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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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인가
[탈락이 확정된 방어군들에게 패자부활전의 기회를 한 번 더 드리려고 합니다.]“뭐?”
“진짜야?!”
절망에 휩싸인 채 주저앉아 있던 2구역 쪽 방어군들은,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장승욱의 목소리에 모두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탈락이 확정된 방어군들은 즉시 선수들을 찾아서 처치하십시오. 처치에 성공한 방어군 소속 참가자는, 예선 1차 통과입니다.]“와!!”
“나이스!!”
이어진 장승욱의 말에 장벽이 울릴 정도로 큰 환호성을 질러댔다.
“다시 살 기회가 생겼다!!”
“야, 조용, 조용! 아직 공지 안 끝났어!”
뛸 듯이 기뻐하던 그들은 곧 계속되는 장승욱의 말에 한껏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움직이시기 전에 몇 가지 규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선수를 한 명이라도 죽인 방어군은 즉시 예선 통과입니다.두 번째, 팀을 꾸려 같이 협동해서 죽인 경우에도 조건을 달성한 것으로 인정하겠습니다.]
“오!”
“파티 플레이가 가능하구나!”
이건 방어군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10명이든 100명이든 팀을 뭉쳐서 한 명만 포위해서 죽이면 전원 살아남는다는 소리 아닌가?
[세 번째, 패자부활전은 다음 날 해가 뜨기 전까지 진행됩니다. 해가 뜰 때까지 한 명의 선수도 죽이지 못한 방어군은, 탈락 확정입니다.]“해가 뜨기 전까지···?”
“지금 몇 시지?”
방어군 중 일부가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지평선까지 떨어져 슬슬 석양빛을 뿜어내는 태양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러면 지금부터 패자부활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순간부터 1, 2, 3, 4, 5구역 방어군들은 현재 서 계신 장벽을 떠나셔도 괜찮습니다.]“좋아, 가자!”
“저랑 팀 하실 분?”
“탱커 있나요? 탱커 모셔요!”
곧 방어군들은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소수의 팀을 짜더니, 이내 장벽을 내려간 후 선수들이 도주한 풀숲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리 떨어진 높은 나무 위에서 지켜보는 이가 한 명 있었다.
김진성이었다.
“···이러면 우리가 사냥감이라는 소린데.”
그 역시 무전기를 통해, 제작진이 얘기한 패자부활전에 대한 조건을 모두 들은 상태였다.
왜 방어군만 들어도 될 법한 말을 선수들까지 듣게 해 놨는지 처음에는 의아해했는데, 다 듣고 나니까 이제는 이해가 갔다.
‘이거 안 들었으면 선수 쪽이 너무 불리했겠어.’
추격자의 존재를 알고 있을 때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기습당할 때의 생존 확률은 당연히 많이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지금 제작진은 선수들에게도 경고한 것이다. “어서 빨리 도망쳐!”라고.
‘다행히 이제 곧 밤이라 나한테 유리하긴 한데···.’
어느새 서쪽 지평선 뒤로 거의 다 넘어간 태양의 모습이 김진성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온 세상이 그림자로 뒤덮이는 밤이 온다. 그러면 김진성의 세상이나 다름없다.
‘다른 선수들은 많이 불리하겠군. 정말 사냥당하는 느낌이겠어.’
최신 무기를 들고 있고, 거기에 통일된 복장이라 서로를 알아보기도 쉬운 방어군들이 뭉쳐서 몰이 사냥을 하면, 단독 행동 중인 선수 측에서는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뭐, 나야 상관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김진성은 자신 쪽으로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방어군들을 한 번 더 관찰한 뒤, 이내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 * *
그 시각.
공지 전달을 마친 장승욱은, 뒤편으로 돌아가 백준과 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전달했어?]“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대표님이 의도하신 대로 다들 팀 짜서 움직이고 있고요.”
[잘 했어.]“근데 이러다 선수들 다 죽는 거 아닙니까?”
장승욱이 개인적인 걱정을 늘어놓았다.
“어두운 밤이고, 상대인 방어군 쪽은 팀으로 움직이는 데다가 심지어 적외선 스코프도 있잖아요?”
[이번 시즌에 새롭게 장착했지.]“아무리 봐도 선수들한테 너무 가혹한 환경 같은데요. 재수 없으면 오늘 밤 안에 김진성, 강민혁, 페이드 정도 빼고는 다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일은 없어.]백준은 단언하듯 대답했다.
[이렇게 위기로 몰아넣었을 때 꼭 예상치 못한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존재해. 두고 봐. 오늘 밤 안에 김진성 급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스타가 최소 세 명 이상은 등장할 거야.]“···대표님의 예상이 정확하길 바랍니다. 진심으로요.”
만약 백준의 예상이 틀린다? 이번 예선 A조는 한순간에 망해버릴 수도 있다.
[믿어 봐.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 틀린 적 한 번도 없잖아?]“그거야 그렇지만···.”
[나 이제 씻고 출근할 테니까, 조금 이따가 만나서 얘기하자고.]“네.”
장승욱이 막 전화를 끊었을 그때, PD들의 대화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해가 완전히 졌네요. 밤이에요.”
“사냥의 시간이군.”
장승욱은 모니터들을 바라보았다.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고 있는 ‘사냥감’인 선수들과 그 뒤를 맹렬히 쫓고 있는 ‘사냥꾼’ 방어군들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 * *
“허억, 허억, 허억···.”
어두운 숲속의 어느 한 장소에서, 폐가 터질 것 같은 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까는 2구역의 선수들을 통솔할 뻔했던 중년 남성이, 지금은 연신 뒤를 돌아보면서 산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벌써 근처까지 쫓아왔어!’
등 뒤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근방에서 이런 외침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더 빨리 추격해!”
“숨어있을 만한 곳에 총 쏴 봐!”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총소리까지.
모든 상황들이 저들이 방어군들이라고 얘기해 주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흩어지는 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아까 전 장벽 위에서 단체로 합심해서 싸우던 상황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빨리 무전기로 말해줬다면, 이렇게 혼자 사냥감이 된 것처럼 쫓기는 일은 없었을 텐데!
탕!
“아악!”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와 함께 중년 남성이 비명을 질렀다.
뒤에서 쏜 총알이 그의 허벅지에 제대로 명중한 것이다.
“저쪽이다!”
“놓치지 마라!”
비명을 듣자마자 다수의 방어군 측 참가자들이 일제히 달려오는 소리가 중년 남성의 귓가에 들려왔다.
“아, 안 돼! 안 돼···!”
중년 남성은 억지로 총 맞은 다리를 끌면서 도망치려 했지만, 현저히 속도가 느려진 그는 순식간에 방어군에게 뒤를 따라 잡혔다.
“여깄다!”
“죽여!”
“혼자 죽이지 마!”
순식간에 다섯 명이나 되는 방어군이 일제히 칼을 뽑아 들고는 중년 남성에게 달려들었다.
“아아악!”
그의 처절한 비명은, 계속되는 칼 박히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잦아들었다.
그렇게 중년 남성이 완전히 숨을 거둔지 몇 초 지나지 않았을 때.
무전기에서 P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어군 3구역 8번, 9번, 21번, 27번, 32번 참가자는 예선 1차 통과입니다.]“와아아!!”
“예에에에쓰!”
“살았다아아!!”
중년 남성을 잡은 다섯 명의 방어군 측 참가자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방방 뛰기 시작했다.
그들의 환호성은, 멀리서 수색 중인 다른 방어군들의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컸다.
“아, 씨. 개 부럽다.”
“왜 우리 쪽은 선수가 한 명도 안 보이는 거야?”
“계속 집중해서 찾아!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
부러워하는 동료들을 한 방어군이 다시금 수색에 집중하게끔 소리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총 여섯 명. 모두 1구역 소속 방어군들이다.
“적외선 스코프에서 절대 눈 떼지 마. 배터리 다 떨어지기 전에 무조건 한 명 찾을 수 있으니까.”
그가 지시하지 않아도, 다들 이미 모두 소총에 부착된 적외선 스코프를 통해 전방을 수색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사냥감을 찾을 방법은 이 적외선 스코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선수 발견!”
그때 동료 중 한 명이 다급히 외쳤다.
모두가 걸음을 멈췄을 그때, 그는 적외선 스코프를 통해 저 멀리 움직이는 한 청년을 향해 총을 조준했다.
곧 탕! 하고 총구가 불을 뿜었고,
팅!
저 멀리서 날아간 총알이 갑옷에 맞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다!”
“빨리 쫓아!”
전원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해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2초 정도 달렸을까?
“···!”
제일 선두로 달려나가던 방어군은 기겁했다.
도망칠 줄 알았던 ‘사냥감’이, 역으로 자신의 코앞까지 달려온 것이 아닌가!
그가 휘두르는 대검에 방어군은 아예 반응조차 못 했다.
서걱.
“!!”
“헉?!”
깔끔하게 목이 베이는 동료의 모습에 방어군 전원이 다리를 멈춰 세웠다.
이후 적을 바라보았는데···그들의 눈에 너무도 익숙한 사람이었다.
“가, 강민혁?!”
2m에 육박하는 거대한 덩치. 그리고 그 덩치만큼 큰 거대한 대검.
아무리 어두운 환경이지만, 저 특징을 가지고 있는 강민혁을 모르는 사람은 방어군은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낮에 장벽 위에서 김진성과 함께 말도 안 되는 무쌍을 찍던 그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왜 하필 강민혁이야?!’
‘저 괴물을 잡을 수 있나?’
강민혁이라는 이름은, 훨씬 많은 숫자인 방어군들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게끔 만들 정도였다.
그리고 기세에 눌린 그들을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둘 강민혁이 아니었다.
촤악!
“아악!”
곧바로 방어군들의 중앙에 파고들어 대검을 휘두르기 시작하는 강민혁.
이후는 마치 양 떼에 달려든 늑대와도 같은,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끄아악!”
“허윽···!”
“사, 살려···컥!”
순식간에 도미노처럼 차례대로 쓰러지는 방어군들은, 하나같이 베인 상처에서 피를 폭포수처럼 쏟아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다섯 명을 쓰러뜨린 후, 마지막 남은 후방의 방어군을 향해 대검을 휘두르는 강민혁.
사각.
깔끔하게 베이는 소리가 들려오긴 했는데, 평소 목을 벨 때의 소리와 조금 달랐다.
‘뭐지?’
확인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가 벤 것은 아주 작은 허수아비였다.
분명 베기 직전까지는 극도로 당황하는 모습의 방어군 측 참가자였는데, 검이 닿자마자 이런 볼품없는 허수아비로 변한 것이다.
‘고유 스킬인가.’
강민혁은 곧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다.
바라보는 방향 쪽으로 누군가가 전력을 다해 도망가는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저 발소리의 주인공이 아마 이 허수아비를 이용한 스킬을 사용한 듯했다.
“···.”
멀어지는 발소리 쪽을 계속해서 바라보던 강민혁은, 이내 몸을 돌렸다.
처치한 방어군의 시체에서 챙길 물품이 있는지 빠르게 확인한 후, 다시금 산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시각.
“헉, 헉, 헉, 헉!”
강민혁에게서 간신히 살아난 방어군 측 참가자는, 계속 뒤를 돌아보면서 폐가 터질 것처럼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빨리 다른 방어군이랑 합류해야 해···!’
아까는 운 좋게 그가 보유한 고유 스킬, ‘둔갑 분신술’을 통해 살아남았지만, 당장 강민혁에게 뒤를 잡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
어떻게든 다른 방어군 팀에 합류해야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으며, 동시에 그래야만 앞으로 다른 선수를 사냥해서 예선을 통과하기 쉬워진다.
‘다들 어디 있는 거야?!’
왜 아까는 그렇게도 잘 들리던 다른 방어군 팀의 목소리가 지금은 하나도 안 들리는 것일까?
하지만 곧 그는 찾아낼 수 있었다.
‘저깄다!’
저 멀리, 스코프 렌즈가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것을 본 것이다.
그는 전력을 다해 그쪽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방어군 복장을 한 한 명이 소총을 든 채 나무 근처에 서 있었다.
“쏘지 마! 나 방어군이야! 저쪽에···!”
소리치며 설명하려던 그의 다리가 우뚝 멈춰버렸다.
눈앞의 방어군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뭐야? 설마···!’
다시 보니 두 다리가 공중에 떠 있었다. 나뭇가지에 목이 걸려 있는 시체였던 것이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주변 땅바닥으로 향했다.
그제야 그는, 주변에 방어군의 시체 다수가 널브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X됐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그는 곧바로 고유 스킬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한발 늦었다.
푹!
그의 목을 뒤에서부터 관통해버린 장검의 모습.
“이로써 천 포인트 달성.”
검의 주인인 김진성은, 그렇게 알 수 없는 한마디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