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cover Professor at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727
727화 에필로그
한스는 신문을 펼쳤다.
신문에는 온갖 사건들을 떠들고 있었다. 아마 라디오를 켜도 마찬가지겠지.
매일 새로운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는 세상이다.
거인의 등뼈 너머 새로운 대륙.
간혹 구름 너머 목격되는 커다란 드래곤.
엘프 왕국과 제국의 무역 협정.
그러나 아무리 꼼꼼히 기사를 읽어 봐도 마왕 히스클리프의 처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것도 그렇겠지. 대놓고 처형하는 것만큼 시끄러운 게 어디 있다고.’
마왕의 처형은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여전히 산재하는 극악범죄자들 사이에서 정체도 알려지지 않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이다.
한스는 괜히 울적한 마음이 들었다.
‘형님.’
루드거가 사라지고 3년이 지났다. 그리고 마침내 루드거를 찾을 수 있다는 소식에 그는 가진 돈을 풀어 차원 마법에 지원을 했다.
실제로 루드거는 돌아왔다. 하지만 그를 실제로 마주할 수는 없었다.
한스 또한 3년 전 있었던 성전에서 빠질 수 없는 전범이었다.
제보당의 괴수와 한스를 엮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가 움직이면 다른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나 참. 그럴 생각도 없구만.’
한스는 신문을 접어 테이블 옆에 놓았다.
그가 앉아 있는 흔들의자가 절로 움직였다.
한스의 눈빛이 목재 난간 너머를 향했다.
그곳에는 꿈에 그리던 황금 밀밭이 펼쳐져 있었다.
한스는 신문 옆에 놓인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 있는 맥주잔을 쥐었다.
시원한 맥주가 청량하게 목을 축였다.
서쪽으로 저무는 태양이 뜨겁게 타오르며 밀밭을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그래 이거다.
이게 바로 한스가 꿈에 그리던 그 광경이었다.
평화로운 시골에서, 자신만의 주택을 짓고, 그곳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것.
마침내 그는 꿈을 이루었다.
‘그런데 뭘까.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루었는데, 마음속에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생긴 거 같아.’
한스는 옛날이 그리웠다.
오웬즈의 동료들과 함께 활동하던 때가 말이다.
분명 힘들었다. 일 때문에 과로하고 골치가 아팠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때로는 목숨마저 걸어야 했다.
그래. 굳이 따지면 치를 떨어야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날의 풍경이, 언제나 눈앞에 아른거리는 이유는.
‘어쩌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건, 이런 지루하기까지만 한 평화가 아니었을지도.’
맥주잔을 놓은 한스가 자조적인 미소를 흘리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실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이렇게라도 살아야지.
나약한 마음을 다잡으려는 그때였다.
콰아아앙!
인적한 창고에서 커다란 폭음과 함께, 창고의 튼튼한 문짝이 튕겨 나와 바닥을 굴렀다.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한스는 몸을 움찔 떨어야 했다.
한스의 눈동자가 창고를 향했다가, 이내 그 표정이 한 없이 일그러졌다.
“아니, 얼마 전에 그토록 주의를 줬는데, 또 하루를 못 넘기고!”
이젠 못 참아!
흔들의자에서 일어난 한스가 창고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부서진 문 너머 창고에서 검은 매연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또 무슨 짓을 한 거요!”
한스가 외치자, 창고 안쪽에서 자그마한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콜록. 아이고, 분명 이번에는 잘될 거 같았는데, 이상하네.”
갈색 피부에 새하얀 머리카락. 아담한 체구와 기름기가 가득 묻은 멜빵 의복.
세리단 아이언피트가 검댕이가 가득한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웃었다.
“그래도 죽지 않았으니까 괜찮잖아?”
“괜찮기는 개뿔! 지금 창고 문짝 날아간 거 안 보이는 거요? 오늘로 벌써 창고 수리를 맡긴 지 세자릿수가 넘었소!”
세리단이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그야 창고가 너무 약하니까 그렇지. 다음에는 조금 더 크고 튼튼한 거로 지어 봐.”
“애초에 창고 용도가 뭐요! 댁이 폭발물 실험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란 말이오!”
한스가 노발대발했지만, 세리단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치. 돈도 많으면서 쪼잔하게.”
“돈은 그쪽도 많잖소! 퇴직금으로 받은 게 얼마인데!”
“돈 없어! 다 썼으니까!”
“자랑이다!”
“그러니까 돈 내놔! 안 그러면 확 다 터뜨려 버린다?”
“이젠 협박까지 하네!”
한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지긋지긋한 드워프 소녀는 기어코 자신이 있는 곳까지 따라왔다.
어디 따라오기만 했나. 남의 집 창고를 멋대로 개조하고 폭발 실험실로 쓰는 것도 모자라 둥지를 틀어 버렸다.
그렇다. 한스는 자신의 꿈만 같은 낙원에서 혼자 살고 있지 않았다.
세리단이라는 식충이 하나를 끼고 있었지.
‘신이시여. 대체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아, 신은 죽었지?’
한스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뭐 어쩌겠는가. 이게 다 자신의 업보인 것을.
그러는 그때, 저택 내부의 창문이 열리며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식다 준비 다 끝났어요! 들어오세요!”
머리를 내밀며 외친 것은 아르파였다.
한스와 같이 사는 것은 세리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아르파 또한, 이곳에서 신세를 지고 머무르고 있었다.
어디 아르파뿐일까.
“오빠. 저 두 사람이 떠드는 것도 하루이틀도 아닌데, 그냥 무시해.”
아르파의 곁에서 베티가 한 말이 한스의 귓가에 선명하게 들렸다.
조용히 말해도 될 텐데 대놓고 저러는 건 그냥 들으라는 거다.
예전에 왜 그러냐고 따졌더니, 둘이 염장 지르는 꼴이 짜증 나서 그랬다나.
‘제길. 아르파 동생이 데다가 어린애라 뭐라 하기도 그렇고.’
베티, 그러니까 아르파의 여동생인 그녀는 마침내 아르파와의 기억을 되찾았다.
그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인 혼란을 겪은 베티였지만, 지금은 아르파의 지극한 보살핌 아래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베티는 케이시 셀모어의 조수 일을 그만두고 아르파와 함께 지내기를 택했다.
케이시 또한 자신의 조수였던 베티를 흔쾌히 보내 주었다.
-그래.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 거라 생각하고는 있었지. 너도 이제, 네가 원하는 삶을 살아.
케이시가 베티에게 떠나면서 해 줬던 말이다.
물론 베티는 그 말에 감동의 눈물, 같은 걸 흘리지 않았다.
-뭘 그냥 보내요! 퇴직금 내놔요! 내가 일한 만큼!
……아무튼 그만큼 당찬 아이다 보니, 이 주택을 주름잡는 가장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다.
집주인인 한스도 가끔 베티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였다.
“와아! 밥이다, 밥! 오늘은 만찬에 파티다!”
세리단은 한스의 잔소리를 상대하기 귀찮은지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잠시 후 집 안쪽에서 ‘어딜 그냥 들어와요! 빨리 씻어요!’라는 베티의 표독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한스는 쓴웃음을 흘리며 집으로 향했다.
꿈에 그리던 자신만의 집.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보니, 당연히 본래 생각했던 아담한 2층 주택보다 더 커져 있었다.
하지만 그 북적거림이 그렇게 싫지 않았다.
오늘처럼 손님을 초대하는 날을 위한 식당도 있었으니까.
문을 열고 들어간 한스는 입구 복도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게시판을 보았다.
베티가 이곳에 오면서 만든 거였는데, 집 안에서 꼭 지켜야 할 규율을 적어 놓겠다고 만든 것이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건 흐지부지되고, 그 대신 이 게시판의 용도는 다른 것으로 변했다.
바로, 사진이었다.
“거참.”
한스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커다란 게시판의 위로는 사진이라 부르는 물건이 핀셋에 고정되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컬러 사진이라 했던가.
이전에도 사진 비슷한 건 있지만, 흑백이라 사람 얼굴도 제대로 구분 못했던 물건이다.
그런데 지금은 컬러로, 그것도 더 선명한 화질로 나오게 됐다.
마법도 아니고, 과학으로 만들어 낸 힘이었다.
다양한 색깔이 깃든 사진 안에는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찍혀 있었다.
“또 사진을 왕창 보냈구만.”
한스는 게시판 옆에 놓인 소포를 확인했다.
소포를 뜯고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새로 보내 준 사진이 여럿 담겨 있었다.
발신인은 에이단이었다.
“거참 형님 아래에서 가르침 받던 그 애송이가 어느덧 이렇게 됐다니.”
에이단은 세오른을 졸업한 뒤, 세상을 돌아다니는 탐험가가 되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우여곡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멈추지 않는 끈기와 열정을 지닌 에이단은 그걸 기어코 해냈다.
젊은 나이에 세계 곳곳을 탐험하며, 새로 얻은 사진기를 이용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마경을 촬영하는 그는 부쩍 유명세를 올리고 있었다.
물론 그의 곁에는 테이시 프리아드라는, 이제는 거의 단짝처럼 붙어 있는 귀족 소녀도 떼어 놓을 수 없었다.
몰락한 가문을 살리고자 했던 테이시의 꿈은 이루어졌다.
그녀 또한 세오른에서 손꼽히는 재능을 지닌 기재였기에, 뛰어난 수완과 불꽃 같은 성격으로 가문을 재건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여유가 생긴 그녀는, 이제 남편인 에이단 프리아드를 내조하기 위해서 그와 함께 세상을 돌아다녔다.
한스는 다음 사진으로 넘겼다.
“오. 이번엔 여기로 갔나?”
북부의 험난한 피요르드 지형을 낀 바다.
그곳에서 작살을 쥐고 있는 판토스의 뒷모습이 보였다.
판토스는 전쟁이 끝나고, 다시금 사냥을 하러 가겠다며 북부를 헤집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지금 사진도 그렇다.
판토스는 이제 작은 나룻배를 타고 다니지 않았다. 그 대신, 아주 거대한 고래 같은 것을 타고 바다를 누볐다.
물의 원소군주.
존재 자체만으로 해일을 일으킬 수 있는 정령의 끝판왕을 상대로 혈투를 벌인 끝에, 친구가 된 것이었다.
‘뭐, 원채 괴물 같은 사람이었어야지.’
한스는 사진을 넘겼다.
그곳에는 막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는 알렉스와, 병실에 앉아서 산후조리를 받고 있는 엔야 조이너스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태어난 아이는 건강한 아들이었다. 기사인 부모를 잘 만났으니, 아이 또한 별 탈 없이 잘 자라게 될 것이다.
참고로 알렉스는 지금 기사 사관 학교의 교관으로 지내고 있었다.
기사 사관 학교도 많이 변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 루터스 워도트가 날을 잡고서 온갖 비리를 파헤치고, 체계를 싹 다 갈아엎은 덕이었다.
한스는 사진을 고이 핀으로 고정시키며 다음 걸 살폈다.
그곳에는 벨라루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 곁에는 세오른의 교사인 크리스 베니모어도 함께였다.
“어휴. 보기만 해도 그냥 피부가 간지럽네.”
두 사람의 모습은 사진 너머로 보는 건데도 닭살이 돋을 정도로 애절해 보였다.
그 벨라루나의 음침한 모습만 보다가, 사진 너머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화사하게 꾸민 모습을 봐서 그런가.
놀라운 걸 넘어서 경악, 심지어 공포심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조만간 청첩장이 날아올 거 같은데, 그걸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애써 모른 척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한스는 급하게 다음 사진으로 넘겼다.
그곳에서 시장실에 앉아 있는 비올레타가 있었다.
성전에서 크게 상처 입은 그녀였지만, 공색의 마법사가 된 이후에 그녀는 부상을 훌훌 떨쳐 내고 다시 로열 스트리트로 돌아왔다.
원래도 수완이 뛰어났던 그녀지만, 공색의 마법사가 되면서 모종의 진화라도 겪은 건지, 그녀는 순식간에 주변 일대 사업을 휘어잡아 버렸다.
어마어마한 돈이 모여들었고, 그녀의 입지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그러더니 기어코 레더벨크의 시장 출마에 나서기까지 했다.
뒷세계 출신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어서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지만, 비올레타는 그런 구설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당당하게 승리를 따냈다.
이제는 어엿한 시장님으로서, 도시 발전에 열심히 이바지하고 있었다.
아마 출세한 걸로만 따지면 오웬즈 멤버 중 최고가 아닐까.
다음 사진을 보았다.
그곳에는 연두색 머리카락의 어린 소년이 수인족 특유의 복장을 입고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에이단의 친구이자, 루드거의 학생 중 하나였던 레오였다.
그런 레오의 곁에는 이오나가 레오와 비슷한 복장을 하고 다소곳이 함께 앉아 있었다.
한스는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복장, 수인족이 혼례식을 열 때 입는 복장이었다.
레오는 이오나와 혼례를 올렸고, 차기 수인족장의 데릴사위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사진이 더 있었다.
한스는 그 사진들을 정성 들여서 게시판에 고정했다.
꽤 커다랗던 게시판이 사진들로 북적한 모습을 보니 괜히 뿌듯해졌다.
“한스 씨! 여기 와서 접시 좀 날라 줘요!”
복도 너머 부엌에서 베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집주인을 이렇게 부려 먹는 세입자가 어디 있을까.
한스는 이제 익숙하다는 듯 터덜거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어느덧 노을이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부엌 안쪽의 불빛이 켜졌고, 만찬을 위한 손님들이 하나둘 방문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맛있는 요리를 먹겠네.”
“어서 들어가자. 세디나.”
“아, 잠깐만. 온 김에 이거부터 하자.”
세디나 로쉔, 줄리아 플룸하트.
두 사람은 자신들의 사진을 게시판에 고정했다.
두 사람이 들어가고 새로운 손님이 속속이 도착했다.
“선배. 어서 와요.”
“으음. 리네, 이제 졸업도 했는데, 선배라고 하기엔 좀 그러니 편하게 언니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아하하. 그런가요? 저는 이게 입에 익어서요.”
“……뭐, 선배라고 불러도 나쁘지 않겠네.”
리네와 에렌디르 폰 엑실리온.
그녀들도 들어가기 전에 각자 자신의 사진을 게시판에 걸었다.
리네는 어엿한 마법 연구원이 되었고, 에렌디르는 언니의 등살이 못 이겨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열심히 공부 중이었다.
“어, 뭐야. 우리가 좀 늦었나 보네? 플로라, 그러니까 빨리 가자고 했잖아.”
“흥! 귀족으로서 준비 과정이 긴 것은 당연한 거야. 셰릴.”
“그런 것치고는 오늘 옷은 뭐 입을지 엄청 고민했으면서.”
“조, 조용히 해.”
플로라와 셰릴도 미리 찍은 사진을 게시판에 걸었다.
“허허. 설마하니 이런 곳에 초대를 받을 줄이야. 그보다 괜찮나? 늑대 공자.”
“너무 그러지 마시죠 카다투샨 공작님. 지금도 가문 승계를 위해 교육 받느라 머리가 아픕니다.”
“클클. 배부른 소릴 하는군. 그래도 곁에 든든한 친구가 있으니 괜찮지 않나. 그래, 헨리라고 했지?”
“예. 헨리 프레스토입니다. 이름을 기억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됐네, 영광은 무슨. 하여튼 요즘 젊은 것들은 우리 때보다 더하다니까. 쉽지가 않아. 자, 어서 들어가세. 루모스 공작도 먼저 와 있다는데, 우리가 늦어서 되겠나?”
“……예, 그렇군요.”
헤이백 카다투샨, 프로이덴 울부르크, 헨리 프레스토.
셋이 간 뒤에 또 다른 사람들이 방문했다.
“어머, 벌써 많이도 온 모양이네요.”
“아무래도 모처럼의 만찬이니까요. 오늘 올 손님도 있고요.”
“그러네요. 어머 사진들 좀 봐. 그리운 얼굴들이 많네요.”
“그중에 반절 이상은 지금도 보고 있지만요.”
“윌포드 씨도 참.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죠. 사진은 여기에 걸면 되는 거죠?”
엘리사 윌로우와 윌포드.
“메릴다! 어서 빨리 와요. 저희 지각이에요!”
“셀리나. 오늘 따라 너무 기뻐 보이네. 응? 복장도 아주 제대로 힘을 주고 말이야.”
“그치만 모처럼 만나는 걸요. 당연하죠.”
“흐음? 그런가?”
“뭐예요 그 반응은! 아무튼 어서 가요! 아차차 내 정신 좀 봐. 이걸 깜빡할 뻔했네요. 여기 사진!”
셀리나와 메릴다.
“헤, 헤헤 여기도 오랜만이네요.”
“음. 솔직히 내가 여기 끼어도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걱정 마요. 모두가 즐기는 자리니까요.”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내 사랑. 당신이 내 곁에 있으니까.”
“아아. 크리스.”
벨라루나와 크리스 베니모어.
“음. 벌써부터 북적북적하네. 어디 우리 베티는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볼까?”
“케이시. 청승맞게 굴지 말고 얌전히 있으렴.”
“아 언니.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케이시 셀모어와 마리아스 셀모어.
“에이단! 지금 뭐 해! 빨리 오라고! 사람들 다 모였잖아!”
“테이시. 너무 그러지 마. 우리도 최대한 빨리 온 거라고.”
“어휴, 에이단 네 그 느긋한 성격은 언제 바뀔는지 모르겠다. 결혼하면 나아질 줄 알았더니 더 심해졌네.”
“하하. 레오 너도 그렇게 말하기야? 그러는 너는 좀 많이 나아진 거 같네. 더 솔직해졌다 해야 하나?”
“맞아. 레오, 의외로 어리광쟁이야.”
“이오나! 괜한 소리는 그만해! 그보다 에이단,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사진 걸어야지. 미리 찍어서 택배로 보냈는데, 아직 못 보낸 게 몇 개 있어서 말이야.”
에이단은 찍어 놓은 사진을 게시판에 걸었다.
구름 너머 하늘을 나는 용이 찍힌 사진이었다.
용 위에 백색과 흑색 반반 머리를 지닌 여자를 봤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도시 괴담처럼 떠돌고 있었다.
사진도 멀리서 찍은 거라 흐릿해서 확인이 힘들었다.
다른 하나는 마을 사람들의 밭에서 일하는 캐서린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언쇼 가문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의 일을 도우며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었다.
“다 됐다!”
“어서 가자니까! 우리가 제일 늦었어!”
“에이, 그럴 리가.”
4인방을 마지막으로 부엌 쪽에서 왁자지껄한 소음이 계속됐다.
모인 사람들이 사람들이다 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렇게 모든 손님이 왔을 거라 생각하는 순간, 현관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구둣발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흠?”
그는 게시판에 붙은 사진들을 보더니 이내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게시판의 중심, 마치 누군가를 위해 비워 놓은 빈 곳에 마지막 남은 퍼즐을 끼워 맞췄다.
한때는 히스클리프였던 남자이지만, 이제는 루드거 첼리시가 된 남자.
장발이었던 머리도 짧게 친 그가 태양 아래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는 자세로 찍힌 사진이었다.
“적당하군.”
그렇게 중얼거린 남자는 이내 모두가 기다리는 만찬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