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월드컵((World Cup)
퉁 –
촤자자자자자 –
습기를 잔뜩 먹은 잔디 위로 공이 빠르게 굴러왔다.
“파블로! 파블로!”
미구엘의 목소리가 저 뒤에서 들렸지만, 내 옆에 붙는 것은 파블로 미로였다.
촤아아아아아 –
그리고 굴러가는 공을 따라 잔디 위를 길게 미끄러지는 티토의 긴 다리가 함께 보였다.
‘아!’
살짝 아쉬웠다.
잔디에 적응이 덜 되었는지 디디에의 연결이 조금 길게 이어졌다.
뭐, 적안을 사용한다면 느려진 시계 안에서 한 발자국 더 움직이며 공의 소유권을 지킬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내가 적안을 뜨는 횟수는 점점 줄고 있었다.
뢰블레의 멤버는 화려했고, PSG의 멤버는 막강했다.
무엇보다 적안을 뜨지 않았어도 마치 뜬 것처럼 몸의 반응 속도는 빨라지고, 판단은 더 정확해지고 있었다.
지금도 나는 티토의 발에 공이 걸리기도 전에 몸을 뒤로 돌리며 크게 외쳤다.
“알렝! 미구엘 놓치지 마! 파올로! 릴리앙! 긴장해!”
“걱정하지 마! 우리는 지금 깊은 대화를 나누는 중이니까!”
알렝의 수다가 미구엘에게 터진 모양이었다.
불쌍한 녀석.
그리고 그 뒤로 파올로와 릴리앙 역시 수비 위치를 조정하며 티토의 발끝에서 터지는 빠른 역습에 대비했다.
‘좋았어!’
파박!
바짝 붙었던 파블로가 내 옆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티토의 긴 패스가 어렵게 되자, 공간을 벌리며 짧게 받아 주려는 움직임이었다.
파박!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티토를 향해 뛰었다.
이미 빠른 역습은 늦췄지만, 스페인이 자랑하는 티키타카의 늪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어지기 때문이었다.
촤악 –
티토가 침착하게 한쪽 팔을 내 가슴 앞으로 내밀며 공을 발바닥으로 잡아 뒤로 끌었다.
녀석은 상징인 드래그 백을 시도하며 안전하게 공을 돌리겠다는 의도였다.
팍! 터덕 –
나는 아사모아가 나를 수비하듯이 움직임을 방해하는 팔을 손으로 밀어낸 다음, 허리에 힘을 주어 녀석의 옆구리를 통해 가슴 안으로 달라붙었다.
탓 –
그리고 왼 다리를 길게 뻗어 뒤로 잡아당긴 공 앞에 갖다 대었다.
촤악 – 촤악 – 촤악 –
‘미꾸라지 같은 새끼!’
재빠른 내 움직임에 당황할 만도 한데, 티토는 표정에 변화도 주지 않으며 내 손에 맞은 팔이 아닌, 반대 팔을 들어 올리며,
순식간에 공을 좌, 우, 그리고 다시 뒤로 잡아당기며 내 수비 범위 밖으로 잘도 도망갔다.
이 녀석의 드래그 백이 최고인 이유를, 그것도 내 앞에서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었다.
‘여기까지 시간을 끈 것만으로도 성공이야. 하지만!’
티토가 공과 함께 미끄러지는 사이, 우리 수비 진영은 모두 자리에 맞게 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만족하려고 이 녀석의 옆구리에 달라붙은 것이 아니다.
파박!
나는 재빨리 다리를 길게 벌리며 두 발자국을 움직여 다시 티토의 전방을 가로막으면서도, 녀석의 옆구리에 달라붙으며 공을 뺏으려고 달려들지는 않았다.
순간, 녀석의 오른 다리가 뒤로 빠지는 것이 보였다.
‘지금!’
파박!
나는 티토의 오른발이 공에서 멀어진 타이밍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촤악 –
‘역시!’
그리고 녀석은 내 예상대로 오른 다리를 재빨리 내려놓으며 딛고 섰던 왼발을 들어 공을 잡아당겼다.
‘여기!’
나는 일부러 내 오른쪽에 틈을 만들며 달려들었다.
녀석이 왼발로 공을 잡아당기자마자 바깥쪽으로 밀어내려는 동작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드래그 백에서 가장 쉬운 연계 동작은 공을 잡아당기며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것.
툭 –
예상대로 녀석의 왼발이 바깥쪽으로 공을 밀어내며 중심이 함께 쏠렸다.
팍!
그리고 나는 오른 다리를 길게 뻗어 녀석이 밀어내는 공 앞으로 갖다 댔다.
‘됐다!’
내 오른발에 공이 걸리며 처음으로 티토의 눈이 커지는 게 눈으로 들어왔다.
타닷!
촤아아 – 툭, 파아앙 – !!!
〈아! 한치우! 재빨리 로드리게스의 발에서 놀던 공을 빼앗아 내는 데 성공합니다! 와! 저기서 마르세유 턴이 바로 나옵니다! 어? 어! 세상에! 티에리 콩트! 한치우가 그대로 때린 공을 따라 질주합니다! 무시무시한 속도입니다! 하프 라인에서 아웃라인을 따라 질주하는 갈락티코의 폭격기가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발로 밀어 넣으며 골대를 향해, 골대를 향해! 골 – !!! 골! 골입니다! 골입니다! 2030 영국, 아일랜드 월드컵 준결승전! 프랑스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선제골에 성공합니다!〉
〈한치우! 수비하는 집중력이 돋보였습니다! 리그 경기에서는 저런 모습을 잘 보여 주지는 않는데요. 확실히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느낌이네요! 그리고 티에리 콩트! 정말 대단하네요! 지금 스무 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침착하게 골에 성공합니다! 저번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었죠. 한치우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특히 골대 앞에서 힘을 빼는 법을 배웠다고 말입니다!〉
〈하하하! 위원님. 지금 말씀은 그러면 한치우가 리그에서는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입니까? 한치우는 유럽에서는 최초로 2년 연속 트레블을 달성한 주인공이고, 이제는 지상 최대의 축제라 불리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노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 티에리 콩트! 바로 한치우에게 달려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치우 선수는 반기지 않는 눈치로 보이죠? 아! 아일랜드 더블린의 아비바 스타디움에 혁명가가 울려 퍼집니다!〉
2030 영국 – 아일랜드 피파 월드컵.
한치우가 국적을 바꾸며 프랑스는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크로아티아전에서 깔끔하게 3 : 0으로 이기며 본선 진출 직행을 확정 지었고, 본선 조별 리그를 시작으로 준결승에 오르기까지 전 경기에서 이기며 전승 가도를 이어 오고 있었다.
그리고 4강전에서도 한치우의 도움으로 선제골에 성공하며 무적함대라 불리는 미구엘이 주장으로 있는 스페인을 상대로 앞서 나갔다.
한편,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의 햄던 파크에서는 반대편의 준결승전이 한창이었다.
* * *
“주니오르! 침착하게 해!”
“젠장! 넣을 수 있었는데!”
“너도 리그에서 경험해서 알고 있잖아! 저 녀석의 수비는 빈틈이 거의 없어! 그리고 빈틈이 보인다고 함부로 달려들어서도 안 되고! 일부러 유도한 거니까!”
“맞아…….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 느낌이야…….”
브라질이 자랑하는 공격수들이 보는 곳에는 데이비드가 서 있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아비바 스타디움과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 자리한 햄던 파크가 이번 월드컵 준결승전의 무대였다.
월드컵의 개막식은 웨일스에서 개막전 경기는 북아일랜드에서 펼쳐졌고, 결승전은 역시 런던의 웸블던에서 열리게 될 예정이었다.
월드컵을 준비하며 관중석의 규모를 더 키운 햄던 파크는 칠만 명이 넘는 관중이 일방적으로 잉글랜드를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월드컵 챔피언인 브라질 선수들은 칠만 관중이 뿜어대는 기세가 아니라, 잉글랜드 국가대표인 삼사자 군단 선수들의 기세에 짓눌려 있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삼사자 군단.
초호화 멤버를 자랑하는 브라질이었지만, 잉글랜드 국가대표 선수들 역시 세계 최고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봐, 자갈루. 설렁설렁할 거라면, 그냥 봐주는 게 어때? 저런 식으로 공격해서는 데이비드를 넘어 스티브까지 공이 가지 않을 것 같은데?”
주장 완장을 팔에 찬 러셀이 웃음을 담아 옆에 서 있는 도밍구스에게 말했다.
“비웃는 거냐?”
러셀의 의도에 비웃음은 없었지만, 도밍구스는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몰아치는 쪽은 자기편이었지만, 러셀의 말대로 스티브 던이 공을 잡는 횟수는 몇 번 되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웃기는?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한데, 솔직히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상대할 녀석들은 너희가 아니라서 말이야!”
팍! 파바바바 –
러셀이 재빨리 말을 마치며 도밍구스의 옆구리에서 멀어졌다.
스티브의 골킥을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받은 페트릭이 어느새 저 앞에 보이는 20번의 등 번호를 단 검은 피부의 남자에게 공을 연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도밍구스는 러셀과 대화하며 반응이 살짝 늦었지만, 검은 피부의 남자가 공을 잡고 몸을 돌리는 사이, 그 앞을 막아설 수 있었다.
“애송이!”
공을 잡은 것은 맥스였다.
맥스는 도밍구스의 도발에도 침착하게 전방을 주시하며 공을 발 안쪽으로 안전하게 잡으며 몸을 살짝 왼쪽으로 돌렸다.
‘왼쪽에 리스! 오른쪽에 주장! 그리고 전방에 조지와 찰스!’
맥스의 시선을 따라 네 줄이 길게 그려졌다.
“맥!”
찰스가 공을 받아 주러 도밍구스의 등 뒤 왼쪽으로 내려와 주었고,
러셀이 찰스가 빠진 공간을 향해 상대 풀백인 에두를 단 채로 아웃라인을 따라 질주하고 있었다.
투 – 촤악! 퉁!
“이 새끼!”
맥스가 찰스를 향해 공을 미는 시늉으로 밀어 넣다가,
발 바깥쪽에 힘을 주어 다시 잡아당기며 발을 바꾸며 왼발로 도밍구스의 다리 사이로 공을 밀어 넣었다.
탁! 파바바바바 –
도밍구스가 공을 따라 몸의 균형이 무너지며 급한 대로 빠져나가는 맥스의 유니폼을 잡아채려 했지만, 맥스의 손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고, 앞으로 훤히 보이는 공간으로 공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아! 이언 – 맨! 아! 이언 – 맨! 아! 이언 – 맨 !!!!!
핸던 파크의 그라운드 위로 맥스의 별명을 부르는 소리가 쏟아져 내렸고,
투 – 웅 – !
맥스의 오른발이 가볍게 굴러가는 공에 힘을 더 실어 밀어냈다.
촤아아아아아 –
잔디 위를 스치며 낮게 날아가는 공이 찰스의 뒤를 쫓아오는 센터백과 골대 앞으로 쇄도하는 조지를 뒤따르는 센터백의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뻐! 어엉 –
최근에는 아슈르와 한치우가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원해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이었던 조지 케빈의 발등이 굴러오는 공을 힘껏 때렸고,
촤아아아아 –
공은 여지없이 골네트를 휘감으며 디펜딩 챔피언인 브라질을 상대로 선제골에 성공하는 순간을 만끽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 !!!”
선제골의 주인공인 조지가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다가 힘껏 점프하며 주먹을 번쩍 들었다.
“잘했어!”
“역시!”
그리고 기가 막힌 스루패스를 찔러 준 맥스의 등 위로 데이비드와 찰스가 뛰어오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 이기면, 오늘 이기면, 한을 상대해야 하겠죠?”
“왜? 싫어?”
“후! 아니요! 보여 드리려고요! 제가 또 성장했다는 것을!”
맥스가 고개를 돌려 멀리 서쪽 하늘을 쳐다보았다.
저기 서쪽 하늘 너머에는 자신의 우상이 분명히 상대를 박살 내고 있을 테니까.
* * *
2030년 7월 12일 금요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미디어 센터.
오늘은 이틀 뒤에 열리게 될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팟! 파바바바바 – 파바바바박 – !!!!!
미디어 센터를 가득 메운 기자들의 모습이 빛에 반사되어 뿌옇게 보일 정도로 카메라 플래시가 곳곳에서 터졌다.
렌즈가 향한 방향에는 FIFA의 공식 파트너들의 로고가 그려진 벽면 앞에 단상이 놓였고, 그 위로 네 명의 남자가 올라서고 있었다.
브라질을 1 : 0으로 꺾은 잉글랜드의 웨스트힐 감독과 데이비드가 먼저 올라오고, 스페인을 3 : 1로 꺾은 프랑스의 루이 조레스 감독과 한치우가 뒤를 따라 올라왔다.
이미 인사는 밖에서 주고받았지만, 좋은 사진을 위해 네 명의 남자는 손을 한데 모아 주었고, 카메라맨들은 그 모습을 담기 바빴다.
그리고 네 명이 이름표에 맞게 자리에 앉자, 미디어 센터는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결승전의 주인공들 입에서 나오게 될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분위기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었다.
“흠, 흠! 보통 이런 자리에는 양 팀의 감독과 주장이 함께 나오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원하는 선수가 이들일 것으로 생각되어 서로 양해를 구하고 이렇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 두고 있는 월드컵인 만큼 시간을 넉넉하게 드리겠으니 차분히 질문을 이어 가 주시기 바랍니다.”
영국 축구 협회의 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진행을 위해 먼저 입을 열었다.
“스카이 스포츠입니다! 먼저 100주년을 맞이하는 영광스러운 월드컵 결승전에 올라가신 것을 축하합니다. 현재 양 팀의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은 어떻습니까? 보통 짧은 기간에 많은 경기를 연이어 치르게 되는 월드컵인 만큼, 결승전은 그 어느 때보다 선수들의 관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요.”
영국의 스카이 스포츠의 기자가 첫 번째 질문을 시작했다.
“예. 선수들의 피로도가 쌓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떤 팀이나 같은 처지가 분명하죠. 그럼에도 다행히 우리 삼사자 군단의 전력은 문제가 없습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우승을 향한 집념이 강하고, 반드시 영광의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뢰블레는 역사적인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면, 꿈에 그리던 세 번을 우승한 나라 가운데 한 곳이 되고, 독일과 이탈리아가 기록한 네 번의 우승 기록을 바짝 따라붙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뢰블레의 전의는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개최국이자, 종주국인 상대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월드컵 우리가 가져가겠습니다!”
웨스트힐 감독과 조레스 감독은 첫 번째 질문의 대답부터 우승을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 후로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감독들은 막힘없이 대답을 이어 갔다.
그리고 주장을 대신해서 나온 두 명의 선수들에게도 질문이 시작되었다.
“벨에게 묻겠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최소 실점으로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그래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프랑스를 상대로 쉽게 지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상당한데요. 어떻습니까? 전 동료이자 친한 친구 사이기도 한데, 한을 상대로 실점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데이비드가 기자의 질문에 한치우의 얼굴을 한 번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한치우의 표정이 맘대로 떠들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예.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데이비드가 너무 솔직하게 대답했는지 옆에 앉은 웨스트힐 감독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축구는 한 명이 하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제 옆에는 제임스도 있고, 앞에는 페트릭, 뒤에는 스티브가 있죠. 중요한 것은 조레스 감독님이 한의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우리 수비 전술도 달라질 것입니다. 여기 계신 분께서도 아시겠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뢰블레의 전술은 한의 위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데, 데이비드!?”
웨스트힐 감독이 데이비드의 대답에 놀란 얼굴이 되어 말리려고 했다.
이런 자리에서 전술에 관련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이거 제대로 한 방 먹었는데요? 역시 캡틴 해머스입니다. 날카롭게 우리 전술을 분석하고 있었군요.”
그리고 오히려 조레스 감독이 감탄한 얼굴로 데이비드를 인자하게 바라보았다.
기자 회견의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 감사합니다! 상대를 분석하는 습관은 한 덕분입니다. 한은 언제나 얘기하죠. 상대를 잘 알고 대비한다면, 그라운드 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길 수 있다고.”
“훌륭합니다! 그러면 우리 뢰블레가 어떻게 싸워 왔는지 잘 알고 있겠군요?”
묻는 쪽이 조레스 감독이 되어 버렸지만, 기자들은 오히려 말리지 않고, 이 상황을 영상으로 글자로 담으려고 노력했다.
“예. 감독님께서는 한의 위치를 크게 지휘자, 묠니르, 혁명가로 구분 짓고 상대에 따라 위치를 조정하셨습니다. 먼저 조별 예선에서는 전력이 약한 팀들을 상대로 한을 포워드인 혁명가의 위치에 배치하며 많은 득점으로 쉽게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죠. 16강전에서는 조직력이 강한 독일을 상대로 한의 위치를 리오네 시절의 지휘자로서 알맞게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 공, 수를 조율하게 했습니다.”
“오! 맞아요!”
“그리고 8강전 아르헨티나, 그리고 4강전 스페인과 같은 개인 기술과 연결이 뛰어난 팀을 상대로 했을 때는 한의 위치를 묠니르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며 포워드와의 유기적인 연결을 끌어올려 승리를 따냈습니다.”
“한을 잘 알고 있군요? 계속 이야기해 주겠습니까?”
조레스 감독이 교사가 되어 데이비드에게 다시 물었다.
“예. 언제나…… 언제나 생각합니다. 한이 그라운드 위를 뛰는 모습을……. 그리고 느끼죠. 이 녀석이야말로 진짜다! 이 녀석은 축구 그 자체다! 꿈에서 나올 때는 무서웠던 적도 있죠. 식은땀이 침대를 적실 정도로 녀석을 상대하는 제가 콩알만큼 작아져 버립니다. 미구엘에게는 미안하지만, 신이 존재한다면, 이 녀석일 겁니다. 하지만 제 친구는 사람이죠. 저는 알아요. 제 친구가 얼마나 많은 땀을 훈련장에서 쏟아내는지, 누구보다 일찍 나와 훈련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며 동료의 움직임을 이끌어 내죠. 그래도 저는 진심과 온 힘을 다해 제 친구를 막을 것입니다. 그게 우리 우정에 대한 보답일 테니까요.”
데이비드의 얼굴이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보여 준 얼굴과 비슷하게 바뀌려 하고 있었다.
“흠, 흠!”
웨스트힐 감독이 그런 데이비드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붉어진 얼굴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헛기침을 터트렸다.
그리고 기자들의 시선이 전부 한치우에게 향했다.
“이런, 분위기가 이상해져 버렸네요. 데이브. 감정을 가라앉혀. 저기 편집할 수 있으면, 데이브의 얼굴은 많이 내보내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웨스트힐 감독님. 저 녀석을 대신해 제가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하하하하하하 –
한치우의 재치에 가라앉으려던 기자 회견장의 분위기가 밝아졌다.
언짢은 표정이었던 웨스트힐 감독도 미소로 표정을 바꾸었고, 이제는 데이비드의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음, 먼저 제게 좋은 말을 해 준 데이브에게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에 관해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네요. 하지만 우리는 결국, 승, 패를 나누어야 할 상대이고, 아직 경기는 열리지 않았어요. 이제 모레면 월드컵의 주인이 가려질 것이고, 저는 감독님의 전술 지시에 따라 온 힘을 다해 삼사자 군단을 상대할 것입니다. 거기에는 데이브도, 찰스도, 그리고 맥스도 있죠. 데이브?”
말을 이어 가던 한치우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인 데이비드를 불렀다.
“응?”
“봐주지 않을 거야. 적당한 각오로 그라운드 위로 올라올 생각하지 말라고.”
“그, 그래! 당연하지!”
“좋아! 모든 것을 걸고 덤벼라. 그리고 지켜봐. 내가 진정한 챔피언이 되는 순간을 똑똑히 보여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