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그런데 다른 배우들은? 다 확정된 거야?”
아직 기사가 난 게 하나도 없기에 남연수가 궁금한 게 잔뜩이었다.
드라마 대본은 어느 정도 진전된 상태냐,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 같냐.
다른 배우는 누구냐.
하나씩 물으라고 한 뒤에, 차례대로 답하자니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왔다.
“여주인공은? 생각해둔 사람 있어?”
“음…… 그거 말인데. 공개오디션을 열까 해.”
“공개오디션?! 또 난리 나겠네.”
남연수는 미리 캐스팅이 되어 이 재밌는 구경을 해도 된다며 또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미리 말해줘서 다행이다.
[성인이 된 한시우의 첫 행보. 영광은 KMB에게!] [한시우, 약속 지켰다. 성인 후 첫 행보는 달콤한 ‘로맨스’] [한시우의 첫 로맨스. 성인이 된 후 남연수와의 합은 어떨까?]왜냐하면, 남연수를 만나고 난 후 일주일 만에 기사가 터졌거든.
미리 말 안 했더라면 왜 또 미리 말 안 해줬느냐고 시달릴 뻔했다.
내 차기작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선인장 형제서부터 각별한 우정으로 유명한 나와 남연수가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거기다가…….
[한시우와 남연수. 한유주와 차일남. 다시 한번 뭉친다! KMB… 선인장의 신드롬 다시 한번?]우리에게 선인장 형제라는 별명을 붙여준 그 드라마 제작진들이 다시 뭉친 것이다.
언론과 네티즌들은 이 소식을 놓치지 않고 열광했다.
얼른 드라마 촬영이 끝나 안방에서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화제 속에 터진 마지막 기사.
바로… 이번 드라마 여주인공 공고였다.
***
기존에 없던 신선한 이미지를 위해 신인발굴을 목표로 오디션을 진행하기로 했다.
애초에 이걸 위해 공개오디션을 개최한 것이기도 하고.
“흐음…….”
KMB 드라마국 건물, 오디션장 앞과 문이 활짝 열린 대기실에는 오늘 몇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몰렸다.
오늘이 여자주인공 공개오디션 날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 헤어진 이유가 진짜 그거야? 말 못 한다더니… 고작…… 고작 그 이유 때문에 그런 거였어? 왜 말을 안 했어…….”
20대 초입으로 보이는 여자가 차일남, 한유주 그리고 내 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번 오디션에 단순히 주연이 아닌 이 드라마의 공동작가로서 참여했다.
세 사람 다 진지한 표정으로 여자의 연기를 보고 체크를 하는 중이었다.
“후우, 여기까지입니다.”
“네, 수고하셨어요. 나가셔도 좋습니다.”
차일남이 방금 연기를 마친 참가자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참가자가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예상은 했지만… 지원자가 정말 많네요.”
“공개로 하자는 거 시우 네가 그런 거다. 이제 무를 수도 없어.”
“아니, 투덜거리는 건 아니고. 그냥 신기하다는 거죠.”
내가 채점표를 뒤적이며 말하자, 한유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 오디션은 유난히 일반인이 많아. 왜인 줄 알아?”
“네? 어…… 공개오디션이니까?”
내 대답에 한유주와 차일남이 시선을 교환하며 웃었다.
“에라이, 이 순진한 녀석아. 당연히 네 얼굴 한 번이라도 보려고 온 거지. 그래서 연기가 별로인 사람이 유난히 많은 거 같다. 네 팬들이야.”
“네? 에이, 설마요.”
“시우가 데뷔한 지는 오래됐는데 참 순진한 구석이 있다니까.”
한유주는 내 말을 듣지도 않고 훈훈한 표정으로 날 보며 중얼거렸다.
설마, 진짜인가?
내가 심사위원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찌라시가 도대체 어디서 퍼진 건지 알아둬야겠다.
“그나저나, 시우 팬들 때문인가. 뭔가 마음에 딱 꽂히는 배우는 아직 없네.”
“그게 제 탓이라고요.”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다.
차일남은 내가 뭐라고 입을 열기 전에 진행요원에게 손짓했다.
이어서 다음 참가자가 들어왔다.
긴 생머리에 전형적인 미인상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눈매가 조금 올라가서 야무져 보이는 인상이랄까.
흰 피부와 검은 머리카락이 확실한 대비가 이루어져, 언뜻 보면 차가운 이미지처럼 보이기도 했다.
일단 실물이 더 낫네.
나는 지금 막 들어온 참가자의 프로필을 넘겨보며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채지수입니다.”
그러나 인사를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똑 부러지고 명랑했다.
그 인사를 듣고 나는 서류에서 눈을 떼고 채지수라고 이름을 밝힌 참가자를 바라봤다.
‘잘할 것 같다.’
과장을 보태자면, 이제는 목소리만 들어도 이 사람이 어떤 연기를 보일지 대강은 감이 왔다.
몸의 액션은 약간 긴장한 듯 보이긴 했다.
그런데 목소리에는 떨림이 없고 발음이 듣기 편할 정도로 편안하다.
대사가 잘 들릴 것 같달까.
나는 조금 더 채지수의 프로필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런데…… 정말 아무런 정보도 없다.
지금까지 들어온 참가자들 이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모델 경험, 단역, 엑스트라, 독립영화 단 한 개도.
웬만하면 연극 동아리라도 해봤을 법한데, 연기와 관련된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신인에게는 흔한 일이긴 했다.
그것도 이런 공개오디션에서는.
하지만 목소리나 표정, 발성 등이 좋아 경험이 있는 배우인 줄 알았다.
경험이 아예 없으면 원래라면 긴장해서 얼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네, 준비되면 편하게 시작하세요.”
공개오디션이니만큼 자유연기였다.
차일남의 말에 채지수는 긴장한 듯 숨을 한번 몰아쉬었다가,
“시작하겠습니다.”
눈을 한번 감았다 뜬 뒤 첫 번째 대사를 뱉었다.
“거짓말할 생각하지 마. 우리 집 앞에 찾아왔던 거… 나도 알아.”
순식간에 다그치는 듯한 톤에 눈빛은 그리워 미칠 것 같았다는 표정.
돌변과도 같은 그녀의 변화에 나는 펜을 놓고 채지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순간 몰입력이 굉장하네.
프리덤 극단의 신입배우들 사이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저 수준이라면 발군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미 끝났어. 그러니까 이제 다시는 찾아오지 마.”
눈에 눈물이 고인 채 단호한 말투가 이어졌다.
역시나.
생각했던 대로 대사 전달력도 훌륭했다.
채지수가 연기하고 있는 건 드라마 에서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을 애써 밀어내려는 부분이다.
곧 입술에 힘을 준 그녀가 마지막 대사를 뱉었다.
“다시 찾아오면 그땐 나…….”
옆에서 두 심사위원이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기다리자 채지수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 내렸다.
“돌아가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
마지막으로 자신의 진심을 뱉어내고 끝나는 연기.
연기가 끝나고, 채지수가 급히 눈물을 훔치며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였다.
“어…… 네. 잘 봤어요.”
차일남과 한유주는 드디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았다는 듯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약간 허둥거리기까지 했다.
두 사람 역시 아무런 이력이 쓰여있지 않은 채지수를 보고 별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던 모양이다.
무언가 더 질문을 하고 싶은지 차일남이 애써 웃음을 보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목소리가 좋다는 건 생각했지만, 연기도 괜찮았다.
외적인 이미지도 딱이었다.
바이올렛이 연상되는 야무진 인상.
마냥 순해 보이지 않는 외모까지 마음에 들었다.
연기까지 나무랄 데가 없어 보인다.
경험에 의한 벽은 존재하겠지만, 그걸 감수하겠다고 연 오디션이니 상관없었다.
기대 이상의 재능을 보인 채지수에게 곧 질문이 쏟아졌다.
“연기 잘 봤어요.”
“……! 감사합니다.”
채지수는 차일남의 말에 감격한 듯이 얼른 꾸벅 고개를 숙였다.
“몇 가지 질문을 해볼게요. 지수씨는 연기 배워본 적이 있나요?”
“아, 아뇨! 혼자서 영상 보면서 연습한 게 다입니다. 너튜브에서 기초 강의 같은 걸 좀 찾아본 정도…? 평소에 드라마 장면 따라 하는 걸 좋아해서…… 한번 연습해봤습니다.”
딱 봐도 학원에서 기본기부터 다진 느낌은 아니었다.
채지수의 대답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유주가 이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럼 방금 보여준 건 얼마나 연습한 거예요?”
“어…… 이 장면을 하기로 결심하고 일주일…? 장면은 전에 드라마를 봐서 알고 있었습니다.”
“흠…… 그래요. 그럼 혹시 이 장면 말고 다른 연기도 보여줄 수 있어요?”
한유주의 말에 채지수는 화색이 돌더니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른 작품도 하나 준비했습니다.”
“그럼 그거 한번 보겠습니다.”
채지수는 얼른 표정을 정돈하더니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 연기를 시작했다.
방금 했던 아련한 장면이 아닌, 조금 더 밝고 쾌활한 장면이었다.
“아니, 너 내 말 듣고 있어? 저기서 그 남자가 걸어오는 후광이 비췄다니까? 어?”
드라마 의 한 장면.
같은 과 선배에게 한눈에 반해 친구에게 그 선배에 대해 떠드는 캐릭터다.
주연급은 아니었지만, 개성이 강한 역할이라 대중들의 뇌리에 제대로 남아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리고 자칫하면 너무 과해질 수 있는 그 장면을… 채지수는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잘 살리고 있었다.
살짝 옆을 돌아봤다.
한유주와 차일남이 채지수의 연기에 웃으며, 흡족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영리하네.
나는 연기를 이어나가는 채지수를 보며 팔짱을 꼈다.
로맨틱 코미디물일 경우를 생각해서 상반된 두 장면을 준비해 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준비는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지금 뽑으려는 캐릭터에 딱인, 다방면으로 활발하면서 감수성도 풍부한 여러모로 적합한 배우다.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두 번째 연기를 끝내고 채지수가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번에는 내도록 가만히 있던 내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좋네요.”
“허억, 가, 감사합니다….”
“나중에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내 말에 채지수는 넋이 살짝 나가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 시우 너,”
이에 차일남이 되도 않는 소리를 내려고 하자 한유주가 눈치껏 끼어들었다.
역시 한유주가 그런 것을 받아줄 리 없었다.
“수고했어요. 나가봐도 좋아요.”
“네! 감사합니다.”
한유주가 빠르게 말하자, 채지수가 90도로 꾸벅 인사를 하고 감사하다며 오디션장을 나갔다.
“잠시 쉬었다 합시다. 방금 그 참가자가 50명 째야.”
진행요원에게 휴식하겠다고 말한 차이남이 쭈욱 기지개를 켰다.
그러자 한유주는 이 말이 하고 싶어 빨리 채지수를 내보냈다는 듯 냅다 신나서 말했다.
“쟤다, 쟤.”
채지수가 한유주의 마음에도 쏙 들었나 보다.
“그렇지?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 채지수가 가장 이미지가 좋네.”
“네. 마스크도 눈매가 시원해서 신선한 느낌이 들어요.”
“시우가 아까처럼 긍정적으로 말한 참가자도 처음이잖아.”
차일남이 신이 나서 말했다.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선배는 심사 중에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요.”
“뭐? 하여튼… 방금 그 친구는 일단 통과?”
“네.”
“통과로 두고 조금 더 지켜보죠.”
세 사람은 방금 나간 채지수의 서류를 보며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피로한 공개오디션을 조금 활기차게 만들어준 참가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