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of the Cataclysmic Predator RAW novel - Chapter 177
재앙급 포식자의 아포칼립스 177화
이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3)
그야말로 압도적인 존재감.
거인이 개미를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
유신은 강림한 외차원의 신과 마주하고는 깨달았다.
초월자니 반신이니 하는 칭호는 그저 인간의 잣대로 오만하게 규정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신(神).
진짜 초월적인 존재라는 것은 바로 저런 것을 가리키는 것이란 걸.
그저…….
그 신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理想)이 아닐 뿐.
“…….”
유신은 이를 악물며 외차원의 신을 올려다봤다.
인류가 만든 시뮬레이션 속에서도 외신을 죽인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본 모습을 드러낸 저것을 상대로 시간을 끌면 외신이 알아서 붕괴하거나 사라졌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놈을 공략할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애초에 설계할 수 없었던 거다.
저건 인간의 사고와 인식으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자신은 지금.
그 불가능한 존재를 죽여야 한다.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내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이 세상의 구원자여. 나를 죽이기 위해 그 칼날을 다듬어온 대적자여.]단순히 의지를 전달하는 것뿐인데도 뇌가 터질 것만 같다.
유신의 머리는 지금 외신이 뿜어내는 감정과 정보의 격류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모두가 나를 부정할 때 오직 너만이 나를 인식하고 지금까지 움직여왔지. 참으로 인상적인 행보였다.]하지만…….
[겨우 그게 네가 쌓아 올린 것들의 전부인가? 이건 너무……. 하찮군.]대기가 지르르 떨렸다.
아니, 이 세상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외신의 적의가 유신에게로 향했다.
순간 격류처럼 밀려오는 수많은 악의에 유신의 뇌는 이를 그만 받아내지 못하고 폭발했다.
퍼석!
하지만 그것은 온전한 죽음이 아니었다.
알렉산더로부터 빼앗은 힘이 미약한 생의 한 줄기를 붙잡게 해주었다.
손에 들린 시간의 마검이 그 권능을 발현시켰다.
사아아아.
모래시계가 되돌아간다.
유신은 다시금 외신을 주시하던 그때로 되돌아왔다.
외신은 수많은 눈동자로 자신을 주시하면서 내뱉었다.
[이걸로 두 번의 시간을 되감았구나.]적의가 휘몰아친다.
유신은 가까스로 이를 버텨내고는 마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태산처럼 뻗어진 검기가 외신의 몸에 닿는 것을 확인하기도 전에 또 한 번 유신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모래시계는 계속 돌아간다.
세 번째 회귀에서 유신의 검기는 외신에게 닿았다.
그러나 외신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외신의 수많은 날개 중 하나가 쏘아졌다.
유신은 또 한 번 죽음을 맞이했다.
그래, 검으로는 안 되는군.
그렇다면…….
끼아-아아아악!
유신의 의지에 화답한 심연의 주인이 브레스를 토해냈다.
하지만 그 죽음의 파도는 외신을 둘러싼 광휘를 뚫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또 한 번 죽음.
───────!
이번에는 마인 아수라가 나섰다.
녀석은 세 개의 머리에서 불꽃와 우레, 공포를 토해내고.
여섯 개의 손으로 참마도를 휘두르며 이 공간 전체를 찢어버렸다.
그러나 역시 외신에게는 닿지 못했다.
물론 의미가 없는 행동은 아니었다.
일전의 외신은 유신을 기세만으로도 눌러 죽였다면 지금은 두 쌍의 날개를 휘둘러야 했으니까.
휘이잉!
자신이 가진 수만 개의 무기 중에서 말이다.
“허억, 허억.”
할 수 있다.
의미가 없는 행동이 아니다.
난 분명 강해지고 있었고 놈에 대하여 파악하고 있었다.
빠져나가는 생명을 뒤로한 채 유신이 에스트를 끌어올렸다.
키아-아아악!
거대한 뱀으로 변한 심연의 주인이 벼락처럼 쏘아지며 외신을 물어뜯었다.
아수라가 그 사이로 검을 찔러 넣었다.
외신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세상을 찢어버릴 듯한 파장에 두 초월체가 소멸했다.
그 뒤에 있던 유신 역시도.
그렇다면…….
이를 악문 유신의 안광을 번뜩였다.
심연의 주인이 연기처럼 화하더니 거대한 어둠 그 자체가 되어 아수라에게 깃들었다.
스르릉.
유신 역시 두 자루의 마검을 쥔 채 그 위에 올라탔다.
───────!
이윽고 죽음에 항거하는 전사처럼 소리치며 무기를 휘둘렀다.
유신이 두 눈을 부릅떴다.
외신의 날개가……. 비록 수많은 부품 중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놈의 육신이 잘려 나가 소멸했기 때문이다.
‘된…….’
[호오. 제법 흥미롭구나.]외신의 뒤편에 자리한 또 다른 날개가 휘둘러졌다.
유신의 의식이 또 한 번 끊겼다.
그 후로 또 시간의 되돌림.
“후우, 허억.”
이제 유신의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육신은 여전히 강건하지만 정신과 이를 뒷받침해 주는 영혼은 사막처럼 말라버린 것 같았다.
유신은 죽어가고 있었다.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감히 시간을 되돌린 대가로 말이다.
외신은 유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신이라기에는 퍽 필멸자 같은 감정이 담긴 그 말투에서 유신은 깨달았다.
녀석은 나를 대적자라 칭했지만 실상은 가지고 놀 장난감 따위로 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지금도 벽을 뛰어넘고 새로운 경지를 다다르고 있지만……. 놈에게 닿기까지는 아직 까마득하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다.
놈에게서 이긴다.
그리고 세상을, 내 소중한 것들을 구한다.
이를 뿌득 문 유신이 전의를 불태웠다.
오버로드.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발버둥 치던 (구)인류의 힘을 빌린다.
제왕이 될 자의 범접할 수 없는 위상.
끝없이 솟아나는 황금의 에스트.
모든 감염체들의 모체의 힘을 빌린다.
태초의 악마의 어둠.
모든 악마들의 지배자의 힘을 빌린다.
대해의 지배자.
모든 해양 생물들의 지배자의 힘을 빌린다.
하늘에 가장 가까이 닿은 자의 뇌전.
영원한 삶을 살다 미쳐 버린 불멸자의 힘을 빌린다.
파지지직!
이들 하나하나가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거악들.
그런 재앙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모든 것을 쏟아낸다.
유신으로부터 범접할 수 없는 힘의 파도가 몰아쳤다.
닿기만 해도 모든 것이 바스러지는, 가히 세상을 멸망시켜 버릴 막강한 폭풍이었다.
[호오.]하지만 외신이 모든 날개를 펼치며 이를 후려치자 그 힘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고요해진 공간 속에서 비틀거리던 유신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커헉. 흐으. 흐으.”
[제법 인상적이었다.]개소리.
아직……. 아직이다!
시간의 마검이 번뜩였다.
강탈자는 다시금 생을 대가로 또 한 번의 불꽃을 태운다.
[퀸텀 스페이스]미치광이 군인의 권능이 작렬하며 마총이 불을 뿜었다.
꿈을 꾸다 타락해 버린 혁명가의 검은 불꽃이 타올랐다.
화르르륵!
이 세상에서 가장 차갑고 얼어붙은 땅의 한기가 작렬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조종해 온 암약자의 실이 쏘아졌다.
가문을 버리고 도망쳤던 도망자의 맹독이 그 사이로 넘실거린다.
복수를 다짐하던 복수귀의 절검이 떨어진다.
모든 것을 잃고 체념해 버린 검성의 참격이 날아든다.
유신은 자신이 지금껏 이 세상을 방랑하며 쌓아온 모든 것들을, 멸망을 막기 위해 취하고 단련해온 그 모든 것들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고오오오.
그 필사의 일격 역시 외신에게는 닿지 않았다.
녀석은 여전히 범접할 수 없는 위압감을 뿜어내며 거룩하고 공포스럽게 저 하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범접할 수 없는 절대자의 위상에 유신의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어떻게 하면 놈을 죽일 수 있지?
몇 번의 시간을 되감아야 하지?
나한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지?
수많은 번뇌가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이를 읽어내린 외신이 비웃음이란 감정을 토해냈다.
[불가능하다. 네가 다루는 그 힘은, 너희가 다루는 그 힘들은 애초에 내 것이니까.]에스트라는 것은.
거기서 파생된 신비와 괴물들의 근원은 모두 외신의 것이었다.
이 세상을 침범한 녀석이 흘린 기운이 싹을 발화하여 나타난 결과물인 것.
하…….
유신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런가?
이 모든 것은 전부 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뿐이었단 말인가?
내가 걸어온 그 모든 길은 다 부질없는 짓이었나?
이제 그냥 포기해야…….
그때.
-유시이이이인!
-이제 그만 해요! 제발! 제발 도망치라구요! 더 이상……. 못 보겠어!
유신의 귓가로 흐느낌과 악이 들렸다.
-형님. 그만……. 그만 하십쇼. 그만하면 할 만큼 했습니다!
-유신! 이걸 당장 풀어라! 같이 싸우자!
-헤카테 말이 맞다 유신! 넌 또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하고 있어!
-주인님. 아니, 유신! 저건 못 죽여. 저런 걸 어떻게 죽여!? 도망치자!
-맞습니다! 차라리 도망칩시다! 그리고 작전을 짜보자고요!
익숙한 목소리는 동료들의 것이었다.
그들 모두가 작금의 상황에 분노하고 울부짖으며 유신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너희들…….’
째깍째깍!
유신은 금이 쩍 간 채 요동치고 있는 시간의 마검을 바라봤다.
그토록 강맹했던 이 검도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어느 순간 유신의 시간은 그 스스로만 되감겼다.
아공간 속에 있던 사람들은 유신이 수없이 회귀하는 것을, 피를 토하며 뼈를 깎아내며 놈과 대적하는 것을 목도할 수 있었다.
유신은 수없이 많은 죽음을 반복하는 그 순간에도 사람들을 수용한 아공간을 풀지 않았다. 그들을 지키기 위해.
“나는…… 그래…….”
아이러니하게도 유신은 그 목소리에 깨달음을 얻었다.
저 강대한 외신을 물리칠 방법을 찾아냈다.
그 방법은 참 단순했다.
유신은 허탈하게 웃었다.
“다 놓아줬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군.”
분명 전력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난 살고 싶었던 거다. 저들과 함께.”
이게 내 모든 힘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애초부터 죽음을 각오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미래를 그리며 나약해져 버린 것이다.
“이제 그런 것 따위 필요 없어.”
딱!
유신이 손가락을 튕겼다.
마녀의 공간이 소멸하며 사람들이 되돌아왔다.
“유신!”
“이봐요!”
곧바로 동료들이 달려온다.
그들은 저 강대한 적 앞에서 유신을 지키기 위해 그를 둘러싼다.
그 따뜻함 속에서 유신은 내면을 관조했다.
텅 비어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생명이 거의 없다.
아마 이것이 마지막 기회겠지.
하지만.
이 짧은 생은 마지막 불꽃을 불태울 연료로는 충분하다.
“후우.”
이 땅을 지키기 위해 훔쳤던 그 모든 힘들.
그럼에도 다 채울 수 없었던 내 안의 수많은 가능성들.
나의 육신과 정신. 그리고 영혼까지.
이 모든 것을 다 태워 버린다.
내 모든 것을 다 불사 지른다.
신(神)을 죽이기 위해.
[음?]고오오오오.
유신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를 둘러싼 기세가 달라졌다.
호선을 그리던 외신의 수많은 눈동자가 처음으로 감탄이란 감정을 띄워냈다.
[이제야 제물이 제대로 개화했구나. 먹기 좋게 딱 있었어. 하지만 너의 입장에선……. 너무 늦었다.]외신의 날개가 떨어졌다.
세상의 끝에서 끝자락까지 휘둘러지는 그 힘의 폭풍에 유신은 물론 눈앞의 사람들 전부가 쓸려 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외신의 날개가 꺾이며 사라졌다.
[……!]당황한 듯한 외신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찬란한 광채를 뿜어내는 유신이 한 손을 뻗은 채 서 있었다.
그의 전신은 말라비틀어지고 얼굴은 지금 이 순간에도 늙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세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강맹했다. 그리고 그 기운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강력해지고 있었다.
[이 힘은…….]외신은 수많은 눈으로 유신을,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을, 이 땅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감히 자신의 육신을 깨부순 이 기이한 힘의 정체를.
[이것은……. 이 땅의, 이 행성 전체가 내비치는 의지의 힘이구나. 껍데기만 남아 다 죽어가던 것이 이제 와서 살고자 한다고?] [하하하하! 재밌군! 그래도 네가 낳은 자식들이라 이거냐?! 네놈을 불태우고 썩어 문드러지게 한 벌레들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것 참 대단한 모성애로군!]누군가에게 말하는지 외신은 광소를 터뜨렸다.
이윽고 놈의 수많은 눈동자가 광채를 번뜩이더니 지금까지 유신을 압박하던 것보다 더한 막강한 힘이 뿜어져 나왔다.
[좋다! 받아주마! 그리고 너를, 이것들을 처리하고! 내가 이 땅을 다스리겠다!]외신의 눈동자에서 파괴적인 빛이 번뜩였다.
남아 있던 날개들 역시 오롯하게 펼쳐지며 이 세상을 짓눌러 버리기 위해 휘둘러졌다.
그 경이적인 힘에 맞서 유신은 전신의 힘을 끌어올렸다.
모든 것을 바치고자 마음먹은 이후부터 알 수 없는 막강한 힘이 자신의 내부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힘은…….”
“지금은 그런 거 생각할 때가 아니다! 모두 싸우는 거다! 놈을 이기기 위해!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오오!
어떤 사람들은 유신에게 자신의 힘을 보탰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의 무기를 꼬나쥔 채 외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때 서로 죽고 죽이던 그들 모두는 지금 이 순간 한마음 한뜻으로 간절히 바라며 투쟁했다.
이 세상을 지켜야 한다고.
그리고 그 중심…….
“───────!”
그 누구보다도 강렬히 투쟁하며 외신과 맞서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자의 이름은 유신이었다.
베어내고, 깨부수고, 후려치고, 뜯어버리고!
유신은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며 최전선에서 외신과 맞섰다.
그가 뿜어내는 의지는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힘을 받아 그토록 강대했던 신(神)을 압도했다.
죽어도 좋다.
아니, 죽겠다.
하지만 너 역시 죽는다.
모든 힘을 폭발시킨 유신의 양손이 하늘로 솟았다.
그 손끝에는 이 세상의 모든 색을 한대 담아서 빚어놓은 듯한 거대한 칼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네, 네놈……. 하찮은 미물들이…….]유신은 찬란했던 날개가 뜯겨 나가고 눈동자에서 진물을 흘리는 외신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잠깐 시선을 돌려 함께 싸우던 동료들을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이윽고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양손을 내려찍었다.
────────!
빛의 검은 대지와 하늘, 그리고 이 나라를 넘어 전 세계, 이 행성 자체를 갈라 버렸다.
그 아래에 있는 외신의 육신 역시 갈라 버렸다.
세상이 무너질 정도로 퍼져 나가는 굉음.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거대하게 울려 퍼지는 어떤 존재의 비명.
마치 석상처럼 우두커니 멈춰 있던 외신의 육신이 파편이 툭 떨어졌다. 이윽고 기하급수적으로 쏟아지며 붕괴했다. 빛을 잃은 그 눈동자와 사그라드는 기운은 녀석의 죽음을 확신 시 해주었다.
-이겼…….
-우리…… 해냈! 유시…….!
귓가로 아득하게 들려오는 소리를 뒤로한 채…….
챙그랑!
부서진 마검을 떨군 유신은 이 한마디를 끝으로 쓰러지면서 눈을 감았다.
“지켰……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