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of the Cataclysmic Predator RAW novel - Chapter 176
재앙급 포식자의 아포칼립스 176화
이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2)
불사자는 죽지 않는다.
그렇기에 불사(不死)인 것이다.
하지만 유신이 가한 일격은 불사자가 가진 불멸의 근원에 큰 타격을 입히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빨리 자세를 다잡는 것은 불가능할 만큼.
“크으으…….”
조각났던 알렉산더의 육신이 파지지직! 스파크를 일으키며 아예 불타오른다.
“고통스럽군. 또 다른 재앙. 자네의 도플갱어의 공격보다도 말이야.”
이윽고 그 전격이 사람의 형상을 취하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파지지직!
육신을 탈피하고 완전히 벼락 그 자체가 되어버린 알렉산더로부터 묘한 기운이 퍼져 나갔다.
그가 지금껏 뿜어내던 에스트의 기운과는 다른 힘이다.
유신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저것이 노아를 패배시킨 알렉산더의 아니, 그 내면에 있는 ???의 힘이라는 것을.
이를 인지한 순간.
알렉산더의 신형이 사라졌다.
심연의 주인의 방호에 구멍이 뚫렸다.
“……!”
머리가 새하얘지고 입에서는 억억 하는 신음만 튀어나온다.
전신은 무슨 지옥불에 빠진 것만 같았다.
번쩍거리는 뇌전에 감전된 유신이 경련했다.
고압 전류에 감전된 사람은 아무것도 못 하고 죽는 수밖에 없다던가?
지금 유신의 상태가 그러했다.
“사라지게나! 더 이상 내 앞을 가로막을 순 없을 거네!”
하지만.
‘움직여라!’
육신은 그러했으나 정신은 아닐지니.
유신의 뒤편에 있던 아수라가 검을 휘둘렀다.
“크흑.”
이에 부딪힌 유신이 알렉산더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며 바닥을 굴렀다.
“꼴사납군. 그 도플갱어도 그런 꼴로 도망쳤었지. 자네는 어떨까? 그 상태론 힘겨워 보인다만.”
알렉산더의 말대로다.
내부 장기. 성대와 두 눈. 바깥의 피부.
강력한 전격에 의해 모든 것이 타버렸다.
유신의 육체적 베이스는 애초에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으니.
이제 유신에게 남은 일은 그저 다가올 죽음과 이 세상의 멸망뿐이었다.
하지만.
아직 유신에게는 수많은 기회들이 남아 있었다.
“쿨럭, 쿨럭.”
유신은 허리춤의 또 다른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시간의 마검이 번쩍이며 일순 세상이 흑백으로 물들었다.
사아아아.
모든 것이 정지한 세계 속 고요하게 돌아가는 모래시계.
유신은 내면 속에 있던 따뜻한 무언가의 일부가 사라진 것을 느꼈다.
수명이 깎여 나간 것일 테지.
하지만.
“고통스럽군. 또 다른 재앙. 자네의 도플갱어의 공격보다도 말이야.”
앞을 바라보자 벼락 그 자체로 변한 알렉산더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몸 역시 상처를 입기 전으로 되돌아와 있다.
시간이 되돌아갔다.
파지지직!
알렉산더의 신형이 사라졌다.
눈동자를 번뜩인 심연의 주인이 알렉산더의 위치를 정확히 포착하고 손을 내려찍었다.
“허어?”
분명 피할 수 없는 타이밍과 각도였을 텐데 어떻게?
또 한 번 육신이 흩어진 알렉산더가 당황할 때 유신은 검을 가슴께로 치켜올렸다.
그로부터 또 한 번 가공할 에스트가 뿜어져 나왔다.
육신의 과부화를 짊어지는 대신 압도적인 신체적 강화를 얻어내는 기술.
노아가 자신을 믿고 남긴 또 다른 권능.
칠흑 같던 유신의 머리칼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검은 안광의 깊은 곳에서는 푸른빛이 일순 번뜩였다.
콰앙!
이제는 육신의 제약마저 벗어던져 버린 사내가 땅을 박차며 마검을 휘둘렀다.
* * *
천지가 진동한다.
하늘은 비명을 토해내고 대지는 벌벌 떤다.
이제는 완전히 새카맣게 물들어 불길한 기운을 토해내는 거탑의 꼭대기.
두 명의 신형이 경이로운 힘과 속도로 움직이며 찰나의 순간 끝도 없이 무기를 맞대고 있었다.
콰아아앙!
하나는 인류의 구원자이자 모든 초인들의 우두머리라 불리는 자.
또 다른 하나는 떠오르는 초신성이자 인류의 배반자라고 불리던 자였다.
“크으…….”
알렉산더는 방금 전보다 더 흐릿해진 신형으로 스파크를 흘려댔다.
“이제 그만……. 운명에 순응하란 말일세!”
곧 거칠게 소리치며 유신을 향해 벼락 그 자체가 된 주먹을 휘둘렀다.
쿠르르르!
단순한 그 움직임에도 대기가 요동치고 강렬한 섬광이 번뜩였다.
하지만 유신은 이를 미동도 없이 받아내며 내뱉었다.
“웃기는 소리.”
거칠게 그러나 신묘한 원리로 휘둘러진 흑도가 벼락을 튕겨낸다.
이윽고 다시금 강하게 몰아치며 비틀거리는 알렉산더의 주먹과 맞부딪친다.
콰아아앙!
막대한 거력의 맞부딪침에 바벨이 우르르 흔들렸다.
이제 보니 이 불길한 탑 곳곳에는 조금씩 금이 가 있었다.
끝이 아니었다.
끼아아…….
심연의 주인과 아수라의 합공 아래 뇌조가 침몰했다.
빛으로 된 알렉산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으면 의식이 완성되건만…….
“여기서……. 무너질 순 없다. 난 인류를 위해……. 이 세상을 정화해야 한단 말이다!”
악을 쓴 알렉산더의 전신에서 지금껏 선보였던 것보다 더 강렬한 뇌전이 흘러내렸다.
파지지직!
이윽고 거대한 벼락으로 이루어진 거인이 된 알렉산더가 그만큼이나 큰 뇌창을 내리찍으며 잠력을 폭발시켰다.
───────!
유신 역시 밀리지 않았다.
오른손에 들린 마검에는 절명검과 검성의 비전을 담고, 왼손에는 얼음성채의 비전을 구현한다. 등 뒤의 두 사역마 역시 주인의 의지에 따라 충실히 몸을 날렸다.
두 개의 막대한 힘이 격돌하며 또 한 번 세상이 요동쳤다.
이제 바벨의 주변에 있는 건물은 그 흔적도 없이 소멸해 있었다.
빛과 에스트의 폭풍.
원소들이 소용돌이치는 그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
베어내고, 후려친다.
유신은 간격을 점하며 손을 움직였다.
신묘함과는 거리가 먼 퍽 단순한 원리였다.
하지만.
그 공세 앞에 지금 막 인류 문명의 창시자가 무릎을 꿇었다.
“커허…….”
완전히 금이 간 바벨이 우르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주인님!”
에바그린과 싸우던 아트로포스가 이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유신의 검이 알렉산더를 향해 떨어졌다.
하지만 그 순간.
“인정하지. 이 싸움은……. 자네가 이겼네. 하지만 그게 다일세.”
알렉산더는 한쪽 팔을 내어주며 유신의 공세로부터 벗어났다.
파지지직!
직후 점멸하며 아예 이 근방을 벗어나 버렸다.
유신은 알렉산더의 기운을 추적하며 곧바로 땅을 박찼다.
알렉산더가 나타난 곳은…….
-와아아아!
-죽여!
수많은 사람들이 초 단위로 죽어나가고 있는 전장의 한복판이었다.
“뭐, 뭐야 저건?”
“회장?”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갑자기 하늘에서 나타난 벼락의 인간을 보고 당황했다.
그러나 그 이목구비로 그가 알렉산더 회장임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보인다는 것도.
“애초부터 바벨은…… 미끼였다. 진짜 탑은…… 바로 이곳에 강림하리라!”
광기 어린 눈을 번뜩인 알렉산더가 양손을 펼쳤다.
전장에 널려 있던 시체들과 땅에 스며들어 있던 피가 흘러나와 허공으로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끝이 아니었다.
“아아아아악!”
마시아 파이퍼와 싸우던 성녀.
에린교를 믿던 모든 신자들이 머리를 부여잡은 채 비명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그리고 그들은 미라처럼 말라가며 지금껏 다뤄온 빛의 힘과 생명 에너지를 강탈당하고 있었다. 바로 알렉산더가 구현하고 있는 새로운 탑에.
유신이 알렉산더를 쫓아 전장으로 달려오는 그 짧은 순간.
찰나의 순간임에도 탑은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그것은 꼭대기 층을 아래로 향한 거꾸로 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동안 알렉산더를 믿고 이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죽은 사람들의 원한과 생혈.
에린교의 모든 신자들의 신앙과 믿음.
그 모든 것들을 집어삼키며 구현된 역마탑.
이 저주받은 탑은 마치 역십자처럼 섬뜩하고도 불길한 기운을 풍기며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운명의 시간이 도래했다. 이 뒤틀린 세상을 바로잡을 정화의 불꽃이 지금 이 순간 강림하리라.”
알렉산더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제 사리사욕을 위해 싸우던 이사진.
젊을 때부터 알렉산더와 함께하며 컴퍼니를 위해 싸워 왔던 수많은 사원들.
그들 모두는 지금 이 순간 깨달았다.
자신들이 정의라 믿는 것이 실은 그릇된 허상이었다는 것을.
저 꺼림칙한 힘을 다루는 검은 사내가, 우리가 악이라 매도했던 자가 실은 진실이며 정의였다는 것을.
하지만 너무 늦었다.
수백 년 동안 공을 들여온 술법은 완성되었고 지금 이 자리에는 파멸밖에 남지 않을 것이었다.
전장에 난입한 유신이 벌인 기행만 아니었다면.
딱!
알렉산더가 손가락을 튕겼다.
유신 역시 손가락을 튕겼다.
역마탑이 핏빛 광채를 번뜩이며 주변의 모든 생명체들의 생명을 흡수하려던 그 순간.
[차원 마녀의 회랑]세상이 어둠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며 은하수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이건……. 설마?!”
모든 공간의 지배자인 마녀의 힘이 이 땅에 강림했다.
제물로 바쳐질 운명이었던 전쟁터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유신과 알렉산더.
역마탑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네-노오오오오옴!”
제물이 없다면 의식을 거행할 수 없다.
역마탑은 스스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알렉산더는 분노했다.
그 어떤 때보다도 처절하게, 그 어떤 때보다도 절망을 담아서.
‘고맙다. 덕분에 막을 수 있었어.’
불사자의 오랜 염원을 깨부순 유신은 마녀에게 감사하며 검을 치켜올렸다.
직후 악을 쓰며 덤벼오는 알렉산더를 향해 강하게 내려찍었다.
콰직!
“끄으으으으아!”
흐릿한 형체를 유지하던 알렉산더의 신형이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 * *
은하수 안에는 마녀가 그동안 구축해온 수많은 괴이들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 땅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뉘어 들어가 바깥의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꺄하하하!
롤러코스터와 범퍼카.
풍선을 든 사람들이 신나게 웃어 재끼는 유원지의 내부.
클레르가 말했다.
“끄, 끝난 건가요?!”
그녀의 주변에는 방금 전까지 싸우던 흑기사 카단을 비롯한 적들.
에피를 비롯한 동료들 역시 가득했다.
멍한 표정의 본사 측 인원들 대신 메이지가 말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저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십시오. 저건 거의 죽은 거 아닙니까?”
“아니, 뭔가 이상해.”
그때 에피가 얼굴을 굳혔다.
“진짜 끝났다면 확실하게 조졌으면 어째서 유신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데?”
황무지에서부터 각 대도시들까지.
이 자리에서 유신을 가장 오랫동안 봐온 것은 소녀였다.
그렇기에 에피는 유신의 심상치 않은 표정에서 이변을 포착할 수 있었다.
저건…… 예상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에서 온 낙담.
두려움과 투지인가?
유신 네가 그런 감정들을 느낀다고?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
에피가 생각할 때.
아공간 저편에서 그것이 강림했다.
* * *
알렉산더는 분명 죽었다.
아무리 불멸자라고 해도, 반신이라고 해도 이토록 막대한 공격을 더는 버텨낼 수 없을 것이었다.
파지지직…….
이제는 번갯불 정도로 미약하게 튀기고 있는 그의 육신이 이를 증명했다.
하지만 유신은 마음을 놓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마지막 미래시 대로라면 아직 놈이 남아 있을 테니까.
그리고 유신의 예상대로.
고오오오.
죽어가던 알렉산더의 육신이 경련했다.
“끄으으으……. 으아아아아!”
직후 짐승처럼 소리 지르더니 제 머리를 움켜쥐었다.
머릿속으로 내려꽂히는 어떤 목소리.
동시에.
────────!
알렉산더로부터 퍼져 나온 강렬한 빛이 온 세상을 집어삼켰다.
초월자의 시선도, 심연의 주인의 어둠도 그 어떤 힘도 이 빛을 거스르거나 막을 수 없었다. 그저 두 눈을 감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유신의 앞에 또 다른 존재가 나타났다.
바라보기만 해도 성스러워 보이는 두 개의 링이 사선으로 공명하며 느릿하게 회전하고 있다. 반지 내부에 자리한 거대한 시선은 푸른 외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외눈이 몸을 펼치자 순백의 깃털로 된 수백 쌍의 날개가 펄럭거린다. 가히 세상의 끝에 닿을 정도로 길며 거대했다. 그리고 그 날개 사이에는 작은 눈들이 빈틈없이 빼곡하게 박혀 있었다.
그 존재의 이름은 추방당한 외차원의 신.
알렉산더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이자 최후의 재앙.
유신의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타도해야 할 마지막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