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2125
마탄의 사수 에필로그 (28)
마지막의 마지막 下
이하는 당황한 채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무, 무슨 소리야? 라르크 씨가 말했던 그, 르뤼에 타고 우주로 가는 거? 그거 나는 안 한다니까. 블라우그룬 씨한테는 두 사람에 라르크 포함, 셋의 의견이 종합될 때 그 의견을 도와주라고 이야기는 끝내 놨는데!”
그러곤 곧장 고개를 저 었다.
미들 어스라는 게임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었으나 르뤼에를 타고 우주를 떠도는 점에 대해서는 참가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그 상황에 대비하여 이하 자신이 없더라도 게임 내 필요한 모든 것들은 주요 유저들을 돕게끔 사용할 준비도 마친 상태였건만.
“블라우그룬만의 힘으로 될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라고 놀고 있었겠냐? 미들 어스 시간으로 400일 동안? 별철, 스타-더스트는 물론이고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온갖 걸 다 시도해 봤다고! 다! 말 그대로 전부! 다!”
“……근데 안 됐어?”
이하가 없이 르뤼에를 가동, 미들 어스의 행성 밖으로 나가는 시도는 전부 실패.
결국 머리를 싸맨 논의 끝에 미들 어스에 남아 있던 유저들은 결정을 내린 셈이었다.
“안 됐으니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별철은 에너지를 증폭화 시킬 순 있으나 결국 그 원천 에너지 자체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난 셈입니다. 그리고一.”
“그게…… 나다?”
“정확히는 네놈의 〈블랙 베스〉지. 신마神魔의 모든 힘을 흡수해 버린, 그 미친 무기가 보여 주었던 그 에너지……. 그것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다.”
하이하가 있어야만 한다고.
이하는 벌써부터 고개를 저으며 거부 의사를 표시, 대안이 될 만한 것을 제시해 주었다.
“그, 그건一. 아니, 내가 아니더라도! 오리엔탈 드래곤 한 다섯 기 더 추가하고! 얼마 전에 〈쥬얼 드래곤〉 일족의 〈크리스탈 드래곤〉들도 찾았잖아? 그쪽에 부탁해 봐! 거기는 단독 개체가 아니라 다개체라 마나도 많을 텐데 그걸 굳이 나한테一.”
“루거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지난 400일 간 우리는 ‘전부 다’ 해 봤습니다.”
그리고 키드와 루거는 바보가 아니다.
하물며 〈삼총사〉의 ‘두뇌’라 불리던 키드가 이곳에 왔다는 건, 정말 그 외의 방법이 없다는 뜻일 터.
이하의 목소리는 사그라들었다.
“한 번 떠나면 며칠, 아니,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그런 것에 집중하다가 또, 우리 은이랑 같이 있을 시간도 없어질 텐데…….”
이렇게나 미들 어스에 접속을 거부하는 것도 물론 아이를 위해서!
하물며 협조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르뤼에의 탑승만 거부하는 것이었으니…….
“로그아웃 시간은 보장하겠습니다. 아니, 로테이션 자체에서 당신은 제외하겠습니다.”
“그래, 나갈 일 있으면 나가고, 종종 와서 에너지만 보충해라. 그 외의 전투 상황이나 기타 등등에서는 없어도 되니까.”
결국 키드와 루거는 그 모든 것을 보장하면서 어떻게든 이하를 끌어들여야만 하는 것이었다.
“싫어, 싫어! 그 에너지 보충이 잦은 타이밍일 테고! 막상 전투 시작하면 어차피 로그아웃도 안 되잖아! 두 사람도 뻔히 다 알면서一. 만약 그러다 우리 은이가 걸음마라도 하면? 아빠라고 불렀는데 내가 놓치기라도 하면一.”
이하는 그런 조건을 듣고도 고개를 저었지만, 그런 그도 찍소리를 못 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아유, 시끄러. 그냥 다녀와, 오빠! 그럴 줄 알고 미들 어스 내의 상황을 밖으로 연동해 주는 모니터도 설치해 놨으니까! 키드 씨, 루거 씨, 오랜만이에요? 잠옷 차림이라 시간이 좀.”
안방에서 나온 람화연의 목소리가 불처럼 퍼졌다.
키드와 루거에게 간단한 인사 겸 ‘사전 연 락 없이 찾아온 타박’을 준 후 그녀는 곧장 이하를 몰아붙였다.
“화, 화연아?”
“미들 어스 안에서의 문제는 나도 자청한테 쭉 듣고 있었고, 오빠가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부터 해 둔 거니까. 상관없어. 접속해도 은이는 모니터를 통해 오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말하자면 미들 어스 안에서 〈초대형 홀로그램〉, 그 화면을 상시 밖의 모니터로 송출하는 거지. 이것도 엄밀히 따지면 ‘반칙’이라 구플 쪽 협조를 얻어야 해서一. 아 참, 키드 씨, 루거 씨? 이건 비밀인 거 알죠?”
설령 미들 어스 안에 있더라도 그들의 딸은 이하를 보고, 이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하가 즉답하지 않았기에 람화연은 다시금 그에게 말하려 했다.
“남자가 되어 가지고, 이런 자리에서 물러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야? 회장님한테 이른……다?”
그러나 그 순간, 이하의 얼굴에 어렸던 [미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순식간에 입꼬리는 원래의 자리로 되찾았지만, 속일 수 없는 자신의 눈에 포착되었던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래도 돼, 화연아?”
조심스레 묻는 남편의 목소리가 평소와는 두 톤 이상 차이가 난다는 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충격을 받은 람화연의 곁에서 키드와 루거가 맞장구를 쳤다.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허락이 떨어졌는데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까.”
“안 그래도 이 집에 미들 어스 접속기 다섯 대 있다고 했지? 잘됐군. 바로 접속하자고.”
두 사람은 벌떡 일어나 주섬주섬 정장을 벗기 시작했다.
물론 맨몸일 리는 없다.
그 안에 입고 있던 것은 움직이기 매우 편한 활동용 운동복!?
람화연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자, 잠깐만. 우리 집에 접속기 다섯 대는 어떻게一. 아니, 키드와 루거 당신이 애당초 우리 집의 위치는 어떻게 알았으며……. 게임 할 준비까지 다 마치고 왔다는 것은一.”
그제야 그녀도 알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을 획책한 자가 누구인지 .
“오빠!”
“으히힛, 그래도! 틈틈이 로그아웃 할 거니까 걱정 마! 저 두 인간이 로그아웃 시간도 보장한다고 했으니까一.”
“진짜, 내가 진짜! 아휴우우一一一一一一一一!”
집이 떠나가라 울리는 람화연의 한숨 소리를 뒤로, 마침내 〈삼총사〉가 다시 뭉쳤다.
미들 어스 안에서도, 현실에서도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진 이하의 웃음소리 위로, 키드와 루거의 웃음이 얹혔다.
* * *
페르낭의 노트 中
미들 어스 차원 우주 탐험
: 하이하 접속 〉 르뤄에 시범 비행 완료 一 본격 발사 일자 확정 D-5
/ 사이아 대륙 수색 당시보다 더 많은 인원 필요하다는 하이하의 주장 〉 라르크가 작성해 둔 인명 목록으로 해결
/ 1차 목표 一 현재 차원 내 지적 생명체 존재 행성 1개 이상 확인 〉 동물 또는 지적 수준 미달 생명체 행성은 노 카운트 방침
※ 람화연이 하이하를 매섭게 노려보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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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 어스 차원 우주 탐험 1일 차
: 르튀에 정상 가동 〉 대기권/성층권 돌파 완료
※ 〈에피소드3: 레볼루션〉 종료, 〈에피소드4: 보야지Voyage〉 시작
/ 마찰이 없는 우주에서 르뤼에의 속도는? 〉 이론상 광속까지 가능
/ 4차 전직 〈다차원의 눈〉 루비니의 지도에 따라, 생명체 가능성 행성 인근까지 광속의 절반으로 접근 계획
/ 본격 우주 탐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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삣—— 삣—— 삣———…….
“생명체 반응 확인! 생명체 반응 확인!”
“속도 줄이겠습니다!”
오라클 직업군 중에서도 특히나 지도에 특화된 〈4차 전직〉, 〈다차원의 눈〉 루비니는 르뤼에를 이용한 항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목소리에 따라 르뤼에 탑승 유저들은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 발견된 게 있나? 적?”
“루비니 씨? 첫 번째 목표 행성까지는 아직 한참 더 가야 하지 않나요?”
루거가 적의 유무를 먼저 물어보고 이하가 의문을 가질 정도로 그들의 항해 계획에는 ‘현시점에서’ 생명체 반응이 확인될 여지가 없었기 때문.
“마, 맞습니다. 분명 행성의 환경으로 보아 생명체가 없을 거라고 판단한 곳이었는데…….”
“반응이 났다는 거죠? 으음, 그럼 일반적인 생명체는 아닐 테고 몬스터 종류에 가깝다고 봐야 하려나.”
극한의 환경에 사는 생명체라면 지적 수준이 일정 이상 도달했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그렇다면 동물 또는 몬스터의 종류일 가능성도 있다.
“행성에 있는 모든 움직이는 개체가 언데드라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기온에 영향을 받지 않으니 말입니다.”
하물며 언데드로만 이루어진 행성도 있음을 [르뤼에의 정보]를 통해 얻은 바 있지 않은가.
키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무렵, 다시 운을 뗀 건 루비니였다.
“아뇨, 아뇨. 그것이, 저, 제가 잘못 본 걸 수도 있어요. 근데, 그…….”
“말해도 괜찮다. 뭐라고 하는 녀석은 내가 곧장 턱주가리를 날려 버릴 거니까.”
머뭇거리는 루비니의 곁에서 루거가 말했다.
보배가 유독 호들갑을 떨며 기정의 어깨를 툭, 툭 건드리는 소란이 잠시 있은 후에야 루비니는 말했다.
“저한테 저장된 정보……입니다. 지금 제 지도상에 표시되는 [생명체 반응]은一. 제가 언젠가 ‘한 번 이상’ 확인했던 생명체예요.”
그녀의 말을 곧장 이해한 자는 많지 않았다.
이하조차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어야 할 정도로 당황스러운 발언이 아닌가.
“저, 저기? 무슨? 네? 루비니 씨의 지도에 한 번 이상 확인이 되었던 생명체라고요?”
“네, 네.”
“아니, 그니까一. 지금 저 행성에一. 르뤼에의 기온 관측 시스템으로는 최저 영하 170도에서 최고 영하 50도, 연 평균 기온 영하 85도라고 뜨는 저 행성에…….”
여기가 어디인지 생각한다면.
저곳이 어디인지 생각한다면.
있어서는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걸 루비니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 그 와중에도 그녀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네, 언젠가 제 스킬에 포착되었던 생명체가 있다고一. 그, 그러니까 이게 오류일 수도 있는데一.”
“누구입니까! 무엇입니까! 어떤 반응입니까!”
“一꺅!? 키, 키드 씨?”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키드였다.
루비니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강한 반응을 보이는 키드를 뜯어말리다 깨달은 건 루거.
“키, 키드!? 이 미친놈이 왜 갑자기一……. 아?”
“……어? 둘이一. 아? 설마? 아니, 우선 키드! 잠깐, 진정 좀 해 봐!”
그런 두 사람을 보다 깨달은 이하까지.
이하와 루거가 가까스로 키드를 진정시키고, 키드가 루비니를 향해 모자까지 벗으며 사과를 하고 나서야 그녀는 다시금 말을 이어 갔다.
“이건 치요……입니다. 우,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다들 아실 거예요. 그리고 이쪽은 바하무트, 그러니까 전대의 바하무트 님이고一.”
자신의 지도에 보이는 생명체 반응이 무엇이며.
그들이 누구인지.
삣—— 삣—— 삣———…….
루비니는 지도의 점 하나를 가리켰다.
“이건…….”
다른 점에 비해 움직임을 갖추고 있는 점 하나.
“소장님……?”
“브로우리스 소장인가.”
좌에서 우로 빠르게, 우에서 좌로 빠르게.
별다른 생명체도 없는 행성에서 자신을 단련시키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점 하나.
키드는 루비니에게 사과할 때 벗었던 모자를 쓰지 않았다.
“[속사]는…… 발로 한다……입니까.”
조용히 중얼거리며 그 모자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야 했으니까.
이하와 루거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툭, 한 번씩 쳐 주었다.
그 이상의 위로도, 그 이상의 축하도 필요치 않다.
지금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
“가 봅시다, 여 러분! 우주는 넓고! 할 일은 많고! 이런 걸 봤는데 그냥 지나치면 인간도 아니지, 안 그래요!?”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죽더라도 가 봐야지. 퉤, 당연한 거 아닌가.”
결과를 장담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 아니겠습니까.”
하나하나 경험하며 사건의 지평을 넓혀 나갈 뿐.
눈앞의 행성을 향해서 그리고 언젠가 도달할 또 다른 행성, 어쩌면 다른 차원의 어딘가를 위해서.
“출발하겠습니다, 하이하 님.”
“네, 블라우그룬 씨. 최고 속도로! 출발!”
이하와 친구들의 모험은, 그 인생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