들이면 그 시점부터 생명을 갉 아먹는다.
생명력을 다 깎이고 나면 이 땅에
종속당하고 말리라.
‘뭐, 나한테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본 드래곤을 떨쳐버리고 마경 중심 부에 도착한 레온이 예상 그대로의 광경을 노려보았다.
〈차원의 균열〉에 비할 순 없어도, 외차원과 연결된 공간이 추악하게 일그러져있다. 연 단위로 관측해도 mm나 움직일까 말까한 수준이었으 나, 수백 년 후에는 틀림없이 전 대 륙에 큰 재앙을 불러오고도 남을 현 상이었다.
하지만.
“네가 마지막이다.”
마지막으로 찾아온 4대 마경의 심 장부를 향해서, 레온은 제 손아귀에 잡힌 별빛을 치켜세웠다.
사악룡 브리트라가 토벌되고, 그는 용사행의 다음 목적으로 전 대륙의 마경폐쇄를 결단했다.〈차원의 균열〉 이 한 번 터질 뻔한 순간을 목도하 고서, 마왕보다 더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 마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 다.
4대 마경은 초월자가 된 후에도 때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곳도 많 아서, 몇 년만에 겨우 도달할 수 있
었다.
칠성검(Grand Chariot)
정확하게 차원의 틈에 그 칼날을
찔러넣고서,
칠성 검 형기(七星劍形氣)
제 2식 (第三式)
거문폐월(巨門閉月)
〈나스트론드〉와의 연결점을 끊는 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건방진, 놈.
두 차원의 접점이 완전히 끊어지는 찰나, 아득히 먼 차원의 저편으로부 터 섬뜩한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레온은 실로 오랜만에 공포를 떠올 려야했다.
등줄기가 서늘하다못해 그의 척추 뼈가 꽝꽝 얼어붙을 듯한, 초월자였 기에 더욱 선명한 공포를. 혀부리까 지 굳어져서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니드호그, 였나?”
니드호그 입장에서는 제 영토확장 을 방해한 놈에게 한 마디 으르렁거 렸을 분이었다.
놈이 아무리 강대한 악신이라도 먼 차원에서 레온을 공격할 순 없겠지 만, 머릿속에서 한 번 울려퍼진 음성 은 좀처럼 잊기 힘들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마경,〈울부짖는 솥〉의 폐쇄는 완료되었다.
그 주변을 배회하던 망자들이 하나 씩 무너져내리고,
쿠구구구구궁…!
그와 동시에 본 드래곤의 불사성이 끊어졌는지, 저 멀리서 크고 무거운 진동음이 전해져왔다•
제 역할을 끝마친〈탐랑〉이 소멸하 는 것도 느껴졌다.
그리고.
“ 레온!”
“다 끝났어?”
“으으, 빨리 나가고 싶다. 코가 떨 어져나갈 것 같아.”
방금 전보다 그 음울함이 사라진,
거무죽죽한 수풀을 뚫고 몇 사람이 뛰쳐나왔다. 여러모로 행색은 엉망이 었으나, 뛰어난 미색만큼은 가려지지 않았다.
진로에 방해되는 나무 전부를 때려 부순 엘라한, 고양이처럼 나뭇가지 위에 선 카렌, 울상이 된 채로 스스 로의 코를 막고 있는 하티까지.
마지막으로 로델린이 하늘 위에서 뚝 떨어졌다.
쿠구구궁!
《외곽지역의 망자 및 악령들의 차 단조치를 완료했습니다. 마경 밖으로
빠져나가는 개체는 한 마리도 없습 니다.》
“그래, 다들 잘 해줬어.”
마경의 폐쇄는 그저 중심부만 공략 한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마 경 내부에 서식하고 있는 괴물들이 나 이계법칙까지 완벽하게 해결해야 했다.
안 그러면 폐쇄와 함께 마경에서 흘러넘친 괴물들이 근처로 퍼져나가, 인근 생태계를 오염시키면서 제2의 마경으로 다시 태어나는 경우도 있 었다.
“휴우! 그래도 4대 마경은 이제 다 폐쇄했네.”
성취감을 만끽하는 카렌의 말에, 엘라한이 동의했다.
“4대 마경 중에서도 힘든 편이었지 요. 설마〈거울협곡〉보다〈울부짖는 솥〉0] 몇 배나 귀찮을 줄이야….”
“악취가 너무 심해서 호흡하기가 힘들었다. 트롤 서식지가 더 안락할 정도라니, 여긴 견족계 수인족의 생 지옥이다.”
그 모습에 잠시 키득거리던 레온이 검을 해제했다.
이걸로 4대 마경은 전부 폐쇄되었 고, 당분간은 크게 활동할 일도 없어 서 조금 쉴 생각이었다.
마경폐쇄를 끝마치고 할 일도 고민 해볼 필요가 있었고.
“로델린, 비행모드로.”
《네, 마스터.》
황금골렘의 형태가 변화한다.
이족보행에서 사족보행으로, 팔다 리를 구성하는 금속비율을 크게 떨 어트려서 몇 쌍의 날개를 구축한다.
물론 날개라고 해봤자 파닥거리는 일 없이, 양력을 조금 더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였다. 비행 자체는 마법으 로 실행하기에, 거인 형태보다 효율 적으로 모습을 바꾸었을 뿐.
네 사람이 그렇게 로델린의 위에 올라타자, 전설에 나오는 슬레이프니 르 (Sleipnir) 처 럼 변신한 황금말이 날아올랐다.
《목적지를 설정해주십시오.》
“집으로 가자.”
《알겠습니다.》
돌아갈 곳이 없었던 옛날과는 또 다른 점이었다.
네 사람을 태운 로델린이 석양을
향해서 가속했다.
허리까지 올 정도로 길어진 엘라한 의 머리카락이 그 바람에 흩날려서 레온의 목덜미를 간지럽힌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입가에서는 좀처럼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았다.
* * *
천상(天上).
그녀가 관리하고 있는 하위차원을
발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여신은 언 제나처럼 오후의 차를 한 잔 즐기고 있었다.
교단에서 직접 재배하는 찻잎은 값 이 싼 편이었으나, 맛은 좋았다. 무 엇보다도 그 안에 풍부하게 스며들 어있는 신앙심은 순수하기까지 해서, 정신체라고 할 수 있는 신의 미각에 더욱 즐거움을 가져다주었다.
결국 찻잔을 다 비운 여신이 느긋 하게 중얼거렸다.
“•••오늘도 평화롭네요.”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아무것도 하
지 않았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지.
브리트라의 토벌과 레온 일행의 마 경폐쇄는 필멸자가 손댈 수 없는 재 앙의 가능성을 거의 다 지워버렸기 에, 여신이 직접 개입해야할 상황도 사라졌다.
인류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문 제라면, 그녀가 나서서 그 자립심을 빼앗아서는 안 될테니까.
“앞으로 500년에 걸쳐서 신성력도 좀 회수할까요? 병마의 치유 등에
필요한 정도는 남겨두고, 전쟁이나 싸움에 쓸 힘은 줄여나가는 걸로…”
그녀의 개입이 줄어들수록 교단은 신보다 인간 측에 가깝게 될 것이며, 지금처럼 강대한 신성력은 곧 성직 자들의 타락을 부채질하는 요소가 될 수 있었다.
장생종조차 헤아릴 수 없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여신의 두 눈동자가 맑 고 투명한 빛을 머금었다.
그때 였다.
쩍.
여신의 등 뒤에서 무언가가 부서지
는 소리가 들려, 그녀가 뒤를 돌아보 는 것과 동시에.
파카아앙!
차원경계를 깨부수고, 한 명의 영 웅이 되돌아왔다.
그걸 본 여신이 의자에서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바닥에 즉시 드러누워버 린 남자의 앞에 다가서서, 그를 내려 다보며 말했다.
“당장 일어나요! 50년만에 겨우 돌 아와서는 인사도 없이 잘 생각이에 요? 일어나서 다녀왔다고 인사하란
말이에요! 그동안 내가 얼마나 심심 했는지 알아요? 모르잖아!”
“…아오, 돌아오자마자 떽떽거리고 앉았네.”
상반신만 일으켜서 그 자리에 주저 앉은 남자, 로드릭이 두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여신을 째려보았다.
“네 말대로 50년만에 좀 자게 조 용히 해봐, 이 푼수년아!”
성왕 로드릭의 귀환이었다.
검빨로 레벨입 (303)
외차원(Outer Plane).
이 세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져있는 법칙에 속한, 차원경계의 바깥을 통 칭하는 말이다.
〈나스트론드〉와 〈타르타로스〉처럼 인간들이 상상한 지옥에 근접하는 차원계도 무수히 널려있으며, 알비온 한 명만 남고 떠나버린 드래곤족이
이주한〈드라코니아〉같은 상위차원 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성검 엘시드가 표류하게 된 곳은 차원계라고 명명할 수조차 없 는 구역이었다.
파아아앗!
성검 엘시드로부터 눈부신 빛이 한 차례 터져나오고, 이내 금발벽안의 미청년이 제 육체를 재구성한다.
저쪽에서는 인과율 때문에 할 수 있어도 못한 짓이었으나, 소속 차원 에서 이탈한 시점부터는 초월자로서 발휘할 수 있는 권능 전부가 해금되
었기 때문이다.
“쯧, 더럽게 뻑뻑하네.”
엘시드, 아니 로드릭은 먼저 제 목 을 좌우로 까딱거렸다.
우득! 우드드득!
어떻게 보면 막 태어났다고도 할 수 있는 육체인지라, 뼈와 근육이 뻣 뻣하게 굳어있었다.
몇 년이나 침상에서 움직이지 못하 던 자가 갑자기 자유롭게 된 거나 다름없었다. 본래대로라면 재활기간 이 상당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로드 릭은 아무렇지도 않게 가동범위의
한계까지 움직여가면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는 그 주변을 둘러보고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예상대로구 만. 안 좋은 의미로.”
로드릭의 전방위로 펼쳐져있는 것 은 무한하기까지 한 공간, 이름하여 차원의 지평이었다.
이렇게 될 거라고는 9할 이상의 확률로 예측하고 있었다.
〈차원의 균열〉은 수조 어딘가에 뚫 린 구멍과도 같아서, 그 구멍으로 빨 려들어가면 특정 차원계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차원과 차원 사이의 공 허로 떨어지게 된다.
방위는커녕 거리의 개념마저 애매 모호한 흑암지옥.
‘뭐、보이지 않는다고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만.’
광원(光源)이 전무한데다 발밑을 떠 받치는 땅도 없고, 중력 역시 존재하 지 않아서 몸이 아래로 떨어지지도 않는다.
우주공간으로 내던져진 것과 비슷 한 감각이려나.
로드릭은 그렇게 생각하다가, 이내
그 생각을 부정했다.
‘여기보다는 우주가 백 배는 더 낫 지. 돌아갈 곳이 어딘지는 알 수 있 고, 내 마음대로 이동할 수도 있으 니.’
엄밀히 말하자면 가장 유사한 개념 이기는 했다.
차원계를 행성 혹은 항성으로, 차 원의 지평을 우주공간으로 대입한다 면 거의 일치한다고 볼 수 있으니까.
그런데 우주공간과 달리 차원의 지 평에선 지표로 삼을 만한 게 없었다. 한 걸음 내디뎌서 몇 킬로미터를 움
직일지, 아니면 제자리에서 허우적거 릴지도 알 수 없다.
모래 한 톨을 가져다가 바다의 어 딘가에 빠트리고, 본래의 위치를 찾 아가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 었다.
“빠르면 30년, 늦으면 100년 이 상… 정돈가.”
누군가는 그 말을 듣자마자 불가능 하다고 외쳤을 조건에서, 로드릭은 태연한 얼굴로 스스로의 귀환시기를 추산했다.
제 뒤통수를 벅벅 긁어댄 그가 손
아귀를 펼쳤다.
“오랜만에 고생 좀 하겠군. 말년에 받아들인 제자놈 때문에 이게 도대 체 무슨 꼴인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제 처지가 우스운지, 로드릭은 킥킥 웃으면서 성검을 구현시켰다.
여신이 직접 창조한 신병이기(神兵 利器).
규격 외라고 할 수 있는 초월자의 영혼을 봉인하고 있었던 그릇은, 그 자체로 신의 권능에 필적했다. 검 자 루와 검신에서 찬란한 빛이 붐어지
면서 반경 수 킬로미터를 환히 밝힌 다.
“……뭐, 그럴 줄 알았다.”
한 점의 빛도 존재하지 않았던 곳 에 광원이 나타난다면. 그 암흑천지 의 거주자들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 다.
로드릭은 저 멀리서 급속도로 접근 해오는 기척을 감지했다.
우주공간보다 더 가혹한 영역에서 살아남아온 놈들이다.
〈도시 삼키기〉로 불러들이는 괴수 또한 여기에서 포식자로 군림하지만,
절대적인 개체는 아니었다.
칠성 검 형기(七星劍形氣)
최종오의 (最終m 義)
작가라발랄저 (硏2삐羅!成刺底)
칠보채월광(七 W 彩越光)
한 호흡의 예비동작도 없이〈칠성 검〉의 궁극기가 전개된다. 일곱 가닥 으로 솟구친 별무리가 온 사방을 내 리쬐면서 암흑에 길들여진 차원종들 을 멈춰세웠다.
물론 그 경직은 일순간에 불과했지 만, 로드릭에게 일순간은 곧 영원과 도 같은 시간이었다.
고대신화에 등장하는 구세의 신격, ‘전륜성왕’을 말장난처럼 한 글자 바 꿔서 구현한다.
‘성(聖)’이 아니라 ‘성(星)’.
별의 군주로서 발현된 신격이 무지 개처럼 일곱 개의 색채로 나누어진 빛줄기를 신벌로 성립시켰다.
————!!!
충격파의 매질이 될 공기가 없다보 니 소리도, 진동도 없다.
〈칠보채월광〉의 섬광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거꾸로 다시 솟구치면서 로드릭의 반경 수 킬로미터를 찢어 발긴다.
“흥.”
마왕이 된 브리트라를 일격으로 매 장할 수 있는 공격인데, 차원종은 무 려 절반이 살아남았다.
한 마리 한 마리가 브리트라보다 더 강하고 끈질기다.
그걸 이해하고도 로드릭은 그저 코 웃음칠 뿐이었다.
“같잖은 놈들.”
〈칠성검〉의 최종오의라고 해봤자, 로드릭에겐 평타보다 좀 강한 공격 에 불과했다.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검이 몇 차 례 번뜩이니, 반병신이 된 채로 기어 오던 차원종들이 산산조각났다. 이번 에는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했다.
첫 공세를 간단히 정리해버린 로드 릭이 눈을 돌렸다.
스스로를 전 차원 최대최강최고의 천재라고 자부하는 그도, 아무 근거 도 없이 자신감 하나로〈차원의 균 열〉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역시;
레온이나 카심과도 비교할 수 없 는, 인과마저 간파할 수 있는 안력이 성검 내부에서 어딘가를 향하여 길 게 뻗어나가는 궤적을 인식했다.
성검 엘시드.
여신이 직접 권능으로 단조한 검은 그 자체로 소속 차원을 가리키는 나 침반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가 생각지도 못한 변수도 한 가지 존재했다.
“이건…브리트라, 그 머저리가 유 출시킨 마왕의 힘인가?”
로드릭이 차원의 지평 어딘가를 노 려보면서 중얼거렸다.
성검과 마찬가지로 마왕의 힘은 소 속차원에 깊게 얽혀있는 것이라, 그 힘의 출처를 추적한다면 차원의 좌 표를 역산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둘 중 하나만 있었다면 시간이 제 법 걸리겠지만, 두 가지를 전부 활용 한다면 과정을 크게 단축할 수 있으 리라.
‘마왕의 힘을 주워먹은 놈들부터 다 잡아죽이고, 그 다음에 귀환경로 를 찾아봐야겠군.’
성검을 제 어깨에 걸친 로드릭이 발걸음을 옮겼다.
차원좌표가 강제로 고정당하면서 지면처럼 발을 떠받친다.
한 걸음 한 걸음 집중하지 않으면 무작위로 튕겨나가는, 이 불확정영역 에서 그 하나만이 똑바로 걸어나간다.
그의 꽁무니를 쫓아서 차원종들이 굶주린 짐승처럼 이발을 드러냈지만, 제 목적을 달성하는 놈은 없었다.
언제나와 같이 한 번 뒤돌아보는 일 없이.
로드릭은 멀고 먼 고향으로의 기나
긴 여정을 시작했다.
水 * 米
“•••처음에는 일이 잘 풀려서 20년 이면 될 줄 알았는데, 그 후에 귀찮 은 놈들이 자주 찾아왔거든. 이쪽에 한 번 강림해서 나한테 맞아죽었던 악신이나, 날 지표로 삼아서 이쪽 세 상을 정복하려는 놈들이나.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죽이다보니 꽤 걸려 버렸어.”
여신이 따라준 차를 맹물처럼 들이
키면서, 로드릭은 넝마가 된 옷을 깔 끔하게 재구축했다.
이내 졸음기가 다 달아나버린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나저나 넌 한가해보인다? 할 거 없어?”
“네, 거의 30년은 지금처럼 놀고 있네요. 지상의 아이들이 제 기대 이 상으로 잘 해주고 있거든요.”
그의 도발에 배시시 웃어버린 여신 이 약올리듯이 말했다.
“뭐, 어떻게 보면 로드릭 당신 덕 분이지요.”
“내 덕분이라고?”
“용사 레온의 활약이 대단했어요. 당신과 성검이 사라지고 나서 의욕 을 잃을까봐 좀 걱정했는데, 괜한 걱 정이었지요.”
인간이 주도하는 역사, 인류사에서 50년은 도저히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대규모의 전쟁이 몇 번 이나 일어나고 끝나며, 국가적으로 부흥과 쇠락이 교차할 수 있는 세월 이다.
마왕 브리트라가 토벌당하면서 인류 는 큰 위협을 제거하게 된 셈이었으나, 세계가 즉시 평화로워질 순 없었다.
연합군으로 국력을 크게 소모한 국 가들은 인근 국가의 침공 및 위협을 방비해야했고, 타이탄 산맥에서 해방 된 타이탄족의 동향도 여러모로 화 젯거리였다.
그러나 마경폐쇄를 명목으로 한 레 온과 그 일행의 적극적인 활동이, 전 대륙의 불온한 움직임을 멈춰세웠다.
“4대 마경을 제외하더라도 세 자릿 수의 마경이 산발적으로 존재하고, 그 주변에 매장되어있는 자원이나 농경지도 상당히 많았으니까요.”
여신의 말을 단번에 알아들은 로드 릭이 작게 감탄했다.
“과연. 전 대륙의 마경을 균형적으 로 폐쇄하면서 그 지역의 개발을 유 도하고, 덤으로 용사 일행의 무력을 과시하는 걸로 국가적인 마찰을 최 소화한 건가?”
“그 말대로예요. 정확한 분석이네요.”
국력 차이가 상당하더라도 전쟁은 곧 도박이었다.
승패와 관계없이 큰 피해를 감수해 야하며, 이기더라도 얻을 수 있는 부 분이 많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레온 일행이 제공하는 미 끼가 더욱 매력적이었다.
“공략불가의 위험지대, 그 일대에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나 누적되어 있는 자원과 넓은 땅. 전쟁처럼 위험 부담을 크게 질 필요도 없으니 눈이 돌아갈 수밖에요.”
레온 일행의 마경공략은 그렇게 전 대륙의 분위기를 온건한 방향으로 바꿔놓았고, 전쟁보다 내정에 치증하 게 된 국가들은 그 과정에서 실감하 게 된 용사의 힘을 경계하며 평화주 의자로 제 입장을 바꿔야했다.
로드릭은 그 광경을 눈앞에서 본 것처럼 낄낄거렸다.
“네가 왜 기대 이상이라고 했는지
알겠구만. 레온, 그녀석도 처음부터 다 계획하고서 한 일들이 아닐 거야. 그렇지?”
“예、결과적으로 모두 잘 맞아떨어 졌을 뿐이죠.”
정치적인 의도가 한 치도 없었던 용사행이 결국 전 대륙의 평화를 가 져왔다는,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다.
완력만으로 분쟁을 조정했던 로드 릭과는 정반대다.
두 사람은 그걸 잘 알았기에 누구 보다도 유쾌해했다.
“권선징악, 인과응보. 이것들보다 더 무의미한 말도 없는 줄 알았는 데.”
“자비의 여신으로서 할 말은 아니 지만, 저도 그랬답니다.”
“과거형인데?”
“용사 레온이 증명했으니까요.”
여신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다시 한 잔의 차를 따라냈다.
50년만에 돌아온 말동무가 제법 반가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마음을 헤아려줄 리 없 는 로드릭이 말했다.
“좋아, 한 번 내려가서 얼굴이라도 비춰볼까? 너, 30년이나 놀고 먹었 으면 인과율도 엄청 쌓였을 거 아 냐.”
그의 투박한 말투에 두 눈썹을 꿈 틀거린 여신이 겨우 웃는 표정을 유 지하면서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좀 참아주시겠 어요? 방금 막 돌아와서 피곤하시잖 아요?”
“아니, 괜찮은데.”
“또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선객도 있으니까요.”
“ 선객?”
그제서야 로드릭이 여신 쪽을 돌아 보면서 고개를 기울였다.
선객이라니?
천상에 거주하는 존재는 50년 전 까지도 그와 여신분이었다. 승천의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초월경지에 올라서야했고, 그에 해당하는 것은 몇 명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이 차원에 머무르기를 선택해, 지루하기까지 한 세월을 인 내할 만한 존재라면一
“—드디어, 온 건가.”
인간보다 더 낮고 무거운 목소리 로, 그가 말했다.
그 방향을 돌아본 로드릭이 씨익 미소지 었다.
“설마 50년만에 뒈지기라도 한 건 아닐테고, 설마 내 얼굴 보려고 승천 한 거냐?”
“정확히는 그 낯짝을 뭉개주려고 올라온 거지.”
거인왕 카심.
전신 근육이 활화산처럼 붉게 융기 한 타이탄이, 50년 전과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 그를 압박했다.
그러나 로드릭이 누군가에게 위축 당할 인간도 아니었다.
“못 보던 사이에 간이 많이 부었구 만. 더 부풀면 배 밖으로 아주 튀어 나오겠는데?”
“네놈이야말로 혓바닥이 길어졌구 나.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도 망쳐볼 셈인가?”
“천상에선 죽어도 안 죽는다고 너 무 까부는 거 아니냐?”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로드릭이 제 손아귀에 움켜쥔 성검을 늘어트리고, 자연체로 서있던 카심이 두 주먹을
들어올린다.
그걸 본 여신이 손바닥을 한 번 팔 랑거리자, 그녀의 의자와 탁자가 수 킬로미터나 이동하면서 두 사람의 싸움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고지대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이 천상에서 누구보다도 지 고한 신격.
국소범위라면 천지창조도 쉽게 가 능한 존재였다.
“펠, 당신은 왜 로드릭 앞에 나타 나지 않은 건가요?”
여신은 어느샌가 그녀 옆에 부복하
고 있는 늑대인간, 수왕 하카펠을 돌 아보면서 질문했다.
그러자 하카펠이 시원한 미소와 함 께 입술을 달싹였다.
“제정신으로 남지도 못한 저보다는 카심 쪽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했을 분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로드릭과 카심이 격돌하면서 천상 전체가 뒤흔들렸다.
여신이 앉아있는 의자와 탁자, 그 옆에 부복한 하카펠만이 흔들리지 않고 격전지를 내려다보았다.
“350년을 기다렸는데, 고작 몇 시 간을 못 기다리겠습니까.”
“그렇겠네요.”
그에 수긍한 여신이 조용하게 찻잔 을 기울이고, 곧 그녀가 탁자 위에 내려놓은 찻잔이 달칵 소리를 냈다.
길면서도 짧았던, 한 이야기의 막 이 내려가는 소리였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