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방패 VS 방패 (2)
AT 마드리드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툭 – 툭 – 툭 –
원정팀은 서두르지 않았다.
후방에서 공을 돌리는 경우가 거의 없는 자갈루의 아틀레티였지만, 평소와는 달리 수비 라인에서 공이 돌고 있었다.
확실히 웨스트햄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역습의 타이밍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너무 올라가지 말자.”
“그래!”
아슈르와 데릭도 서두르지 않았다.
리그 경기였다면, 빠르게 튀어 나가며 전방에서 압박했을 테지만,
“힘을 아껴. 하프 라인 밑으로 내려오지도 말고.”
그랜트 감독의 지시에 따라 둘은 평소보다 가볍게 움직이며 뒤에 필립, 조나단과 간격을 유지하는 데 신경 썼다.
릴과 마이크도 하프 라인을 기준으로 위로 많이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 자리를 잡았다.
공이 원정팀의 진영에서 도는 사이, AT 마드리드의 투톱이 페널티 에어리어 앞까지 천천히 올라왔다.
둘 중, 피지컬이 좋아 보이는 남자가 데이비드와 페어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웃는 얼굴로 페어에게 외쳤다.
“이야! 뮌헨에서 은퇴할 줄 알았는데, 여기서 이런 식으로 보게 될 줄이야!”
남자의 말투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데이비드는 인상을 구겼고, 페어는 일단 상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게 뭐야? 주장은 네가 더 어울릴 것 같은데?”
하지만 그가 데이비드의 주장 완장을 이야기하자, 페어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아! 마테오. 미하엘이 안부 전해 달라고 했는데, 깜빡했어! 뮌헨 관광은 즐거웠지?”
“뭐, 뭐!?”
“왜? 나는 반갑고, 미하엘은 불편했어? 그럼, 그렇게 전해 줄게.”
“흥!”
마테오가 페어의 말에 고개를 돌리고, 입을 닫았다.
데이비드가 조용히 페어에게 엄지를 보여 주었다.
페어가 얘기한 미하엘은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이었다.
“마테오.”
로빈의 옆에 있던 우루과이 출신 포워드 구스가 마테오를 불렀다.
둘은 조금씩 하프 라인 쪽으로 위치를 옮기며 후방에 있는 공을 잡기 좋은 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조금만 올려!”
데이비드의 지시에 전체적인 라인이 조금 올라갔다.
“조나단. 마테오 보누치를 조심해. 특히 저 이탈리아 녀석은 손을 잘 쓴다.”
페어가 앞에 보이는 조나단의 귀에만 들리도록 작게 얘기했고, 조나단의 고개가 위, 아래로 움직였다.
지금 경기를 뛰는 웨스트햄 선수 중에 AT 마드리드와 경기 경험이 있는 사람은 페어와 아슈르뿐이었고, 그나마 데이비드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선수로 뛰며 몇몇을 상대한 경험이 있었다.
상황은 원정팀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처음 붙는 상대였기에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경계의 눈빛을 밝혔다.
소득 없는 공방이 계속 이어졌다.
양 팀 다 공격수에게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 수비수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기 때문에 골대 쪽으로 날아가는 슛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풀백들도 오버래핑을 자제하고 수비로 내려앉아 버려 날카로운 크로스가 올라가지도 못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은 답답하겠지만, 지금 경기를 뛰는 선수들만큼은 아니었다.
팍!
“!”
“뛴다! 사람 잡아!”
그때, 하프 라인 밑에서 어슬렁거리던 구스와 마테오가 갑자기 몸을 돌려 골대 앞으로 질주했다.
천천히 공을 돌리던 수비 라인에서 골대를 향해 공을 날렸던 것이다.
‘빠, 빠르다!’
조나단은 순식간에 몸을 돌리며 빠져나가는 마테오의 순발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거워 보이는 몸이었는데, 동작은 재빨랐고, 유연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포워드가 손을 잘 쓴다?
조나단은 페어의 말을 곧 이해할 수 있었다.
팟, 파박!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데이비드와 마테오가 동시에 몸을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그런데 조나단의 눈에 마테오의 손과 데이비드의 팔이 함께 엉켜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정확히 데이비드의 유니폼을 심판 모르게 잡아당기려는 마테오의 손을 데이비드의 팔이 누르고 있는 것이었다.
머리싸움보다 손 다툼이 더 치열했던 터라 공은 둘의 머리를 넘어 헤르만의 품에 안겼다.
“쳇!”
마테오가 아쉬운 듯이 데이비드를 바라봤고, 데이비드는 그런 마테오를 지지 않고 노려봤다.
“이 자식!”
“뭐?”
마테오가 이마를 맞대며 데이비드의 시선에 맞섰다.
삐빅!
“둘! 떨어져!”
주심이 휘슬이 울렸고, 둘은 그제야 떨어졌다.
둘이 갈등을 일으킨 덕분인지 지루했던 경기 분위기가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 *
‘뭐가 이렇게 커!?’
데릭은 오랜만에 자신보다 피지컬이 좋은 상대를 맞닥뜨리고 있었다.
AT 마드리드의 센터백 이고르 로만체프.
별명이 불곰인 만큼, 그는 데릭보다 모든 것이 조금씩이라도 더 컸다.
키케와 함께 아틀레티의 성벽이라 불릴 정도로 수비력이 대단했다.
꿀꺽!
러시아 국가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한 그를 보며 데릭은 실제 몸으로 느껴지는 중압감에 침을 삼켰다.
‘내가 이 녀석을 넘을 수 있을까?’
데릭은 계속 이고르를 주시했다.
“후우 – !”
러시아의 불곰을 넘어 골에 성공해야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오늘 경기를 승리로 가져올 수 있다.
데릭은 깊게 숨을 몰아쉬며 어떻게 이 커다란 벽을 넘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이고르는 데릭이 자신을 보든, 말든 무심한 표정으로 공의 연결에 신경 쓰고 있을 뿐이었다.
“이고르! 좋아! 하칸! 더 좁혀!”
뒤에서는 두예가 쉬지 않고, 위치를 외쳐 주고 있었다.
하칸 귀네슈.
키케의 자리를 대신한 터키 출신의 미드필더였다.
그래서 원래는 AT 마드리드의 중앙 미드필더였지만, 자갈루 감독이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키케가 세트 플레이 득점을 위해 공격으로 전환할 때, 뒤를 받치며 센터백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고, 자갈루 감독의 훈련 자체가 어떤 상황에서도 수비가 가능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었기에 하칸이 아니어도 키케의 공백을 메울 선수는 많았다.
물론, 그들이 키케의 수비력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하칸은 아슈르의 옆에서 공간을 주지 않고, 달라붙어 있을 정도로 발이 빨랐다.
그리고 미드필더로 성장하며 정확한 킥을 구사할 수 있었기에 카운터의 성공 확률이 높았다.
자갈루 감독이 정신을 차린 후, AT 마드리드의 수비는 두예를 중심으로 이렇게 금방 정상적인 모습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힘을 아끼면서 기다려야 한다.’
아슈르는 옆으로 빠져나가는 공을 쫓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숨을 참았다.
데릭과 아슈르가 거칠게 달라붙지 않은 덕분에 원정팀이 공을 돌리는 것이 편해졌고,
마테오와 구스가 쉬지 않고 움직이며 공을 받아 주었기 때문에 점점 공의 점유율은 AT 마드리드가 높아졌다.
〈왜…… , 쫓아가지 않았을까요? 아슈르 송의 속도라면, 중간에서 자를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요? 데릭 볼도 그렇고 오늘 웨스트햄 선수들의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보입니다. 평소와는 아주 다른데요. 좀비 이야기도 요즘에는 들리지 않는데 말이죠.〉
〈상당히 조심스럽게 경기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원정팀보다 오히려 수비적인 위치에서 선수들이 움직이는데, 그랜트 감독의 생각은 전반전을 실점하지 않은 상태에서 끝내고 싶어 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에서 전방으로 킬패스를 찔러 줄 선수들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무리해서 AT 마드리드의 수비벽을 두드리기보다 상대 선수의 체력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한치우 선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맥스 드레이크 선수를 투입하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물론, 실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서는 득점도 필요한데요.〉
〈최근에 보여 준 드레이크의 활약이라면,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합니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먼저 지키는 쪽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지금 보시면 원정팀의 포워드들이 수비에도 가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까? 중간에서 자칫 공을 뺏겨 버리면, 바로 역습 상황을 맞아야 하기 때문에 홀딩이 뛰어난 필립 모리스와 조나단 퀵으로 하프 서클 주변을 단단히 지키고 있는 것이죠. 반면에 아슈르 송과 데릭 볼은 활동 범위가 그렇게 넓지 않아요. 아마 후반전에 한 번의 기회를 제대로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예.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답답하시겠지만, 웨스트햄이 언제, 어떤 공격으로 AT 마드리드의 수비벽을 공략할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 * *
내 옆에서 잔뜩 긴장한 눈으로 그라운드를 보는 맥스의 떨림이 느껴졌다.
“맥. 너무 떨 것 없어.”
“후우 – ! 예.”
“우리는 지난 시즌에 이보다 더한 압박감도 이겨 냈지. 그중에서도 리버풀과의 경기는 정말 지옥이었어. 경기 내내 참아야 했으니까.”
“아! 정말 대단한 경기였어요!”
“그래. 그러니까 조금만 편안한 마음으로 봐. 벤치에서 긴장하고 있으면 가끔 이쪽을 바라보는 선수들도 긴장하게 될 수 있으니까.”
“예.”
그래도 떨리는 것은 멈추지 못하겠는지, 녀석의 두 다리가 보기 싫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면 하나 물을게. 너라면, 아틀레티의 수비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 것 같아? 공격에서 어떤 움직임이 필요하지?”
나는 녀석이 생각에 몰두할 수 있게 문제를 하나 내주었다.
“음, 아무래도 단단히 박힌 수비수들을 끌어내려면, 좌, 우 측면을 흔들어야겠죠. 릴의 속도와 마이크의 크로스라면 가능할 것 같아요. 여기에서 풀백의 오버래핑까지 더해지면 공의 점유율도 높일 수 있고, 중앙에서 공을 연결할 수 있는 범위도 넓어질 것 같아요.”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다.
이 녀석도 모나코의 애송이와 같은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답을 얘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 단단한 수비를 상대하는 전술의 기본과 정석을 잘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왜 아틀레티가 라 리가의 방패라고 불리는지 잘 알아 둘 필요가 있어. 이번에는 릴과 마이크가 왜 측면을 공략하지 못하는지 집중적으로 봐.”
맥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릴과 마이크의 움직임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 이런! 함정이네요!”
“그래. 맥. 이렇게 경기를 볼 때는 전체적인 상황을 눈에 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지션별로 토막 내서 집중적으로 볼 필요도 있어. 전체에서 부분으로, 부분에서 전체로 경기를 보기 시작하면, 흐름을 읽는 능력과 시야는 더 발달하게 되지.”
“예!”
“그럼, 네가 느낀 것을 들어 볼까?”
“예! 아틀레티의 포백은 페널티 에어리어 앞을 감싸듯이 서 있어요. 좌, 우 폭이 상당히 좁은데, 마치 파이브백에서 쓰리백의 역할을 네 명이 함께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에요. 상대는 비어 있는 코너 플래그 앞을 공략하는 것이 바로 눈에 들어올 거예요. 하지만 그건 함정이죠. 어, 어! 예. 지금처럼 릴이 코너 플래그 앞에서 공을 잡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풀백과 미드필더가 순식간에 감싸 버려요. 준비된 움직임입니다!”
“잘 봤어. 그래서 감독님께서 조나단과 필을 선발로 내보낸 것이지. 만일, 네가 들어갔다면, 경험이 없는 너는 계속 코너 플래그로 공을 날려 댔을 테니까. 결국, 우리는 원정팀보다 먼저 지치게 되고, 이것은 막을 수 없는 역습으로 이어져.”
“아!”
아틀레티의 4-4-2는 현재 첼시의 감독이 된 사키 감독의 지역 방어와 리버풀의 사면 압박을 섞었다고 보면 이해하기 가장 쉽다.
자갈루 감독의 혹독한 훈련은 포워드까지 수비수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아틀레티의 전술을 텐백이라고도 이야기한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 버린 유명한 공격수도 있었으니까.
언뜻 보면 아틀레티의 수비 위치에 측면 공략이 쉬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아니다.
아까도 릴이 공을 잡자, 기다렸다는 듯이 미드필더와 풀백이 가두어 버린다. 풀백이 빠진 공간을 중앙 미드필더가, 중앙 미드필더의 자리는 포워드가 메우며 상대에게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기회를 주지 않는 것.
자갈루의 수비 전술은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라 리가에서 시즌마다 최소 실점률을 기록하고 있다.
“언젠가 미구엘 에르난데스가 아틀레티에 패하며 이런 말을 했었지.”
“뭐라고요?”
“자신과 똑같은 선수 세 명이 중앙과 양옆에 있다면, 성벽을 무너트릴 수 있을 거라고.”
“아! 축구의 신이 세 명이나요?”
“그래. 뭐, 이제는 몇 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그,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해요?”
맥스의 떨림이 아까보다 더 심해졌다.
아직, 어리긴 어렸다.
“맥. 우리의 아이언 실드 역시 뛰어난 수비 전술이야. 절대! 어느 팀을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아. 그리고 이미 지난 시즌에서 증명했지. 그리고 아이언 실드는 수비 전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야. 물론, 아틀레티의 수비 전술도 역습의 전 과정이지만, 변화는 아이언 실드가 더 많아. 우리도 저 녀석들만큼이나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있고, 해머스는 계속 성장하고 있어.”
“마, 맞아요! 우리는 단단한 해머스입니다!”
“그래. 그러니까 동료를 믿어. 오늘 별들의 전장에서 아이언 실드의 날개가 활짝 펼쳐질 테니까.”
* * *
전반전 40분이 지나자, 그동안 훈련을 열심히 했던 웨스트햄 선수들의 얼굴이 오랜만에 좀비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제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치는 것은 AT 마드리드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쪽은 원정 경기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런던까지 날아와 경기하고 있었다.
“이고르! 그래! 거기!”
“하칸! 커버해!”
그래도 두예의 외침은 멈추지 않았고, 덕분에 집중력을 잃지 않고, 간격을 유지했다.
“헉! 헉! 카운터의 타이밍이 헉! 안 보여!”
“젠장!”
데이비드와 로빈은 하프 라인 뒤로 보이는 거대한 성벽에 캐논을 날릴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다.
“데이브!”
파바바바 –
파박!
“이런!”
툭 –
지금도 공을 잡은 헤르만이 소유권을 쉽게 뺏기지 않으려고 데이비드에게 짧게 연결했는데, 마테오와 구스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길게 공을 때리는 타이밍을 빼앗아 버렸다.
데이비드는 할 수 없이 로빈에게 공을 연결했고, 저 위에서 달리고 있던 아슈르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로빈!”
파앙 –
그때, 로빈이 강하게 공을 때렸다.
“뭐야!?”
“됐어! 포워드가 아니야. 내려가자!”
마테오가 놀라며 뒤로 고개를 돌리는데, 이미 방향을 확인한 구스가 하프 라인을 향해 뛰었다.
공은 하프 라인을 넘어 중앙이 아닌 왼쪽 아웃라인 앞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로빈을 부른 것은 마이크였다.
퉁 –
마이크는 상대 날개가 달라붙기 전에 공을 발끝으로 건드려 중앙의 필립에게 연결했다.
이것도 조금만 늦었다면, 중앙 미드필더까지 합세한 포위에 막혔을 것이다.
팡!
그런데 필립도 발 앞으로 오는 공을 바로 걷어찼다.
공이 향하는 방향은 마찬가지로 왼쪽 아웃라인 근처, 이번에는 조금 더 깊숙이 코너 플래그 앞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하칸! 네가 가야 해! 이고르! 이동해! 모두 움직여!”
두예의 외침에 원정팀의 풀백과 하칸이 동시에 코너 플래그를 향해 튀어 나갔다.
공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오버래핑을 시도한 페어.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예는 보지 못했다.
공을 잡고 몸을 돌리는 페어의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를.
툭 –
페어는 재빨리 미소를 감추며 튀어나오는 둘의 사이로 공을 밀어 넣었다.
공을 받는 아슈르의 뒤에서 이고르가 돌지 못하게 커다란 몸으로 막아섰다.
“윽!”
퍼엉!
아슈르가 겨우 이고르의 체중을 버티며 오른발로 감아 반대를 향해 공을 길게 넘겼다.
몸을 돌리지 못한 상황에서 공은 골대로 향할 수 없었고, 데릭은 어느새 두예의 지시에 따른 중앙 미드필더와 풀백에게 갇혔다.
어떻게든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슛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오른쪽 코너 플래그 앞까지 날아가는 공을 향해 릴, 그리고 원정팀의 미드필더와 날개가 함께 달려갔다.
“크로스를 막아!”
두예의 외침에 둘이 골대로 향하는 각도를 잡으며 먼저 자리를 잡은 릴을 포위했다.
툭 –
하지만 릴은 떨어지는 공을 발로 잡고 올린 것이 아니라, 빠르게 머리 높이에 맞춰 헤더로 골대 반대 방향에 맞춰 공을 떨어트렸다.
“!”
“누, 누구!?”
이번에는 두예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페어의 존재감에 하칸을 사이드로 보내며 이동한 수비 위치에서 페널티 에어리어 앞을 단단하게 막는 것까지는 훌륭했지만, 지금 공이 떨어지는 지점이 순간 비어 버린 것이었다.
딱 한 번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측면에 파 놓은 함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맥. 함정은 양날의 검과 같아. 상대가 걸릴 수도 있지만, 잠깐 아차 하는 사이 자신도 걸릴 수 있어.”
한치우가 벤치에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구스와 마테오가 전방으로 질주하는 필립과 조나단을 견제하는 그 타이밍에, 릴의 머리에 맞고 떨어지는 공을 향해 달려드는 사람은 리치였다.
퍼어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