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32
32화. 비극의 전장 (2)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었다.
“한! 내가, 내가 런던 더비에서 골을 넣었어!”
필립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한치우에게 뛰어가 안겼다.
“침착하게 잘 넣었다. 팬들에게 인사해야지?”
“응! 전에 훈련장에서 네가 말해 준 대로 낮게 깔아 차는 것만 생각했어!”
둘은 기분 좋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가까이 보이는 관중석으로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었다.
“필립! 대단해! 아니 사랑해!”
“우아아아아! 고마워! 정말 고마워! 이런 날이 오다니!”
“한! 오늘 멍청한 거너스를 모두 부숴 버려!”
“으아아아아아! 최고야! 해머스! 정말 최고다!
필립의 유니폼을 당기며 울부짖는 아이언들은 한치우에게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우우우…….”
어디선가 아스날 팬들의 야유가 들리는 것도 같았지만, 홈팬들의 함성에 묻혀 그들이 어디에 앉아 있는지 보이지가 않을 정도였다.
“알베르토! 뭐!? 자신 있어!? 셋이 막지 못할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말해! 혼자 잘난 척하지 말고!”
아스날의 주장 장 페리가 알베르토에게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젠장! 미안해! 방심했어! 하지만 바로 동점을 만든다! 믿어 줘!”
“장! 그만해! 우리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잖아!?”
알베르토는 한 말이 있어 일단 장에게 사과하고 동점 골의 의지를 보여 주었다.
게리도 분이 안 풀린 얼굴이었다.
“게리! 테오! 바로 동점을 만들자!”
하지만 알베르토는 계속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웨스트햄! 정말 웨스트햄이 맞나요!? 킥오프가 시작되자마자 진형이 바뀐 것 같은데요?〉
〈잘 보셨습니다! 웨스트햄이 빠르게 3-2-3-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습니다! 한치우 선수가 로빈 콜 선수의 옆으로 내려와 아스날의 중앙 공격수 로니 호턴에게 연결되는 공을 바로 차단해 버립니다! 전 시즌까지 웨스트햄과 아스날이 완전히 뒤바뀐 모습입니다!〉
김한식 부장의 말 그대로였다.
한치우는 아스날의 킥오프 이후 센터 포워드에게 연결되는 알베르토의 킥을 눈치채고, 먼저 공을 따내 필립에게 연결해 주었다.
공을 찬 알베르토의 표정이 또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필립은 공을 받고 망설임 없이 바로 한치우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게리와 테오가 동시에 한치우에게 달려들었다.
샤악-
“!”
하지만 한치우는 특별한 동작을 생략하고 둘의 사이를 공과 함께 그대로 통과했다.
수비하며 생각이 많아진 둘의 시선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움직인 한치우의 과감한 돌파가 그대로 성공했다.
파앙-
그리고 한치우가 가볍게 찬 공이 웨스트햄 진영으로 당겨진 아스날 선수들의 머리를 지나 왼쪽 아웃 라인을 따라 달리는 마이크의 앞으로 떨어졌다.
그때, 한치우의 시선은 오른쪽에 있는 릴을 보고 있었다.
장이 놀란 얼굴로 벌써 중앙을 향해 달리는 릴의 뒤를 급히 쫓으며 외쳤다.
“알베르토 정신 차려!”
“젠장!”
알베르토 역시 한치우의 시선과 움직임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잊어버리고, 위로 많이 올라간 상태였다.
그 사이, 마이크가 빠르게 릴을 보며 중앙으로 공을 연결하고 있었다.
그래도 장이 끝까지 릴을 쫓아 준 덕분에 릴은 공을 다시 뒤에 있는 한치우에게 밀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게리와 테오가 함께 한치우의 주위를 막았다.
촤악-
하지만 한치우는 공을 잡아 몸을 오히려 뒤로 회전하며 게리의 옆구리를 스치고 뒤로 돌아나갔다.
방향을 다시 자기 진영으로 내려 버린 것이다.
툭- 툭- 툭-
그리고 공을 폴에게, 다시 받아 로빈에게, 다시 받아 데이비드에게 주고, 다시 받으며 여유를 부렸다.
타다다다- 툭-
타다다다- 툭-
아스날의 쓰리톱은 공의 방향을 쫓기에 바빴고, 밑에 있는 선수들도 동점 골을 빨리 넣으려면 위로 다시 올라와야 했다.
하지만 웨스트햄의 선수들은 열심히 달리는 아스날의 선수들이 제대로 붙기 전에 한치우가 중심이 되어 공간을 벌린 동료에게 공을 빨리 연결했다.
한치우는 마치 아스날이라는 파도를 타고 서핑을 즐기는 사람과도 같았다.
그가 중앙을 휘저을 때마다 아스날의 선수들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을 반복하며, 밀물과 썰물의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데이비드에게 받은 공을 다시 필립과 2 : 1 패스로 게리와 테오를 또 바보로 만들어 버렸다.
“잡아! 놓치지 마!”
알베르토가 괴성을 지르며 둘을 독촉할수록 게리와 테오의 얼굴도 구겨졌다.
알베르토 역시 소리만 지르는 것이 아니라 패스로 빠져나오는 한치우를 향해 뛰어들었고.
툭-
한치우의 패스는 다시 데이비드에게 연결되었다.
“비겁한 새끼!”
알베르토가 한치우에게 소리 지르는데, 그의 눈에 데이비드의 오른 다리가 뒤로 쭉 뻗는 것이 보였다.
“데릭!”
데이비드가 저 위에 있는 데릭을 불렀다.
‘카운터!’
“돌아! 내려가! 길게 간다!”
알베르토가 한치우를 노려보는 것을 멈추고, 급히 몸을 돌려 뛰어가며 다시 외쳤다.
“?”
하지만 알베르토는 길게 넘어가는 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해 뒤를 돌아보니, 데이비드는 다시 한치우에게 공을 짧게 밀어주고 공간을 벌리고 있었다.
“깟쵸(Cazzo)!”
알베르토가 이탈리아어로 욕을 내뱉으며 다시 자리를 잡았다.
그의 시선에 한치우가 공을 후방에서 천천히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게리! 테오! 올라가!”
알베르토의 고함이 아니라도 둘은 벌써 한치우의 주변에서 압박을 해 주고 있었다.
“알베르토! 너나 잘 막아!”
테오가 인상을 쓰며 알베르토에게 외쳤다.
그 사이, 한치우와 필립이 2 : 1 패스로 알베르토의 위치까지 다시 올라갔다.
“이 자식!”
알베르토가 거칠게 다리를 뻗었지만.
한치우가 미리 마이크에게 공을 연결했고, 마이크는 데이비드가 있는 뒤쪽으로 길게 연결했다.
한치우는 필립과 마이크, 데이비드와 리치까지 이용해 삼각 패스의 중심에 섰다.
게리와 테오가 달려드는 타이밍, 알베르토가 덮치는 타이밍, 아스날의 쓰리톱이 감싸는 타이밍을 확인하며 여러 개의 삼각 패스를 만들며 서서히 웨스트햄의 진영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한치우의 덫에 빠진 아스날의 선수들은 절대 눈치챌 수 없었다.
한치우가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 * *
‘저게 정말 한이라고? 무릎이 아파 달리는 것도 힘들어하던?’
장 페리는 믿을 수가 없었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한치우는 무릎의 통증으로 훈련장에서 몸을 풀 때조차 힘들어했었다.
무릎의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회복되었어도 90분 경기를 꽉 채워서 뛰지는 못했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분명히 다시 무릎이 고장 난 모습을 보여 줬었다.
물론, 웨스트햄으로 넘어가 그동안 경기에서 보여 준 모습으로 부상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라고!? 설마, 약물을 먹은 건 아니겠지?’
하지만 장은 머리를 흔들었다.
한치우가 아무리 괴롭다고 약물에 손을 댈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프리미어 리그의 약물 검사는 철저하기 때문이었다.
‘그냥 회복된 정도가 아니야. 더 발전했어! 정말 해리는 돌팔이 의사가 맞았어!’
장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한치우를 보며 아스날 팀 닥터의 수준이 형편없다는 것을 또 깨달았다.
“마크! 빌리! 알베르토가 한을 막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겠어! 따로 한을 막을 준비도 하고 있어!”
“젠장! 수비가 안 되면, 공격 조율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또 뺏겼어!”
장이 두 센터백에게 말하는 사이,
테오가 한치우를 놔두고 마이크를 압박해서 공을 빼앗아 왔다.
게리까지 연결이 잘 된 공은 알베르토에게 가며 다시 필립에게 뺏기고 말았다.
알베르토가 공을 잡아 몸을 돌리는 것을 필립이 잘 견디며 발로 공을 낚아챘다.
필립은 여유 있게 공을 데이비드에게 넘겨주었고, 알베르토는 꼴사납게 잔디 위를 굴렀다.
얼굴에 잔디를 묻힌 채로 주심에게 다가간 알베르토가 파울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주심의 눈은 그를 보지 않고 경기를 계속 진행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그리고 엄청난 야유가 알베르토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윽!’
알베르토는 야유의 무게에 고개가 움츠러들었다.
웨스트햄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3-2-3-2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공을 침착하게 돌렸다.
게리와 테오는 이제 한치우만 잡지 않았다.
둘은 공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필립과 로빈에게 압박을 시도했다.
“알베르토! 한을 어서 잡아! 비었잖아!”
뒤에서 장이 알베르토를 보며 외쳤다.
장이 보기에도 셋이 무리하게 한치우를 잡는 것보다 전방에서는 게리와 테오가 더 자유롭게 움직여 주는 것이 훨씬 좋아 보였다. 대신 알베르토는 확실하게 한치우를 잡아 주어야 했다. 혼자서도 잡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다녔으니 말이다.
하지만 장은 점점 경기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뭐야? 우리가 휩쓸리고 있어? 우리 거너스가!?’
장이 릴을 압박하며 하프 라인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며 여유 넘치는 웨스트햄 선수들의 눈빛에 위화감을 느꼈다.
‘이것이 원래 우리의 모습이었어! 우리는 언제나 선제골을 넣고,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했었다!’
전 시즌까지 런던의 맹주였던 아스날은 빠르게 선제골을 넣고, 여유로운 경기 운영을 통해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고, 다시 추가 득점을 쉽게 올렸다.
장 페리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었다.
그곳에는 필립에게 외치며 자리를 잡아 주는 한치우의 모습이 있었다.
‘우, 우리가 한에게 완벽히 해부당했어!’
한치우는 게리와 테오의 압박이 사라지자, 공을 더 여유롭게 돌리기 시작했다. 알베르토가 어찌해 볼 틈조차 없었다.
한치우에게 공을 받는 웨스트햄의 다른 선수들도 여유가 넘쳤다. 하지만 공을 받고, 다시 넘길 때는 망설임 없이 빠르고 간결했다.
토트넘과 맨시티를 상대하며 힘든 경기를 치른 경험은 웨스트햄의 선수들을 성장시켰다.
한치우를 중심으로 더 단단해진 해머스는 아스날 앞에서 여유를 보여 줄 정도로 프리미어 리그의 강팀이 된 것이다.
“게리! 내가 한을 맡을게! 네가 6번을 맡아!”
테오가 다시 한치우의 옆으로 바짝 붙었고, 게리가 로빈의 옆으로 붙었다.
언제나 셋의 중심이었던 알베르토는 필립의 옆에 있었다.
“게리! 한을 잡아! 내 말을 들어!”
알베르토가 로빈에게 뛰어가는 게리에게 외쳤지만,
“피비노! 공을 가져오는 게 먼저야!”
테오의 거친 대답이 들려왔다.
“쳇!”
알베르토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끌려다니다가는 전반전에 제대로 공을 만져 볼 수 없다는 것을.
셋은 결국 사람을 잡는 것보다 공을 향해 뛰어다니며 조급한 모습을 감추지 않았다.
중앙에서 아스날 미드필더들이 다른 움직임을 보여 주자, 장과 탈레스도 하프 라인 위까지 더 올라가는 일이 많아졌다.
웨스트햄이 공을 사이드에서 돌리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그때, 공을 잡은 마이크의 눈에 테오의 팔을 뿌리치며 필립을 지나쳐 달려오는 한치우가 보였다.
툭-
하프 라인에서 공을 잡은 한치우의 눈이 반짝였다.
* * *
“젠장! 어서 잡아!”
내 귀로 알베르토의 분한 외침이 들렸다.
저 녀석은 스스로 뭔가를 해 본 경험이 많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분하면 남을 부르기 전에 자신이 가장 먼저 뛰어서 나를 잡으러 와야 한다.
하프 라인에서 공을 잡고, 앞을 쓱 둘러봤다.
마크와 빌리는 데릭과 무어의 옆에 있었다.
양쪽 풀백은 내게 패스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이미 나보다 뒤에 있었다.
즉, 나는 마음껏 달리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틈을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공을 돌려댄 것이니까.
타다다다-
내가 막 질주를 시작하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쫓아오는 소리를 들었다.
“게리! 잡을 수 있어!”
그때, 릴을 따라 달리던 장이 오른쪽 멀리 지나가며 내 뒤를 쫓는 것이 누구인지 알려 주었다.
‘잡을 수 있어?’
툭- 툭- 툭-
나는 공을 길게 밀며 앞으로 쭉쭉 달렸다.
몸이 회복된 후, 달리는 것만은 하루도 쉰 적이 없었다.
자신 있게 얘기하는데, 지금의 내 속도는 전 시즌 아스날 소속이었을 때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뒤에서 쫓던 녀석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놀란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마크의 큰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마크! 데릭을 놔! 앞으로 가!”
스티브 녀석이 마크의 망설임을 없애 주었다.
마크는 데릭을 놔두고 내 앞으로 뛰어오며, 시커먼 손부터 나를 향해 뻗었다.
아마 유니폼을 잡아당길 생각인 것 같았다.
나는 달리는 속도를 죽이지 않고, 오른발 안쪽으로 공을 왼쪽으로 끌어당기며 무게중심 역시 왼쪽으로 이동했다.
마크의 검은 손은 피했지만, 아일랜드 국가대표 센터백은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내가 라 크로케타를 이용해 왼쪽으로 빠져나가려는 걸, 긴 다리를 더 뻗으며 어떻게든 막아 보려 애쓰고 있었다.
툭-
나는 왼발로 공이 넘어오자마자 바로 마크의 열린 다리 사이로 공을 집어넣었고, 내 몸은 더 왼쪽으로 빠져나가며 공을 쫓아 다시 달렸다.
이제 내 앞에는 스티브 던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골대를 두고 튀어나오는 스티브의 왼쪽 무릎으로 시선을 던졌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스티브의 엉덩이가 더 내려가고 긴 양팔을 크게 벌렸다.
밑으로 깔아 차는 슛에 빠르게 반응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스티브는 훌륭한 골키퍼가 맞다.
큰 덩치에 솟구치는 힘도 좋아서, 공중에서 벌어지는 싸움에선 진 적이 없을 정도였다.
손가락 끝에 걸리는 공은 여지없이 골대 밖으로 튕겨 나간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무리했는지 조금 다친 것 같았지만, 상대의 발을 보며 미리 판단하는 센스도 좋았다.
‘하지만 무릎 아래로 오는 공을 막는 건 힘들어하지.’
나는 오른 다리를 뒤로 가볍게 들어, 스티브가 각도를 줄이며 덮치는 타이밍에 맞췄다.
퉁-
공은 내 발끝에 찍히며 위로 솟아올랐다.
스티브의 하얀 얼굴이 더 창백해지며 허공으로 급히 손을 뻗었지만,
촤르르-
공은 스티브의 머리를 한참 넘어 골네트를 가볍게 흔들었다.
“으아아아! 젠장!”
스티브가 잔디를 주먹으로 내려치는 것이 보였다.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된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또 부상으로 쉬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나는 분통을 터트리는 스비브를 지나 공을 집어 들었다.
함성이 가득한 런던 스타디움이 잠시 조용해졌다.
내가 골 세레모니를 하지 않고, 마치 빨리 경기를 뒤집어야 하는 사람처럼 공을 가지고 하프 라인으로 뛰었기 때문이었다.
아스날 선수들이 괴로운 표정으로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나와 스티브는 꽤 친한 사이였다.
콜니 훈련장에서 페널티 킥 연습이 한창이었던 날.
나는 스티브의 방어를 뚫고 열 개의 페널티 킥을 모두 성공했다.
내가 찬 슛은 전부 잔디에 바짝 붙어 낮게 날아갔다.
자존심이 상한 스티브는 열이 잔뜩 받았고, 나는 열이 받은 스티브에게 몸이 더 굳기 전에 유연성을 키우는 훈련을 하라고 충고했다.
당연히 스티브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훈련장에서 더 철저히 스티브의 약점을 괴롭히며 그가 약점을 깨닫고 극복하기를 원했지만, 그럴수록 우리 사이는 멀어져 갈 뿐이었다.
생각이 끝나자, 어느새 앞에 하프 라인이 보였다.
“뭐 하는 짓이야!?”
뒤에서 알베르토의 목소리가 들렸다.
“빨리 시작해. 시간 아까우니까!”
나는 공을 하프 라인에 찍으며 알베르토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홈팬들이 한치우의 의도를 느꼈는지, 환호를 지르며 그를 대신해 골을 성공한 것을 축하해 주었다.
〈와! 한치우 선수! 특별한 세레모니 없이 공을 가지고 얼른 하프 라인으로 돌아옵니다!〉
〈이것이 바로 웨스트햄의 현재 모습입니다! 전반전에만 벌써 두 골을 앞서가는데, 아직도 모자라다는 것이겠지요! 득점에 대한 의지는 웨스트햄이 아스날을 훨씬 앞서고 있습니다!〉
〈지금 런던 스타디움이 무너질 것 같습니다! 정말 엄청난 함성입니다!〉
〈제가 웨스트햄의 홈팬이었다면, 오늘 목이 쉬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한치우 선수 하프 라인에서부터 질주를 시작해 스티브 던의 머리를 넘기는 로빙슛을 터트리기까지 걸린 시간이 일 분도 되지 않습니다! 아스날의 틈을 정확히 노리고 순식간에 점수 차를 벌려 버립니다! 그리고 공을 직접 가지고 오다니요! 전 소속팀에 대한 한치우 선수의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느껴지지 않습니까!? 정말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