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omachines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35
135. 황궁 앞에서 벌어진 일
135. 황궁 앞에서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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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위에서 이상을 알아차린 때는 늦은 아침이었다.
문서출납을 담당하는 하급 관리 하나가 창백한 얼굴로 금의위의 위사에게 달려와 반역이 일어났음을 고변해 온 것이다.
하루의 일과를 시작해야 할 관리들이 하나둘 출근하기 시작하고, 밤새워 당직을 선 관리들은 퇴근을 서두르던 시각이었다.
“뭐? 반역이라고! 누구냐? 주모자가 누구야?”
당직을 서던 금의위의 교위는 말조차 절면서 벌벌 떠는 9품 주부를 다그쳤다.
9품이라면 지방에서는 제법 행세할 만 하지만, 경사에서는 실무를 담당하는 말단 관리에 불과하다.
평상시라면 교위와는 말도 섞을 일이 없는 미관말직이었다.
그러나 반역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이상, 금의위의 누구도 그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이 곧 저승행 명부인 것이다.
그래도 교위의 입장에서는 상황 파악이 우선이었다.
하급 관리들끼리의 다툼이 엉뚱하게 무고로 비화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반역죄를 무고로 걸 만큼 미친놈이 있을까 싶었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니 나중에 문제가 생길만한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곧 상황파악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차 한잔할 시간도 지나기 전에 3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고변을 하겠다면서 찾아온 것이다.
말단 관리에서 지역 유지까지 신분도 다양했다.
하나같이 창백하게 질린 채 반쯤 정신이 나가 있는 것을 보면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었는지 뒤늦게 깨달은 사람들 같았다.
고발자가 이렇게 갑자기 몰려오는 것을 보면 무고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했다.
무엇인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당직 책임자였던 교위는 일의 엄중함을 깨달았다.
이럴 때 괜히 시간을 끌면서 머뭇거리다가는 자신까지 반역죄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높은 분들 대신 희생양으로 던져지거나.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위로 직보를 올렸다.
그것은 그날 그가 했던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멀리서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람을 타고 고함과 비명이 섞인 소음도 들려왔다.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도 함께였다.
상업시설이 몰려 있는 방향이었다.
몇 년 전에 있었던 폭동이 연상되는 소란이었지만, 그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적어도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황궁에까지 들릴 정도는 분명 아니었다.
황궁을 지키고 있던 금의위의 위사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황궁의 입구라고 할 수 있는 패성문을 지키는 위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만약 누군가가 황궁을 노린다면 그들이야말로 가장 먼저 맞서야 했다.
“저건 뭐지?”
긴장한 채 주변을 경계하던 패성문의 위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엇인가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패성문 앞의 광장 곳곳에서 붉은색의 희미한 빛이 일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아지랑이가 일렁거리듯 꿈틀거리는 붉은 빛이 땅에서 솟기 시작했다.
어둡고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이 귀기라도 서린 것 같았다.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불쾌했고,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했다.
패성문 앞의 광장은 황궁을 지을 때 건축자재를 쌓아놓았던 자리였다고 하는데, 과거 한 때는 정기적으로 시장이 열리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은 황제의 위엄에 누가 된다고 해서 더 이상 시장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오가는 것까지 막거나 하지는 않았다.
얼마 전에도 도로를 확장한답시고 한 무리의 인부들이 한바탕 광장을 파헤치고 지나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기괴한 현상이 광장에서 일어난다고?
설마 진법?
금의위의 위사는 모두 무공을 익힌 자들이다.
무림의 고수라고 하더라도 한수 접어줘야 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출신도 다양해서 대문파는 물론이고, 기관이나 기형병기를 다루는 특색있는 중소문파 출신도 있을 정도다.
말단의 위사라고 하더라도 무공에 대해 듣고 본 것이 적지 않다는 소리다.
그러니 광장에서 일어나는 이상현상을 보고 진법을 먼저 떠올리는 것도 일견 당연하다.
얼마 전에 도로를 건설한다면서 광장을 파헤치던 모습을 기억하는 것도 금방이었다.
“공터를 파헤쳤던 곳과 붉은색의 빛이 보이는 곳이 겹치는 것 같은데?”
“제 기억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진법이라도 설치한 것일까? 아무래도 확인할 필요가 있겠어.”
패성문을 지키던 수문장은 휘하의 위사 몇 명에게 삽을 들고 가서 붉은빛이 보이는 곳을 파도록 명령했다.
진법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것이 정석인데,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빈터이니 땅에 무엇인가 묻어놓지는 않았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삽을 든 위사들은 땅을 파보지도 못했다.
그들이 삽을 땅에 대자마자 무엇인가가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작고 빠른 화살.
편전이었다.
금의위의 위사 정도 되는 실력을 갖췄다면 화살에 맞아 죽을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난전 중에 바로 앞의 적에게만 집중하다가 눈먼 화살에 맞는 것이라면 모를까,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지도 못할 사람은 금의위에 속하지 못한다.
그러나 편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상대방이 편전을 쏜다는 것을 미리 안다면 어떻게든 피하기라도 하겠지만, 갑자기 날아온 편전을 막는 것은 무공을 익힌 사람이라고 해도 쉽지 않다.
크기나 속도를 생각하면 내공을 써서 암기를 던지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삽을 들고 나갔던 금의위의 위사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위사들 중 두 명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적이다!”
“습격이다!”
편전의 목표가 아닌 덕분에 무사했던 위사들은 삽을 내던지고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었다.
편전이 날아온 방향에서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유목민 특유의 복장을 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막북에서 지낸 경험이 있는 자라면 대번에 적봉족임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갖춰 입은 복장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기습이 성공했음에도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상한 태도였다.
첫 공격을 성공시킨 기세를 타고 연이어 공격해 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격을 염려해서 도망치는 것도 아니었다.
언제든 다시 공격할 수 있다는 전의를 보이면서도 그냥 천천히 물러서고 있었다.
휘하의 위사들을 어이없게 잃어버린 패성문의 수문장은 화가 머리끝까지 뻗쳤지만, 함부로 자리를 이탈할 수는 없었다.
그가 볼 때 저들의 이상한 태도는 유인계가 분명했다.
흔히 보기 힘든 편전까지 준비한 자들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자들은 몇 명 되지 않았지만, 보이는 숫자가 전부가 아닐 것은 뻔했다.
지금 패성문을 지키고 있는 금의위의 숫자는 20명뿐이었다.
평소라면 충분한 숫자겠지만, 지금 같은 비상시에는 아무리 보아도 부족하기만 했다.
그런데 여기서 숫자를 또 나누어서 저들을 추격한다면?
수문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되면 패성문은 지키는 사람도 없이 그냥 문을 열어놓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
저들의 의도에 놀아나는 꼴이다.
그의 임무는 패성문을 지키는 것이다.
저들을 추적해서 잡아죽이는 공적을 세운다고 해도, 패성문을 통해 불순한 자가 하나라도 들어간다면 그의 책임이다.
그리고 그놈이 궁안에서 궁인이라도 죽인다면 공적은 사라지고 책임만 남을 것이다.
수문장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는 휘하의 위사들을 억눌렀다.
“경거망동하지 마라. 자리를 지켜.”
“천택이랑 호원이가 당했습니다! 게다가 저놈들 몇 명 되지도 않잖습니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저놈들 뒤에 몇이나 있을 줄 알고! 매복이 있을 것이 뻔하지 않은가. 만약 패성문이 뚫리면 나 하나만 처벌받고 끝날 일이 아니야!”
“수문장님!”
“명령에 따라라!”
동료를 잃고 피가 끓어오른 부하들의 불만이 노골적이다 못해 적대적이기까지 했지만, 수문장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그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내린 결론이 반드시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 법이다.
심지어 최악의 결과가 나올 때도 있다.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만약 수문장이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았다면, 패성문을 지키려고 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다시 땅을 파헤치고 붉은빛이 일렁이는 원인을 제거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수문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수문장이 패성문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동안 경사의 혼란은 점차 심해지고 있었다.
몇 군데에서 피어오르던 연기는 어느새 이곳저곳에서 숫자를 불려갔고, 땅에 흐르는 피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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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은 갑자기 강렬해지는 빛의 흐름에 긴장했다.
혈교의 상층부가 이동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황궁 방향으로 가다가 고립된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잠깐 지체했을 뿐인데, 그 사이에 구리관을 타고 흐르는 붉은 빛의 강도가 눈에 띄게 강해진 것이다.
처음에는 키를리안 시야가 아니면 보이지 않던 미약한 기의 흐름이 이제는 평범한 사람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강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중간에 땅을 파헤치고 구리관을 일부 들어내 보았지만, 붉은빛의 흐름은 막을 수 없었다.
거친 물살이 스스로 물길을 만들면서 나아가듯 중간에 구리관을 제거했어도 붉은빛은 상관없다는 듯 거침없이 흘러갔다.
붉은빛이 흘러오는 방향은 유달리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쪽이었다.
사람들의 비명과 화재로 인한 연기가 심한 쪽일수록 붉은빛의 흐름도 강했다.
그 이유는 뻔했다.
피와 죽음.
그것이 원인이었다.
방금 전 고립된 병사들을 구하면서 폭도들을 죽일 때 확인할 수 있었다.
피가 땅에 흐를 때는 물론이고 사람이 죽을 때도 강렬한 빛이 구리관으로 흘러 들어갔다.
저 멀리 소란스러운 곳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붉은빛이 보통 사람의 눈에도 보일 정도로 늘어났다는 정도?
이한은 구리관을 땅에 집어 던진 후 하늘을 향해 몸을 솟구쳤다.
단순한 도약이 아니라 내공을 이용한 어기충소(御氣衝溯)였다.
단숨에 3장을 허공으로 솟구친 후 다시 연달아 허공을 박차며 하늘로 높이 솟아올랐다.
이한이 최종적으로 도달한 높이는 거의 10장에 달했다.
빽빽하게 들어선 크고 작은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경사 외곽을 두른 산들이 보이고, 근처를 지나가는 강도 보였다.
그리고 검붉은빛이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리면서 경사의 일부를 뒤덮는 것도 보였다.
[붉은빛으로 구성된 문양의 전체적인 구성은 음양조화진을 따릅니다만, 일부는 공간이동마법진의 변형으로 보입니다. 마법사들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수집만 했을 뿐 아직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마법진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말론은 마법진을 다룰 수 있는 자가 몇 명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도 이리저리 도망치는 동안 대부분 죽었고.
그중에는 이한의 손에 죽은 자도 있었다.
지금 살아남은 마법사들 중 이정도 규모의 마법진을 다룰만한 자는 말론을 제외하면 단둘밖에 없다.
“역시 말론의 스승이라는 놈이 끼어있는 모양이군. 아니면 종주라는 놈이겠지.”
이한은 붉은빛이 유난히 강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황궁 앞의 광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