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283
시끌벅적한 갈빗집. 퇴근한 직장인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어지럽게 식당을 울려 댔으나, 구석에는 한기가 도는 듯했다.
치이이익-
긴 테이블을 두고 마주 앉은 광역수사대 팀원들. 1팀부터 3팀까지 한데 어우러져 있었지만,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다. 진한수는 비어 있는 소주잔을 두고 정면만을 쳐다보고 있다.
“아이고. 고기 다 타겠어요. 이 양반들아!”
“자자. 듭시다. 이모님! 여기 밥 먼저 주세요!”
“인사 한번 합시다. 우리는 광수대 3팀. 특수대 얘기는 진짜 많이 들었어요. 이쪽 때깔이 고운 거 보니 부잣집 막내고, 여기는 꺼먼 게 깜장이네!”
“하하하! 그럼 자동적으로 이쪽이 몽두?”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 앞으로 잘해 봅시다!”
“거기 술 좀 줘 봐라. 특수대에서 광수대 2팀으로 거듭났으니, 거하게 마셔야지! 오늘 아니면 또 기회 없다.”
중간에 낀 광수대 3팀은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기 위해 시답잖은 농담을 던져 댔다. 그제야 진한수가 소주를 들어 팀장에게 기울어 보인다.
“한잔하시죠. 선배.”
“그래. 앞으로 잘해 보자고.”
그걸 본 깜장은 젓가락을 들어 고기를 뒤적거렸다. 맞은편에 앉은 만두귀. 녀석 역시 식사를 시작하려 하는데···.
“오. 이거 익었다. 막내야.”
“네. 형님도 좀 드세요.”
“고기 많네. 몽두랑 큰형 접시도 줘 봐.”
만두귀의 젓가락이 닿기 전, 깜장이 잘 익은 고기를 쏙쏙 골라 가져간다. 만두귀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니들 혼자 먹냐?”
“익은 거 알아서 주워 먹어. 내가 너 먹는 것까지 신경 쓰리?”
“남의 밥그릇 뺏어 가는 버릇 못 고치지?”
“제 밥그릇도 못 챙겨 먹는 새끼가 말은.”
“뭐? 새끼?”
“그래 이 새끼야!”
콰앙-
깜장과 만두귀가 동시에 일어서서 서로에게 덤벼들려고 한다. 덩치 큰 두 남자가 일어서니, 갑자기 확 좁아지는 자리.
“어우. 좀 앉아요. 앉아.”
“그래. 너희 덩치를 생각해라. 이 덩어리들아.”
몽두와 왕녀가 둘의 옷단을 잡아끌며 말린다. 한참을 서로 노려보던 두 남자. 슬그머니, 자리에 앉아 경쟁하듯 고기를 퍼먹어 댔다. 누가 더 많이 먹나, 서로를 체크하며.
“그래도 이제 진짜 식구 됐으니, 서로 잘해 보자고. 나는 편하게 왕녀라고 불러. 왕 선배나 왕 형사라 부르면 더 좋고.”
왕십리 여진족이었다는 깜장의 동기, 왕녀. 그녀는 몽두와 나에게 술을 권하며 웃는다.
“동기 녀석이랑 한솥밥 먹게 될 줄은 몰랐다. 다들 환영해.”
“저희도 잘 부탁드립니다.”
왕녀와 몽두의 인사치레로 인해 분위기가 조금 가벼워졌다. 고기가 익어 갈수록 형사들의 얼굴 역시 붉어졌고, 주거니 받거니, 몇 차례나 테이블을 돌고 나서야 제 술잔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 한창 회식 자리가 무르익을 때쯤. 만두귀가 입을 연다. 그의 얼굴은 술과 불판 기운에 취해 있었다.
“다 좋다 이거지. 광수대 2팀!”
“뭐래. 저 새끼 취했네.”
“새끼 새끼 거리지 마라 이 새끼야!”
“에베베다 씨벌 놈아.”
만두귀와 깜장이 다시 붙으려 하자, 몽두와 왕녀가 옷깃을 잡아끌며 말렸다. 그리고 재빨리 물꼬를 튼다. 몽두처럼, 만두귀 다루는 데 있어서는 도가 튼 것 같았다.
“그런데 뭐. 뭘 말하고 싶은데?”
“사건 배정은 이제 공정하게 하자 이거지!”
만두귀가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외쳤다. 그러자 다들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서.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광수대 1팀의 안경남이었다. 이제껏 조용히 밥만 먹어 처음 듣는 목소리다.
“당연한 소리를 거창하게 하네. 형. 취했어?”
그러자 이번에는 몽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우리가 우선순위 아닌가? 저번에 보이스 피싱 건으로 해결 본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소주로 입을 헹구며 1팀과 우리 팀을 번갈아 쳐다봤다. 서로 으르렁대는 꼴이···.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꽤 잘 어울려 보인다. 왜지? 나도 술에 취했나? 만두귀가 울컥, 소리쳤다.
“아니 그때는!”
민망하긴 하지만, 짚을 건 짚자는 듯.
“그쪽들이 특수대 신분이었을 때 얘기고. 명의자 이름이 바뀌었으면 계약도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지금은 광수대잖아.”
“이게 무슨 개소리야?”
콰앙-
다시 깜장과 만두귀가 붙었다. 아까는 말리던 광수대 3팀은 술에 취해 흐물흐물, 그저 상황을 방관하기만 한다. 내가 팀장을 쳐다보자, 팀장 역시 어깨를 으쓱거리며 난감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야 이 쫌생아! 한번 약속은 끝까지 가는 거여!”
“그러니까 그쪽이 특수대 때 얘기라고! 여차하면 다시 수안서로 내려가든가!”
“경찰인 줄 알았는데 양아치 새끼였네. 야야. 너 이리 와 봐. 경찰청 와서 첫 조서 한번 써 보자.”
우당탕탕!
난리가 났다. 상추는 날아다니지, 술에 취한 형사들은 낄낄 웃으며 술이나 먹지. 깜장과 만두귀는 서로 잡아먹을 듯이 덤벼들지. 양옆의 우리는 잡아 말리지···.
따악!
따악!
진한수와 팀장의 꿀밤이 동시에 두 남자의 이마로 떨어졌다. 그제야 조금 진정하는 두 짐승. 왕녀가 떨어진 상추와 깻잎 따위를 주우며 중재한다.
“조금 웃기긴 하는데, 나도 이 말은 하고 싶었어. 솔직히 그쪽이 처음부터 사건 뺏어 간 건 사실이잖아. 그, 언제였더라.”
“손바닥 문신 시체.”
“아아. 맞다.”
나는 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머리를 굴렸다. 야쿠자 도박 사건의 시작을 말하는 것 같았다. 산에서 팔 한쪽이 발견됐었는데, 내가 홀라당 사건을 채 왔었지.
“그리고 이제 진짜 같은 사무실 쓰면서 일할 건데 불편하게 일할 수는 없잖아?”
“아닌데? 나는 하나도 안 불편한데?”
깜장의 깐족거림에 왕녀가 눈을 살벌하게 뜬다. 그래도 동기라고, 만두귀처럼 덤벼들 수는 없는 모양이다. 깜장은 소주병을 들더니, 컵에 가득 부어 마셨다.
“그래도 좀 억울한데요. 내가 그때 얼마를 썼는데.”
나는 눈썹을 까딱거리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공정하게 배분한다 해도, 솔직히 실력 있는 팀에게 좋은 사건이 돌아가지 않겠어요? 그쪽은 신경 쓸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내 말에 경악과 뿌듯함으로 나뉘는 사람들의 표정. 만두귀와 안경남이 험악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어어? 저쪽 막내 말하는 싸가지 보소?”
“왜? 맞는 말 했는데.”
“그냥 오늘 하나 죽어서 사무실 나가자.”
“오. 듣던 중 반가운 말이다. 누구 먼저 죽여 줄까? 만두귀 너 이리 와. 확 터트려 버릴라니까.”
그러자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두 팀장이 나섰다. 팀원들처럼 가볍게 행동할 만한 위치는 아니었으니.
“일단 그 문제는 다른 자리에서 논하기로 하고.”
“동감입니다. 오늘은 광수 2팀 환영식이니까요.”
“뭐가 되었든 서로 좋게, 좋게 하자고.”
둘의 입장 정리에, 한껏 불붙었던 팀원들이 파사삭 죽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처음 먹는 것처럼 고기와 술을 흡입한다.
“으어. 잘 먹었다.”
“장 형사. 일어나 봐. 우리 다 먹었어.”
“으어어어···.”
“으어어 같은 소리 하네. 야. 콜택시 한 다섯 대 좀 불러라. 장 형사랑 김 형사 같이 보내고. 어어. 거기도 같이.”
거의 다 뻗어 버린 3팀. 우리는 자리를 정리하며 환영식을 파했다. 음식이고 술이고, 많이 먹은 게 확실했다. 깜장이 조금 어지러운 듯 비틀거렸으니까.
“우리는 사무실 가서 잘까?”
“그래. 곧 있으면 해 뜰 것 같은데.”
“그쪽 1팀은?”
말해 뭐 하냐는 듯, 고개를 까딱이는 만두귀. 우리는 터덜터덜, 으슥한 골목길을 가로질러 경찰청으로 향했다. 꽤 거리가 있으니, 걷다 보면 술이 깰 것이라 기대하며.
퍼억-!
“아악!”
그때였다. 어디선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발걸음을 멈춘 우리. 시선을 마주치며 가까운 골목길을 돌았다.
“무슨 일이세요?”
“괜찮으세요?”
“뭐야? 야!”
가로등 아래 쓰러져 있는 한 남자.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이었다. 우리와 같이 술이 고주망태가 되어있었는데,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119!”
“저 새끼!”
그리고 길 끝으로 사라지는 한 남자. 날랜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았다. 안경남이 구급차를 부르는 와중, 깜장이 소매를 걷으며 뛰기 시작했다.
“저 새끼 잡는 팀이 이기는 거다!”
“그래! 좋다!”
······라는 말과 함께. 그 말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만두귀. 번개처럼 깜장의 뒤를 쫓아간다. 나와 몽두, 그리고 왕녀가 그들의 뒤를 쫓았다.
타닥 타닥-!
촤아악-
달밤에 일어나는 추격전. 앞서 뛰던 녀석이 미끄러지며 취객의 지갑을 던진다. 아리랑치기구나. 닿을락 말락, 손을 뻗던 깜장이 갑자기 멈춰 선다.
“왜 그래요?”
“우욱-”
“아 진짜! 작작 먹지!”
그리고 전봇대를 잡고 속을 비워 내기 시작했다. 그 옆을 웃으며 지나치는 만두귀. 하지만,
“앞에 봐요!”
우당탕탕-
깜장을 보며 비웃다가, 정작 앞에 놓인 입간판을 못 보고 같이 뒹군다. 하여간! 몽두와 나, 왕녀는 뒤를 돌아보며 계속해서 뛰었다.
“막내야! 몽두야! 꼭 네가 잡아라!”
“왕녀! 놓치면 죽는다!”
두 남자의 외침에 우리 역시 동시에 소리쳤다.
“싸물고!”
“빨리 합류해요!”
“뭐 하자는 거야, 진짜!”
녀석은 꽤나 재빠른 몸짓으로 골목을 누볐다. 한두 번 해 본 솜씨도 아닌 것 같고, 이 일대가 낯설어 보이지도 않았다.
타닥타닥-
“어?”
어둠 속, 자취를 남기지 않는 갈림길. 나와 몽두가 흠칫거리자 왕녀는 망설이지 않고 왼쪽 길을 택한다.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향하는 나와 몽두. 달밤의 추적 소리가 계속해서 울리고, 다행스럽게도 도망가고 있던 범인의 뒷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거기! 앞에!”
“앞에 잡아 주세요!”
범인의 앞으로 걸어가고 있던 한 남자. 우리의 다급한 외침에 뒤를 돌아본다. 모자가 푹 눌려 있어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으나, 어딘가 낯익다.
“비켜어어! 씨발!”
“이런.”
범인이 욕설을 뱉으며 주먹을 휘둘렀으나, 행인은 가볍게 뒤로 피하며 발을 걸었다.
우당탕탕!
쓰레기더미와 함께 앞으로 미끄러지는 범인. 몽두가 온몸을 날려 그 위로 엎어진다.
“으억!”
“야! 움직이면 다친다?”
“이거 놔!”
나 역시 재빨리 붙어 범인의 팔을 셔츠로 묶었다. 어찌나 반항이 심한지, 몽두와 나 둘이서 조금 버거울 정도였다. 그러자 우리를 도와줬던 행인이 무게를 실어 남자를 함께 제압해 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아리랑치기 맞지? 넌 현행범이다. 이 재수도 없는 놈아.”
“아니라니까요? 그쪽이 대체 뭔데 이래요?”
“뭐긴 뭐야. 너랑 앞으로 쭈욱 얼굴 맞대고 살 경찰이지.”
따악-
몽두의 꿀밤을 맞고 낭패라는 듯 얼굴을 찌푸리는 남자. 나는 무릎과 손바닥을 털며 행인에게 꾸벅 인사했다.
“다치신 곳은 없죠?”
“저야 발만 걸었는걸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이 익숙한 남자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어둠 속에서 뚫어지게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하지만 역시 보이지 않는다. 달빛이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괜찮으시면 서까지 가셔서 차라도 한잔···?”
“아니요. 바쁘신데 그럴 수는 없죠. 그럼.”
남자는 별일 아니라는 듯 옷을 툭툭 털며 등을 돌렸다. 뒤에서 몽두와 녀석의 실랑이가 끊이질 않는다. 그 틈에, 남자가 한마디를 남긴다.
“배민수 씨. 고맙습니다.”
뒤를 돌아보려던 나는 우뚝 멈추고 말았다. 지금, 뭐라고 했어? 배민수? 고개를 휙 돌렸지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막내! 너까지 뭐 해?”
나를 닦달하는 몽두. 하지만 나는 그 남자가 향한 골목길 쪽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뭔가에 홀린 것처럼 말이다. 전생의 내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 생각이 맞다면···.
“막내!”
“잠시만요.”
“아. 진짜! 다들 취했냐고!”
타닥타닥-
남자가 사라진 오른쪽 골목. 나는 미친 듯이 헤집으며 뒤를 쫓았으나, 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길 끝에서 속을 부여잡은 깜장이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었다.
“막내! 잡았어?”
“방금 이쪽으로 들어온 남자, 어디 갔어요?”
“못 잡았어? 여기로는 아무도 안 왔는데?”
“그럴 리가요! 방금 바로 골목 돌아서 이쪽으로 갔는데.”
“얘가 나보다 더 취했네. 그래서 잡았다는 거야, 못 잡았다는 거야?”
깜장과 내 대화를 들은 몽두가 멀리서 겨우겨우 소리친다.
“잡았어요! 깜장 형님! 그러니까 이리 좀 와 봐! 막내 저거 취했다.”
“앗싸! 그러면 그렇지! 잘했다. 내 새끼들! 앞으로 광수대는 우리가 짱 먹는 거다. 캬캬캬!”
깜장이 신난다는 듯 엉덩이를 흔들며 뛰어갔다. 적막과 고요만이 가라앉은 골목길. 나는 한참 동안이나 우두커니 서서 길 끝을 바라봤다. 어디선가, 그 역시 그만의 삶이 흐르는구나 싶어서.
“막내!”
그리고 나를 부르는 팀원들의 목소리. 나는 아쉬운 마음으로 시선을 걷었다. 그래. 뭐가 어찌 되었든, 현재는 현재로. 내 길은 내 길대로. 깜장이 범인에게 헤드록을 걸며 외쳤다.
“이 새끼가 자꾸 우리 신분증 까라는데? 경찰 맞냐고. 뒤지게 패도 되는 거지?”
“안 되죠. 형님.”
나는 가볍게 웃으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이미 반쯤 팅팅 부어 있는 범인 녀석 앞에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
“우리, 경찰 맞거든?”
끝
ⓒ 배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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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함께 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외전까지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으나, 지훈이와 친구들을 아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추후 좋은 모습으로 또 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