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actor who brings misfortune RAW novel - Chapter (403)
소년은 부모를 향해 순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이 부드럽고 온화했으나, 그의 눈동자만은 달랐다.
그래, 눈동자였다.
이 기묘한 긴장감의 원인.
소년의 까만 눈동자 안에서 분노와 환멸감이 파도처럼 출렁거리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병실로 들어갔고, 부모와 대화를 나눴다.
[“(재작년에 뇌 동정맥 기형 진단을 받으셨네요? 관련 치료는 계속 받고 계신가요?)”] [“(네. 일단 약물 치료만요.)”] [“(크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질 확률도 있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어요.)”]꽤 긴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소년은 병풍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
언뜻 보면 순하게 보이는 미소는 강렬한 눈빛과 섞여 다양한 느낌을 주었다.
―기분 묘하네….
―엄청 어려 보이는데 연기 잘한다
―주변에 저런 애 꼭 있었음. 웃고 있는데 눈으로 욕하는 것 같은 애들
이연재가 만들어 낸 에단은 도로 위에서 죽어 가는 야생 동물처럼 느껴졌다.
날카로운 이빨 때문에 함부로 손을 댈 순 없지만, 그렇다고 홀연히 지나치기엔 신경 쓰이는 존재.
그가 뿜어내는 살기는 의사가 질문하는 신에서 더욱 강렬해졌다.
[“(에단, 간호사 선생님한테 옥상으로 올라가는 방법을 물었다며?)”]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선생님. 상쾌한 공기를 쐬고 싶어서 그랬죠.)”]소년은 싱긋 웃었다.
그는 첫 등장 신 이후로 내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로 짓고 있는 미소는 여전히 사랑스러웠으나, 이쯤 되니 묘한 껄끄러움이 들기 시작했다.
이어진 대사를 들은 후에는 더욱 그랬고.
[“(선생님은 막을 수 없을 거예요.)”] [“(…….)”] [“(가장 중요한 건 이거예요. 당신이 무슨 수를 쓰든 간에, 결국 그 일을 막을 수 없을 거라는 거요.)”]그 말을 뱉는 얼굴은 단호했고, 어떠한 두려움도 읽히지 않았다.
의사는 한순간 말을 잃었다.
[“(그럼 나가 주시겠어요?)”]소년은 입꼬리를 올렸다.
날카로움에 손이 베일 것 같은, 선명한 미소였다.
* * *
이후 의사는 퇴근 후에도 에단의 병실을 찾는 등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에단이 아무리 선을 그어도, 의사는 그에게 말 걸기를 멈추지 않았다.
[“(선생님, 안 바쁘세요?)”] [“(바빠. 피곤해 죽겠어.)”] [“(그럼 집에 가서 쉬시면 되잖아요.)”] [“(말했잖아. 네가 이유 말해 주면 가겠다니까.)”] [“(…….)”]상대방이 예상 밖의 태도로 나오자 에단은 당황했다.
여전히 그의 얼굴엔 미소가 걸려 있었으나, 대화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가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에단의 미소가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시청자들도 느끼던 무렵이었다.
[“(선생님, 3호 병실에 발작이요!)”]그날이었다.
에단은 입원한 이후 처음으로 발작 증상을 보였다.
놀란 의사가 다급히 뛰어간 그곳엔 억지로 웃고 있던 소년도, 죽음을 각오한 소년도 없었다.
극도의 고통에 몸을 버둥거리는 어린애만 있었을 뿐이다.
[“(으, 아.)”]에단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보였다.
그의 팔과 다리가 허공에서 세차게 흔들렸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기괴한 느낌을 주었다.
[“(흐으, 윽.)”]숨을 쉬고 있는 순간이 고통으로만 가득 찬 절규였다.
30초 정도 이어지는 발작 동안 의사는 망연자실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건 TV로 보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는 내가 너무 괴로워 🙁
―이걸 연기라고 할 수 있을까? 배우의 수준이 정말 놀랍다.
―와, 나 방금 소름 돋았어. 뭔가 익숙하다 했는데 쟤 ‘트윈스’ 나온 애잖아??
└댓글 보고 찾아봤는데 해당 작품으로 칸에서 남우주연상도 받았네. 이런 배우를 왜 몰랐지?
└저 배우 ‘킬링 혼’이라는 드라마에도 나왔어. 거기서도 연기 죽여주니까 꼭 보는 걸 추천해.
└킬링 혼은 또 뭐야? 생각보다 작품을 많이 찍었네
에단의 발작 신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다.
해당 부분을 잘라 올린 영상의 조회 수가 이를 증명했다.
이후 의사는 자신이 수술비를 대 주겠다고 나선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의사의 따뜻한 면모에 시청자들이 훈훈함을 느끼던 찰나.
[“(누가 대신 돈 대 달래요?! 저리 꺼져요!!)”]생각지도 못한 에단의 반응에 다들 어리둥절해졌다.
에단은 그동안 잘 짓고 있던 미소도 집어치운 채, 의사를 향해 분노를 쏟아 냈다.
그의 부모가 옆에서 말려도 소용이 없었다.
격한 움직임에 링거 주사가 빠지고, 그의 팔뚝에서 피가 주룩 흘렀다.
진정제를 찾는 간호사들 사이에서 의사는 멍하니 에단을 바라봤다.
[“(에단, 제발….)”]에단은 부모가 울다 지쳐 실신에 이르고 나서야 진정했다.
착잡한 얼굴로 생각해 보겠다고 답한 그는 그날 밤 옥상 문 열쇠를 훔치는 데 성공한다.
―안 돼.
―오, 제발. 내가 생각하는 게 아니기를.
―아니야. 이건 아니야.
안타깝게도, 에단은 그 결말을 선택했다.
[―퍽!] [“(꺄아아아악!!!)”]무언가 으깨지는 듯한 묵직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경악과 비명이 울려 퍼졌다.
카메라는 의사가 숨을 멈추는 것과 정신없이 건물 밖으로 달려가는 것을 생생하게 담았다.
의사가 조급하게 달려간 곳에는 에단이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끄으, 윽….)”]에단은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그런 에단을 의사는 멍하니 바라봤다.
드라마가 15세 관람가였던 만큼 보기 힘들 정도의 잔혹한 장면이 나오진 않았다.
에단이 옥상으로 올라간 후의 장면은 나오지도 않았고, 그의 피가 도로를 붉게 물들이는 것 정도로만 표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청자가 느끼는 충격은 여전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거 아, 세요? 제가 죽는 건.)”]화면 속 에단이 너무나도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까.
[“(제가 죽는 건… 이 상처 때문이에요.)”] [“(…….)”] [“(병 때문이, 끅, 아니라고요.)”]그동안 봤던 가면 같은 미소는 없었다.
일부러 꾸며 낸 명랑한 미소도, 햇살처럼 화사한 미소도, 단아하게 정돈된 미소도 아니었다.
시청자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에단이 진짜 웃는 건 처음이라는걸.
[“(꼭 알아주세요, 선생님.)”] [“(…….)”]환희로 가득 찬 얼굴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시청자들은 침묵했다.
―나 아까부터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어….
―아틀라스 딜레마 애청자로서 감히 말하자면, 이번 편이 레전드 같아. 정말 역대급.
―우리 조카랑 나이대가 비슷해서 자꾸 조카랑 겹쳐 보여ㅠㅠ
―하, 정말 보기 괴롭다
의사는 두 눈에 눈물이 차오른 상태였음에도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알아, 알고 있어.)”] [“(…….)”] [“(알고 있을게….)”]에단의 까만 눈동자에 의사가 웃는 얼굴이 비쳤다.
분노와 환멸감으로 가득 차 있었던 눈동자는 상대방의 미소를 담는 것으로 끝을 맞이했다.
에단의 숨소리가 완전히 멈추고 나서야 의사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카메라는 서서히 멀어져 하늘 위로 올라갔다.
에단을 끌어안은 의사가 하나의 형체로 보일 정도로 멀어지고 나서야, 화면이 멈추었다.
강렬한 1화의 엔딩이었다.
* * *
―아틀라스 딜레마 안 본 사람? 아직도 인생 낭비하고 있는 사람 있어?
―장담하건대 내년 에미상은 아틀라스 딜레마가 탈 거야
―에단 연기한 배우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은데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알려 줄 수 있을까?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수많은 감상평을 남겼고,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이쯤 돼서 살펴봐야 할 게 있었다.
외국인들의 반응이 이 정도였다면, 과연 한국은 어땠을까?
순딩밤비 @sundubu_bambi
저 에단 마지막 신만 생각하면 숨이 안 쉬어지고 호흡이 어렵고 속이 메스껍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고 머리가 핑핑 돌고 괴로운데 이거 정상이죠? 다들 이러시죠?ㅎㅎ
└아뇨
└그 정도면 병원을 가세요
└삐빅. 비연입니다.
└:)
그렇다.
한국은 난리가 나다 못해 불타오르고 있었다.
[제목: 이연재 지금 F 대학살 중]이번에 나온 아틀라스 딜레마 마지막 장면이 개슬픔
나 웬만한 슬픈 영화 봐도 미동 없는 사람인데 이건 진짜 눈물 날 것 같더라
근데 옆에 F 친구들 보니까 이미 오열 중ㅋㅋㅋ
―F 사살을 멈춰 주세요 제발
―이연재 슬픈 연기 그만해 죽는 연기 그만해
―야, T도 사람이거든? MBTI에 미쳤나. 사람을 감정 없는 기계 취급하네ㅡㅡ
└(ㄱㅆ) 그래서 울었음?
└울진 않았지
└(ㄱㅆ) 거봐ㅎ
―전 T인데도 개울었습니다만. 집에 휴지 부족해서 회사 비품 통째로 훔쳐 와서 눈물 팍팍 닦았는데 불만 있으세요?
└(ㄱㅆ) 아뇨. 죄송합니다.
└글쓴이 대처 잘했다. 원래 미친 애들은 건드는 거 아님.
[제목: 어제 아틀라스 딜레마 보고 펑펑 울었다]어렸을 때 수술 여러 번 받고 거의 10년을 병원에서 살았거든.
지금은 완치된 지 오래고 일상생활 하는 데 전혀 문제없음.
솔직히 이제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드라마 보고 진짜 쓰러지기 직전까지 울었음ㅎ
이연재가 짓는 표정에서 생각이 보인다고 해야 되나.
내가 어렸을 때 했던 생각이 파도처럼 몰려오는데 감당이 안 되더라고.
연기인 거 아는데도 진짜 소름 돋음.
이연재 어렸을 때 아팠나?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지.
―이연재도 사고 여러 번 겪었을걸. 동창들 말 들어 보면 헉하는 얘기들 많음.
―글쓴이 고생 많았어!! 쓰니가 앞으로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다.
―에단의 또 다른 결말을 알려 줘서 고마워. 넌 정말 멋진 사람이야.
[제목: 이연재 연기 개미친 거 아니냐??;]아니 왜 연기를 이 정도로 해
이렇게 살벌하게 할 필요 없잖아 미치닌놈아
킬링 혼 때도 이렇게 울진 않았는데 진짜 이번엔 눈물 콧물 다 흘리고 엉엉 울었다
띠바 생각하니까 또 눈물 나ㅠㅠ
―나도 너무 울어서 머리 아픔
―진짜 미친 연기. 난 보고도 안 믿겨서 돌려 봤다…. 내가 본 이연재 연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음
―근데 진짜 킬링 혼이랑 비교하니까 이상하네. 나도 그때 이렇게 슬프진 않았는데
└킬링 혼은 애초에 판타지잖아
└ㅁㅈ 그리고 백발이라서 완전히 몰입하기엔 좀 거리감이 있었음
―이번엔 주근깨 있는 거 빼곤 그냥 이연재 평소에 다니는 거랑 똑같아서 더 몰입되는 듯
└내 말이ㅠㅠ 진짜 이연재가 죽는 것 같았어
└나도 이 정도로 울었는데 비연은 어떨까 싶다;
└못 봤어? 거기 들어가 봐 지금 장례식 중임
└장례식 ㅇㅈㄹ ㅋㅋㅋㅋㅋㅋ
[제목: 장례식 도중에 이런 말 죄송하지만]제가 좀 급해서 글 남깁니다.
저 밤비한테 차기작은 제발 밝은 거 해 달라고 빌 생각인데 혹시 같이 하실 분 있나요?
―저요.
―저도요.
―저도 같이 가요. 더 이상 밤비를 믿을 수 없어요.
└밤비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내버려뒀다간 저희 마음이 찢어지다 못해 산산조각 날 것 같아요.
―우리 같이 청와대 갑시다.
[제목: 이밤비 현재까지 출연작 정리]지금까지 이밤비가 출연한 작품과 결말 정리해 봤어요.
결말 스포 있으니까 조심.
1. 꼬리(노란 모자)―애매함
2. 느티나무 타는 나비 꽃(유현)―비극
3. 미션 클리어(김수호)―비극
4. 안녕, 나의 썸머(김호윤)―해피
5. 트윈스(이진우, 강태일)―비극
6. 킬링 혼(혼)―비극
7. 신유영(도유영)―해피이긴 한데 애매함
8. 미성년자 가이드(가이드)―애매
9. 아틀라스 딜레마(에단)―비극, 개같이 비극
이게 과연 맞나요?
내 배우가 우주 최강 끝내주는 배우라서 너무 행복한데 이거 맞아요??
어떻게 모든 출연작이 이래요???
이마 팍팍 내려치는 중ㅠ
―제대로 된 해피 엔딩은 안녕, 나의 썸머밖에 없네요ㅎ
└심지어 이건 웹 드라마라 너무 짧아요ㅠㅠㅠㅠ
―저는 이쯤 되니까 걱정돼요. 프레디 형제랑 찍은 좀비 미드 있잖아요. 그것도 설마 새드는 아니겠죠?
└작가가 양심이 있으면 새드는 아니겠죠
└근데 새드일 것 같은 게… 시즌 2 출연진 보니까 밤비 없던데요ㅠㅠ 좀비 미드에서 그럴 일이 죽는 거 말고 어디 있….
└하…. (말없이 소주 깐다)
* * *
‘아틀라스 딜레마’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았다.
이연재의 할리우드 진출작은 프레디 형제 감독의 ‘데드 익스프레스’였으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아틀라스 딜레마’가 데뷔작이나 마찬가지였다.
현시점에서, 이연재가 연기를 잘한다는 걸 모르는 한국인은 없었다.
그의 강렬한 연기는 훌륭하긴 했으나 까무러치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것에 놀랐다.
―아니, 얘 영어 왜 이렇게 잘해?
바로 이연재의 영어 실력.
물론 그가 영어 하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이연재는 릴리 스위티의 뮤직비디오에서 짧게나마 영어 대사를 외친 적이 있었고, 모든 가사가 영어로 된 싱글 2곡을 발매한 적도 있었다.
앞선 근거로 보았을 때, 이연재가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건 충분히 유추 가능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번 연기는 놀라웠다.
―누가 보면 진짜 한국계 미국인인 줄 알겠네;
―발음이 걍 현지인데? 진심 유학 갔다 온 거 아님?
└과거 몰랐으면 진짜 유학 갔다 왔다고 생각했을 듯
―근데 아무리 좋은 강사를 붙여 줘도 그렇지. 저게 2년 만에 가능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