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205.
아버지인 서대영 회장에게 불려가 제시카의 일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말을 들은 현준이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었지만 정황상 확실해 보였다.
현준 자신에게 비밀로 한 채로 키우려는 듯한 제시카였다.
왜 그런지는 현준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에 서현준의 본래 인격이 깨어나 버렸다.
사실 현준 자신의 아이도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서현준의 아이인 것이다.
하지만 현준은 아직 이름도 모르는 아이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미국으로 당장 떠나서 만나지 못하는 건 지금 자신의 인격이 완전히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소멸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복수에 대한 증오도 처음보다는 사그라지고 있었다.
시간이 주는 망각은 그 어떤 것도 부식시켜 버리는 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준은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점점 끊어져 가는 밧줄 끝에 매달려 버티고 있는 현준이었다.
* * *
복수의 주체가 되어야 할 오진호는 오랜 연예 끝에 세영으로부터 결혼을 하자는 말을 듣게 되었다.
사실 세영은 오진호와의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한창때의 나이였고 즐기고 싶은 것도 많았으며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더욱이 세상에는 잘생기고 멋진 남자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오진호가 별로인 것은 아니었지만 잡아 놓은 물고기였으니 당장 결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잡아 놓은 물고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어! 은희 아니야?”
“어머! 오빠!”
파티장이었다.
초대받은 파티장에서 아중 물산의 동기이자 대학 후배인 은희를 만났다.
세영의 사촌 동생이기도 한 은희는 오진호가 아중 그룹 본사로 옮겨간 뒤로 만나기 쉽지 않았다.
주말도 없이 바쁘게 일을 해야 했으니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었기에 오진호에게 적극적으로 데쉬를 하던 은희도 별수 없었던 것이다.
“오빠 여긴 어쩐 일이야?”
“어! 초대를 받아서.”
재계나 정계 그 밖의 사회 지도층들의 자식들이 모이는 파티였다.
인맥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계였기에 김무연 회장은 오진호에게 해당 파티 모임에 나가도록 손을 써 주었다.
물론 청소년 시기부터 짜여 있는 이너서클에 서민층이었던 오진호가 파고들어 가기는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세영도 함께 오진호의 사교 모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손을 써 주고자 했다.
세영이 몇몇 사람들에게 오진호를 소개해 주기는 했지만 세영이 잠시 자리를 피하고 나면 오진호는 꿰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어색한 자리에 덩그러니 서 있어야만 했다.
그때 제법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은희가 다가온 것이다.
“오빠 여기서 보는 거 신기하다.”
“그러게. 너는 어떻게?”
“아! 나도 초대받았어. 내 친구 중 하나가 여기 모임 주최자 중에 하나거든.”
대학 때도 여러 사람과 잘 어울렸던 인싸 여신이라 불렸던 은희였다.
은희가 제법 돈 좀 있어 보이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마냥 어색해 보이지는 않았다.
“은희야. 누구야?”
“어! 재윤아! 인사해. 나 대학 선배면서 우리 회사 동기.”
“어머! 대학 선배면서 회사 동기야? 안녕하세요. 성재윤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진호라고 합니다.”
오진호는 은희에게서 사람들을 소개받았다.
“지금 아중 그룹 미래전략실 과장님이셔. 최연소 임원이 유력하다고 하네.”
“아! 그래?”
“울 오빠 머리가 얼마나 좋은데. 대학 다닐 때도 유명했어.”
은희는 오진호의 팔에 팔짱을 끼고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오진호에 대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치 연인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었다.
“오빠 이리 와 봐!”
“어? 아니. 저 나 그게.”
화장실을 간 세영을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지만 오진호는 활달한 은희에게 이끌려서는 파티에서 이 사람 저 사람 소개를 받아야 했다.
“뭐야? 은희 남자 친구야?”
“어머! 호호호! 아니야. 뭐 나야 진호 오빠가 내 남자 친구면 좋겠지만.”
은희는 남자 친구가 아니라고 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딱 남자 친구 같은 모습이었다.
오진호도 은희가 아니라는데 딱히 뭐라고 말을 하지는 못한 채로 어색한 미소만 지어야 했다.
그렇게 오진호와 은희가 파티장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돌아온 세영은 기다리고 있으라는 오진호가 보이지 않자 파티장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화장실 갔나?”
오진호도 화장실에 갔나 싶어서 둘러보다가 오진호가 웬 여자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거 뭐 하는 짓이야?”
자신 말고는 아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나마 아는 사람을 만난다면 이런 곳에는 잘 나오지도 않을 현준이 나왔을 때나 아는 사람이 생길 오진호였다.
그렇게 갑자기 슈퍼 인싸라도 되어서 파티장의 여자라도 꼬신 것인가 싶어서 오진호에게 다가가는 세영이었다.
그렇게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며 다가오는 세영을 오진호보다 은희가 먼저 보았다.
“어머! 언니!”
“어? 니가 여기는 왜?”
세영은 오진호의 옆에 달라붙어 있는 여자가 자신의 사촌 동생인 은희임에 의아했다.
“응? 내가 여기 오면 안 되나? 나 여기 자주 참석하는데?”
세영보다 은희가 더 파티에 잘 다닌다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영이 하는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너 뭐 하니?”
“뭐 하긴? 왜?”
“저기 둘이 아는 사이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은희에 오진호가 끼어들었다.
오진호도 세영과 은희가 아는 사이 같은 것에 당황스러운 것이다.
“응? 아! 내가 말 안 했나? 세영 언니가 우리 사촌 언니인데. 아! 맞다. 오빠 세영 언니 아래에서 엄청 괴롭힘 받았다고 했지? 아! 미안 언니.”
세영의 부서에서 근무했던 오진호였다.
세영은 사촌 동생인 은희가 자신을 엿 먹이는 말에 이를 악물면서 물었다.
“두 사람 무슨 관계야?”
“어! 학교 후배.”
“학교 후배?”
“어. 전에 말했던 학교 후배이자 회사 동기.”
오진호의 말에 세영은 그제야 전에 오진호가 받았던 지갑 선물이 떠올랐다.
“아! 그 지갑 선물해 줬다던?”
“어. 맞아.”
“그게 너였구나.”
“어머. 언니. 진호 오빠하고 뭔 사이야?”
여전히 오진호의 팔을 꽉 붙잡고 있는 은희였다.
그 모습에 세영의 표정이 굳어갔지만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분노를 꾸욱 눌러야 했다.
아직도 오진호와 열애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었으니 은희에게 오진호와의 관계에 대해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더욱이 이런 자리에서 할 말도 아니었다.
오진호도 세영의 심기 불편한 모습에 조심히 은희의 팔짱을 풀었다.
“둘이 사촌이었구나. 그건 몰랐네.”
세영과 은희의 성이 달라서 사촌일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던 오진호였다.
하지만 오진호는 은희가 자신에게 세영과 사촌지간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물론 은희가 굳이 오진호에게 밝힐 이유는 없다는 것도 알고는 있었다.
자신의 팔짱을 푸는 오진호에 은희는 다시 오진호의 팔을 붙잡고서는 세영에게 물었다.
“언니! 나 진호 오빠 좋아하는데. 어때? 잘 어울려?”
“뭐?”
“우리 잘 어울리냐고.”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나오는 은희에 세영은 당황했다.
설마 이 정도로 과감하게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
“윤은희 장난 아닌데.”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꽤나 흥미롭게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다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은 것이다.
그렇게 당황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세영에 오진호가 다시 은희의 팔을 풀며 말을 했다.
“은희야. 미안한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뭐? 오빠 여자 친구 없다고 했잖아.”
“짝사랑하는 사람은 있어.”
“짝사랑? 누구?”
꽤 끈질긴 그녀에 오진호는 나지막이 대답했다.
“김세영 상무님.”
“…….”
주변이 충격에 빠진 듯이 숨소리 하나 흘러나오지 않았다.
다들 시선이 세영에게로 향했고 세영은 얼굴 전체가 붉어져서는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도망을 치듯이 사라져 버렸다.
은희도 멍하니 도망가는 세영을 바라보다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오진호를 바라보았다.
‘오빠 차인 것 같으니까 이제 나한테도 가능성이……. 하! 됐다! 됐어!’
은희는 더 매달려 볼까 하다가 더 이상은 자신의 모양새도 빠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 정도로 오진호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세영이 망신을 당했으니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영이 오진호와 헤어지는 것만으로도 사실 충분히 만족스러운 은희였다.
오진호는 도망을 가 버린 세영을 따라 파티장을 나섰다.
전화를 해 봤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거 화났나?”
세영이 화났다고 생각하는 오진호였다.
근무 회사도 같지 않았기에 세영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자신의 오피스텔에도 며칠째 찾아오지 않는 세영에 오진호는 세영과의 연애가 끝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말을 했나 싶었지만 일주일 뒤쯤에 세영을 보게 되었다.
“결혼해.”
“뭐?”
“결혼하자고!”
오진호는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세영이 꿈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오진호는 현준의 경고가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하나?’
문득 오진호는 현준이 어쩌면 미래에서 온 자기 자신이고 진심으로 경고를 해 주기 위해 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진실이었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에 이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래.”
“바람피우면 죽여 버릴 거야!”
등줄기가 오싹해질 만큼 진심을 담아 말을 하는 세영이었다.
아무래도 은희 때문에 무척이나 화가 났던 모양이었다.
오진호는 한참 은희에 대해서 변명을 해야 했지만 세영의 화를 풀어주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려야 했다.
그렇게 오진호는 김무연 회장의 집에 세영과 함께 찾아갔다.
그리고서는 정식으로 세영과의 결혼을 허락받기로 했다.
예상보다 빠른 결혼 이야기에 김무연 회장은 당황하는 듯했지만 순순히 허락을 해 주었다.
전생 때였다면 꽤나 힘들게 허락받았을 터였다.
하지만 전생 때와는 상황이 달라지기도 했고 오진호가 자신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었기에 반대를 하기에도 명분이 서지 않았다.
더욱이 세영이 완강했다.
반대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세영에 김무연 회장도 반대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올해가 가기 전에 결혼식을 올리자는 결정을 내렸다.
오진호는 정신을 차리자 결혼식장 앞에 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무연 회장의 사위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일이 여유로워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더 정신없이 일만 하다가 결혼식장에 서야만 했다.
‘현준?’
오진호는 세영과의 결혼식장에 현준이 나타난 걸 얼핏 볼 수 있었다.
물론 다시 현준을 찾았지만 현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작되었군.”
막으려고 했던 오진호와 세영의 결혼이 이루어진 것을 확인한 현준은 다시 비극이 일어날지를 지켜보기로 했다.
적어도 지금은 오진호에게 있어서 최고의 순간일 터였다.
오진호도 그리고 세영도 환하게 웃는 채로 자신들의 결혼식을 즐기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중에 오진호를 낚아채서는 도망을 가 버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자신과 오진호 모두 대한민국에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될 터였다.
더욱이 부모님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그렇게 오진호와 세영은 신혼여행을 다녀와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