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오래 기다려 주셨습니다. 이번 대상의 수상자는,”
이게 뭐지?
“한 세대가 아닌, 한 시대가 사랑한, 역시나 올 한 해도 빛낸 아티스트-”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백녹하!”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주변 사람들이 날 향해 박수를 치며 안아 주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떠밀려 앞으로 나아가는데.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단상 위에 올라가고 있었다.
“아, 우리 녹하 씨가 정말 예상도 못 했나 봅니다. 너무 깜짝 놀라시는데요?”
“제가 녹하 씨였다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을 텐데. 정말 언제나 겸손하세요.”
“역시 벼는 익을수록 숙인다더니. 최고의 스타이신데도 겸허하시네요. 이야, 이거 반성하게 되는데요.”
“저도요.”
MC들이 날 보며 칭찬을 하고 있었다.
아니, 겸허한 게 아니라.
지금 이게 뭔….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플래티넘 뮤직 어워드>에 있었는데.
왜 갑자기 여기로 온 거야?
그것도 백녹하가 대상을 받는 순간으로?
“축하드립니다, 녹하 씨.”
차율!
차율은 씩 웃으며 내게 상을 건넸다.
그래.
이때 시상자가… 차율이었지.
조금씩 기억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우리 녹하, 축하해. 뭘 그리 놀라. 당연히 대상은 너 꺼지!”
차율이 내 귓가에 대고 속닥였다.
이상하게도 차율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차율이 나를 ‘청아’, 하고 부르는 게 아니라.
‘우리 녹하’라고 부른다.
나는… 백녹하다.
지금 나는 윤청이 아니라, 백녹하다.
정신 차려, 백녹하.
대상 받는 순간을 망칠 순 없잖아.
“먼저, 여기까지 오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늘 그랬듯, 기쁜 마음을 한껏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날 보며 뭉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지? 하고 의아해하는 순간.
내 뺨에 뜨거운 감촉이 느껴졌다.
아.
혹시 지금 내가….
울고 있나?
“녹하야! 장하다, 내 새끼. 기특하다, 내 새끼. 아유, 내가 뽀뽀라도 해 주고 싶은데, 진짜. 화장 지워질까 봐 참는 거야.”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백주하가 내게 달려왔다.
“캬, 3년 연속이라니. 이게 진짜 얼마나 귀한 상이냐. 나도 한번 만져 봐야지.”
“주하 언니.”
“응? 어, 만지지 말까?”
백주하가 내 표정을 보더니 당황했다.
“엄마… 우리 엄마 괜찮아?”
“어머님?”
백주하가 의아한 얼굴로 날 보았다.
“어머님이야… 지금 집에서 시상식 잘 보고 계시겠지. 왜? 뭐, 어디 걱정되는 거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됐다.
내가… 내가 해낸 거야.
그 모든 게 꿈이 아니었어.
“…아냐. 그냥.”
“너 뭔 일 있어? 대상 받았는데 애 상태가 영….”
“아냐, 아냐. 그냥… 너무 얼떨떨해서 그래.”
“대상 처음 받아 봐? 넌 애가 참. 겸손도 그 정도면 병이여.”
백주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얼른 집 가자. 언니. 나 엄마가 진짜 너무 보고 싶어….”
“어?”
그제야 백주하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
그러나 더 묻진 않았다.
그냥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파트 전체에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정말 미친 듯한 대폭설이었다.
이상하다.
그날 이렇게 많은 눈이 내렸었나.
온 세상을 뒤덮을 정도로 내리는 눈을 헤치고 집에 들어서자.
“엄마.”
“녹하야?”
엄마가 있었다.
“엄마아….”
엄마가 정말, 내가 아는 그 상태로… 잘 있었다.
“얘가 왜 이래? 대상 받더니만. 뭐가 그렇게 서러워.”
“엄마. 이 진짜 바보 엄마야…….”
나는 엄마 품에 안겨서 엉엉 울었다.
“엄마 왜 가스 불을 안 잠그고 살아….”
“어?”
“아니 왜, 가스 불을 안 잠그고 자냐고….”
“너 어떻게 알았어? 우리 집에 CCTV 달아 놓은 거 아니지? 얘 되게 웃기는 애네. 안 그래도 바로 정신 차렸어. 창문 열어 놓고 잤는데 집 안에 눈이 들어와서 깼지 뭐니. 하긴. 눈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하긴 했다.”
엄마가 황당해하는 게 들렸지만.
나는 그냥 내 마음대로 울었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엄마는 내 1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도.
내가 우는 내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게 오히려 더 서러워서 펑펑 울었다.
펑펑 내리는 눈만큼이나.
펑펑 눈물이 내렸다.
“엥?”
내 개인 작업실.
백주하는 날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사람들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백주하는 내가 건넨 종이에 쓰인 이름들을 훑어보았다.
“서백영. 류보라. 김금. 연주홍…. 연주홍? 김금?!”
백주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날 보았다.
“얘네 둘은 너도 알잖아? 유명한 애들인데?”
“뭐, 근황이야 대충 알고 있긴 한데. 개인적인 친분은 없어서.”
“그럼 시상식에서 번호라도 따지 그랬어? 왜 개인적으로 조사를 해?”
“…그냥. 부탁 좀 할게, 언니.”
백주하는 정말 이상하다는 듯, 날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서백영, 류보라…. 둘 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인데…. 류보라…. 어디서 들어 봤더라…. 잠깐.”
백주하가 고개를 휙, 쳐들었다.
“야, 너. 그 국민 여동생 류보라 뒷조사를 해 달라는 거야, 지금?!”
“요즘 국민 여동생이 어디 한둘인가. 그리고 어차피 활동 안 하잖아, 류보라.”
“그건 그렇긴 한데…. 서백영은 또 누구야?”
“언니 기억날지 모르겠다. 그, 컬러즈에서 데뷔했던 스틸블루라고.”
1년 만에 망한 걸그룹이 있거든요.
거기 있던 사람이에요.
“아. 기억난다. 나 그 프로그램 봤거든. 얘 되게 괜찮은 애였는데. 팀원들을 잘못 만나서.”
“그렇지?”
“김려유인가…. 걔랑 조희온이 완전히 말아먹었잖아.”
그랬지.
나는 피식, 웃었다.
“거기 윤청이라는 애도 기억나?”
“윤청? 누구였지…. 아, 메보?”
“응.”
“어, 뭐. 기억은 나. 걔 노래 잘했지. 끼는 없었지만.”
“그랬지.”
“좀 안쓰러웠어, 걔는. 진짜 욕먹어야 할 애들은 안 먹고 걔가 다 먹었잖아.”
나는 쓰게 웃었다.
이게 사람들이 기억하는 스틸블루라니.
“걔는 요즘 뭐 하고 사나 모르겠다. 잘 살겠지, 뭐.”
“…그러게.”
사실은 전혀 아니겠지만.
나는 윤청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하진 않았다.
그 애가 어떻게 살고 있든.
소식을 듣게 된 순간, 내 마음이 불편해질 것 같아서.
“그래, 다 알아봐 줄게. 근데 갑자기 왜…?”
“그냥. 좀….”
나는 머뭇거리며 잠시 말을 골랐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내 마음은 대체 뭘까.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아니면….
“친해져 보고 싶어서.”
그냥.
그 사람들이 너무 보고 싶은 걸까.
“안녕하세요~”
넓은 연습실.
이곳은 요즘 가장 잘나가는 댄스 스튜디오의 연습실이었다.
모든 수강생들이 떠났을 시간.
나는 조용히 이곳을 방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임에도,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연습실.
“어떻게 오셨-”
그곳에는 서백영이 있었다.
“어라, 어…. 백녹하 님?”
서백영은 날 보자마자 당황한 표정이었다.
“절 아시…네요.”
“대한민국에 백녹하 님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하하.”
“아.”
서백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나도 뭔가 어색해져서 아무 말도 못 했다.
날 모르는 서백영은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었다.
서백영은 그런 날 보며,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그런데 여긴 무슨 일로…?”
아.
대답을… 해야 하는데.
준비한 말도 있었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서백영은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당황한 눈치였다.
그러다, 혼자 납득한 듯.
고개를 들었다.
“혹시 안무 의뢰하러 오신 건가요?”
“아, 네. 맞아요.”
“신곡 또 준비하고 계시는구나! 저 백녹하 님 노래 잘 듣고 있어요. 특히 [Eternal Summer> 좋아해요. 아, 이건 너무 예전에 나온 노래인가…. 아무튼 다 잘 듣고 있어요.”
그거 당신이 불렀던 노래기도 해.
나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 올렸다.
“그, 백영… 님.”
언니라고 할 뻔하다가.
호칭을 바로잡았다.
“네?”
“그….”
요즘은 뭘 하고 지내?
스틸블루를 했던 그때가 그립진 않아?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아이돌을 포기한 건데.
괜찮은 거야?
당신이 우리 중에서 제일 간절했고.
스틸블루라는 것에 제일 행복해하는 사람이었잖아.
“안무…. [Eternal Summer> 콘서트 버전 안무를 만들려 합니다.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러나 나는 입 안에 교차하는 말들을 뱉지 못하고.
다른 말만 내뱉었다.
서백영은 놀란 눈으로 날 보더니, 씩 웃었다.
내가 의지했던 그 미소 그대로.
“그럼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인걸요. 제가 더 잘 부탁드려요.”
딸랑.
은은한 종소리가 울리고.
“어서 오세요.”
카페의 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새하얀 카페.
주인을 꼭 닮아, 정갈하고 수수한 카페였다.
카페의 한구석에는 빔 프로젝터로 영화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거….
류보라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인데.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홀린 듯, 카운터 앞에 서자.
류보라가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포스기를 보고 있었다.
날 쳐다도 안 보는 류보라는, 정말로….
생긴 건 정말 여전히 그대로인데.
메마른 목소리와 덤덤한 손짓, 오밀조밀한 얼굴까지 모두 다, 그대로인데.
딱 하나.
날 보고 있지 않은 류보라는 너무….
“손님?”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제야 류보라가 고개를 들어 날 보았다.
그제야 내려앉았던 심장이 다시 뛰는 기분이었다.
너는 항상 날 보고 있었구나.
그러고 보니, 내가 류보라를 돌아볼 때마다….
류보라는 항상 먼저 날 보고 있었다.
도움이라도 청하듯, 혹은 내가 도움을 청할까 봐 기다리는 듯.
“에이드 종류… 있나요?”
류보라는 날 물끄러미 보았다.
날 알아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블루베리 에이드와 청포도 에이드 있습니다. 어떤 걸로 드릴까요?”
“…청포도 에이드요.”
“네, 5,700원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끝까지 무미건조한 목소리.
나는 카드를 내밀고, 류보라가 건네는 진동 벨을 받았다.
그런데도 자리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이 카페 어디에도….
“손님?”
내 자리가 없는 것 같았다.
“그냥 테이크아웃으로 부탁드릴게요.”
“…네.”
류보라가 그제야, 기묘하다는 듯 나를 뚫어져라 보았다.
그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나는 도망치듯, 에이드를 받고 나왔다.
연주홍을 만나게 된 건.
그로부터 한참 후였다.
솔직히 말해서, 연주홍을 만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서백영과 류보라를 찾아간 후로.
나는 한동안 멤버들을 찾는 걸 그만두었다.
나는 상대방을 아는데, 상대방은 날 전혀 모른다는 것.
그리고 전혀 다른 길을, 다른 운명을 살아가게 된 내 멤버들을 본다는 것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동안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도 그랬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쩔 수 없는 만남이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네, 안녕하세요, 주홍 씨.”
하필 차율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연주홍이 동시에 초대된 것이다.
연주홍과는 아주 안면이 없는 사이는 아니었다.
음악 방송 백스테이지에서 종종 마주쳤으니까.
물론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 본 적은 없었지만.
…왜 그랬지?
연주홍은 언니들 콜렉터인데.
모르는 사람이어도 일단 말부터 거는 애가.
왜 나한테는 말을 안 걸었을까?
…나 별로 안 좋아했나?
괜히 심란해져서 물을 마시는데.
“….”
차율의 표정이 이상했다.
저 언니는 또 왜 저래.
나는 차율에게 나가자는 눈짓을 했다.
“왜 그래?”
비어 있는 대기실.
나는 차율에게 커피를 건네며 물었다.
“아니. 좀…. 불편해서.”
“불편? 내가?”
“너겠냐? 당연히 다른 사람이지.”
오늘 게스트는 연주홍이랑 나밖에 없는데.
“연주홍이 불편해? 걔가 왜?”
차율은 뚱한 얼굴로 날 보았다.
“니는 진짜 연예계 소문 이런 거에… 나보다도 어두울 수가 있냐?”
“관심이 없으니까.”
“연주홍 쟤 또라이라니까.”
“또라…이?”
누가?
연주홍이?
전혀 매치가 안 되는 두 개의 단어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완전 예민 그 자체야. 나도 한 예민하지만 쟤는 진짜…. 뭔 인간 혐오증 걸린 것처럼 굴잖아.”
…그 연주홍이?
처음 본 사람도 사탕만 주면 따라갈 애가?
“연주…홍이? 왜?”
“너 몰랐냐? 쟤 그…. 소속사 문제로 유명했잖아. 컬러즈에서 학을 떼고 나왔는데 기껏 들어간 게 미드블레스였으니까….”
미드블레스.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 세계의 미드블레스는….
“아무튼 뜨긴 제대로 떴는데…. 애가 좀 또라이야. 카메라 있을 땐 프로인데. 카메라 꺼지면 말도 못 걸겠어.”
“전혀… 몰랐어.”
“그야 니는 니한테 먼저 말 거는 사람들하고만 얘기하니까.”
차율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쟤 예민하니까 함부로 말 걸지 마라.”
그런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말을 안 거냐.
나는 라디오 부스로 돌아오자마자, 연주홍을 보았다.
“….”
그러네.
내가 알고 있는 연주홍의 해맑은 표정이 아니네.
생기 없는 눈.
미동도 없는 입꼬리가….
내가 전혀 모르는 연주홍의 모습이었다.
그때.
“저한테 용건 있으세요?”
연주홍이 내 시선을 느낀 건지, 날 보았다.
“아… 어….”
용건은 딱히 없는데.
그냥… 괜찮은지 물어보고 싶었다고 할 수도 없고.
“사탕 드실래요?”
“네?”
“사탕…이 있어서.”
나는 주머니에서 사탕을 꺼냈다.
괜히 방송국 앞 편의점에서 연주홍이 좋아하는 사탕을 사 왔던 것이다.
이렇게 줄 줄은 몰랐지만.
“지금 뭐, 저 엿 먹이려는 거예요?”
“예?”
“애 취급 하시는 거냐고요.”
어….
애니까….
라고 하기엔 지금은 27살이군.
연주홍 입에서 엿이라는 단어가 나오다니.
이건 좀 신선하다 해야 할지.
“아뇨…. 음, 사탕 싫어하세요?”
“몸무게 관리해야 해서 그런 거 안 먹어요. 선배님이나 많이 드시죠.”
맨날 입에 사탕을 달고 다니던 애가?
그러고 보니, 내가 아는 연주홍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다.
저런 몸으로 대체 어떻게….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슬슬 시작한다, 녹하야.”
그때 차율이 끼어들었다.
그렇게.
연주홍과의 만남도 끝나 버렸다.
“안녕하심까~”
김금을 만난 건, 연주홍을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연주홍을 만나고 나니, 너무 충격을 받아서 역으로 정신이 차려졌다.
내가 지금 회피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백주하에게 부탁해서, 김금을 우리 회사로 초대했다.
같이 곡 작업을 해 보고 싶다는 핑계로.
“이야. 대상 가수가 절 초대해 주시다니.”
“금 씨도 대상 후보셨잖아요.”
“후보랑 찐은 다르죠.”
김금은 멤버들 중 가장 변함이 없었다.
솔로 래퍼로 활동하고 있긴 했지만, 성격이나 곡 스타일은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물론 필터링을 거칠 필요가 없으니, 인터넷에선 호불호가 더욱더 심해졌지만….
“근데 선배랑 저는 스타일이 너무 다르지 않나요? 갑자기 저를 이렇게 소환하신 이유가?”
“음.”
“설마 랩도 하시게요? 남의 밥줄 끊기게 하지 마시죠.”
“…랩에는 별로 재능이 없어요, 제가.”
“오우. 아닐 것 같은데. 잘할 것 같은데요.”
그나마 변화가 없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전혀 편하지 않았다.
“피처링이라도 해 드리길 원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저한테 곡 받아 가시게요? 제 건 선배랑은 궁합이 쫌.”
“…금 씨.”
“예?”
“솔로로 활동하는 건… 어때요?”
김금은 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냐는 눈으로 날 보았다.
“선배도 솔로 가수다 아니에요? 뭔 대답을 원하시는 건지?”
“그냥 김금 씨는 어떤가 해서요.”
“음.”
김금은 여전히 미심쩍다는 눈이었지만, 내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전 잘 맞는 것 같은데요.”
“그래요?”
“네. 어차피 인생 혼자 살다 혼자 죽는 거니깐. 전 누구랑 같이 있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요.”
“….”
“그런데 활동까지 같이? 음. 진짜 싫었을 듯.”
김금은 피식 웃었다.
“옛날에… 아이돌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아아, 그거요?”
김금은 눈썹을 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흑역사죠. 제가 아이돌? 진짜 안 어울렸을 것 같지 않아요?”
아니다.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았던 김금도 변했다.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모든 게.
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변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