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30
30화. 4분
“빨리 올라가! 빨리!”
내 외침에 데이비드도 양팔을 휘저으며 동료에게 빨리 올라가라고 외친다.
나는 직접 하프 라인에 공을 밟아놓으며 옆에 서 있는 주심에게 물었다.
“몇 분 정도 남았나요?”
“4분! 4분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내 자리로 내려왔다.
반대로 넘어가는 맨시티의 선수들의 얼굴에서 승리의 기색이 엿보였다.
데릭이 붉어진 얼굴로 나를 보며 휘슬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삑!
퉁-
데릭이 내게 공을 밀어주며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무어와 마이크, 릴이 부채처럼 퍼지는 것이 시야로 들어왔다.
아니 그보다 페란과 히카르두가 나를 향해 뛰어드는 것이 먼저였다.
차악- 착! 차악- 착!
나는 오른발, 왼발을 가리지 않으며 라 크로케타를 연속으로 사용해 동시에 달려드는 둘의 사이로 빠져나갔다.
“익!”
파블로의 당황한 얼굴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한!”
고맙게도 옆에서 필립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는 왼발로 필립에게 공을 밀어주며 파블로를 지나쳤다.
필립은 내가 빠져나오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내 앞으로 공을 굴려 주었다.
‘이거야! 필!’
이제 필립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우우우우우우우우-
어서 경기를 끝내라는 듯이 홈팬들의 야유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그들의 야유는 나의 심장을 더 뛰게 하였다.
‘닥치게 해 주마!’
나는 뒤에서 나를 쫓는 여러 명의 발소리를 들으며 페트릭이 붙기 전에 왼쪽의 마이크에게 공을 넘겼다.
파블로는 공과는 상관없이 내 옆으로 다시 붙었고, 페트릭까지 가세했다.
나는 다리에 힘을 더 주어 그들보다 더 빠르게 앞으로 달리며 마이크가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다.
역시 마이크가 조르주의 압박이 세지기 전에 내 앞으로 공을 밀어주었고, 나는 왼발 안쪽으로 공을 받았다.
촤아아아아-
“!”
뒤에서 미끄러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윽!’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오른발 뒤꿈치에 스터드가 닿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중심을 잃을 뻔했지만, 나는 허리와 허벅지에 힘을 단단히 준 채로 공을 앞으로 차며 더 달렸다.
“페트릭! 일어나!”
백태클을 시도한 것은 페트릭이 분명했다.
저 앞에서 제임스가 일그러진 얼굴로 데릭을 놓치지 않으며 외치는 것이 보였다.
턱-
내 옆에 붙은 파블로가 예상과는 다르게 어깨를 부딪쳤다.
나는 가벼운 그의 몸을 오히려 더 밀어버리며 내 시야 오른쪽으로 걸리는 필립에게 공을 연결했다.
공을 잡은 필립이 나를 보는 척하며 더 오른쪽으로 공을 넘겨 버렸다.
이런 것은 금방 따라 할 줄 아는 센스가 녀석에게는 있었다.
우리의 집중력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정신없는 얼굴로 당황하는 것은 맨시티였다.
필립 덕분에 나는 집중된 수비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오른쪽을 바라보니 릴이 빠르게 공을 치고 달리며 공간을 잡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콜 도일이 빠른 태클로 공을 따 내며 페란을 향해 공을 길게 찼다.
나는 데이비드를 믿고 몸을 돌려 하프 라인을 향해 뛰었다.
역시 데이비드는 몸을 솟구치며 페란의 앞에서 머리로 공을 떨어트려 주었다.
조나단이 재빨리 공을 받아 달려가는 내게 바로 공을 밀었다.
‘보답해 줄게.’
그래도 죽기 살기로 뛰어 주는 조나단이 고마웠다.
“잡아! 어떻게든 잡아!”
그때, 내 뒤로 둘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제임스의 필사적인 외침도 함께 들렸다.
나는 등으로 느껴지는 상대 선수가 붙는 타이밍에 굴러오는 공을 오른발로 밟아 당기며 그대로 몸을 오른쪽으로 회전시켰다.
촤아아악-
이번에 태클을 걸어온 것은 파블로였다.
돌아가는 나의 시야에 넘어지는 파블로와 당황하는 페트릭의 표정이 스쳐 지나가고, 나는 빠져나가는 공을 왼발로 더 당겨 마르세유 턴으로 둘을 깔끔하게 따돌렸다.
시야가 핑핑 돌았지만, 골대를 보는 눈에 힘을 주었다.
어느새 내려온 히카르두와 미켈이 나를 향해 뛰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내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퉁-
나는 빠르게 오른발 안쪽으로 왼쪽에 비어 있는 마이크를 향해 공을 밀어주었고, 마이크는 달려오며 오른발로 슛을 했다.
‘왼발로 찰 것이지!’
마이크의 슛은 오른발로 찰 만큼 다급했다. 역시 힘이 실리지 않은 슛이 가브리엘의 다리를 맞고 튕겨 버렸다.
앞에 서 있던 필립이 재빨리 공을 잡아 재차 슛을 때렸지만, 이번에는 제임스의 배에 걸리며 튀어 오른 공을 패트릭이 재빨리 몸을 뒤집으며 발등으로 높이 차올렸다.
데릭이 거의 수직으로 솟아오른 공을 향해 몸을 띄우며 이마로 공을 맞히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힘이 실리지 않은 공은 위고가 가볍게 점프하며 낚아챘고, 바로 잔디 위로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공을 안은 채 일어서지 않았다.
나는 주심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주심의 시선은 넘어진 채 일어서지 않는 위고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 있었다.
주심이 고개를 들자, 눈치를 보던 위고가 재빨리 일어나며 공을 길게 차 버렸다.
삐이익- 삑!
“아!”
“후아! 헉! 헉!!”
“헉! 헉!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아!”
내 주위에 있던 맨시티 녀석들이 긴장이 풀려 버렸는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나는 위고가 손을 짚고 있는 골대를 노려보았다.
‘하! 미치게 아쉽다!’
나는 진이 빠져 쓰러지는 맨시티 선수들을 뒤로하고 몸을 돌려 버렸다. 골대를 더 보면 볼수록 미련은 깊어질 뿐이다.
경기는 끝이 났다.
* * *
“빈센트 할스 감독님. 오늘 경기에서 힘겹게 이겼습니다. 소감을 전해 주시죠.”
“하! 정말 배가 아플 정도로 긴장했습니다. 마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치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진심으로 오늘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었다면, 오늘 경기는 역사에 남을 것이었습니다. 이런 명승부를 결국 승리로 끌어낸 우리 선수들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준 웨스트햄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인연이 없던 한치우 선수를 오늘 직접 만나 본 소감은 어떻습니까?”
“미치도록 놀랍습니다. 단언컨대, 그는 바르셀로나에 있는 미구엘과 같은 수준입니다. 웨스트햄에 있는 한이 언제 미구엘과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일 두 선수가 붙게 되는 날이 온다면, 나는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그 경기를 보러 갈 것입니다! 한은 오늘 MOM을 받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한치우는 할스 감독의 말대로 경기의 결과와 상관없이 MOM에 선정되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처음이었지만, 지난 리그 컵 경기와 더불어 두 게임 연속으로 MOM이 된 것이다.
“한치우 선수. 드디어 이번 프리미어 리그에서 MOM으로 선정되셨습니다. 기분이 어떻습니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제가 두 골을 넣었다는 것이 맨체스터까지 원정 응원을 와 주신 팬들께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오늘 경기에 승리하지 못해 매우 죄송합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준 우리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 주 주말에는 드디어 아스날과 경기를 치르게 됩니다. 그때도 오늘과 같은 모습을 보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직 일주일이나 남은 경기를 두고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 8라운드 전에 리그 컵 3라운드 경기가 먼저입니다. 제가 출전하는 경기에서는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웨스트햄의 승리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는 것. 이것이 제가 할 일이겠죠.”
한치우는 그 말을 끝으로 라커룸을 향해 몸을 돌렸다.
라커룸으로 들어오자, 기진맥진한 선수들의 표정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한! 미안하다! 내가 마지막 헤더에 더 힘을 주어야 했어!”
“죄송해요! 제가 중간에 멍청하게 굴지만 않았어도!”
데릭과 조나단이 말을 하지 않았어도 한치우는 그들의 마음을 이미 느끼고 있었다.
“데릭! 조나단! 오늘 전광판의 스코어만 본다면, 진 것이 맞아. 하지만! 나는 오늘 졌다고 생각 안 해! 우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릴 때까지 끝까지 싸웠고, 마지막에는 맨시티가 제대로 숨도 못 쉬도록 몰아넣었지. 만일 오늘 추가 시간이 5분을 줬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우리가 졌을까? 물론 결과만 놓고 본다면, 핑계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패자처럼 고개를 숙일 이유는 없어!”
“한의 말이 맞아! 나는 솔직히 마지막에 울컥했어! 우리는 한 몸이 되어 움직였고, 프리미어 리그 최강인 맨시티를 압도했지! 한이 휘슬이 울리고, 위고를 노려봤을 때는 소름이 돋았어!”
데이비드가 맞장구를 쳐 주었다.
“어? 그거 골대를 본 건데, 마르세유 턴하고 머리가 핑핑 돌아서 슛할 타이밍을 놓쳐 버렸거든.”
“뭐, 뭐야!?”
“하하하하하! 그래! 우리 오늘 정말 잘 싸웠어! 런던 스타디움에서 반드시 시티즌을 박살 내 버리자!”
“그래! 우리의 단단한 망치로 다 때려 부숴 버리자고!”
라커룸은 이제 패배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가, 경기가 이대로 끝이 납니다. 해설 위원님 마무리를 부탁해도 괜찮겠습니까?〉
문언변이 맨시티의 선수처럼 진이 빠진 얼굴로 힘겹게 말을 이었다.
〈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축구 중계가 이렇게 힘이 들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처음 해설을 맡았을 때는 쉽게 생각했었는데, 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후!〉
〈예. 솔직히 저도 오늘같이 힘든 경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겠죠?〉
〈흠, 오늘 경기 정말 대단했습니다. 마지막 추가 시간에 웨스트햄이 보여 준 투지는 축구를 하는 선수라면 모두 보고 배워야 합니다. 4분이 90분을 압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으니까요.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조나단 선수의 경험이 조금만 풍부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뛴 것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그리고 한치우 선수! 오늘 멀티 골을 기록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지켜봐 주십시오. 그의 득점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카메라의 빨간 불이 사라지자, 둘은 그대로 테이블에 몸을 숙이며 엎드렸다.
→ 졌잘싸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
→ 나 지금 리모컨 쥐고 있는데, 리모컨에서 땀 떨어진다! 와, 이런 경기가 다 나오네. 마지막에 심장마비 오는 줄 알았네.
→ 어!? 나 바지에 오줌 쌌네!
→ 오줌이 문제냐!? 지금 지린 사람 한둘이 아닐걸? 마지막 추가 시간만 봐도 이 경기 다 본 거나 마찬가지다! 한치우 개인기, 미구엘급 인정!!!!
→ 진짜 추가 시간 더 있었다면, 오늘 한치우 해트트릭도 문제없었다. 마지막에 골대 보고, 서 있는데 남자가 봐도 멋있더라! 크으!
→ 그 장면 내일이면 짤로 풀린다. 지금 내가 작업하고 있으니까! ㅎㅎㅎ
→ 하! 한치우 해트트릭해도 조나단이 징징대서 안 됨.
→ 조나단이 말아먹으면 한치우가 수습하고! 아 진짜! 처음부터 필립을 출전시켰어야지!
→ 도대체 한치우 축구 교실을 언제까지 봐야 함? 웨스트햄 유스 시스템이 최고라고 들었는데, 완전 한치우 유스 시스템!!!
→ 찰스 포텐 터트리고, 조나단 포텐 터트리고, 다음은 누구일까나? 누가 웨스트햄 1군 명단 올려 봐라. 나이 좀 확인하게.
→ 웨스트햄 홈피에 항의 글 좀 올리자. 중요한 경기에서는 베스트로 경기에 나가라고.
→ 그래도 다음 주 드디어 아스날하고 붙는다!!!!
→ 난 다음 날 월요일 미리 연차 쓸 거임. 아마 그 경기도 대박 경기 나올 게 분명하고 제대로 된 정신으로 출근 못 함!
→ 취업도 하시고 좋겠수다. 난 백수라서 티브이 소리 최대한 줄여 놓고 몰래 봐야 하는데. ㅠㅠ
→ 어? 저 서울 성북구에서 혼자 자취하는데, 어디 사세요? 혼자 보기 외로운데 서울 사시면, 함께 보시죠?
→ 성북구 어느 동이요?
프리미어 리그 7라운드 중계방송이 끝난 10월 5일 대한민국의 월요일 새벽은 축구 팬들의 소중한 잠을 앗아가 버렸다.
* * *
경기가 끝나고, 늦은 시각에 아파트로 돌아온 한치우는 바로 곯아떨어졌다.
월요일 아침, 평소보다 잠을 더 잔 한치우는 존이 건네주는 커피를 받았다.
“좀 털어 냈어?”
“뭘?”
“예전의 너였다면, 아쉬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잤을 텐데, 푹 잔 얼굴이어서.”
“어. 잘 잤어. 아쉬워도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부숴주기로 했어. 안과는 예약했지?”
“너, 몸만 회복된 것이 아니라 뇌 구조도 바뀐 것 같은데. CT도 예약할까?”
“헛소리 그만하고, 몇 시 예약이야?”
“아직 여유 있어. 일부러 가까운 곳으로 예약 잡았으니까.”
“으아아! 안과는 정말 오랜만에 가는 것 같다.”
“나도 따로 네 일정은 전달했는데, 감독님과 얘기는 된 거지?”
“물론. 점심 먹고 바로 훈련장으로 간다고 했어. 진료 끝내고, 오랜만에 밖에서 점심 먹자.”
“오케이. 씻고 나와.”
둘은 가볍게 챙기고 근처의 안과로 향했다.
존의 배려로 한치우는 다른 환자가 없는 안과에서 간단한 시력, 굴절도, 안압, 망막 등 눈과 관련된 검사를 몇 개를 진행하고 안과 전문의에게 눈을 보여 주었다.
“흠. 시력이 무척 좋으시네요?”
“아, 예. 시력은 좀 타고났어요. 그리고 전자기기와 친한 편이 되지 못해서 나빠질 일도 없었고요.”
“원래 안구건조증이 심하십니까?”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요즘에 자주 눈이 뻑뻑해서.”
“뭐, 요즘 런던의 미세먼지가 좋은 편이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주변 환경에 의해서라도 안구건조증이 흔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검사 결과로는 한치우 선수의 눈에서 보통의 현대인보다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직접 살핀 제 소견도 그러합니다. 눈에 인공 눈물을 자주 넣으시고, 물도 자주 마시세요. 주무시기 전에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해 주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고구마, 시금치, 블루베리, 뭐 눈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은 많으니 챙겨 드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상이 없는 것이 확실한 건가요? 붉은 점 같은 것도 보이던데?”
“이것을 보세요.”
의사가 주머니에서 펜 모양의 휴대용 랜턴을 한치우의 눈에 비추었다.
“자, 눈을 감고 집중해 보십시오.”
한치우가 의사의 말에 그대로 따라 했다.
“그냥 캄캄하기만 한가요? 아니면 뭔가 보이시나요?”
“붉은 점이 보이네요.”
“눈을 떠 보십시오. 지금도 흐릿하게 붉은 점이 보이시죠?”
“네.”
“바로 그겁니다. 눈은 감았다고 해서 암막 커튼처럼 바로 암흑 속으로 빠지지는 않습니다. 감기 전 인식하고 있는 것들을 뇌로 계속 신호를 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빨리 적응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죠. 제가 보기에는 한치우 선수의 눈은 매우 정상입니다. 도움이 되었나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럼, 사인을 좀……?”
그날 오후, 안과 전문의와 한치우가 함께 찍은 사진과 사인이 안과 입구에 걸렸다.
존은 한치우를 데리고 아이언 디쉬로 들어갔다.
둘은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수다를 떨며, 맛있는 요리를 즐겼다.
안과에서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한치우의 마음은 더 가벼워졌다.
이제 제발 시끄러운 일들만 생기지 않는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았다.
“저……?”
그때, 한치우의 마음을 모르고 누군가 그들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아, 따로 주문한 것이 없는데, 무슨 일이시죠?”
존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아이언 디쉬의 종업원이 붉어진 얼굴로 머뭇거리고 있었다.
“저, 저는 아이언스 그룹 중의 하나인 리얼 아이언의 지미 페이트라고 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에게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요?”
“물론이에요.”
한치우가 물로 입을 헹구며 지미에게 미소를 보였다.
안과에서도 했는데, 레스토랑이라고 사양할 이유는 없었다.
역시 지미와 사진까지 찍어 준 한치우는 감격한 지미의 배웅을 받으며, 존의 차를 타고 바로 러쉬 그린 훈련장으로 들어갔다.
“한! 뭐라고 해?”
“한, 잘 다녀왔어?”
휴게실에는 점심을 먹고 쉬고 있던 선수들이 한치우가 들어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을 쏟아냈다.
“어. 요즘 런던의 미세먼지 때문이라네. 시력도 좋고, 정상이라고.”
“다행이야!”
“그것 봐. 피곤해서 그런 거였다니까.”
모두 걱정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한치우는 한스 박사까지 만나 안과에서 받아 온 소견서까지 보여 주며 그를 안심시켰다.
“문제없죠? 걱정 마세요.”
“그래도 내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상이 생기면, 오늘처럼 바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나쁘지 않아.”
“예. 그럴게요!”
그리고 10월 7일 수요일.
웨스트햄은 웨일즈로 원정을 떠났다. 리그 컵 3라운드 상대가 카디프 시티 FC(카디프 시티)였다.
프리미어 리그 순위표에서 가장 아래에 머물러 있는 카디프 시티를 상대하는 웨스트햄의 선발 출전 명단에 한치우는 빠져 있었다.
혹시 몰라 교체 명단에는 포함되었지만, 더 단단해진 해머스는 한치우를 그라운드 위로 올라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0 : 2로 깔끔하게 이겨 버리며 주말에 있을 프리미어 리그 8라운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가져왔다.
아스날도 선덜랜드와의 경기 이후 계속 승리를 이어 가고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 6라운드 경기.
번리로 원정을 떠난 아스날은 0 : 1로 이기며 귀중한 원정 승리를 챙겼다.
프리미어 리그 7라운드 경기.
런던으로 리즈 유나이티드를 불러들여 다시 1 : 0 승리.
그리고 오늘 유럽대항전에 참가하는 프리미어 리그 팀들이 합류하는 리그 컵 3라운드 경기에서 비록 하부 리그에 있는 클럽이지만.
링컨 시티 FC를 만나 오랜만에 세 골을 넣으며 3 : 0 완승을 하고, 아스날 홈팬들의 입에서 응원의 함성이 터지게 하였다.
경기 후, 인터뷰를 진행하는 요한 슈미트 감독의 얼굴이 오랜만에 환해졌다.
“먼 길을 돌아왔다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클럽은 새로운 것을 맞이할 때 과도기를 겪게 됩니다. 이 기간을 어떻게 견디고 넘기느냐에 따라 클럽의 미래가 결정되어 진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지난 프리미어 리그 5라운드 경기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지금 같은 기세로 승리를 계속 이어 나갈 것입니다.
거너스는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누가 있었던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일요일 런던 스타디움에서 반드시 망치를 박살 내고야 말 것입니다!”
프리미어 리그 8라운드.
많은 사람이 기다리는 매치 업은 요한 슈미트 감독의 도발로 포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