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33
33화. 비극의 전장 (3)
아스날은 전반전이 남은 시간 동안 별다른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라커룸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선수들이 없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알베르토 역시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슈미트 감독은 작전판 앞에서 인상을 쓰고 있었고, 팀 닥터 해리 보틀이 선수들 사이에서 몸 상태를 확인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장 페리가 그 모습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 궁금한 것이 있는데, 한의 몸 상태가 이렇게 빨리 회복할 정도였습니까? 물론 경기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한은 분명히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쓰러졌다고 했었는데요. 지난 시즌에서도 그의 무릎은 정상이 아니었잖아요?”
장의 질문에 모든 선수의 시선이 해리를 향했다.
“글쎄. 직접 보면 더 정확하겠지만, 그는 이제 거너스의 선수가 아니니까. 물론 재활 치료를 잘 받았다면 회복은 가능하겠지. 사람의 몸은 신비한 구석이 많아서 의학 지식을 초월한 결과를 종종 보여 주기도 하니까.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는 이렇게 짧은 기간에 백 퍼센트로 회복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보네. 아마 극도의 인내심으로 고통을 견디며 뛰는 것일 수도 있어.”
“헛소리! 당신의 실력이 낮아서가 아니고!? 우리는 그라운드에서 똑똑히 확인했어! 한은 거너스에 있었을 때보다 더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해리에게 소리쳤다.
“장의 말이 맞아!”
“그래. 더 빠르고, 더 날카로워졌지!”
“도대체 해머스에서 무슨 훈련을 받은 거야!?”
“난 우리 팀 닥터를 믿을 수가 없어졌어.”
장의 외침을 시작으로 기존 선수들의 입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선수들은 해리의 실력에 대해 전부터 의심하고 있었다. 오늘 한치우의 움직임을 직접 보며 그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모두 조용히 해! 이게 무슨 소란이야!? 지금 경기가 끝났나? 패배한 채 북런던으로 돌아갈 생각이 아니라면 좀 닥치고 있어!”
슈미트 감독이 뒤로 돌아서며 소리를 질렀다.
마음 같아서는 작전판을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였다.
“감독님. 한을 이런 식으로 막는 것은 해머스를 도와주는 일인 것 같습니다. 차라리 한에게 집중하느니 다른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 생각하는데요?”
그때, 테오가 조용해진 라커룸 분위기에 맞춰 입을 열었다.
“테오의 말이 맞아요. 저희가 전반전에 공을 되찾아왔을 때는 한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 공이 넘어간 이후였습니다. 물론 한의 개인적인 능력은 뛰어나지만, 일단 저희가 수비에서 공을 찾아오려면 다른 선수를 더 압박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에게 슈팅 타이밍만 주지 않는 선에서 압박하고, 남은 선수들을 더 신경 쓰는 것이 맞아요.”
테오의 말에 장과 스티브가 동의하는 말을 더 해 주었다.
“흠…….”
다시 작전판을 살피는 슈미트 감독의 얼굴이 굳어졌다.
‘맨시티의 더블 볼란치도 뚫어낸 한이라면 둘이나 셋을 붙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작전판에 붙어 있는 마그네틱을 떼서 이리저리 움직여 보는 슈미트 감독의 손이 바빠졌다.
“그래. 나도 테오의 의견이 일리가 있다는 쪽이야. 먼저 골을 만회하는 것부터 얘기한다. 게리와 테오는 데이비드를 철저하게 공략해. 데이비드는 종종 뒤를 돌아 공간을 침투하는 선수를 빨리 잡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하지. 해머스의 파이브백은 단단하지만, 우리가 공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수비할 때 포백은 지금처럼 유지하고, 게리는 필립 모리스를 맡고, 테오는 패스 타이밍을 차단하는 쪽으로 움직여. 알베르토는 다른 것은 놔두고 철저하게 한을 따라다닌다.”
이제까지 알베르토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아스날의 전술이 테오와 게리를 중심이 된 전술로 바뀌었다.
알베르토는 그때까지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꼴이냐! 후반전에는 기필코 그 자식을 짓밟아 주겠어!’
알베르토는 한치우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차곡차곡 가슴 안에 쌓기 시작했다.
* * *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로니가 뒤로 공을 밀어주었고, 양쪽 윙 포워드와 함께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공을 잡은 테오는 침착한 눈빛으로 파이브백으로 내려앉는 우리의 진영을 바라보았다.
게리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자리를 위로 끌어올리자, 역시 필립이 알베르토에게 붙었고, 나는 로빈과 라인을 맞추고 있었다.
퉁-
테오가 오른쪽에서 중앙을 침투하는 윙 포워드 프랑크의 움직임에 맞춰 공을 내 머리 위로 띄워서 넘겼다.
“어딜!”
하지만 데이비드가 잽싸게 튀어나오며 헤더로 공을 밖으로 걷어냈다.
발이 빠른 게리가 얼른 뛰어가 로빈이 잡기 전에 공을 다시 가져왔고, 테오의 발 앞으로 굴려 주었다.
‘역시, 위로 주는 패스는 잘 차단하는구나.’
테오는 내가 붙기 전에 알베르토에게 공을 주며 데이비드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데이비드 쪽으로 공을 띄워서 주는 것은 좋지 않은 판단이다.
“로빈. 자리 지켜. 리치!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놓치지 마!”
내 뒤에서 데이비드가 수비 위치를 얘기해 주며 다시 아스날의 센터 포워드의 옆을 따라다녔다.
“폴! 릴과 간격 유지하고!”
그의 발과 입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나는 데이비드를 믿고 앞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멀리서 알베르토의 날카로운 킥이 릴과 폴의 사이로 떨어지며 아스날의 왼쪽 윙 포워드의 발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몸을 돌려 뒤를 보았다.
로니가 데이비드의 팔을 어깨로 밀며 어떻게든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데이비드는 끈끈이주걱처럼 좀처럼 로니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사이 공은 다시 중앙으로 이동해 테오의 발에 있었다.
“로빈!”
데이비드의 외침에 로빈이 테오를 향해 올라갔다.
나는 눈치 빠르게 게리의 옆으로 찰싹 붙었다.
“좋아!”
데이비드의 칭찬이 들렸다.
빠른 시간에 만회 골을 넣어야 하는 아스날의 입장에서는 답답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지만, 내가 느끼기에 데이비드의 수비 조율은 시간이 흐르는 만큼 더 단단해지고 있었다.
타다닥-
다시 오른쪽에서 프랑크가 중앙을 향해 달려왔고, 리치가 따라 들어왔다.
테오는 영리하게 마이크보다 빨리 달리는 탈레스의 오버래핑 속도에 맞춰 코너 플래그 앞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마이크! 크로스만! 공이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
데이비드가 마이크에게 외치며 로니가 밀어내는 힘을 몸으로 단단히 버텼다.
탈레스가 몇 번 발재간을 보이며 마이크의 중심을 무너뜨리려 시도했지만, 마이크는 탈레스가 헛다리를 짚는 틈에 발을 뻗어 공을 아웃 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짝! 짝!
“좋아! 잘하고 있어!”
데이비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 잡아!”
그리고 탈레스가 공을 멀리 던지려는 시도에 데이비드는 로니의 허리에 옆구리를 단단히 붙이며 위로 솟구칠 타이밍을 빼앗아 버렸다.
공은 둘의 머리를 지나 재빨리 튀어나온 헤르만의 품으로 떨어졌다.
‘역시! 이제 우리의 주장은 아스날의 센터백보다 훨씬 뛰어나다!’
테오도 깨달은 눈치였다. 계속 데이비드의 움직임에 시선을 주는 것이 뭔가를 노리고 있었다.
헤르만이 멀리 던져 준 공을 알베르토가 필립이 잡기 전에 몸을 날리며, 먼저 머리에 맞히는 데 성공했다.
게리가 얼른 뛰어가 공을 바로 테오에게 연결해 주었고,
파앙-
테오가 몸을 돌리며 오른발로 강하게 공을 밀었다.
살짝 수비 라인이 올라온 틈으로 테오의 스루패스가 잔디 위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데이비드가 입술을 깨물며 로빈의 옆을 지나는 공에 시선을 집중하는 것이 보였다.
로니가 몸에 힘을 주어 데이비드의 움직임을 어떻게든 느리게 만들려고 했다.
촤악-
데이비드는 로니가 미는 힘을 이용해 허리를 더 숙이고, 다리를 길게 뻗는 태클로 공이 자신의 뒤로 넘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미 데이비드가 서 있던 자리로 후안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만일 데이비드의 반응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공은 반드시 아스날의 왼쪽 윙 포워드의 발에 연결되었을 것이다.
공은 빠른 속도로 넘어진 데이비드의 다리 사이에 낀 채로 함께 미끄러졌다.
퍼엉!
넘어지는 것보다 더 빠르게 일어난 데이비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공을 세게 걷어찼다.
공은 테오의 스루패스에 라인이 올라온 아스날 선수들의 머리 위를 빠르게 지나갔다.
알베르토는 필립과 함께 뒤엉켜 있었고, 그들의 머리까지 지나 오른쪽 라인을 따라 달리는 릴의 앞으로 떨어졌다.
나는 이제 다리에 힘을 주어 앞을 향해 달리며 릴을 보았다.
장이 허리를 숙이며 어깨로 밀어 릴의 타이밍을 뺏으려 했지만, 공을 길게 밀며 속도를 더 끌어올린 릴은 장의 어깨가 닿기도 전에 빠져나와 버렸다.
릴의 재빠른 움직임에 장은 서 있는 그대로 공과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했다.
데이비드가 몸의 중심을 낮추려는 노력으로 개인 훈련을 이어 왔다면, 릴 역시 다리의 근육을 더 단련하는 노력을 쉬지 않았다. 이제 적당한 수비로 릴의 속도를 막아 내는 건 힘들어 보였다.
“막아! 막아!”
스티브가 팔을 휘저으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릴이 벌써 코너 플래그 앞까지 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차린 장이 뒤에서 부리나케 쫓아오고 있었고, 아스날의 수비수들이 한 사람씩 전담하는 상대를 바꾸며 마크가 릴을 향해 뛰어나갔다.
릴은 재빨리 몸을 돌려 앞을 막는 마크가 붙기 전에 공을 반대 방향으로 꺾어 컷 백을 시도했다.
공이 굴러가는 곳으로 필립과 알베르토가 함께 뛰어가고 있었다.
알베르토는 필립을 향한 감정이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경기 내내 귀찮게 굴었으니.’
알베르토가 넘어지며 공을 잡으려는 필립의 왼발로 스터드를 갖다 대었다. 위험한 태클이다.
“필립!”
나는 빠르게 필립을 향해 외쳤다.
촤악-
“!”
필립이 내 외침에 공을 잡지 않고 앞으로 풀쩍 뛰어오르며 공을 지나쳐 버렸다.
알베르토의 스터드는 잔디를 훑기만 하고, 별다른 성과를 얻어 내진 못했다.
“뒤를 봐! 뒤를!”
넘어지는 알베르토에게 장의 고함이 쏟아졌다.
알베르토가 넘어진 채로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의 입 모양이 분명히 욕을 하고 있었다.
공은 어느새 둘을 지나 달려가는 나를 향해 굴러오고 있었고,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두 녀석이 내 뒤를 쫓아오는 것이 틀림없었다.
퍼엉!
나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 않고 굴러오는 공에 오른발을 정확히 맞췄다.
인사이드에 제대로 맞은 공은 마크가 튀어 나간 빈자리를 지나 스티브의 무릎 아래로 낮게 깔리며 날아갔다.
촤라라라라-
몸이 떨어지는 속도가 늦어 버린 스티브의 손은 허공을 휘저었고, 공은 그대로 왼쪽 골대 안쪽으로 들어가며 골네트에 감겼다.
타다다다-
나는 굳이 공이 들어가는 것을 끝까지 보지도 않고, 왼쪽 코너 플래그를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열광하는 홈팬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높이 점프하며 망치가 그려진 엠블럼을 손으로 잡아 입술에 갖다 댔다.
아스날의 대포보다 웨스트햄의 망치가 이제 더 좋았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늘 런던 스타디움은 끊이지 않는 함성 때문에 무너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 *
〈한치우 선수! 잉글랜드 국가대표 수문장에게 오늘 굴욕을 선물합니다!〉
〈와! 정말 대단한 골이 터졌습니다! 물론 한치우 선수의 골이 정확하게 빈 곳을 노리고 들어갔지만, 그 전에 데이비드 벨의 카운터와 릴 설리번의 스피드는 왜 웨스트햄의 순위가 아스날보다 위에 있는지 보여 주고 있습니다! 웨스트햄은 이제 유로파 리그를 노리는 리그 중위권 팀이 아닙니다! 7라운드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아쉬운 패배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 패배가 웨스트햄을 더 끌어올린 듯합니다!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아스날의 수준으로는 웨스트햄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7라운드 이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었는데요? 한치우 선수 전 소속팀과 상대하는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고요?〉
〈지금 한치우 선수의 모습을 보면 전 소속팀에 대한 감정이 어떠한 마음인지 너무 잘 보여 주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화면에 잡히는 스티브 던 선수의 모습을 보십시오! 한치우가 웨스트햄으로 이적하며 시작된 런던의 비극이 아스날과 잉글랜드 수문장의 가슴에 제대로 비수를 꽂아 넣었습니다!〉
〈한치우 선수! 엠블럼에 키스하며 활짝 웃어 보입니다! 런던 스타디움에 묠니르의 구호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 테오 뮈렌 선수! 공을 재빨리 들어 하프 라인을 향해 뛰어갑니다. 아직 승부를 포기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아직 안 끝났어! 빨리 올라가!”
테오는 전반전에 한치우가 했던 것처럼 공을 집어 들고 하프 라인으로 뛰며 동료를 향해 외쳤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스날 선수들은 시선을 밑으로 하며 전의가 꺾여 버린 모습이었다.
‘이, 이제 알겠어! 우리가 누구 덕에 런던의 맹주가 되었는지.’
‘한! 한이 있어야 해! 젠장! 한이 동런던에 있으면, 우리는 해머스를 이길 수 없어!’
‘왜 우리는 한을 회복시킬 수 없었던 거지? 도대체 수뇌부들은 무슨 생각으로 한을 보내 버린 거야!?’
‘한을 외롭게 두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미 늦어 버렸어.’
기존 선수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더 컸다.
팍!
하지만 알베르토는 애꿎은 잔디를 발로 차며 눈에 독기를 가득 담았다.
‘커맨더라고!? 묠니르라고!? 완전히 박살을 내주마!’
알베르토의 독기를 느꼈는지 테오가 공을 받고는 알베르토의 발 앞으로 공을 밀어주었다.
“파비노! 아직 끝나지 않았어!”
테오는 그래도 알베르토의 능력을 믿었다.
유벤투스에서 레지스타라 불렸던 알베르토였다.
그의 성격이 재수 없고 삐딱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세계에서 충분히 통하는 실력은 있었다.
필립이 알베르토에게 가는 공을 보며 달려들었다.
파앙-
알베르토는 귀찮은 필립이 붙기 전에 오른발로 공을 때리며 왼쪽 라인을 따라 달리는 후안에게 연결했다.
주심의 시선이 알베르토 쪽에서 왼쪽으로 바뀌는 순간.
퍼억-
알베르토가 달라붙는 필립을 뒤에서 거칠게 밀며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윽!”
“이 새끼야! 뭐 하는 짓이야!”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데릭이 뛰어와 알베르토를 밀어내며 소리쳤다.
“아악! 악!”
데릭은 입으로 거칠게 외쳤어도 알베르토를 거칠게 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베르토는 꼴사납게 잔디 위를 구르며 비명을 질러댔다.
삐비비빅! 삑!
주심의 휘슬이 불리며 경기가 잠시 중단되었지만, 데릭의 주위로 아스날의 선수들이 몰려들며 데릭을 밀어냈다.
“뭐야!?”
“왜 밀어!?”
“너희 눈은 장식으로 달렸어!? 저 새끼가 분명히 필립을 걸어 넘어트렸다고!”
감정이 격해진 아스날 선수들이 데릭을 감싸며 분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지만, 데릭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물러서!”
“데릭! 이리 와!”
장과 데이비드가 가운데로 뛰어들며 선수들을 자기 진영으로 밀어냈다.
“흥! 축구 선수란 새끼들이 하는 짓거리 하고는!”
흥분한 로빈이 뒤로 물러나면서도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직 요가 수업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주심이 귀에 찬 이어폰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VAR 심판이 전해 주는 상황을 들어 보는 중이었다.
알베르토는 계속 잔디 위를 구르며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삑-
주심이 휘슬을 불며 VAR을 확인하겠다는 사인을 주고, 영상을 확인하러 뛰어갔다.
“필, 괜찮아?”
“응. 저 자식 위험해. 조심해야겠어.”
한치우가 필립의 유니폼에 묻은 잔디와 흙을 털어주고는 쓰러진 알베르토를 노려보았다.
그 사이, 영상을 확인한 주심이 먼저 알베르토와 데릭에게 옐로카드를 꺼내어 보여 주었다.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그리고 알베르토의 파울을 선언하며 공의 소유권은 어이없게 웨스트햄의 것이 되었다.
“어이없군.”
테오가 알베르토를 보면서 고개를 저었고, 알베르토는 힘없이 일어나면서도 눈에 독기를 풀지 않았다.
삑-
주심의 휘슬에 한치우가 공을 뒤에 있는 데이비드에게 밀어주었다.
급하게 달려드는 아스날의 쓰리톱을 피해, 공은 다시 한치우에게 연결되었다.
“한!”
그때, 필립의 놀란 외침이 들렸다.
촤아아아아-
어느새 달려든 알베르토가 스터드를 위로 들며 한치우의 무릎을 향해 태클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지!’
한치우는 알베르토가 위험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순서가 바뀌었을 뿐이지, 이미 알베르토의 위험한 태클은 조금 전까지 필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게 이런 태클은 익숙하지. 어렸을 때는 미련하게 걸려 넘어졌었지만.’
한치우는 이런 경험이 많다.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도 잘 안다.
툭-
알베르토의 스터드가 닿기 전에 한치우는 공의 밑을 찍으며 몸을 위로 띄웠다.
챠아아아아-
알베르토의 스터드가 한치우의 발끝을 살짝 스쳤지만, 이것은 한치우가 의도한 것이었다.
한치우는 별다른 충격이 없었음에도 공을 손으로 껴안으며 잔디 위로 몸을 날리듯이 쓰러졌다.
“으아아아악!”
그리고 아까 알베르토가 했던 그대로의 모습을 흉내 내며 잔디 위를 굴렀다.
“한!”
필립이 데굴데굴 구르는 한치우를 향해 뛰어왔고, 한치우는 눈을 살짝 떠 주위를 바라보았다.
달려드는 선수들이 없었다.
주심의 주머니에서 옐로카드와 레드카드가 동시에 나오며 알베르토의 눈앞에서 멈췄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