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136)
그가 품에서 라이터 비슷한 걸 꺼낸다.
“흐, 흐흐흐흐흐흐흐흐흐. 흐하하하하하하하하. 윌리엄. 이 버러지 자식. 네놈의 마지막 쓸모는 내 고기방패가 되는 거다.”
딸칵.
가레스가 버튼을 누른 순간.
“큭, 크킥, 크키카카쿠카카키키키키키키쿠카이이이이이익!!!”
바닥에 누운 윌리엄의 입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놈의 눈동자가 뒤집히며 피눈물이 흘러나온다.
“그르르르르르, 크르르르르르르르,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짐승처럼 울부짖는 윌리엄.
놈의 몸이 순식간에 커다랗게 부푼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
푹.
윌리엄이 아스칼론을 스스로의 가슴에 박아넣는다.
꾸물꾸물.
징그럽게 일어나는 살점이 아스칼론을 삼킨다.
그 모습을 본 흑태자가 호들갑을 떤다.
[저게 뭐야? 파트너? 윽. 징그러워.]나는 저 모습을 애니메이션에서 봐서 알고 있다.
괴인.
뉴 월드 리그의 비약에 중독돼서 약물을 남용한 이능력자가 도달하는 말로다.
괴인은 12권의 메인 빌런, 무라마사가 슈오우 영웅 학원 체육대회를 습격했을 때, 대동한 빌런 여럿의 몸속 약물을 폭주시키며 처음 등장한 존재.
괴인이 된 인간은 지능과 이성이 사라지며, 인간보다는 이계종에 가까운 이형의 신체로 변이하는 대신, 초상병기와의 강제적인 일체화를 통해 본신 전력이 비약적으로 강해진다는 설정이다.
수준은 괴인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지금의 윌리엄이라면, 아마도 힘만은 S랭크 영웅에 맞먹을 정도.
물론 비정상적인 루트로 얻은 힘이니만큼 괴인의 수명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30일 이하지만, 적어도 지금 내 발목을 묶는 의도라면 충분하다.
‘염병.’
무협소설의 역혈대법과 유사한, 이쪽 장르에서는 전형적인 클리셰인 폭주 설정.
그런데 그게 왜 지금 나오냐고.
원작에서도 다 쓰러뜨린 빌런이 갑자기 괴인으로 변하는 바람에 주인공 일행이 고전하는 장면이 있다.
이건 솔직히 예상 못 했다.
가레스가 이렇게 막 나갈 줄이야.
다른 아카데미 빙의물 보면 다들 시원시원하게 독식하고 갑질하고 사이다 터뜨리고 잘 나가더만.
내 앞길은 왜 이렇게 고구마 투성이야?
이게 웹소설이면 여기서 무수한 하차 댓글의 요청이 이어졌을 게 뻔하다.
하여간, 빌어먹을 미친 세상 같으니.
역시 이왕 빙의할 거면 라노벨이 아니라 웹소설에 빙의해서 독식했어야 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 가레스는 이만 퇴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의로운 영웅 여러분들은 윌리엄, 아니 괴인 씨랑 잘 노세요. 그럼, 아디오스 아미고.”
가레스가 윙크하면서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모아 내민 뒤 이마에 붙였다 떼며 웃는다.
“회장 선배.”
“사이온지 선배라고 부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이온지 선배. 요리부 부원들을 데리고 가레스의 도주 저지를 부탁합니다. 저 인간이 이번 사태의 진짜 원흉입니다. 저는 그동안 저놈을 막아보겠습니다.”
듀랜달에 마력을 불어넣는다.
가레스를 상대하려고 아껴뒀던 진명해방을 이런 데서 써야 한다니.
돌겠네, 진짜.
“알겠습니다. 김덕성 군. 제가 막겠습니다. 그러니······.”
아리스가 말끝을 흐린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면서 말한다.
“몸조심하십시오.”
마지막 멘트를 남긴 아리스의 전신을 은빛 섬광이 휘감는다.
전투 모드를 사용한 아리스가 마코토, 에리, 카스미 선배, 린을 데리고 날아간다.
남은 건 나와 올리비아 둘뿐.
올리비아?
얘는 왜 또 여기 있어.
“야, 올리비아. 넌 안 가냐? 쟤는 내가 상대한다니까?”
올리비아를 보며 말한다.
변이가 거의 끝난 모양인지, 3m가 넘는 근육질 괴인으로 변한 윌리엄이 상의 탈의 형태로 이쪽을 노려보며 콧김을 뿜어내고 있다.
두근, 두근.
가슴에 박힌 살덩어리가 맥동한다.
내 말을 들은 올리비아가 고개를 젓는다.
그녀가 나와 윌리엄 사이를 가로막는다.
“안 가요. 아니 갈 수 없어요. 저는 고귀한 보나파르트 황실의 혈통을 이은 프랑스의 황녀, 이 자리에 있는 우리 국민을 위협에서 보호할 의무가 있어요. 그리고······.”
번쩍.
그녀의 몸에서 백금빛 섬광이 터진다.
올리비아의 글래머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바디 슈트 형태의 전신 장갑이 나타난다.
라노벨 세상이니만큼, 이런저런 서비스신 용으로 디자인된 전신 장갑을 이런 진지한 상황에서 보니까 좀 민망하긴 하다.
그녀가 물결 무늬 검, 플랑베르주를 집어든다.
화르륵.
플랑베르주의 칼날에 백금빛 불길이 피어오른다.
“저,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당신의 전속 시녀로서, 당신을 지킬 의무도 있으니까요!”
시선을 외면하지 않고, 츤츤거리지 않고, 말도 더듬지 않은 채.
그녀,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백금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푸른 눈동자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선언한다.
그때.
예배당 전체에 찢어지는 듯한 괴성이 울린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쿵, 쾅, 쿵, 쾅.
지축을 울리며 돌진하는 윌리엄이었던 괴인.
이성을 잃은 놈의 전신에서 황금빛 마력이 일어난다.
파츠츠츠츠츠츳!
폭주하는 마력이 놈의 전신을 휘감으며 번쩍인다.
예배당 바닥에 균열이 일어난다. 한 발짝, 놈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후폭풍과 충격파가 휘몰아친다.
그 앞에 올리비아가 있었다.
판타지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고고한 여기사처럼, 불꽃이 타오르는 검을 손에 든 채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괴인을 응시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아직 진명해방을 하지 못한 올리비아는 괴인이 된 윌리엄을 이길 수 없다.
이를 악문다.
‘올리비아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메인 히로인인 그녀를 잃으면 메사이어를 상대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전부 떠나서.
이 세상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나는 그녀를 책임져야 한다.
어쨌건 그녀를 전속 시녀로 받아들인 건 나니까.
아니, 책임져야 할 상대는 올리비아뿐만이 아니다.
가만히 놔뒀다면 주인공 유지가 하렘 멤버들과 함께 메사이어를 우정, 노력, 사랑, 청춘의 힘으로 물리치고 세계를 구원했을 이 세상의 운명을 파괴한 책임도 내게 있다.
그게 설령 당시의 내가 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이 미친 라노벨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내 선택의 대가를 전부 책임질 수 있다.
내가 만들어낸 결과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내가 전부 책임지겠어.’
필요하다면.
내가 유지 대신 세계 구원자가 되어서라도.
전부 책임지겠다.
듀랜달의 손잡이를 잡는다.
검은 마력이 칼날을 뒤덮고, 그 위를 암흑이 뒤덮는다.
‘그러니까 윌리엄은 내가 상대한다.’
내가 이를 악물던 그때.
[아니, 그럴 필요 없어. 파트너. 물론 항상 뒤로 내빼고, 날로 먹기 바빴던 파트너가 드디어 결심했다는 사실에는 백 번 칭찬해주고 싶어. 그렇지만······.]흑태자가 나를 제지한다.
대체 왜?
설마 괴인에 대해서 몰라서 그런 건가?
모르더라도, 흑태자 정도의 영웅이라면 눈앞의 괴인이 올리비아의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아챘을 터.
올리비아를 끔찍이 아끼는 사촌 오빠인 흑태자의 발언이라고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
‘너 미쳤냐? 쟤 지금 딱 봐도 올리비아보다 세잖아. 내가 아니면 안······.’
[알고 있어. 지금의 윌리엄이 내 동생보다 강하다는 것 정도는, 하지만······.]흑태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린다.
[지금은 올리비아를, 내 동생을, 네 전속 시녀를 믿어. 그녀가 윌리엄을 반드시 이길 테니까.]논리도 근거도 없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라노벨식 무지성 신뢰에 기반한 설득.
하지만 묘하게도, 지금만큼은 흑태자의 말에 신뢰가 갔다.
염병.
내가 미쳤지.
‘잠깐이라도 위험하면 바로 개입할 거야.’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미친 세상이 정말 라노벨이라면.
흑태자의 말대로, 라노벨식 위기 속 각성 클리셰가 올리비아에게 재현된다면.
그렇다면 정말 나설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지.
[그래.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야.]흑태자가 단호하게 말한 순간.
[내 동생을 믿고 지켜보라고. 파트너.]콰앙!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폭음과 함께 예배당 전체가 흔들렸다.
*
올리비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푸른 눈이 윌리엄, 아니 윌리엄이었던 괴물을 바라본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실력으로는 윌리엄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그의 등 뒤에서 보호받는 것도 싫었다.
그녀는 김덕성의 전속 시녀.
그는 자신이 지켜줘야 할 사람이다.
여기는 그녀의 조국인 프랑스.
보나파르트 황실의 황녀로서, 그녀는 프랑스의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었다.
등 뒤에 서 있는, 프랑스의 수호성인 잔 다르크 성상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올리비아는 물러날 수 없었다.
올리비아가 이를 악물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츠팟. 파츠츠츠츠츠츳!
윌리엄의 양쪽 팔뚝이 눈부신 황금색으로 물든다.
괴인이 된 윌리엄이 괴성을 내지르며 양 주먹을 내지른다.
쐐애애애애애애애애액!
섬뜩한 파공성.
황금빛 잔상을 남기며 가공할 힘이 깃든 주먹이 올리비아를 향해 날아든다.
괴성과 폭음이 터지고 지축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올리비아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시야에 보이는 건 오로지 플랑베르주에 타오르는 백금빛 화염뿐.
‘집중해야 해요.’
일체화의 영역.
초상병기와의 육체적, 정신적 일체화.
이론으로 배울 때는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올리비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일체화란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이 초상병기와 하나되는 순간.
물아일체.
일체화의 영역에 진입한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이름이 새겨진다.
“플랑베르주. 진명해방.”
올리비아가 나지막하게 읊조린다.
우우우우웅.
올리비아의 말에 플랑베르주가 반응하듯 진동한다.
화르르르륵.
플랑베르주의 검신에 실린 화염이 모습을 키운다.
“──만물을 불사르는 업화의 칼날.”
화륵, 화륵, 화르르륵, 화르르륵.
올리비아 옆으로 플랑베르주를 닮은 불꽃의 검이 하나, 둘, 셋, 넷, 다섯이 나타난다.
백금빛으로 타오르는 다섯 자루의 불꽃 검과, 손에 쥔 플랑베르주를 든 올리비아의 입가에 미소가 실린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지를 잃은 짐승이 된 윌리엄의 양 주먹이 올리비아에게 도달한 찰나의 순간.
화르르륵!
올리비아 주변에 떠 다니던 다섯 자루의 불꽃검이 윌리엄의 주먹을 막는다.
콰앙!
폭음과 함께 불꽃이 폭발한다.
진명해방을 통해 발현된 업화가 윌리엄의 양쪽 팔뚝에 옮겨붙는다.
만물을 불사른다.
그 이름처럼 꺼지지 않는 마력의 불꽃이 윌리엄의 전신을 둘러싼 마력장을 뚫고 놈에게 작열통을 선사한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윌리엄이 고통 섞인 비명을 내지른다.
이지를 잃은 괴물이기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빈틈.
그 빈틈을 포착하지 못할 정도로 올리비아는 멍청하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그녀는 슈오우 영웅 학원 입학 수석이자, 프랑스 최고의 기재이며, 흑태자의 후계자였으니까.
올리비아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른다.
철컥.
올리비아가 검집에 플랑베르주를 집어넣는다.
“백염검식!”
화르륵.
플랑베르주의 검집이 타오른다.
“──오의!”
그녀 주변에 떠오른 다섯 자루의 불꽃검이 허공을 어지럽게 수놓으며 윌리엄을 견제한다.
부웅! 부웅!
불꽃검의 견제에 정신이 팔린 윌리엄이 허공에 마구잡이로 팔을 휘두르고 있던 그때.
플랑베르주가 하얀 빛무리와 함께 검집에서 뽑혀 쏘아진다.
검집을 발사대 삼아 플랑베르주가 가속하면서 일어난 마력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어 초토화한다.
“백광일섬.”
흑태자의 손에서 한번 쏘아질 때마다 수많은 이계종을 참살한 백염검식 최강의 발도술.
백광일섬이 그녀의 손에서 펼쳐진다.
번쩍.
칼날이 뽑히자 일어난 눈이 멀 듯한 하얀 빛이 예배당을 가득 메운다.
“컥!”
착.
올리비아가 윌리엄 반대편에 착지하며 플랑베르주를 다시 검집에 납도한다.
윌리엄의 외마디 비명이 예배당을 메운다.
툭, 데구르르.
잘려나간 윌리엄의 머리가 부서진 노트르담 대성당의 바닥을 나뒹군다.
푸슉!
괴인화 현상 때문에 초록색으로 변한 윌리엄의 피가 잘려나간 목에서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흐윽.”
올리비아의 머리에 현기증이 일어난다.
그녀의 시야가 흔들린다.
어지럽다.
두통이 올라온다.
올리비아가 입술을 깨물며 고통을 참는다.
푹.
그녀가 플랑베르주를 바닥에 박아넣는다.
“야 올······.”
저 멀리,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 김덕성이 걱정어린 표정으로 뛰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올리비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문득, 그와 대면한 첫날이 떠오른다.
무례를 저지르고, 듀랜달을 걸고 억지로 그와 대련을 했던 그날.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이기고 그가 쓰러졌던 그때와는 정 반대로, 지금은 그가 멀쩡하고 그녀가 쓰러지기 직전이다.
휘청.
올리비아의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녀의 몸이 기운다.
툭.
떨어지는 그녀의 몸을 김덕성이 받아든다.
따뜻하다.
올리비아는 그의 체온을 느끼며 웃었다.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팔을 뻗어 김덕성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