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42)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페널티
1-1 방어군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한 번의 기회를 더 준다고?
“지, 진짜야? 진짜냐고?!”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대답해줄 리가 없는 무전기를 붙잡고 외쳐대기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무전기 안 목소리는 계속 침착한 목소리로 공지사항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금부터 제 말을 듣고 계신 방어군 측 참가자는 모두 마스크를 벗어주십시오. 그리고 어깨에 붙어 있는 번호도 떼어내 주십시오.]이미 마스크를 벗은 상태의 1-1 방어군은, 외투 어깨에 붙은 번호 스티커를 바로 떼어내 바닥에 버렸다.
그때 또 무전기 안 목소리가 말을 이어왔다.
[이제부터 당신들은 방어군이 아닌 참가자로서 이번 예선전에 합류하게 됩니다.]“나이스!! ···헙.”
자신도 모르게 기쁨의 외침을 한 그는 다급히 입을 틀어막고는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근처에 아무도 없었는지 누가 달려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동시에 당신들은 예선이 끝날 때까지 몇 구역 몇 번 방어군이 아닌, 본명으로 활동하게 됩니다.]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항상 황윤택이라는 본명으로 불리고 싶었어!’
안 그래도 방어군 소속이라 계속 강제로 1-1이라는 번호로만 불리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황윤택이었다.
강제 출연이긴 하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그래도 번호가 아닌 본명으로 유명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 * *
그 시각, TV 화면은 황윤택을 비롯한 방어군들의 모습을 차례대로 빠르게 송출하고 있었다.
기뻐 날뛰는 이도 있었고, 안도감에 다리가 풀려버린 이도 있었으며, 기쁨의 오열을 하는 이도 있었다.
오히려 황윤택의 반응이 너무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들 엄청 기뻐하네요.”
여성 PD의 말에 마이크 앞에 앉은 백준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때, 반대편에 서 있던 남성 PD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채팅방 한 번 봐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백준의 시선이 채팅방만 띄워놓는 대형 모니터로 향했다.
– 오
– 좋다
– 다들 기뻐하는 모습 보니 좋네
– 이건 좀···.
– 원래대로 그냥 다 죽이지···.
– 규칙을 갑자기 바꾸는 게 어딨음?
– 솔직히 방어 한 번 실패했다고 죽이는 거 예전부터 좀 그렇긴 했어~ ㅋㅋ
– 패자부활전까지 한 번 더 했는데 그 정도면 기회 충분한 거 아님?
딱 찬성파 반, 반대파 반으로 나눠진 채팅방의 모습.
백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 정도면 양호하군. 아까는 반대 의견이 더 많을 거라고 걱정하지 않았나?”
“그렇긴 하지만···.”
“신경 쓰지 마. 나중에 참가자 부족해서 문제 생기는 것보다 초반에 확실하게 바꾸고 가는 게 나아.”
말하면서 백준은 다시금 마이크 옆에 놓인 서류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그곳에는 현재 남은 예선 1차 A조 인원이 정리되어 있었다.
———-
선수 측 참가자 : 322명
현재 생존한 선수 : 25명
방어군 측 참가자 : 350명
현재 예선 통과한 방어군 : 166명 (장벽 방어 성공 100명, 패자부활전 통과 66명)
현재 남아있는 방어군 : 77명
———-
‘이번처럼 방어군이 많이 죽은 적은 또 처음이다.’
원래대로라면 방어군만 평균 250명 이상은 통과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지금까지 생존 인원을 전부 다 합쳐야 그 정도 숫자가 된다.
참고로 예선 1차 때 한 조에서 최소 200명은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 본선이 끝날 때까지 문제없이 프로그램 진행이 가능하다.
즉, 현재 생존한 100명 남짓한 참가자 중 최소 30명 이상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소리다.
‘아직 예선이 3일이나 더 남은 걸 생각하면, 30명도 힘들어 보이는데.’
백준이 괜히 방어군에게 두 번이나 기회를 더 준 것이 아니다. 갑자기 규칙을 바꾼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김진성, 강민혁, 페이드. 이 셋의 활약이 너무 컸어.’
설마 5구역 방어군이 뭉친 장벽을 그렇게 쉽게 뚫어낼 줄은 몰랐고, 이후 패자부활전에서 또 그렇게 많은 방어군을 학살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뭐, 덕분에 김진성이라는 확실한 슈퍼스타를 손에 넣었으니까.’
어차피 콜로세움 프로그램을 먹여 살리는 건 몇 명의 슈퍼스타다. 이건 시즌 1 때부터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나머지는 들러리 역할일 뿐이고, 결국에는 모두 프로그램 내에서 죽을 운명이다.
들러리들은 그저 앞으로 프로그램 진행에 필요한 최소 머릿수만 채우면 되는 것이다.
‘강민혁을 잃은 건 좀 아쉽긴 하지만···.’
“대표님, 이제 계속 말씀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PD의 말에 백준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모니터를 보니, 격한 반응을 보이던 방어군들이 슬슬 진정세에 돌입한 모습이 백준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마이크에 입을 댄 후 다시 공지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어군에게만 무려 두 번의 기회를 준다는 것은 선수들을 생각한다면 분명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ㅇㅈ
– ㅆㅇㅈ
– 맞는 말이야.
– 내가 선수면 분통 터졌을 듯 ㄹㅇ
백준의 말에 채팅방은 모두 격하게 동의하는 의견으로 뒤덮였다.
“콜로세움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의 기회를 더 얻은 방어군 생존자들에게, 이번에는 한 가지 페널티를 주려고 합니다.”
– 오
– 페널티 좋다
– 두 번이나 살았는데 페널티 정도는 있어야지
– 어떤 페널티일까?
– ㄷㄱㄷㄱ
“그 페널티는···지금 바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 *
‘페널티? 뭐지?’
황윤택의 얼굴이 불안감으로 뒤덮였다.
어떤 페널티인지 듣기 위해 계속 무전기의 스피커에 귀를 갖다 댄 후 기다리는 황윤택.
하지만 이후 무전기에는 어떠한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왜 아무 말도 없어? 설마 배터리 떨어진 건가?’
혹시나 해서 다급히 배터리 쪽을 점검하려고 하던 그때였다.
콰아앙!
“으악!!”
갑자기 오른쪽 근처에서 일어난 폭발에 황윤택은 기겁하면서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확인해보니, 굉음이 들린 쪽 주변이 완전히 화염으로 뒤덮여 있었다. 폭발의 여파 때문인 듯했다.
문제는 그게 시작이라는 점이었다.
쾅쾅쾅! 콰앙! 콰콰쾅!
“아아아악!! 아악!!”
사방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굉음에 황윤택은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질러댔다.
사방에 나무 조각과 바위 조각, 몬스터 살점이 날아다니고, 하늘을 뒤덮은 고목들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풍경만큼은 정말 아름다웠던 드넓은 활엽수림이 순식간에 불지옥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현재 숲에 남아계신 모든 선수 여러분들은 주목해 주십시오.]한참을 이어지던 폭발음이 잦아들었을 그때야 다시 무전기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제작진 측에서 미리 설치해놓았던 화염 폭탄을 모두 작동시켰습니다. 현재 숲 곳곳이 불타고 있는 걸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그제야 황윤택은 자리에서 일어나 숲 전체를 돌아보았다.
정말로, 폭발음이 들려왔던 모든 지역이 화염에 불타고 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산불은 늦어도 오늘 저녁 안에 숲 전체를 완전히 뒤덮을 것으로 예측합니다.]“이런 미친 새끼들···!”
[다만, 3일 뒤 헬기가 도착하는 장소인 남쪽의 산은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제작진 측에서 미리 손을 써 둔 상황입니다.]황윤택의 고개가 산 쪽으로 바로 돌아갔다.
산불이 붙은 숲과는 달리, 처음 모습 그대로 멀쩡한 산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참가자 전원에게 말씀드립니다. 산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죽기 싫으시다면, 오늘 안에 산등성이까지 이동하십시오.]“뭐?!”
황윤택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길 어떻게 오늘 안에 가?!”
오늘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달리기만 해도 도착할까 말까 한 거리를 산불과 몬스터, 그리고 다른 참가자들의 위협을 피하면서 오늘 안에 이동하라고?
쿵!
“으악!”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육중한 소리에 황윤택은 또 한 번 기겁했다.
폭발로 인해 불이 옮겨붙었던 근처 나무가, 완전히 타오르면서 그가 있던 쪽으로 쓰러져버린 것이다.
‘일단 가자! 여기 있다간 답도 없어!’
황윤택은 곧바로 산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 안에 도착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산으로 뛰는 것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 * *
[여러분, 보이십니까! 예선전을 진행하는 섬 전체가 불타오르고 있는 모습을 말입니다!] [와···설마 섬 하나를 다 태워버릴 줄이야···. 콜로세움 서바이벌은 항상 절 놀라게 만드네요.] [시즌 1 때부터 함께 해온 해설자도 항상 놀라게 만드는 프로그램! 세계 최고의 스케일과 스펙타클함을 자랑하는 프로그램! 그것이 바로 콜로세움입니다!]해설진들도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그때, 채팅방 반응 역시 뜨거워진 상태였다.
– 와
– 대박 ㄷㄷ
– 스케일 무엇?
– 섬 하나를 다 태워버린다고?
– 역시 킹준···! 역시 킹갓세움···!
– 그저 GOAT
지금껏 보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산불에 모두 감탄과 경외의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
아까 전 규칙 변경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진 모습이다.
심지어 미리 알고 있었던 모니터실 직원들마저 감탄하고 있었다.
“이걸 진짜 하게 될 줄이야···.”
“정말 대표님도 대단해. 프로그램에 돈을 아끼는 법이 없으셔.”
“괜히 매번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게 아니라니까.”
산불로 뒤덮인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웅성대며 한 번씩 뒤에 앉은 백준을 흘끗흘끗 바라보는 직원들의 모습.
어떤 표정 변화 없이 평상시처럼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백준의 모습이, 오늘따라 일부 직원들의 눈에는 굉장히 멋있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방어군 측 참가자들은 제대로 페널티를 받았네요. 저 사람들 지금 대부분이 아마 식량이 없을 거예요.] [아, 그렇죠! 방어군들은 기본적으로 방어 기지에서 숙식을 해결하니까요!]실제로 이번 방어군들도 삼시 세끼를 모두 장벽 내부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했었다.
그래서 현재 전 방어군 출신 선수들은 대부분 식량을 비롯한 기본적인 소모품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일부는 가방조차 없이 거의 맨몸으로 숲을 질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렇게 온종일 전력 질주는 불가능할 거예요. 다들 어제 오후부터 공복 상태로 새벽 내내 숲을 돌아다니지 않았습니까? 분명 저녁이 되기 전에 지치는 타이밍이 올 겁니다.] [반면 기존 선수 측 참가자들은 여유가 있습니다! 아, 말씀드리는 순간 김진성이 특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는데요!]바뀐 TV 화면에서 가방을 뒤지고 있는 김진성의 모습을 보며 중계하는 캐스터.
곧 그의 목소리 톤이 급격하게 올라갔다.
[방화복! 방화복입니다! 그렇죠! 이번에 보급 상자 안에서 얻은 가방 안에는 방화복이 들어있었죠!]* * *
“···좋아.”
방화복을 입은 뒤 방독면까지 완벽하게 착용한 김진성은 다시금 가방을 등에 멨다.
이제 산등성이에 도착할 때까지는 최소한 연기에 질식해서 죽을 일은 없어졌다.
‘그래도 조심하자. 언제 쓰러지는 나무에 깔릴지 몰라.’
말하는 순간, 바로 뒤쪽에 쿵! 하고 고목 한 그루가 불에 탄 채로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방이 불타고 있어서 ’그림자숨기‘ 스킬도 사용하기 힘든 상황이니, 더 조심해야지.’
김진성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한 상태로 주위를 경계하면서 빠르게 산 쪽으로 달려나갔다.
‘그나저나 방화복 없는 다른 참가자들은 어떻게 버티지?’
이 정도 환경이면 전 방어군 소속이었던 참가자만 페널티를 먹는 게 아니다.
보급 상자 안의 가방을 챙긴 소수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이건 너무 가혹한 환경이다.
‘일단 다들 나무가 최대한 적은 곳으로 도망치려 하겠는데···.’
이 무성한 숲에서 나무가 없는 곳이 과연 존재할까?
···생각해보니, 한군데 있었다.
‘계곡!’
이틀 전, 계곡에 떨어진 보급 상자를 두고 혈전을 펼치던 강민혁 외 참가자들의 모습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오른 김진성이었다.
당시 계곡 폭이 상당히 넓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앙 쪽에 서 있으면, 양쪽 불타는 나무들이 뿜어내는 화염과 연기를 피할 수 있을 정도는 충분히 된다.
‘그러면 계곡 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겠는데···.’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소리는, 김진성이 흡수할 특성과 스킬이 널려있다는 소리도 된다.
김진성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이런 X발···!’
계곡 쪽에 도착한 황윤택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왜 다 여기로 몰려오는 거야?!’
사람들의 생각은 다 똑같은 모양이었다.
계곡 전체가, 황윤택과 똑같이 연기를 피할 생각을 가지고 달려온 참가자들로 붐비는 중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