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63
162. 기선제압 (1)
2017년 6월.
정현석의 출마 선언 있고 사흘 후, 보수당의 다른 대권 주자들은 여의도의 한 식당에 모여 회동을 하고 있었다.
“정현석 출마 선언 반향이 장난이 아닙니다. 인터넷상으로 연설문이 떠돌아다닐 정도라고 하더군요.”
보수당의 대권 후보인 김준태가 구윤서와 마상천을 향해 그렇게 말을 하자 구윤서는 식사하다 말고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겨우 출마 선언문이 인터넷상에 떠도는 것 정도로 반향이 좋다고 하는 건 김 후보 자네가 과장하는 거 아닌가?”
“그러게나 말입니다.”
구윤서의 말에 마상천까지 거들고 나서자 두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김준태는 답답해져 왔지만, 그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식사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자 그래 구 시장께서 우리 두 사람까지 불러 모으신 이유가 있겠지요?”
마상천이 묻자 구윤서 또한 수저를 내려놓고는 김준태와 마상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54%. 우리 당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정현석이 받은 지지율입니다.”
“그거 모르는 사람 여기에······.”
“그러니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합니다.”
자신에게 대꾸해오던 마상천의 말을 끊고 구윤서는 김준태를 바라보았다.
“우리 김 후보는 끝까지 갈 생각인가?”
“무슨 말씀이신지······.”
“언론에서는 자네가 이름을 알리려고 나왔다는 평을 하고 있어.”
김준태는 최근 총선에서 낙선한 재선 국회의원이었는데 언론에서는 김준태가 자신의 다음 행보를 위한 정치적 출마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하하, 구 시장님 왜 이러십니까? 우리 중 누가 당선을 꿈꾸지 않고 게임에 뛰어들겠습니까?”
김준태의 대답에 구윤서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지만,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상천을 바라보았다.
“우리 마 의원도 김 후보랑 똑같이 끝까지 갈 생각이고?”
“저도 세간에서는 계파에 등 떠밀려 나왔다 어쩐다 하는 소리를 제게 하는데 반은 맞습니다. 근데 나와보니 욕심이 자꾸 생겨요. 하하, 끝까지 한 번 해볼까 싶습니다.”
구윤서는 마상천의 답이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두 사람이 내가 원하는 답을 해줬으니 나도 두 사람에게 제안을 하나 하려고 하는데······.”
“제안이요?”
“그래, 공동으로 정현석을 압박해야 하지 않겠어?”
구윤서의 말에 두 사람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준태는 구윤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예상하기는 했습니다만, 방법이 있습니까?”
“경선 룰부터 시작하지.”
“경선 룰이요?”
“그래. 지금 정현석이 가장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경선 룰이 뭐라고 생각하나?”
“그런 게 있긴 합니까? 당원들의 지지와 국민의 지지를 동시에 받는 게 정현석인데요. 경선 방식에서 일반 국민의 비율을 줄이자고 할 수도 없고요.”
“맞습니다. 당에서도 이번 경선흥행을 위해서 일반 국민의 참여를 늘린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준태와 마상천이 그렇게 얘기하자 구윤서는 씩 웃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게 바로 우리한테 유리한 점이 아니겠나? 비율을 오히려 늘리자고 해야 하네.”
“일반 국민의 비율을 늘린다고요?”
“그래, 역선택을 노리자는 말이야. 보게 일반 국민의 비중을 늘리면 당원이 아니지만, 우리 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겠지만, 어디 그런 사람들만 참여하겠나?”
“진보당이나 사민당 지지자도 참가할 거라고 보시는 겁니까?”
“그렇지!”
김준태의 되물음에 구윤서는 큰 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영향이 있겠습니까? 설사 역선택이 들어 온다고 치더라도······ 우리는 후보가 넷입니다.”
“하하, 안전장치를 깔아둬야지.”
“안전장치라면?”
“결선 투표.”
구윤서가 짧은 말로 답하자 김준태와 마상천 두 사람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구윤서를 바라보았다.
“표가 갈라지든 어쩌든 상관없어. 1차 투표에서 정현석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게만 한다면! 그땐 2위 후보 누구든 정현석을 이길 가능성이 더 커지는 거야.”
“하하하, 좋습니다! 좋아요. 저는 찬성입니다.”
마상천이 구윤서의 말에 기분이 좋은 듯 크게 웃으며 동의를 표시하자 구윤서는 아직 답을 하지 않은 김준태를 바라보았다.
“우리끼리 이렇게 얘기하는 건 좋습니다만, 정현석 쪽에서 따르겠습니까?”
“그건 걱정하지마. 내가 다 생각해둔 게 있어.”
구윤서가 확신에 찬 듯 얘기하자 김준태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했으나 딱히 방법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께서 약속만 해주신다면 저도 따르겠습니다.”
“말해보게.”
“결선 투표로 누가 가든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어떻게 약속해주면 되겠나?”
“문서만큼 깔끔한 게 있겠습니까?”
김준태의 말에 구윤서는 고개를 돌려 마상천을 바라보았고, 마상천은 영 탐탁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자 오늘부터 우리 세 사람은 한배를 탄 거야.”
구윤서가 손을 내밀자 그 위로 차곡차곡 마상천과 김준태의 손이 쌓였고, 구윤서는 만족스러운 듯 연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하는 세 사람의 반 정현석 연합이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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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국회 의원회관 임건식 의원실, 지훈은 오랜만에 보는 임건식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임건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다는 듯 지훈을 향해 다가왔다.
“그래, 의원회관은 오랜만이지?”
“네. 6개월 만에 오는 것 같습니다.”
“하하, 앉을 필요 없이 바로 갈까?”
임건식은 그렇게 말하며 옷걸이에서 재킷을 챙겨 입었고, 지훈과 임건식은 의원실을 빠져나와 나란히 서서 걸었다.
“당 내부가 요즘 시끄러워.”
“무슨 일로 말입니까?”
“구윤서, 김준태, 마상천 세 사람이 자기 표를 모으려고 중립선언을 한 의원들을 만나고 다니나 보더라고.”
임건식의 말을 들은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세 분은 지금 지지자를 늘려야 할 타이밍이니까요.”
“그리고 세 사람이 회동했다는 얘기는 들었지?”
“네. 들었습니다.”
“어찌나 요란들 한지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계속해서 들려오니 괴로워.”
임건식의 말에 지훈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정 대표님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오늘 협상에서 예상되는 게 있다면서?”
“예상이라기보다는 저들이 제안할 게 뻔히 보여서 말입니다.”
지훈의 말에 임건식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웃음을 지었다.
“결선 투표 말이지?”
“네.”
“그래, 나도 그 얘기를 정 대표한테 했더니 오늘은 얘기를 듣고만 오라더라고. 가부 결정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 없으셨나?”
“네. 가부에 대해서는 대표님을 돕는 여러분들의 말씀을 듣고 정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어차피 첫 회의니까요. 저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좋아. 오늘은 그럼 간 본다고 치고, 자네 9시 뉴스에 얼굴 나가도 되나?”
“네?”
“그냥 간만 보고 나올 수 없지 않나.”
“하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당을 압박하고 싶으신 거군요?”
“그래, 한윤성 단장이 자꾸 경선흥행이니 어쩌니 하면서 우리 후보한테 불리한 방식을 은연중에 말해오는데, 높은 지지율 이럴 때 한번 써먹어야 하지 않겠나? 내가 이 수첩을 덮으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거로 하지. 동의하나?”
“네. 우리가 끌려다닐 필요는 없겠죠.”
지훈은 임건식의 방식이 마음에 든다는 듯 씩 웃으며 경선 규칙 회의가 열리는 한 상임위원회 소회의실로 들어섰다.
지훈과 임건식이 들어서자 각 후보의 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먼저 와서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임건식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리에 앉자 보수당 대선 기획단장인 한윤성이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모든 후보의 대리인이 오셨으니 대통령 후보 경선 규칙 협상을 위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윤성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윤성을 바라보았다.
“사전에 공지했듯 오늘 회의는 출마 선언을 하고 경선 후보등록을 하신 4인의 후보 대리인들을 모셨습니다. 각자 앞에 놓인 명패를 통해 어느 후보의 대리인인지 확인해주시고 빠른 진행을 위해 소개를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윤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모두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먼저, 당의 방침부터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에서는 이번 대선후보 경선의 흥행을 위해 일반 국민에게도 문을 열어 비율 대의원과 당원 표에 가중치를 두지 않고, 당원 40%, 일반 국민 60% 비율로 진행할까 합니다. 이 안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후보 대리인께서는 손을 들어 주십시오.”
기획단장 한윤성의 말에 지훈과 임건식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한쪽에서 구윤서의 대리인인 한 의원이 손을 들었다.
“흥행을 위해서라면 애초에 그냥 완전 국민경선으로 치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의 말에 한윤성은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 기획단 내부에서도 그런 의견이 있었고 당 내부에서도 그런 의견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런 의견이 나왔다면, 여기 후보들 대리인이 있는 곳이니 한번 논의해보도록 하지요.”
구윤서 측의 말을 받은 김준태의 대리인마저 그렇게 말하자 마치 짠 듯 지훈과 임건식을 제외한 모든 대리인이 구윤서 대리인의 의견에 찬성한다는 듯 말해왔다.
“허허, 거 참 언제 저희 빼고 얘기가 통하신 겁니까?”
임건식은 상황이 못마땅하다는 듯한 말투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임 의원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저 나는 흥행을 위해 제의했을 뿐이고, 다른 후보의 대리인······.”
“아아, 알겠습니다. 단장님 계속 진행하시지요.”
“좋습니다. 오늘은 일단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니 다음 안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대의원과 당원 표에 가중치를 두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후보께서 공감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던 거로 기억합니다. 맞습니까?”
한윤성의 물음에 모두가 이견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부분은 그러면 이대로 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선거제 방식에 대해서도 한번 논의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구윤서의 대리인은 마치 자신이 회의를 주재하는 듯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선거제 방식이라면?”
“누가 경선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되든 대표성을 위해 현행 종다수결(단 한 차례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득표하는 후보가 승리)에서 결선 투표제 도입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선 투표제요?”
“그렇습니다. 현재 4명의 후보가 있습니다. 이러다간 정말 1위 후보가 50%도 안 되는 득표율을 받고 후보로 등극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당 안팎으로 후보의 정통성을 흔들 거고요. 그런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이참에 경선에서부터 그걸 차단하고 갑시다. 1차 투표에서 1위 후보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결선 투표를 진행하기로요.”
구윤서 측의 발언에 지훈과 임건식을 제외한 대리인들이 공감을 표하자 대선 기획단장인 한윤성마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투표를 두 번 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운 일입니다만, 경선흥행 측면에서는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겠군요.”
“단장님! 계속해서 우리 후보한테 불리한 규정으로 정하려고 하십니다.”
한윤성마저 그렇게 말하자 임건식은 기가 찬다는 듯 한윤성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임 의원, 어차피 다른 후보들은 단일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습니다. 정 후보는 현재 5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지 않습니까? 1차 투표에서도 끝낼 수 있는 수치입니다. 정 후보에 절대 불리한 싸움이 아니에요.”
한윤성이 설득하듯 말해오자 임건식은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테이블 위에 올려둔 수첩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자리였나 봅니다. 이런 식의 논의는 옳지 못합니다. 단장님 조금 더 중립을 지켜주시지요. 단장께서 중립을 약속해주실 때까지는 우리는 회의 진행 못 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임 의원!”
임건식과 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윤성은 큰 소리로 임건식을 불렀고, 두 사람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회의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 회의실 밖으로 나오자 복도에서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이 다가와 임건식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임 의원님, 회의 시작한 지 10분도 되지 않았습니다만, 회의장을 나오신 이유가······.”
“회의가 아주 공정하지 못해요. 자세한 것은 대선 기획단장에게 물어보십시오.”
“안에서 고성이 들렸는데요. 자세한······.”
“내가 더 말할 것은 없습니다. 특정 후보에게 아주 불리한 규정을 다른 후보들이 제시하고 있고, 중립을 지켜야 할 대선 기획단장은 거기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하고 자세한 것은 한윤성 단장에게 물어보십시오.”
임건식이 거기까지 말하고 답을 멈추고 발걸음을 옮기자 기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윤성을 향해 다가갔다.
“잘한거 같나?”
기자들이 주변에서 떠나자 임건식은 싱긋 웃으며 지훈에게 물어왔다.
“예. 어차피 오늘 결론 나기엔 힘든 회의였던 것 같습니다. 기선제압이 필요한 참이었는데 훌륭하게 잘 해내셨습니다.”
“하하, 그래. 오늘 저녁 뉴스에 자네 얼굴이 아주 대문짝만하게 나올 걸세. 보자······ 같이 캠프 사무실로 가지.”
“오후 일정이 없으십니까?”
“있어도 지금은 가서 정 대표님을 만나야겠어.”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옮겼는데, 멀리서부터 누군가 급하게 뛰어와 숨을 헐떡이며 두 사람의 앞을 막았다.
“임 의원님, 한윤성 단장님께서 두 분을 따로 뵙자고 하십니다.”
상대는 대선 기획단의 당직자 같았는데 한윤성의 명을 받고 지훈과 임건식을 찾아온 것 같았다.
상대의 말이 있자 임건식은 지훈을 바라보았고, 임건식의 눈빛을 느낀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온전히 후보들의 대리인들이 규칙을 정할 수 있게 중립을 지키라고 다시 한번 압박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훈이 그렇게 얘기하자 임건식은 당직자를 향해 승낙했고, 두 사람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당직자의 뒤를 따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