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15
101화 협박 (3) >
-파치치치칙! 콰콰콰콰콰쾅!
역으로 치솟는 천둥번개는 가히 장관이었다.
‘조절하는 것도 힘들군.’
대도천둔검법의 비기 뇌벽천둔 역천광뢰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뇌기의 순응에 의한 뇌전을 검격에 실어 방출하게 되는데, 자그마치 최대 이십여 장에 달하는 광범위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법구 천둔을 가진 스승님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
물론 이것도 엄청나지만 말이다.
다만 이 범위가 넓어질수록 전격의 위력은 줄어들게 되어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을수록 엄청난 위력의 전격을 맞게 되는 것이고, 멀어질수록 약해지기에 치명상을 피할 확률이 그나마 생겨난다.
-계산을 잘했네.
모든 초식은 적절한 상황에서 제 구실을 하기 마련이다.
절세고수들이 근접하고 그 아래 실력자들이 주변을 에워싸고서 거리를 벌렸기에 역천광뢰만큼 적절한 초식도 없었다.
한데 의외다.
위력을 어느 정도 조절했다고 해도 이들을 전부 죽일 작정이었다.
그런데 기감으로도 그렇고 흩어져가는 먼지 사이로 보이는 세 인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끄으으으.”
옷이 전격에 의해 타들어가고 넝마가 된 중년의 사내가 보였다.
아무래도 이 자는 나를 계속해서 자극했던 그 죽립인인 것 같다.
비틀거리는 놈은 고통스러운지 비틀거리며 계속해서 피를 게워내고 있었다.
놈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괴…..괴물 같은 놈.”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이백여 명에 이르는 군사부의 복장을 하고 있던 자들이 한 사람도 남김없이 쓰러져 있었다.
몇몇이 몸이 꿈틀거리긴 했으나 뇌전에 의한 현상이고 전부 죽었다.
그 와중에 놈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
역천광뢰의 범위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기절했던 황룡당의 당원들이 휘말리기는 했으나, 살아남은 채 기절했던 대다수가 교묘하게 뇌전의 범위에 벗어나 있었다.
이를 조절하느라 꽤나 힘들었었다.
전부 죽으면 저들이 금상제에 관한 소문을 낼 수 없지 않나.
놈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네놈을…..잘못 파악했군. 검선의 후예는 무슨!”
내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을 상대할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는지 놈이 분함을 견디지 못했다.
어차피 놈은 이미 불능에 가까운 상태라 상관없었다.
계속해서 검은 피를 게워내는데, 기운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었다.
약물의 부작용일 것이다.
그보다는 다른 두 사람이 문제였다.
‘말도 안 되는 재생력.’
뇌벽천둔에 어느 정도 타격을 입길 바랐다.
한데 뇌전에 의해 타들어가고 화상을 입었던 부위가 순식간에 재생되어버렸다.
서복 저 자에게 있어서는 아주 잠깐의 고통에 불과했던 셈이다.
‘성가시네.’
그렇다고 해도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 범주였다.
진짜 문제는 전 맹주 무한제일검 백향묵이었다.
피처럼 붉게 물든 그의 머리카락과 치솟은 기운에 나는 기가 찼다.
최소 혈천대라공의 5성 이상에 이르렀다는 증거였다.
“그 동안 혈천대라공을 열심히 연마했나보군.”
그 자신의 순수한 무위만으로도 매우 뛰어난데, 역량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려주는 혈천대라공 덕분에 역천광뢰를 버텨내고 만 백향묵이었다.
“후우….후우…..”
-치치칙!
거친 호흡을 내뱉는 백향묵의 발밑으로 뇌기가 흘러나왔다.
겉으로는 그나마 멀쩡해보여서 완전히 막았나 싶었는데, 체내에 파고든 뇌기를 밖으로 방출하는 걸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백향묵이 자리에서 몸을 제대로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군방. 아주 잠깐이면 되오. 잠깐만 묶어주시오.”
“알겠….큭.”
이런 그의 말에 서복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다 이내 오만상을 찌푸렸다.
이마에 핏줄이 잔뜩 부풀어 올랐는데 고통스러워 보였다.
이런 그의 모습에 피를 게워내던 중년인이 말했다.
“끄으으. 정신…..차려라. 놈을 죽이지 않으면 그분이 진노할지도 모른다.”
“그분?”
서복이 자신의 이마를 짚고서 비틀거렸다.
뭐지? 뭔가 이상하다.
눈동자에 실핏줄까지 올라와 나를 바라보는데 뭔가 혼란스러워보였다.
고통스러워하던 그가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주군?”
그 말에 중년인이 피를 토해가며 소리쳤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저놈은 주군이 아니라 주군을 따라하는 거야. 놈을 죽여야 한다.”
“주….죽여야한다고? 저 자는 주군인데?”
“주군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
-촥!
“컥!”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예기로 놈의 목을 베어버렸다.
지금 서복의 반응을 보면 환마독의 세뇌에 뭔가 문제가 생긴 듯 하다.
이게 만약 스스로 세뇌를 극복하려는 현상이라면 그것을 방해하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놈이 죽자 서복이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노려보았다.
“서복. 정신 차려라. 그자들은 그대를 환마독으로 중독시켜 이용하고 있다.”
“이용?”
“이런 것에 이용당할 참인가?”
이런 나의 말에 서복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내게 소리쳤다.
“허, 허튼 소리!”
놈이 그 말과 함께 내게 신형을 날렸다.
말 몇 마디로 쉽게 풀릴 수 있는 그런 게 아닌 건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백향묵도 바닥을 박차며 내게 신형을 뻗어왔다.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는 듯이 내게 검결지를 휘두르는데, 붉은 예기가 반월처럼 나를 가르려고 했다.
‘일련파획.’
그것은 혈천대라검 일련파획이었다.
검결지로 이것을 펼칠 정도라니 정말 대단한 자다.
하지만 막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촥!
나는 그것을 사련검으로 베어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서 서복이 나를 향해 일권을 날렸다.
나는 이를 왼손으로 잡아냈다.
-파아아아앙!
권의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주변에 강렬한 풍압이 일어났다.
나는 사련검으로 그의 오른팔을 베어내려 했다.
-촤촤촤촤촥!
그 순간 백향묵이 어느새 우측 옆의 간격을 파고들며 검초를 펼쳤다.
열여덟 식으로 이루어진 검초가 어우러지며 나의 주요 요혈들을 노려왔다.
“놈을 잡으시오!”
-촥!
백향묵의 외침에 서복이 오른팔이 베여나가면서도 왼손으로 사련검의 검날을 움켜잡았다.
그것도 모자라 내가 검초를 피하지 못하게 왼쪽 발로 갈비뼈 쪽으로 잔영으로 보일 만큼 쾌속한 각법마저 펼쳤다.
자신의 재생력을 믿기 때문에 벌일 수 있는 전략이었다.
백향묵은 이를 믿고서 내게 검초를 펼쳤다.
“훌륭하군.”
한데 이 전법은 상대가 어느 정도 비슷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우위일 때나 가능하다.
혈천대라공으로 역량을 강화시켰다고 한들, 엄청난 재생력을 가졌다고 한들 제대로 전력을 끌어낸 나와 이들의 역량 차는 극명했다.
“헛?”
내가 사련검의 검병을 움직이자, 검날을 움켜쥐고 있던 서복의 몸이 거기에 끌려가고 말았다.
“이런!”
-푸푸푸푸푹!
검을 놓을 새도 없이 서복이 백향묵이 펼치는 검초에 4식이나 찔리고 말았다.
백향묵이 이에 보법을 펼치며 방향을 틀어 변초를 펼치려 했으나,
‘대도천둔검법 뇌벽천둔(雷霹天遁) 제 2초 만개연화(滿開蓮花)’
-파치치치칙!
마치 연꽃이 만개하는 것처럼 사방으로 펼쳐지는 뇌전의 검영(劍影)에 두 사람의 신형이 그대로 휩쓸리고 말았다.
백향묵이 붉은 예기를 검결지에 두르고 검망을 만들어 막아보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파고드는 뇌전에 백향묵과 서복이 동시에 튕겨나갔다.
-파치치치치!
튕겨나가는 그들의 신형과 함께 뇌전이 궤적을 그렸다.
“큭!”
백향묵이 그 궤적에서 빠져나와 낙법을 펼치며 몸을 구르더니, 이내 스스로 하나의 검이 되어 다시 내게 뇌전을 베어내려 했다.
“아닛?”
하지만 뇌전은 복잡하게 뻗은 나무뿌리처럼 베어내려 할수록 오히려 거미줄에 걸려든 거서 마냥 더욱 잘게 퍼져나갔다.
‘뇌벽천둔 제 4초 연광뇌망(聯廣雷網).’
상대를 가둬두기 위한 뇌벽천둔의 초식이었다.
애초에 대도천둔검법은 단순한 검법을 넘어서 인외의 존재들이나 법구와 같은 일반적인 규격을 넘어서는 힘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기에 스승님도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자제하라 했던 것이다.
-스륵!
어느새 나는 신형을 옮겨 오른팔이 거의 다 재생한 서복의 앞에 도달했다.
나를 발견한 서복이 몸을 다급히 내게 일권을 날렸다.
이에 나는 상체를 살짝 비틀며 가볍게 그의 팔꿈치를 베어냈다.
-촥!
팔이 잘려나간 서복이 내게 소리쳤다.
“소용없다!”
고통에 적응이라도 되었나보다.
팔이 잘려나가는데, 아랑곳 하지 않고 내게 반대 손으로 장초를 펼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럼 발상을 바꿔볼까.
“목이 잘려도 부활하나 보도록 하지.”
“뭐?”
-촥!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서복의 목을 베었다.
얼마 있지 않으면 무림 연맹의 사람들이 몰려들 텐데, 그를 계속 상대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없다면 죽이는 것이 답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바닥으로 떨어진 서복이 눈을 깜빡거리며 내게 뭔가를 외쳐댔다.
성대가 없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지만 멀쩡했다.
‘하……’
이거야 말로 진짜 불로불사인가 보다.
이 자가 타고난 무재라 작정하고 무공을 연마했다면 과연 상대할 방법이 있을까?
목이 잘라도 죽지 않는데 말이다.
-꿈틀꿈틀!
더욱 놀라운 것은 잘려진 단면을 중심으로 빠르게 핏줄과 뼈, 그리고 근육이 돋아나 육신이 자라나려고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현상이었다.
목에서 가슴 부위가 재생되려하자 놈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용없다고 했을 텐데. 나는 죽지 않는다.”
그래.
그러니까 금상제조차 가둬두는 것이 다였겠지.
‘아!’
순간 머릿속에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나는 빠르게 재생하고 있는 서복의 목을 다시 한 번 잘랐다.
서복이 소용없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았는데, 나는 손을 뻗어 허공섭물로 바닥을 뒹굴고 있던 검 자루 하나를 빨아들였다.
‘뭘 하려는 거지?’
입을 벙긋거리며 놈이 내게 물었다.
“뭘 하기는.”
-푹!
나는 그 검으로 서복의 뒤통수에 꽂아버렸다.
서복이 고통스러운지 머리를 파르르 떨었다.
그러다 놈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방금 전만 하더라도 그렇게 빠르게 재생하던 몸이 둔화되어서 아주 느리게 회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 통하네?”
귀살권마 장문량의 머리에 검날이 꽂혔던 것을 기억했다.
그때 놈의 몸이 재생이 되지 않았었다.
그보다 더 강하고 말도 안 되는 재생력을 가진 서복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부위로 정확하게 검날을 꽂았는데 느려졌다.
‘이 정도라면 충분하겠군.’
나는 서복의 머리를 움켜쥐고서 설음지의 운기법으로 한기를 일으켰다.
-쩌저저저적!
극성으로 일으킨 한기에 의해 놈의 머리통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얼음 층이 순식간에 두터워져 완전히 머리가 얼음 속에 갇히게 되자 나는 품속에서 무엇이든 들어가는 복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얼어붙은 놈의 머리통을 일단 집어넣었다.
‘이따가 보자고.’
주머니를 품속에 넣고 고개를 돌리니, 체내로 파고든 뇌전을 몰아내고 있는 백향묵이 이 광경을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남은 자는 오직 그뿐이었다.
내가 다가가자 백향묵은 허탈한 듯이 탄식을 내뱉었다.
이미 상황을 어찌할 수 없다고 여긴 것 같다.
“…….어째서 그 자가 당신을 반드시 죽이려 했는지 알겠구려.”
새삼 그걸 깨달아봐야 늦었다.
선택이야 본인의 자유였고 그 선택의 대가를 치루는 것뿐이다.
백향묵이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내게 대뜸 자신의 목을 내밀었다.
“부디 이 목으로 끝내주시오.”
그런 그의 말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의미지?”
“비록 평판이 전 같지 않다고 하나, 다른 자들을 수백 죽이는 것보다 오랫동안 맹을 맡아왔던 노부의 목을 벤다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오. 부디 다른 자들에게는 아량을 베풀어주시오.”
이제 와서 정의로운 척인가.
아니면 정말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이해할 수 없군.”
이런 나의 말에 백향묵이 목을 내민 채 말했다.
“변명을 해서 무엇 하겠소. 다만 노부에게도 선택권이 없었음을 알아줬으면 하오.”
“선택권이라…….”
그런 그를 바라보다 사련검의 검날을 목에 가까이댔다.
조금만 힘을 주면 목이 잘리는데, 백향묵은 전혀 미련이 없다는 듯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에 나는 말했다.
“만약 이 모든걸 되돌릴 수 있는 선택권이 생긴다면 어쩔 거지?”
이런 나의 물음에 백향묵이 의아해하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이 대체 무슨 속셈이냐는 듯 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입 꼬리를 올리며 무언가를 말했다.
그러자 백향묵의 표정이 조금씩 일그러져갔다.
* * *
무림 연맹의 본단.
부맹주의 집무실로 누군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부맹주. 큰일입니다!”
혼자서 조용히 술을 마시고 있던 부맹주 열왕패도 진균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느냐?”
“서, 성내 당주전이 있는 곳에 한쪽 눈이 금안의 남자가 습격해왔습니다!”
“뭐라!”
부맹주 진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손을 뻗자 벽면에 세워져 있던 그의 독문병기 패열도가 빨려 들어왔다.
진균이 다급히 집무실 밖으로 뛰어나가며 보고를 하러 왔던 무사에게 물었다.
“피해상황은?”
“모용 당주가 맡고 있는 황룡당이 거의 괴멸하고 주변 당들도 피해가 심한 것 같습니다. 한데 그보다 더 이상한 일이…..”
“이상한 일이라니?”
“그, 그게…..”
“대체 무슨 일이기에 뜸을 들이는 게냐?”
“……확실한지 알 수 없지만, 혈마로 보이는 자가 소검선과 함께 그 자를 상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진균이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이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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