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04)
제 302화
마담 마유즈미
세이라의 음모가 조용히 진압당하고 점심시간이 끝난 뒤.
체육대회 후반전이 재개되었다.
체육대회 후반전의 종목은 공 던져넣기와 기마전.
공 던져넣기는 일본 체육대회에서 흔히 나오는, 제한 시간 내에 장대 위에 달린 바구니 안에 바닥에 있는 공을 더 많은 던져 넣는 팀이 승리하는 단순한 경기였다.
전반전 종목인 미션 달리기와 이인삼각 이어달리기에서 백팀이 전패했기 때문인지, 아리스의 지휘를 따르는 백팀은 악착같이 공 던져넣기에 집중했고, 공 던져넣기 종목은 백팀의 승리로 끝났다.
[공 던져넣기! 백팀의 승리로 끝납니다! 전반전의 전패를 만회하려는 것일까요? 공 던져넣기의 승리로 백팀이 홍팀을 턱밑까지 바짝 추격했습니다. 흥미진진!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의 연속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역시 슈오우 학원의 체육대회!]사회자, 아마노 노도카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귓전을 울린다.
저 빌어먹을 해설 좀 안 하면 안 되나?
하려면 좀 맛깔나게 하던가, e스포츠 해설자들처럼.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든다.
지금 내가 있는 장소는 슈오우 영웅 학원 메인 아레나.
웬만한 종합 경기장 뺨치는 커다란 크기에 최신 공법과 설계를 아낌없이 적용한 돔 경기장이었다.
돔을 사랑하는 한국의 누군가가 본다면 이웃 나라 일본은 일개 학원에도 돔구장을 짓는다며 한국에도 돔구장을 신축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지 않을까.
그런 최신식 돔 경기장에서 하는 경기 종목은 기마전.
예산 낭비가 따로 없다.
[이제 곧 슈오우 학원 체육대회의 꽃! 슈오우 학원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 유일하게 이능력 사용이 허가된 종목! 홍백 양 팀의 승부를 결정할 마지막 종목! 기마전이 슈오우 영웅 학원 메인 아레나에서 펼쳐집니다!]활짝 열린 돔 경기장 지붕 위로 푸른 가을 하늘이 보인다.
오늘따라 쓸데없이 맑은 가을 하늘이다.
관중석에는 초대장을 받은 생도의 가족, 친구들과 학원에서 초청한 외부 방문객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이제 곧 기마전이 시작됩니다! 홍백 양 팀 모두 준비해주세요!]사회자의 지시가 떨어진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는 당연히 편성된 조에 따라 3명의 조원이 1명의 기수를 받쳐 들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내 조원은.
“꺄하! 에리링! 드디어 주인님 아래 깔릴 수 있어! 에리링의 소원 하나 이루어졌어! 이 기세로 공원 목줄 알몸 네발 산책도······.”
뭐가 그렇게 기쁜 건지 얼굴을 붉힌 채 제자리에서 방방 뛰는 에리.
심지어 붉어진 얼굴로 목에 아직도 차고 있는 개 목걸이를 만지는 모습을 보니 소름이 돋는다.
개 목걸이 압수 마렵네. 진심.
“주, 주군······. 나는 주군을 위해서라면 몸도 마음도 전부 바칠 수 있어! 주군한테 깔리는 것도 물론 좋아······. 헤헤헤······.”
그 옆에서 몸을 배배 꼬고 있는 마코토.
린과 맞먹는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흔들린다.
“큿······. 덕성, 내 푹신한 가슴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주마. 시노자키류의 비전과 무사도의 정신으로 전력으로 너를 떠받쳐 이번 기마전에 승리하겠다!”
마지막으로 입술을 깨무는 린.
대체 기마전이 뭐길래 무사도의 정신까지 이야기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 진짜 전쟁하나?
내 포지션은 그녀들 위에 올라타는 기수.
이 빌어먹을 꼴을 안 보기 위해 기수 역할을 한사코 사양했지만, 다른 세 히로인의 만장일치 강권에 버티지 못했다.
염병할 라노벨 세상 같으니.
“저기 봐, 검은 귀축. 진짜 미소녀들 위에 올라탈 셈인가 봐.”
“세상에! 미소녀들 위에 올라타는 귀축이라니······.”
“검은 귀축의 귀축력은 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
“검은 귀축 하렘 무서워······.”
아직 올라탄 적도 없는데 벌써 사방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이래서 기수 하기 싫었는데.
그뿐만이 아니었다.
“윽······. 너희들이 있는 저 자리가 원래 이 몸의 자리였거늘······.”
“전속 시녀인 이 올리비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조 편성에서 배제되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초 귀여운 JK 갸루 여동생 하루가 조 편성에서 탈락하다니, 말도 안 돼! 이건 초 귀여운 JK이자 최연소 히로인인 하루를 견제하려는 노처녀 마유즈미 선생님의 음모가 틀림없어!”
나와 같은 조가 되지 못한 다른 히로인들, 세이라와 올리비아, 하루가 이쪽을 노려보며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노처녀 마유즈미 선생님의 음모라니.
하루 쟤는 너무 나간 거 아니냐?
[과연, 레이디 쿠로사와 하루의 말도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군. 그래도 속내야 어쨌건 누님의 추태를 막아준 은인이 마담 마유즈미 마유인 점은 분명하니까, 나중에 나 대신 마담한테 감사 인사나 해달라고. 파트너.]머릿속에서 흑태자가 말한다.
아니, 거기서 하루 이야기에 흑태자가 설득당하면 어쩌자는 건지.
빌어먹을 라노벨 세상 같으니.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게다가 마유즈미 선생 앞에 자연스럽게 마담 호칭 붙이는 거 봐라.
흑태자까지 파릇파릇한 24세인 마유즈미 선생을 노처녀로 보고 있다니.
라노벨 세상의 노처녀 기준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내가 알아서 할게.’
흑태자의 말에 대충 대답하면서 시야를 돌린다.
나를 붉어진 얼굴로 바라보면서 받치는 자세를 취한 린, 에리, 마코토가 보인다.
저기를 올라타야 한다니.
벌써 한숨부터 나온다.
기마전은 원작에서도 나오지만, 원작의 승부 결과는 부득이하게 무승부로 끝난다.
이유는 당연히 기마전 도중에 뉴 월드 리그의 빌런, 무라마사가 괴인들을 이끌고 학원을 테러했기 때문.
원작과 이미 많이 달라진 지금도 리그가 원작처럼 체육대회를 노릴지는 의문이지만, 경계해서 나쁠 건 없다.
어쨌거나 메사이어의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놈들은 반드시 학원 지하 유적, 브로큰 월드를 확보해야 한다.
놈들은 항상 학원을 노리고 있고, 행사 때문에 보안에 평소보다 빈틈이 많아지는 체육대회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라노벨 스토리 기준으로도 이 정도면 슬슬 대규모 학원 테러 이벤트가 일어날 때가 되긴 했다.
스토리 중반쯤에 일어나는 흑막 조직의 학원 전면 공격은 국룰이니까.
문제는 테러가 일어난다면 대체 누가 적으로 나오냐인데.
수학여행에서 베르세르크가 등장했으니, 체육대회에는 그 이상의 적이 나타난다 해도 별로 놀랍지 않다.
파워 인플레이션도 국룰이니까.
장기 연재물이 다 그렇지. 염병할 파워 인플레이션 같으니.
“주인님! 빨리 올라타!”
귓가에 에리의 목소리가 들린다.
빌어먹을 기마전 결국 해야 하냐고.
한숨을 쉬면서 그녀들 위에 올라탄다.
“꺄하하하하! 에리링! 주인님 밑에 깔려서 기뻐! 엄청 좋아! 에리링······. 주인님이랑 몸도 마음도 서로 이어진 진정한 노예가 된 기분이야.”
“나, 나도 좋아. 주군······.”
“큿······. 네 아래 깔리는 기분, 나쁘지 않군. 미래의 신혼 생활을 사전 체험하는 기분이다. 난 네 미래의 현모양처. 전력으로 너를 지원하겠다.”
나를 태운 에리, 마코토, 린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사 봐라.
미치겠네.
“검은 귀축! 결국 미소녀들 위에 올라타고 말았어!”
“전교생 앞에서 하렘 멤버들이랑 공개 귀축 플레이라니······! 꺄아아아아악!!”
“······조, 조금 부러울지도?”
내가 올라타자 엑스트라들이 수군대는 모습이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자 엑스트라 생도 위에 올라탄 올리비아, 하루, 세이라의 모습이 보인다.
마찬가지로 남자 엑스트라 생도 위에 올라탄 유지, 이시하라의 모습도 보인다.
홍팀 진영 끝에는 홍팀을 상징하는 커다란 붉은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시선을 백팀 진영으로 돌린다.
메인 아레나 중앙에 그어진 하얀 라인.
그 너머에 펄럭이는 하얀 깃발과 함께 백팀 생도들이 보인다.
선두에 선 건 하얀 머리끈을 동여맨 채,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비장한 표정으로 여생도들 위애 올라탄 아리스.
옆에는 마찬가지로 여생도들 위에 올라탄 카스미 선배가 있었다.
[그럼 카운트다운 시작하겠습니다. 5, 4, 3, 2······.]사회자의 카운트다운이 흐른다.
무서울 정도의 침묵이 메인 아레나를 감싼다.
[······1. 경기!! 시작하겠습니다!!]사회자의 소리와 함께 경기 시작을 알리는 부저 소리가 메인 아레나를 가득 메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메인 아레나에 함성이 진동한다.
파츠츠츠츠츠츠츠츳!!선두에 선 아리스의 은빛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치솟는다.
그녀의 전신에 전류가 감돈다.
“봐주지 않겠습니다. 김덕성 군!”
아리스의 비장한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에서 솟아난 은빛 전류가 번개처럼 나를 향해 쏘아진다.
[파트너!]흑태자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기프트를 사용한다.
꾸물꾸물.
그림자에서 일어난 암흑이 방패 형상으로 변해 전면을 막는다.
콰-과-과-광!!
번개와 암흑이 부딪히자 폭음이 울린다.
여기뿐만이 아니었다.
이능력 사용이 허용된 덕분에 메인 아레나 곳곳에서 화염과 바람이 몰아치고 땅이 갈라지고 마력탄이 몰아치는 등 전쟁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개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콰광!
기프트와 마력, 마술이 충돌하며 발생한 마력 충격파가 메인 아레나를 휩쓸었다.
바야흐로 위험한 기마전의 시작이었다.
*
같은 시각.
도쿄만 해저 잠수정.
“기마전이 시작됐군요.”
프로페서의 실눈이 가늘어진다.
그의 안경알이 빛난다.
프로페서의 포마드를 바른 다크그레이색 머리가 잠수정 내부 조명을 받아 반짝인다.
“드디어 때가 됐습니다.”
프로페서의 말에 잠수정을 운용하던 리그 소속 빌런들이 움찔한다.
때가 되었다.
그것은 프로페서가 독자적으로 계획한 슈오우 학원 공격 작전, 오퍼레이션 드래곤의 시작을 알리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기마전은 이능력이 허용되는 유일한 경기.
이능력 단체 전투에 가까운 종목이니만큼 체육대회에서 가장 위험한 종목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혹시 모를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기마전에서 다친다던가.
그래서 학원에 배치된 보안 영웅 전력도 기마전이 열리는 순간만큼은 생도들의 안전을 위해 메인 아레나로 대부분 집중된다.
그러니 기마전이 진행 중인 지금이야말로, 보안에 빈틈이 생긴 지금이야말로 작전을 실행할 적기다.
프로페서가 눈을 감는다.
이제 곧이다.
앞으로 한 발짝만 더 나가면 스승님을 구원할 수 있다.
그의 눈앞에 주마등처럼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삶이 스쳐 지나간다.
대재해 당시, 이계의 침공으로 공권력의 공백이 생겨 일시적으로 무법지대가 된 미국에서 강도들에 의해 부모님을 잃은 이후 마력을 각성했을 때.
마력을 각성하자마자 기업의 비밀 연구소에 끌려가 가혹한 이능력 생체실험을 당했던 기억.
그 과정에서 이계종을 먹어서 흡수하는 기프트, ‘프레데터’를 강제로 각성했던 기억.
존경하는 스승인 요시자키 세이라가 비밀 연구소를 습격해 파괴하고, 실험체인 자신을 구원해줬던 기억.
스승님께서 오갈 데 없는 고아에다 실험체 출신인 자신을 흔쾌히 보호자이자 제자로 받아줬던 기억.
“제게 스승님은 전부였습니다.”
프로페서는 구원자이자 어머니이자 누나이자 스승인 그녀를 진심으로 경애했다.
그래서 그녀의 행복을 바랐다.
그녀가 아무 걱정 없이 웃고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
그렇기에 프로페서는 인류의 영웅, 파이브 크라운즈라는 이름 아래, 인류 수호라는 명분으로 스승님 개인의 삶을 마구 짓밟은 지금의 세상을 증오했다.
“하지만 지금 이 거짓된 세상에서, 스승님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이 행복하길 바라는 그의 소박한 소원은 이 불완전하고 거짓된 세상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이었다.
이 거짓된 세상은, 당연하다는 듯 존경하는 스승에게 인류 수호를 요구했다.
거기에 뒤따르는 감사 따위는 없었다.
오히려 출동이 늦으면 당신이 늦어서 인명 피해가 더 심각해졌다고 스승님을 원망했고, 게이트 공략을 지원하면 자신들이 게이트에서 얻을 이득을 스승님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다.
인명을 구원하면 원래 죽을 생각이었는데 왜 살려줬냐고 따지는 자들도 있었다.
어느새 영웅의 임무는 당연한 의무로, 당연한 의무는 게이트 산업으로 대표되는 사업 수단이 되었고, 세상 사람들은 스승님의 봉사에 대한 감사를 잊었다.
일반인들뿐만이 아니었다.
영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이 세상에 이능력, 마력, 이계종, 게이트, 마술, 영웅, 헌터가 존재하는 한.
그래서였다.
프로페서가 메사이어의 이상을 추종하게 된 것은.
[지금의 세상은 거짓된 세상입니다. 영웅이라는 이름의 신과, 이계종이라는 이름의 악마가 평범한 인간의 운명을 멋대로 집도하는 잘못된 세상. 인류는 마력과 게이트라는 비일상에 의해 일상을 파괴당했습니다.]스승님을 암살하려는 첩보를 입수해서, 역으로 추적해 암살자를 처단하려 했을 때 처음으로 만났던 메사이어가 했던 말이 프로페서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저는 이 거짓된 세상을 파괴할 것입니다.] [인류의 운명을 제멋대로 좌우하는 신과 악마를 죽이고, 오직 평범한 인간만이 존재하는 세상. 마력, 게이트, 이능력, 마술이 없는, 오직 일상만이 존재하는 세상. 모든 평범한 인간이 자유 의지로 스스로 앞날을 결정하는 자유로운 세상. 모든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진정으로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능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비극의 되풀이를 막고 신과 악마로부터 이 세계를 구원할 것입니다.]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오직 인간만이 존재하는 신세계.
메사이어의 이상이 프로페서의 마음을 뒤흔든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스승님이 불행한 이유는, 그녀가 가진 강력한 힘을 세상이 원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이능력이 전부 사라진다면? 이계종도 영웅도 빌런도 전부 사라지다면?
모두가 힘을 잃는다면?
[쥬드. 당신의 소원은 오직 인간만이 존재하는 이상향, 신세계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존재한다면, 그렇다면 당신의 스승 역시 행복하게 웃을 수 있겠지요.]그렇다면 그녀 역시 한 사람의 평범한 여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내 스승님의 암살을 계획하지 않았습니까?] [파이브 크라운즈는 구세계의 거짓된 질서를 상징하는 존재. 신세계 계획을 위해서라도 파이브 크라운즈는 반드시 제거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원한다면 스승님 한 명 정도는 살릴 수 있습니다. 다소의 부상은 불가피하겠지만 말이죠.]스승을 살려주겠다.
[부상의 고통은 잠깐입니다. 신세계가 도래한다면 그때 제가 직접 당신의 스승님을 치료해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 겁니다.]치유할 수단도 주겠다.
메사이어의 유혹에 프로페서는 사흘 밤낮을 고민했다.
그리고 육참골단의 심정으로 결정했다.
스승님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그를 돕기로.
메사이어의 말이 맞다.
고통은 잠깐이다.
영원한 행복을, 신세계를 위해서 감당해야 하는 대가다.
[좋습니다. 동지가 된 걸 환영합니다. 쥬드, 아니······. 프로페서.]요시자키 세이라의 제자인 쥬드가 프로페서로 재탄생한 순간이었다.
프로페서는 이후 요시자키 세이라의 마력로를 칼로 찔렀다.
가족 같은, 그래서 전부 믿었던 제자인 프로페서의 변심을 전혀 의심하지 않던 세이라는 EX랭크 영웅치고는 너무 허무하게 마력로를 내주며 중상을 입었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음이 아픈 건 당연했다.
프로페서에게 요시자키 세이라는 스승이자 어머니이자 누나이자 구원자이자 그의 전부였으니까.
그 마음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과거를 떠올리던 프로페서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프로페서가 눈물을 닦았다.
“저답지 않게 조금 감상적인 모습을 보였군요.”
드디어 마지막이다.
프로페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말했다.
“아포칼립스 레드 드래곤을 푸세요.”
오메가 랭크 이계종.
존재만으로 한 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는, 이계종의 정점에 달한 존재의 이름이 프로페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오퍼레이션 드래곤을 시작하겠습니다.”
프로페서의 안경알이 차갑게 반짝였다.
이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