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 staff RAW novel - Chapter 99
아카데미 담당 일진 99화
요화루의 기도들은 가라고 말했음에도 앞에서 서성이는 백일진을 보고 미간을 찡그렸다.
“꼬마야 저기 가서 놀라니까.”
“하, 요즘 뭔 날인가. 어디서 소문을 듣고 이런 애새끼들이 자꾸 찾아오는 거야?”
“들어가면 안 됩니까?”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때, 안에서 누군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머리털이 하나도 없는 민 머리에 불끈불끈한 근육이 가득 찬 남자였는데, 희한하게도 목에 고양이 방울이 달린 초크를 매달고 있었다.
-취향 참 독특하군.
‘……제대로 찾아온 게 맞나.’
기도들은 그 남자를 보더니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아무래도 이 가게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인 듯 보였다.
“매니저님! 무슨 일로……?”
“그냥 들여보내.”
“알겠습니다, 매니저님.”
물끄러미 백일진을 보던 기도들은 나지막이 고개를 흔들더니 문 옆에 있는 간이 의자에 주저앉고는 엄지로 문을 가리켰다.
“들어가.”
기도들은 백일진이 들어간 정문을 보고는 혀를 찼다.
“쯧, 언제는 어중이떠중이는 우리 선에서 거르라더니. 매니저님 취향인가?”
“그렇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돈도 없어 보이는 저런 어린 녀석을 들여보냈겠어?”
* * *
요화루의 내부는 특이하게 생긴 외관과 달리 일반적인 주루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각종 채찍, 수갑, 목줄 등 기묘한 실내장식만 제외한다면.
말없이 백일진을 안내하던 매니저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부담스러운 장미 향수 냄새가 화악- 풍겨왔다.
“손님은 취향이 어떻게 되세요?”
“취향……? 그게 무슨.”
술집에서 웬 취향을 물어본다는 말인가. 갑작스럽고 이상한 질문에 대답을 못 하는 그를 본 매니저는 다시 한번 말을 내뱉었다.
“혹시 맞는 쪽? 때리는 쪽?”
맞는 쪽이냐, 때리는 쪽이냐. 둘 다 별로 흥미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굳이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맞는 것보다는 때리는 게…….”
“아, 그쪽이셨구나. 잘됐다.”
백일진은 박수까지 쳐가며 활짝 웃는 매니저를 보고 흠칫 떨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뭐가 잘됐다는 거지?’
대화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걸 인지했을 때 즈음, 그들은 웬 방문 앞에 도착했다.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메뉴판은 금방 가져다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매니저가 나가고 나서 백일진은 방 안을 둘러보았다.
구석마다 기묘한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중에 술집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건 좌식 테이블 하나였다.
-여기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
‘아니, 조금이 아니라…….’
산골짜기 출신인 그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이곳은 매우 아주 많이 이상하다는 것을.
그러던 와중 매니저가 메뉴판과 웬 도구들을 들고 들어왔다. 회초리부터 시작해서 육각 몽둥이, 장대까지.
“자 메뉴판입니다.”
[회초리 열 대 – 100,000G] [육각 몽둥이 열 대 – 300,000G] [채찍 열 대 – 500,000G]⦙
[(옵션)목줄 추가 + 200,000G] [(옵션)흰 양말 + 150,000G]※내공이나 기운을 담아서 휘두를 시 강제 퇴실 됩니다.
‘……어지럽군.’
열자마자 메뉴판을 덮어버린 백일진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저기…….”
“제 이름은 항만입니다.”
“네, 항만 님. 저는 이런 것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취향을 찾아서 오신 게 아니군요?”
항만은 놀란 눈으로 입을 벌렸다. 급하게 틴트를 발랐는지 앞니에 붉은 자국이 묻어 있었다.
-못 봐주겠군.
거부감을 표출하기 위해 양 손바닥을 든 백일진은 상체를 뒤로 내뺀 채 말했다.
“……이런 것에는 흥미 없습니다.”
“듣던 중 그건 꽤 아쉬운 소리네요. 그러면 이곳은 왜?”
백일진은 테이블 위로 새끼손톱만 한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쌀알 크기의 작은 글씨로 백일진의 신상이 적혀 있었다.
그것을 본 항만의 얼굴이 굳어졌다.
백일진은 항만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부담스러웠기에, 살짝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제 정보를 여기서 취급했더군요.”
“……!”
항만은 계속해서 심각한 분위기를 잡으며 놀란 눈초리를 했지만, 백일진은 그것이 연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요화루 앞에 선 순간, 내 정체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자신을 이곳에 데리고 들어왔을 리가 없으니.
잠시 후 항만의 입이 열렸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 계신 거죠?”
“제가 원하는 걸 먼저 듣겠습니다. 그러면 말씀드릴게요.”
“원하시는 게 뭐죠?”
백일진은 양 팔꿈치를 테이블에 기대 걸치며 말했다.
“살루의 위치.”
“…….”
항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벽에 등을 기대며 ‘흐음’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그건 어려운데.”
“안 됩니까?”
어려운 수준이 아니다.
원래 같았으면 이런 별것도 없는 어린 꼬맹이에게 주요 고객인 살루의 위치를 알려줄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은 애매했다. 암시장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다.
조금 전, 살왕 제이드가 암시장에 나타난 어떤 인물 때문에 모든 살수를 호출했다는 정보를 들었다.
그 인물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항만은 그가 아카데미의 학장인 검제 나혁중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아무런 특징이 없는 -오히려 그래서 더 특징이 되는- 검과, 살왕 제이드마저 누를 정도의 무공 실력을 갖춘 인물은 흔치 않을 테니까.
‘아무래도 타이밍이 너무 절묘한데.’
항만은 번들번들 빛나는 눈으로 백일진을 부담스럽게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요동에는 혼자서 오셨나요?”
“그것까지 말해야 합니까?”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후후.”
항만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입술을 매만졌다.
‘검제와 같이 온 것이 확실하군.’
학생과 학장이라, 묘한 조합이었다. 너무 가까운 것도 이상하지만,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말하기도 오묘한 그런 조합.
아마 나혁중은 이 학생에게 뭔가를 지시했을 것이다. 자신이 살왕을 붙잡아놓는 동안, 살루에 가서 뭔가를 찾으라는.
‘뭘 찾는 거지.’
그들이 찾는 물건으로 가장 가능성이 큰 건 의뢰서일 것이다. 아카데미 학생을 청부한 의뢰서.
그 정도의 명분이 있다면 살루 정도는 하루아침에 없어진다 한들 누구도 손가락질하지 못할 테니까.
문제는.
‘그러면 우리 하오문마저 살루에 협력한 것도 알려지게 된다.’
그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아무리 요화루가 하오문의 본단은 아니지만, 그래도 요동점은 규모 면에서는 본단보다 더욱 컸으니.
요동이 망하면 하오문도 쉽게 복구하지 못할 피해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이리라.
잠시 머리를 굴리던 항만은 ‘살루를 붙잡고 같이 익사할 바엔 살루의 위치를 알려주고 꼬리를 끊자’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살루의 위치만 알려 드리면 됩니까?”
백일진은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 항만을 의아하게 쳐다봤다. 그래도 정보를 준다는데 굳이 더 길게 말할 필요는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 * *
천마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며 말을 내뱉었다.
-하, 얘네 정보조직 맞아? 뭐가 이렇게 쉬워?
항만이 내건 조건은 단 하나, 하오문이 살루에 제공한 정보들을 전부 넘기라는 것이었다.
흔쾌히 그것을 수락한 백일진은 항만이 건넨 약도를 받아 들고 요화루를 나섰다. 항만이 건넨 지도는 약도라고는 하지만 알아보기 쉽게 그려져 있었다.
찾아가는 길의 포인트를 잘 살려 그려놓았고, 또 헷갈릴 만한 골목길에는 특징에 대한 주석을 달아놓아 잘못 찾아가지 않게 적혀 있었다.
‘정보조직이 맞긴 맞나 보군.’
그렇게 약도의 끝으로 다다를 무렵.
“이쪽인가?”
그는 오묘하게 신경을 거슬리는 감각에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눈앞에는 낡은 초가집만이 존재할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흠…….”
잠시 묵묵히 초가집을 바라보던 백일진은 이내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이질적으로 시야가 어그러지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초가집은 거대한 나무가 되었고 돌멩이는 바위가 되었으며 잡초는 허리까지 오는 억새가 되었다.
‘뭐야 이게.’
-진법이다.
시험공부를 할 때 종이로 푸는 진법이야 본 적이 많았지만, 1학기에는 사마진의 진법학 강의가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진법을 겪는 것은 처음이었다.
‘신기하군.’
-물리적인 타격이 없는 거로 보아하니 환각을 일으키는 계열이겠군. 하긴 물리력이 있는 진법을 설치할 수 있는 녀석은 많지 않지.
천마검의 말대로 진법 내에서 환각이 아닌 정말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진법에 대한 조예가 깊어야 했기에 아무나 설치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환각 종류의 진법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천둥 번개와 폭풍을 일으키는 진법보다 더 까다로운 예도 있었으니.
‘지금부터는 조심해야 한다.’
사마진 교수가 말했다.
환각을 일으키는 진법은 대부분이, 아니, 9할 이상이 기관과 같이 설치된다고.
‘지금처럼.’
쐐애액-
백일진은 고개를 틀어 자신의 얼굴을 노리고 쏘아지는 화살을 비켜냈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살루는 살수들의 집단. 그런데 어울리지 않게 웬 진법이란 말인가.
-쯧,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사람들은 보통 자신들이 죽이기 어려운 상대를 살루에 의뢰하겠지? 예를 들어 귀족이나, 고관들 말이야.
‘그렇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의 집에는 반드시 진법이나 마법진 같은 것들이 깔려있기 마련이지. 그렇기에 살수들은 알람 마법을 해제하는 보조 마법이나 진법에 능통한 편이다.
‘그렇군.’
천마검의 얘기를 들으며 한 발자국씩 내디딜 때마다 화살은 계속해서 그를 노리고 날아왔다.
-그러지 말고 생문을 찾아라.
‘생문이 어딘데.’
-그건 네가 찾아야지.
‘…….’
모든 진에는 필시 생문이 존재한다.
백일진은 눈을 감고 기운이 느껴지는 위치들을 찾았다. 각종 방위마다 담긴 기운은 시시각각 위치가 바뀌었다.
아마 이 수백 가지의 방위 중에 계속 기운이 고정된 곳으로 향하면 생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험지로 풀었을 때는 정해진 방위가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생문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으나, 막상 진법 안에 있으니 생각보다 기운을 느끼는 것이 까다로웠다.
‘막상 안에 있으니 헷갈리는군.’
-헷갈릴 만도 하지. 진법 안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 탓에 머리도 제대로 돌아가질 않는 법이니. 그리고 네놈의 기감 탓도 있다. 세맥이 그렇게 막혀서 기감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기운을 무디게 느끼는 거지.
‘그렇군.’
그래도 막상 찾으라고 하면 못 찾을 것은 없었다.
천천히 진법 내부를 관조하며 계속 변하지 않는 위치만 찾아 나가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찾다가는 몇 시간이 지날지도 몰랐다.
물론 운이 좋다면 금방 찾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방법이 있는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었다.
-다른 방법? 그게 뭐냐? 너 설마……?
끄덕.
-야, 이 미친 새끼야!
백일진이 하려는 행동을 파악한 천마검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보다 백일진의 행동이 먼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