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62
26화 사마영 (2) >
성명검법의 제 1초식인 호아세검(虎牙勢劍).
범과 같은 맹렬한 기세로 검초를 펼쳐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초식이다.
이간계가 성공적으로 먹힌 덕분에 혼란에 빠진 턱수염의 중년인이었지만 이 무리들의 우두머리답게 재빨리 대응했다.
-채채챙!
“헛?”
검과 검이 부딪치자 턱수염의 중년인의 눈이 커졌다.
놀라는 것도 당연할 거다.
지금 나는 4성의 성명신공을 운용하고 있었고, 검초 또한 불완전한 성명검법이 아닌, 완전히 보완하여 발전시킨 검초를 사용하고 있었다.
-채챙!
턱수염의 중년인은 검식을 막는데 급급했다.
해악천도 없는 마당에 굳이 제대로 된 성명검법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더 빠르게.’
호아세검의 위력은 검세가 쾌속해질수록 더 강해진다는데 있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검세에 중년인은 정신이 없었는지, 결국 실수를 하고 말았다.
‘빈틈.’
우측 상단으로 검을 빗겨 치자, 빈틈이 드러났다.
턱수염의 중년인은 고작 8식도 막아내지 못하고 9식에서 우측 쇄골 위를 찔리고 말았다.
-푹!
검과 검의 대결이란 조금만 방심해도 치명상으로 이어진다.
쇄골 위를 찔린 턱수염의 중년인의 균형이 무너졌다.
“큭.”
당황한 턱수염의 중년인이 보법을 펼치며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그대로 따라붙으려 하던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남천철검을 놓고서 보법을 펼치는 그의 다리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슉!
그러자 은연사가 발사되며 턱수염 중년인의 다리에 휘감겼다.
그 순간 이를 잡아당겼다.
“헉!”
한쪽 다리가 잡아당겨지자 턱수염의 중년인은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은연사에 선천진기를 주입하자, 은연사의 줄이 빨려 들어오며 그의 몸이 내 쪽으로 당겨졌다.
“이, 이 비겁한!”
턱수염의 중년인이 내게 소리쳤다.
서로 대련하는 것도 아닌데 비겁한 게 뭐가 있나.
-탱!
그가 다리에 묶여 있는 은연사를 풀어내기 위해 검을 휘둘렀지만 탄력에 의해 검이 도리어 튕겨나가고 말았다.
녹이 슬었다고 해도 남천철검의 날도 튕겨낸 은연사 줄이다.
평범한 검으로 끊어질 리가 만무했다.
“에잇!”
다급해진 턱수염의 중년인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지 못하도록 내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누운 상태에서 휘두르는 검이 제대로 된 검식일 리가 있겠는가.
-챙!
놈의 검을 쳐낸 나는 그대로 심장에 검을 박았다.
꿈틀거리며 고통스러워하던 턱수염의 중년인은 이내 숨을 거뒀는지 움직임이 멈췄다.
-왼손으로 은연사를 다루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렇네.’
남천철검의 그 말에 나 역시 동의했다.
왼손으로 은연사를 써서 넘어뜨렸다면 좀 더 빠르게 제압했을 지도 몰랐다.
애초에 섬영비도술 자체가 왼손으로 쓰는 무공이었고, 이에 익숙해지도록 은연사 역시도 왼손에 착용해야 할 것 같다.
제일 까다로운 녀석을 처리했으니 이제 다른 녀석들…..
‘하!’
황건의 청년을 도우려고 했는데, 고작 두 명만 남았다.
저들끼리 싸우는 난전에 끼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그 짧은 새에 여덟 명 중에 여섯 명씩이나 처리한 것이었다.
검진이 아니었다면 혼자서도 이들을 처리할 실력자였다.
-팟!
그래도 빠르게 처리하는 게 나으니 개입하자.
신형을 날린 나는 황건의 청년을 합공하고 있는 자들 중에 한 사람의 뒤를 노렸다.
“조심하게!”
합공을 하던 자 중 한 사람이 외쳤지만 늦었다.
정면으로 겨뤄도 고작 몇 합 내로 승부가 날 만큼 실력 차가 큰데 어찌 막겠는가.
다급히 몸을 돌리던 검사의 옆구리를 찔렀다.
-푹!
“끄억!”
내가 한 사람을 처리하자, 황건의 청년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서 쾌속한 검초로 단번에 다른 한 명을 처리했다.
한데 손속이 생각보다 잔인했다.
상대의 한쪽 눈을 앗아간 뒤에 그대로 목을 베어버렸다.
-……검초가 잔인하고 악랄하다.
남천철검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죽은 검사들의 시신을 봐도 눈이라든지 코, 겨드랑이, 심지어 국부까지 노릴 만큼 철저하게 상대를 죽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저런 검술을 만든 자는 타고난 살성일 거다.
내 생각에도 그랬다.
애초에 검법의 목적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상대를 죽이기 위함이지만 정도를 지나쳤다.
“대협!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황건의 청년이 내게 포권을 취했다.
잔인한 손속을 지닌 자가 이렇게 순진무구한 얼굴로 해맑게 웃고 있다니.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슥!
나는 녀석을 향해 검을 겨냥했다.
이들을 해결했으니 이제 정체를 밝힐 차례다.
“아?”
의아해하는 녀석에게 물었다.
“누구시오?”
그는 해악천이 남긴 사람도 아니었고 혈교의 교인도 아니었다.
잔인한 솜씨나 무림 연맹의 사람들을 거침없이 죽이는 것을 보면 분명 정파인은 아닌 듯한데 그 정체가 궁금했다.
그때 녀석이 갑자기 돌발 행동을 했다.
-팍!
갑자기 무릎을 꿇고서 내게 예를 갖추더니 말했다.
“대협. 저는 평소부터 귀교를 선망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귀교의 흔적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여 이 한 몸 투신하기 위해 왔습니다.”
‘!?’
뜬금없는 녀석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녀석의 검이 혈교의 고수를 찾는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그 목적이 설마 입교를 원하는 것일 줄은 몰랐다.
한데 방금 전까지는 적들을 상대하느라 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녀석의 목소리가 상당히 신경 쓰인다.
얼굴은 이십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다.
억지로 굵게 내려고 하는 게 어색해보였다.
-몸매도 호리호리한 게 특이하네.
소담검의 말대로 몸매도 호리호리한 것이 선이 남달랐다.
십대 소년인데 원래 나이를 속였든지 혹은 여자인데 남장을 했던가 둘 중 하나로 보였다.
-어떡할 거야?
‘글쎄.’
이렇게 정체가 묘연한 자를 끌어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애초에 영입할 수 있는 권한도 없었고.
다만 무림 연맹의 무인들이 다른 자들을 부르지 못하게 막아준 데다, 시종 내게 잘 보이려고 하는 걸 보면 확실히 혈교에 호의를 가진 것만은 확실했다.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말했다.
“그대는 누구기에 혈교에 입교를 하고 싶어하는 거요?”
정체를 밝히라는 의미였다.
녀석의 검이 나불거리면서 말해주기를 바랐으나 생각보다 입이 무거웠다.
황건의 청년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
“신분이 꼭 중요한 겁니까? 무릇 군주는 뛰어난 인재를 아낀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믿을 수 있는 자에게나 통용될 이야기요. 그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찌 함부로….”
-……….
-운휘!
나도 들었다.
귓가를 울리는 이명들.
머지않은 근방에 상당수의 인원이 다가오고 있었다.
검의 소리로만 짐작하면 족히 열댓 명은 되어 보이는 것이 이들의 아군 같았다.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이쪽이 산맥의 남서쪽 방향이니까.’
해악천이 미리 언질해준 장소로 가려면 산맥을 둘러서 귀주성 쪽으로 향해야 한다.
“왜 그러시는지?”
“다수의 무리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소.”
내 말에 황건의 청년이 의아해했다.
아직까지 기감으로 감지하지 못했나 보다.
“다수요? 그럴 리가요. 제가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에는 누구도….”
“쉿.”
나는 황건의 청년을 조용히 시켰다.
주변을 둘러본 동안 없었다고 지금도 없으리란 법이 어디 있겠는가.
어림짐작이지만 대략 그 정도 숫자는 될 것이다.
그런 나의 전음에 황건의 청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감당은 무슨.
-팟!
아직까지도 나를 혈교의 존자라고 생각하는 황건의 청년을 두고서 나는 북서쪽 숲을 향해 경공을 펼쳤다.
앞으로 남들 앞에서 은연사로 줄을 타는 모습을 보이진 말아야 겠다.
괜히 오해 받기 십상이었다.
-슉!
그때 뒤에서 빠르게 쫓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힐끔 쳐다보니, 황건의 청년이 어느새 내 뒤를 따라붙고 있었다.
‘빠르다.’
뛰어난 무위를 지닌 것은 예상했지만 경공을 펼치는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이 정도라면 일류의 벽은 훌쩍 넘어섰다.
저 나이 때에 이런 실력을 지녔다면 명문가의 자제이거나 뛰어난 스승을 사문으로 모시고 있을 텐데 점점 더 정체가 궁금해진다.
황건의 청년이 전음으로 나를 칭찬했다.
뭐? 벌써 기척을 감지했다고?
당연히 적들이 더 가까워졌겠지만 그 정도 거리라면 단주 급의 고수도 곧바로 알아차리기 힘들 터였다.
심지어 적들의 수준마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설마 이 녀석 나처럼 무공을 숨기고 있는 걸까?
‘앗!’
그런데 이를 생각할 틈이 없었다.
뒤에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누군가 우리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명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 정도 속도라면 얼마 되지 않아 금방 따라잡힐 것 같았다.
황건의 청년이 전음을 보냈는데 어찌나 급했는지 본래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짐작대로 청년은 여자가 틀림없었다.
얼마나 놀랐으면 목소리를 숨기는 것도 잊은 것일까?
-……로워. 괴로워.
이명이 뚜렷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검의 소리로 짐작되는 이명은 연신 괴롭다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마치 그때 백혜향이 가지고 있던 검처럼 말이다.
-운휘 따라잡혔어.
소담검이 내게 외쳤다.
더 이상 도망가는 것은 무리였다.
나는 황건의 청년에게 다급히 전음을 보냈다.
황건의 청년 역시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제는 목소리를 숨기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나와 황건의 청년은 멈춘 후에 굵다란 나무 뒤에 숨어서 기척을 최대한 죽였다.
적이 나타나는 순간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이명이 가까워졌다.
나는 전음으로 신호를 보냈다.
하나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와 황건의 청년이 동시에 검초를 펼치며 수풀에서 튀어나오는 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수풀에서 튀어나온 자가 다급히 검을 뽑고서 우리의 검초를 막아냈다.
-채채채챙!
고작 3합 정도 부딪쳤는데 손바닥이 찢겨나갈 것만 같았다.
검에 실린 공력이 엄청났다.
그런데 도중에 나는 공격을 멈춰야만 했다.
-팍!
나는 초식을 펼치다 말고 보법으로 거리를 벌린 후에 황건의 청년에게 외쳤다.
“멈추시오!”
“넷?”
그런 나의 외침에 황건의 청년이 얼떨결에 그에게서 떨어졌다.
나는 그 사이 재빨리 얼굴을 가리고 있던 복면을 벗었다.
복면을 벗자 숲에서 튀어나온 고수가 놀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애송이?”
“어르신!”
우리를 뒤쫓은 절세 고수의 정체는 다름 아닌 이존 난마도제 서갈마였다.
회색 도복 같은 옷을 입고 머리를 정갈히 위로 묶고 있어서 곧바로 알아보지 못했는데, 설마 그였을 줄은 몰랐다.
“어르신이 어째서?”
그런 내 말에 서갈마가 급격히 환해진 얼굴로 말했다.
“하! 살아있었구나.”
나 역시도 절로 입 꼬리가 올라갔다.
이 사람을 여기서 만난 것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반면 황건의 청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실망스러워하는 청년의 전음에 나는 두 손을 슬쩍 들어올렸다.
그리고 육성으로 말했다.
“내가 언제 그대에게 존자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
그런 내 말에 그녀가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슥!
그때 서갈마가 그녀를 향해 검을 겨냥하며 말했다.
“얼굴은 청년인데 목소리는 여인의 것이군. 인피면구를 착용한 듯한데 이 자는 대체 누군가?”
서갈마 정도 되는 고수가 검을 쥐고 있자, 도가 아닌데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다.
조금만 움직여도 황건의 청년을 단번에 베어버릴 듯 했다.
황건의 청년이 나를 애타게 쳐다보며 해명해달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이에 내가 말했다.
“제가 적들에게 들키지 않게 도와줬던 자입니다. 본교에 입교하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하는데, 출신을 알 수가 없습니다.”
나는 간략하게 모든 것을 알려줬다.
이 이상은 나 역시도 아는 것이 없었다.
난처한 표정을 짓는 황건의 청년에게 나는 그것을 알려줬다.
내 말의 의도를 알아차린 청년이 다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예를 취하며 내게 했던 것처럼 말했다.
“존자 어르신. 저는 평소부터 귀교를 선망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귀교의 흔적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여 찾아왔는데 부디 이 한 몸 받아주시길 청합니
다.”
그런 청년의 말에 서갈마가 인상을 찡그렸다.
나와 같은 반응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자가 난데없이 입교 신청을 하는데, 서갈마라고 다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대처는 전혀 달랐다.
-슥!
서갈마는 당장에라도 손을 쓸 기세를 보이며 말했다.
“젊은이가 첩자가 아니라는 것을 노부가 어찌 믿으라는 거지?”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첩자로 간주하겠다는 의미였다.
검끝의 살기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서갈마의 위압적인 기세에 난처해하던 황건의 청년이 이내 입을 열었다.
“……제 성은 사마이고 이름은 영입니다. 사천성 계월곡에서 왔습니다.”
‘!!!’
그 말을 들은 서갈마의 얼굴이 굳어졌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그러는 거야?
소담검의 그 말에 나는 곧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충격이 컸기 때문이었다.
-말 좀 해라. 답답하잖아.
중원에서 사마라는 성을 쓰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그 중에 사천성 계월곡 출신은 오직 단 한사람뿐이다.
‘……사마착.’
-뭐어?
월악검(月惡劍) 사마착.
사대악인의 일인이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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