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51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51화
호수의 물고기를 잡아 배를 채운 은성 일행은 피톤치드 가득한 향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보스 방을 향해 출발했다.
이동 중에 특이한 모습의 식물이나 과일 그리고 약초가 아닐까 싶은 것들이 보이면 연구소에 가져다주기 위해 채집했다.
그렇게 이동하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까지 안내한 궁병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은성은 정순철 부대장 이하 조장들과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은성은 사람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운을 뗐다.
“보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몬스터보다 상위의 존재이긴 합니다.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각성자들은 놈을 상대하기 힘들겠지만, 적어도 이능을 가진 우리들의 경우 각각의 이능을 잘 조합하여 사용한다면 오히려 던전을 지키던 돌연변이 좀비를 상대하는 것보다 많이 수월합니다. 그러니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모두를 대표하여 정순철이 은성의 말을 받았다.
“저희들이 못 미더운 모습을 보인 것 같군요. 그건 대장님 말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이런 전투가 생소하다 보니 낯선 것에 대한…… 음, 일종의 경계심으로 봐 주십시오. 다들 안 그래?”
“물론입니다. 전 겁먹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당연히 저도 아닙니다.”
“맞습니다, 이건 두려움 따위가 아닙니다.”
조장들이 힘주어 말하였다.
이에 정순철 부대장은 보란 듯 어깨를 쫙 펼쳐 보이며 말했다.
“작전대로 인형 병이 보스의 어그로를 끈 이후, 저희가 나서겠습니다. 변경 사항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없습니다. 그럼 각자 자리를 잡고 대기하세요.”
은성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보스 전을 위해 준비한 대열을 짰다.
이번 작전은 간단하다.
인형 병이 선공을 통해 보스의 어그로를 먹은 이후, 한 명도 빠짐없이 보스를 공격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골자였다.
인형 병들과 인간들이 각자 전투 대형을 구축하였다.
양측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다.
인형 병은 몰라도 사람들에게 어그로가 튀면 곤란하기에 취한 조치였다.
준비를 다 마친 은성은 예의 그 검은 땅으로 접근하여 보스 방을 활성화시켰다.
-던전이 발동합니다.
-10분 후 던전 보스가 출현합니다.
-던전 보스를 처치하면 던전에서 나갈 수 있습니다.
-보스 정예 전사 좀비를 처치하십시오.
‘이번에도 동급이군.’
어렵지 않은 전투가 될 것이다.
다만, 전 대원이 놈에게 공격을 먹이는 게 중요하다.
보상을 위해서.
10분 후, 검은 땅이 출렁이며 그 안에서 중무장한 보스 정예 전사 좀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창병들이 창을 내질렀다.
10개의 날카로운 창날은 보스의 몸을 강타여 놈의 분노를 집중시켰다.
창병들을 향해 달려드는 보스의 공격은 검방병들이 힘을 모아 차단시켰다.
보스의 어그로가 인형 병들에게 집중된 것을 확인한 은성은 사람들에게 신호했다.
신호가 떨어지자 보스의 움직임을 속박하기 위해 보조 계열 이능 계승자들이 움직였다.
과연 그들의 이능이 통할 것인가?
은성은 두 눈을 부릅뜨고 응시했다.
걱정과 달리 이능은 통하였다.
보스의 움직임을 완전히 속박하진 못했지만 놈의 움직임을 현저히 느리게 만들었다.
행동이 굼뜬 표적을 향해 원거리 공격 이능을 보유한 사람들이 이능을 쏟아부었다.
인형 병에게 가로막혀진 정예 전사 좀비은 순식간에 너덜하게 변했다.
“전원 공격!”
은성의 지시에 사람들은 각자의 무기를 빼들고서 놈을 향해 뛰어들었다.
방어력이 대폭 감소했으나 보스의 갑옷은 여전히 튼튼했다.
날붙이와 날붙이가 충돌하는 소리가 장내에 끊이지 않았다.
이능으론 보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는 정화나 아공간, 버프 따위의 이능을 가진 대원들이 우선적으로 공격하였다.
그리곤 인형 병들의 보호하에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이 와중에 보스의 어그로가 사람들에게 튀었지만 검방병들이 몸을 날려 막아섰다.
다들 한 번씩 공격한 뒤 놈의 목줄을 끊는 마지막은 정순철 부대장이 맡았다.
늑대 인간으로 변신한 정순철이 전광석화처럼 달려들어 보스의 목을 긁고 지나갔다.
보스의 목이 반쯤 잘렸다.
냉큼 돌아선 정순철의 커다란 손이 머리통을 붙잡아선 그대로 뽑아 버렸다.
보스는 등장 이후 내내 괴성만 지르다 이처럼 허무하게 쓰러졌다.
이젠 전리품을 손에 넣을 시간이다.
두근두근.
과연 선공을 넣은 자신이 기여도 1위일까? 아니면, 놈의 숨통을 끊은 정순철이 1위일까? 그리고 한 번이라도 공격을 넣은 대원들 전원이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보상이 지급되기 전 짧은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물음표를 던지는 은성이었다.
곧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결과는 은성을 실망시켰다.
* * *
“오! 이것이 대장님이 언급했던 강화권이구나!”
“강화권? 난 하급 스탯석 1갠데.”
“뭐? 어째서 나와 다른 거지 난 강화권 달랑 한 장만 얻었는데.”
“난 하급 치료 포션 한 병이야.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보스의 사망 이후 던전 밖으로 배출된 사람들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었다.
소박하게나마 보상을 받은 이들과 아예 받지 못한 사람들로.
“난 아무것도 받지 못했어.”
“나도.”
“나 역시.”
“영문을 모르겠네. 왜 저들은 받고 우린 받지 못한 거지?”
사람들의 시선이 은성에게로 향했다.
은성 역시 이 상황에 곤란함을 느끼고 있었다.
‘내 생각과 다르네?’
은성을 포함한 전체 24명 중 보상을 받은 인물은 다섯 명이다.
거기엔 은성 역시 포함되었다.
그것도 기여도 1위였다.
1위 보상은 인벤토리 1 증가, 이능과 무기 강화권 각각 1장, 하급 치료 포션 1병, 하급 스탯석 3개였다.
기여도 2위는 정순철 부대장이 받았다.
은성이 받은 보상 중 인벤토리를 제외하고 보상은 동일했다.
여기까진 은성도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그가 놀란 건 보상을 받은 3명이 받은 전리품과 아예 받지 못한 자들 때문이었다.
참고로 기여도 1, 2위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은 단 하나의 보상만 받았다.
이능 강화권 1장.
하급 스탯석 1개.
하급 치료 포션 1개였다.
‘이러면 우르르 몰려다녀선 답이 없겠어.’
“대장님?”
정순철의 부름에 상념을 털어낸 은성은 자신이 생각한 바를 모두에게 들려주었다.
기대를 벗어난 결과에 다들 아쉬워했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보스 전에 참가한 5인까진 어쨌건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
“다들 실망할 필요 없어. 다들 값진 경험을 했잖아. 안 그래?”
정순철이 나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 말을 곱씹은 사람들이 하나둘 머리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하긴, 던전이 여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지. 그리고 보스가 생각처럼 어려운 상대도 아니었어.”
“조별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봐.”
한풍 1군은 4개조로 운영된다.
조에 편성되지 않은 인물은 은성, 정순철 부대장, 한명희, 한미희 단 네 명이다.
‘부대장과 한씨 자매는 당분간 내가 데리고 다녀야겠군.’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이 편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방치하는 할 순 없다.
그렇다고 이들을 각각의 조에 순환 배치하는 건 손발을 맞춘 기존의 조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에 득보다 실이 컸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때 은성의 뇌리로 두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박형수와 동료가 없어 보스 사냥이 불가능한 한지영 대위였다.
‘나쁘지 않군.’
일석이조, 아니 어쩜 일석삼조가 될지 모른다.
* * *
은성은 자신의 생각을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우선 고명고 대피소 인근 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거주하고 있는 박형수를 방문했다.
전날 박형수의 집에 방문했을 땐 집안의 분위기가 암울했었으나, 지금은 그러한 무거운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멸망의 등장은 모두에겐 깊은 상처와 슬픔을 남겼으나, 반대로 박형수 부녀에겐 큰 선물을 남겼다.
현대의학으로도 일으켜 세울 수 없는 박형수의 딸 박연아를 정상인으로 돌려놓았으니까.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제안할 게 있어 찾아왔습니다.”
“제안이요?”
“예.”
“어떤?”
돌연변이 좀비에 대한 소문은 퍼졌지만 놈들이 서식하는 그곳에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는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은성은 던전에 대해 설명을 마친 뒤 용건을 밝혔다.
“그래서 박형수 씨가 함께 해주었으면 합니다. 던전뿐만 아니라 한풍 대피소의 일원이 되어 주신다면 더더욱 좋고요. 제 생각에 박형수 씨가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박형수 씨 본인은 물론 따님에게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이제 박형수도 미래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박형수는 은성의 제안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였다.
박형수가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이유엔 한풍가의 평판도 평판이지만 그곳에 은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실망하진 않을 겁니다.”
은성은 웃으며 박형수의 손을 잡아주었다.
* * *
대피소 운영에서 완전히 배제된 유성은 집을 나가 생활하게 되었다.
자연 그에 대한 소문이 나돌면서 유성의 편에 섰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유성과 완전히 그와 손절하진 않았다.
유성이 실각하긴 했어도 여전히 한풍가의 직계였으니까.
하지만 한풍 경비단의 대장으로 정도남이 임명되자 관망하던 자들의 마음도 바뀌었다.
“유성 대장님이 자리에서 물러났으면 당연히 부대장님이 그 자리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볼 때 이건 독단입니다.”
“맞습니다. 소장님을 뵙고 항의해야 합니다.”
다들 흥분하여 떠들었지만 한 사람은 줄곧 입을 다물고 있었다.
장태영 부대장과 함께.
장태영이 그런 그녀를 보며 입을 뗐다.
“최 조장.”
“예.”
“자네 생각은 어때? 저들의 말처럼 소장님을 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안타깝지만 상황은 엎지른 물입니다. 나서 봐야 좋은 꼴 보기 힘들 겁니다.”
최 조장, 아니 최보희의 발언에 한풍가의 독단을 성토하던 사람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에 장태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차라리 지껄이지나 말던가.
“그럼 우리가 그 꼴을 계속 두고 봐야 한다는 건가?”
“아뇨, 정도남이 스스로 사임하도록 만들어야죠.”
“사임? 흠, 그렇지 본인이 그만두겠다면 소장님도 할 말이 없으실 거야. 좋아, 그럼 정도남이 스스로 물러나게 할 계획을 세워보자고. 그런데 그전에 유성 님과 우리 관계부터 정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장태영은 유성을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유성이 한풍가의 직계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들 눈치를 보며 말을 아꼈다.
꾀를 냈던 최보희 조장 역시.
다들 눈치만 살피며 말을 아끼던 그때, 정도남의 대장 임명에 누구보다 가장 큰 반발을 보였던 이봉기가 나섰다.
“이참에 라인을 갈아타는 건 어떻겠습니까?”
“라인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라인은 총 세 명입니다. 김기성 부소장님, 김은성 대장님, 마지막으로 김미성 부서장입니다. 부소장님이나 김은성 대장이면 최고의 라인이지만 사실 저희가 다가가기 부담스러운 분들입니다. 반면 김미성 부서장님은 아니죠. 제 생각이 어떻습니까?”
한풍 대피소에서 큰소리칠 정도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한풍가 직계와 선을 대고 있어야 한다.
인간의 팔은 어떤 순간이든 항상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
“흠, 최 조장은 이 조장의 생각을 어떻게 생각해?”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좋습니다.”
“그렇다면 최 조장이 김미성 부서장님께 접근해 봐. 아무래도 남자인 우리보단 같은 여자인 최 조장이 접근하기 쉬울 거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성이 거느린 세력이 덧없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