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41
41화. 아슈르 송
팟! 파바바바바밧-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졌다.
그리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슈르 송의 몸 상태와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졌을 것 같은데, 영입하는 데 부담이 없으십니까?”
“흠, 지난여름에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었습니다. 예. 한을 영입했을 때였죠. 지금 상황은 오히려 그때보다 낫습니다. 떨어진 폼과 경기 감각은 다시 끌어올리면 되는 일이고, 해머스는 그 일을 하기 충분합니다.”
론의 냉정한 눈빛이 카메라 플래시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그 모습이 그의 자신감을 더 부각해 주었다.
“다시 아스날과 연결되었습니다. 지난여름부터 시작된 런던의 비극을 계속 이어 나가실 의도이십니까? 아스날에서는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비극이라……. 저희는 아스날과 연결된 이후,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비극을 떠나 가까운 지역 안에서 선수 이동이 일어나면, 이야기는 더 많아지고, 비용은 거리만큼 줄어드는 일입니다. 투자자에게는 투자 가치가 높아지는 일이죠.”
“하하하!”
론의 말에, 여기저기서 웃는 소리가 들렸다.
보통 차갑게 느껴지는 발언을 많이 하는 론의 입에서 농담이나 유머가 나오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기자들이 느낄 수 있는 건, 확실히 론 실버의 기분이 좋다는 것이었다.
좋은 분위기에서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론이 시계를 보며 마지막 질문을 받겠다고 말했다.
“커맨더와 검은 탄환이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커맨더는 이미 묠니르라 불리며 동런던에서도 자신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검은 탄환이 증명할 차례인데, 그에게 어떤 것들을 기대하시고 계십니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정확하겠습니다. 그 역시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것입니다. 우리는 잘 참고 기다렸다가 그때 확인하면 될 일입니다. 지금 확실한 것은 이제 아슈르 송은 거너스 소속이 아니라 해머스 소속이라는 것이죠.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기사 부탁합니다.”
론은 정중히 인사하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기자들은 테이블에서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론 실버의 말대로, 이제 아슈르 송은 동런던에 새로운 둥지를 마련했다는 것을.
기자회견을 마친 론이 들어간 VIP 구역 안에는 휴 실버와 아슈르 송, 그리고 토마스 송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회견은?”
“예상한 질문에 준비한 대답을 해 주었지. 그럼, 토마스 송 이제부터 세부적인 사항에 관해 얘기해 볼까요?”
론 실버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즐기는 음료가 있나요?”
휴가 웃는 얼굴로 아슈르에게 물었다.
“아, 예. 괜찮습니다.”
“긴장 풀어도 좋아요. 이제는 해머스 소속이니까 말이죠. 런던 스타디움의 시설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편이죠. 저기 보세요.”
아슈르는 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
전광판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지금 런던 스타디움 안에는 관중이 꽉 차 있었다.
오늘은 프리미어 리그 21라운드 경기가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저기 전광판 좀 봐!?”
“어!? 거너스의 검은 탄환!”
“뭐, 뭐라고? 송이 왜 저기서 나와!?”
관중석이 소란스러워졌다.
“떴다! 오피셜이야! 송은 이제 해머스 소속 선수가 되었어!”
누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했는지 크게 외쳤다.
홈팬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뉴스를 확인하기 바빴다.
“소문이 결국 현실이 됐네.”
“잘할 수 있겠지? 이번 시즌 출전 경기수도 얼마 없는데…….”
“얼마 없기는 아예 없는 거지. 공격 포인트도 리그에서는 제로라고!”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 뭐야!? 왜!?”
“저기 봐! 선수들이 몸을 풀려고 나오고 있어!”
전광판의 화면은 이번에는 한치우를 잡아 주고 있었다.
“그, 그래! 묠니르가 함께 뛰어 준다면 또 모르지! 검은 탄환도 부활할 수도 있어!”
“전에도 말했지? 실버 형제의 큰 그림이라니까!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완벽하게 부활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회복만 된다면 전력에 보탬은 될 거야. 무어 브란트가 부상이라고 생각해 봐. 포워드 라인에는 찰스 미들턴과 애송이들밖에 없어. 그러면 또 한에게 짐꾸러미를 맡겨야 한다고.”
“나도 그 꼴은 못 보지. 한 아카데미라고 얼마나 놀림을 받았는데, 송이라면 한과 발이 잘 맞으니까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야!”
송에 대한 의심이 짙어질 때, 전광판으로 보여 준 한치우의 모습은 송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꾸어 주었다.
아이언들은 일단 아슈르의 오피셜에 환영한다는 댓글을 달아 주었다.
비난할 이유도 없었고, 한치우를 영입했을 때의 경험이 아이언들을 조금은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 * *
웨스트햄과 위건의 경기가 시작할 때,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는 경기가 종료되었다.
21라운드 아스날과 풀럼의 런던 더비는 2 : 1로 아스날의 승리였다.
슈미트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름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머릿속으로 짜며 승리의 소감을 준비했다.
기자들은 아슈르의 오피셜이 뜬 것을 확인하고 슈미트 감독에게 몰려들었다.
“거너스 소속의 선수를 다시 동런던으로 보낸 소감이 어떠하십니까!?”
“예!?”
경기 소감을 말하려던 슈미트 감독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가뜩이나 요즘 스트레스로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위로는 주주들에게 까이고, 아래에서는 선수들에게 차이고, 그나마 파비노의 이적이 좋은 조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과, 최근 성적이 좋아졌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그리고 진중한 성격의 테오는 다음 시즌 주장의 자리를 맡아도 좋을 만큼 팀의 중심이 돼 주고 있었다.
“아! 금방 런던 스타디움에서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아슈르 송이 해머스의 선수가 되었다는 오피셜이 떴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발표할 것이지!’
슈미트 감독이 시계를 보고는 다시 표정을 관리했다.
“흠, 흠! 예. 송의 이적은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그는 선수들과 갈등을 일으켰고, 선수로서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죠. 송의 방출은 합당한 이유에서 내린 결정입니다. 그래도 선수를 내보내는 일은 감독으로서는 힘든 일이죠.”
“한에 이어 송까지 동런던으로 보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꾸 동런던과 엮인다면, 결국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에 계속 오르내리게 될 텐데요. 왜 하필이면 웨스트햄이었습니까?”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하하! 예. 선수들의 방출 리스트를 제가 작성하는 건 맞지만, 선수들이 어디로 가는 것까지 감독이 결정해 주지 못합니다. 송이 웨스트햄으로 가게 된 것은 수뇌부에서 결정한 일입니다.”
슈미트 감독이 불쾌함을 감추며 냉정하게 말했다.
“아슈르……?”
“웨스트햄……?”
“한……?”
“……이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들이 묻는, 오늘 경기에 관한 질문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쏟아지는 모든 질문에는 아슈르의 이적과 웨스트햄, 그리고 한치우의 이야기까지 들어 있었다.
아까부터 나름, 인터뷰 준비에 신경을 썼던 슈미트 감독은 점점 감정을 통제하기 힘들었다.
그의 이마에 힘줄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짜증을 참아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이겼다는 사실이 궁금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인가!?’
“아슈르 송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습니까? 인사는 하고 나갔습니까?”
다시 나오는 질문 역시 경기 내용이 아닌 아슈르에 관한 것이었다.
“송을…… 본 지가 꽤 오래되어서,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우리가 인사할 사이는 되지 못했습니다.”
감정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송이 한을 만나 예전의 모습을 보여 줄 것 같습니까?”
“그걸 왜 저한테 묻습니까!?”
결국 스트레스가 심해진 슈미트 감독이 폭발하고 말았다.
“동런던에 가서 물으세요! 그래도 제게 대답을 듣고 싶다면! 아슈르 송의 몸 상태는 아마 최악일 겁니다! 훈련을 불참한 선수가 개인적으로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한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는 코치가 아닙니다!”
기자들이 슈미트 감독의 화난 얼굴에 눈치를 보다가 누군가 용기를 내서 물었다.
“아슈르 송을 내보내게 되어서 아쉽지는 않습니까?”
“하! 하하! 아팠던 이가 사라진 기분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웨스트햄은 반드시 송의 영입을 후회하게 될 테니까요! 그리고 똑똑히 보십시오! 오늘 우리가 런던 더비에서 승리했듯이 남은 런던 더비에서도 모두 승리할 것입니다!”
“아직 순위표에서는 웨스트햄과 토트넘이 위에 있는데요?”
“아직이잖소! 아직! 두고 보세요! 제가 토트넘을 끌어내리고, 웨스트햄도 끌어내려서 모두 아스날의 아래에 있게 만들어 드릴 테니!”
감정을 모두 드러낸 슈미트 감독의 얼굴이 붉어졌다.
기자들은 그런 슈미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기사를 어떻게 내보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 *
월요일 아침인데도 러쉬 그린 훈련장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어제 위건을 가볍게 물리친 웨스트햄의 공개 회복 훈련이 오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송이 모습을 보일까?”
“그래도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훈련장에는 올 것 같은데?”
“맞아. 훈련에 참여하지 않아도 훈련장에는 와야지. 코칭 스태프와 일정도 짜야 하니.”
카메라를 목에 건 기자들이 수군대며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대쪽에서도 팬들이 기대 어린 시선으로 서 있었다.
그들의 중심에는 리얼 아이언 멤버들이 있었다.
“지미. 이러고 있으니까, 여름이 생각이 나.”
“그러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마치 꿈을 꾼 것만 같은 일들이 일어났지. 중요한 건, 아직도 우리는 더 높은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거야.”
“푸흐! 그러게. 이제 첼시를 끌어내리기만 하면, 런던의 클럽 중에서는 우리가 넘버 원이 되는 거지.”
“그러니까. 괜히 선수들 신경 쓰이게 여기저기 떠들지 말고, 지켜보자고.”
“어! 저기 온다! 그런데…… 처음 보는 차인데?”
멀리서 검은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선수들이 어떤 차를 타는지 다 알고 있는 아이언들은 처음 보는 차로 시선을 집중했다.
“송의 차야!”
“맞아! 송의 벤츠가 분명해!”
역시 기자들은 달랐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가 누구의 것인지 바로 알아보았다.
“아쉬. 너를 반겨 주는 사람이 많은데?”
조수석에는 한치우가 앉아 있었다.
아슈르가 동런던으로 오게 돼서 제일 반긴 사람은 누구도 아닌 존이었다.
한치우를 훈련장으로 데려다줄 운전기사가 온 셈이었기 때문이다.
실버 형제는 아슈르와 토마스의 숙소로 아예 한치우와 존이 사는 아파트에 마련해 주었다.
빨리 적응하라는 배려였겠지만, 제일 감사한 것은 존이었으니까.
“후! 그냥 다음 주부터 나올 걸 그랬어.”
아슈르는 어제 간단히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그랜트 감독은 일주일 동안 주변 정리를 한 후, 다음 주부터 팀 훈련에 참여해도 좋다고 했지만, 아슈르가 빨리 팀에 적응하고 싶다며 오늘부터 훈련에 나오겠다고 한 것이다.
“한 번 마음 먹었으면 그대로 실행할 줄도 알아야지.”
지잉-
한치우가 창문을 열어 훈련장을 찾아와 준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어!? 한이 있어!”
“아슈르와 함께 왔어!”
존의 차로 왔다면 벌써 많은 사람이 달라붙었겠지만, 아직 아슈르의 차가 무엇인지 몰랐던 팬들은 차가 훈련장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봐야 했다.
다른 선수들까지 모두 도착하자 영 수석 코치가 가볍게 뛰라는 지시를 내렸다.
선수들은 줄을 맞춰 그라운드 외곽을 따라 달렸다.
“달리는 모습은 좋아 보이는데?”
그랜트 감독이 아슈르를 보며 영에게 말했다.
“달리는 것은 잘하는 녀석이니까. 한스 박사도 훈련을 소화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네. 흑인의 운동 능력은 뛰어나지.”
“역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겠어.”
“한번 보자고.”
삑-
영이 하프 라인으로 가서 휘슬을 불었다.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 몸이 불편한 사람은 지금 손을 든다!”
손을 드는 선수는 없었다.
어제 경기에서는 필립이 휴식을 취했고, 위건을 상대로도 무리한 경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좋아! 골키퍼를 제외하고, 포지션별로 두 명씩 여섯 명이 한 조를 만들어! 미니 게임을 진행한다.”
영의 말에, 선수들의 시선이 아슈르에게 집중되었다.
코칭 스태프가 무엇을 확인하려는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자, 자! 눈치 보지 말고, 첫 번째 조는 스태프가 짰으니까 호명하는 대로 흩어져!”
코치들이 나와 조를 네 개로 나누었다.
한치우는 아예 어린 선수들로만 구성된 조에 배치가 되었고, 아슈르는 무어와 짝을 이루어 주축 멤버들 틈에 끼게 되었다.
“잘 부탁해!”
아슈르가 한팀이 된 무어와 필립, 마이크, 리치, 로빈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한치우 덕분에 한국식 인사가 어떤 것인지 잘 아는 선수들이 아슈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처음이라 발이 잘 안 맞을 수도 있어. 우리 실력이 부족하다고 속으로 욕하지 말아 줘.”
“흥! 마이크. 프로 선수라면 그 정도는 다 알고 있어.”
“로빈. 넌 차라리 찰스하고 요가 수업이나 받으러 가라.”
“윽! 필립!”
아슈르는 오랜만에 느끼는 좋은 팀 분위기가 좋았다.
‘그래! 여기서라면 내 실력을 충분히 보여 줄 수 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슈르의 그 생각은 틀리고 말았다.
* * *
아슈르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폼이 많이 떨어져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헉! 헉!”
거칠게 숨소리를 내뱉고 있는 사람도 아슈르 혼자였다.
“아슈르!”
필립이 오른쪽 코너 깊숙이 공을 찔러 주었지만, 아슈르는 무릎을 잡으며 뛰어가지 못했다. 타이밍을 놓쳐 버린 탓이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짧게 연결되는 쉬운 공을 잡아도, 다음 동작을 어떻게 이어 나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색깔이 다른 팀 조끼를 입고 있음에도 같은 팀 선수들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가 않았고, 자신을 맡은 데이비드의 수비가 워낙 단단해 돌파도 쉽지 않았다.
‘젠장!’
아슈르의 시선에 표정이 굳어 있는 코치들의 얼굴이 보였다.
그들의 손에 들린 파일 위로 바쁘게 이것저것 표시하며 메모하는 것도 다른 압박이 되어 아슈르의 몸을 더 무겁게 하였다.
“확실히 아직 경기를 뛸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흠. 어쩌면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어. 검은 탄환이라고 불렸을 때의 날카로운 움직임도 보이지가 않아.”
전술 코치의 말에 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 어디를 보고 있는 거야!?”
뒤에서 로빈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삑!
영이 목에 걸린 휘슬을 불며 일단 미니 게임을 잠시 중단했다.
그래도 필립이 재빨리 이온음료 한 병을 더 챙겨와 아슈르에게 건네주었다.
“아! 고마워! 모리스?”
“필립이야. 필이라고 불러도 돼. 한은 나를 필이라고 부르니까.”
“그래. 필립. 미안해. 내가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어.”
“아니. 내 패스가 정확하지 않았어. 그쪽으로 가는 패스는 거의 릴에게 맞추어져 있으니까.”
“예전이었다면, 나도 잡을 수 있었을 거야. 미안해. 진심이야.”
“흥! 그러니까 훈련은 계속했어야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들이 우글거려도 운동선수는 몸이 재산이야.”
로빈이 옆으로 앉으며 위로인지, 불만인지 알 수 없는 말을 건넸다.
“로빈은 말투가 원래 저래. 익숙해지면, 얼마나 속이 깊은 녀석인지 알 수 있지. 하지만 전 시즌까지 내가 느꼈던 너의 움직임이 아니야. 빨리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할 거야. 휴식기까지 지나게 되면 데릭이 돌아올 테니까.”
아슈르는 데이비드의 얼굴을 올려 보았다.
그의 표정에서 시기나 견제의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나를 걱정해 주고 있구나.’
아슈르는 팀 선수들의 마음을 느낄수록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뭐야? 왜 그래?”
고개를 숙여 버린 아슈르의 머리 위로 그늘이 드리워졌다.
“한?”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한치우가 이쪽으로 넘어온 것이었다.
“나, 아무래도 감각이 떨어진 것 같아.”
아슈르의 목소리는 거의 우는 사람의 수준이었다.
분했던 것이다.
한치우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 주려고 주급까지 깎으며 동런던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
한치우는 아슈르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보다가 영에게 갔다.
“많이 안 좋습니까?”
“흠. 경기를 뛰기에는 무리야. 간단한 연결조차 안 되고 있으니까.”
영 코치가 한치우에게 자신이 메모한 파일을 보여 주었다.
“그래도 완전히 망가진 것은 아니네요?”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아니네. 지구력도 많이 떨어져 있으니까.”
“그것은 걱정하지 마세요. 장담하는데, 저 녀석이 마음만 제대로 먹고 체력을 끌어올린다면 금방 돌아올 테니까요. 수석 코치님. 부탁 하나만 해도 되나요?”
한치우는 영과의 대화를 마치고 다시 돌아왔다.
“한! 조끼 색깔이……?”
“필. 이번 게임은 내가 들어간다. 너는 저기 애들과 조금만 놀아 줘.”
“어? 아, 알았어.”
삑-
그때, 휘슬이 다시 울리고,
“첫 번째 조의 게임은 여기서 끝낸다. 1조와 2조는 포워드를 바꾸고 3조와 4조는 한과 모리스만 바꾸어 그대로 진행한다!”
한치우가 새로 입고 온 조끼 색깔은 아슈르가 입고 있는 것과 같은 형광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