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46
화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듀풀렉 테스터는 모두 157개야. 그거 밖에 못 만들었지. 이것들은 모두 좌표가 달라. 딱 세 번씩만 열리게 되어 있고 그 세 번에 창고가 열린 곳에 대해서 파악을 해야 해. 제일 높은 확률은 우주 공간에 창고가 생기는 거야. 진공이지. 그걸 열게 되면 당연히 듀풀렉 테스터는 부서지게 설계가 되어 있어. 창고 안쪽에서 커다란 힘이 작용하면 곧바로 듀풀렉 테스터가 망가지는 거지. 뭐 용암이 흘러나오거나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야.”
“그러다가 태풍 같은 거 치는 곳이며 어떻게? 그럼 아깝잖아.”
포포니가 묻는다.
“걱정 없어. 실험을 할 때마다 좌표는 따로 기록을 해 둘 거니까. 만약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충격에 듀풀렉이 망가지면 그 좌표는 따로 빼 놓았다가 다시 실험을 해 볼 수도 있어. 그러니 괜찮아.”
“우웅. 그렇구나. 그럼 157개를 다 시험을 해 볼 거야?”
“그래야지. 그 중에서 텀덤이 말한 대로 제2 데블 플레인에 창고가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어. 그리고 그곳에 창고가 열린다고 해도 우리가 들키지 않을 방법이 없으면 절대로 일을 벌이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텀덤도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아.”
“알겠습니다. 형님. 그리고 감사합니다. 제 고집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 주셔서 말입니다.”
“니가 날 위해서 하는 말인 걸 알기 때문에 이러는 거야. 하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는 거 기억해라.”
“네. 형님.”
텀덤이 저 놈도 알고 있을 거다. 거기다가 지금부터 준비를 한다고 해도 언제 준비를 해서 제2 데블 플레인의 사람들을 구한단 말인가. 그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살아남아 버티고 있을까.
생각만 해도 암담하다.
플레인 게이트가 처음 만들어져서 실험을 했을 때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야길 했었지? 지금 내가 듀풀렉 테스터로 하려는 짓이 바로 그 짓인 거야.
우주 공간 어딘지도 모르는 곳의 공간을 여는 거지. 차라리 그 열린 공간에 뭔가 들어 있다면 판단이 좀 편하기는 할 거야. 그런데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면 그건 참 곤란하지. 우주 공간일 확률이 높거든. 알지? 우주 공간에 이곳의 공간을 연결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압차이가 장난이 아니니까 엄청난 힘으로 여기 있는 공기를 빨아들이겠지? 물론 주변에 있는 것이 뭐든 끌어 들이려고 할 거고 말이야. 그래서 일단 그런 공간이 나오면 아주 작은 구멍을 만들어서 실험을 해 봐야 하는 거야. 이건 예전 플레인 게이트에 비하면 훨씬 안전한 실험이라고 할 수도 있지.
우선 우린 창고 안, 그러니까 새로 열린 공간에 뭐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거든? 그리고 거기 들어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걸 지정해서 꺼낼 수도 있지.
물건을 꺼내는 것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입구가 열려서 생기는 문제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도 있다.
사실 처음 내가 세포니 행성에 창고를 열고 그 흙을 전부 한 번에 꺼낸 것은 순전히 실수였을 뿐이다. 암, 아무렴 그렇지.
157개의 듀풀렉 테스터는 예상대로 우주의 빈 공간과 연결이 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 대부분, 이게 중요하다. 아닌 것도 있었다는 소리고, 우주의 빈 공간이 아닌 곳에 연결이 되었다면 그건 거기가 어디가 되었건 뭔가 존재하는 곳이란 말이다.
하지만 그 중에 한 곳은 소행성이 떠도는 곳이어서 창고로 이용하기는 곤란한 면이 있었다. 다만 소행성들이 빠른 속도로 떠도는 곳이라 창고를 열어두고 있으면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공간 안에 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텀덤은 그 소행성들 중에서 작은 것을 몇 개 꺼내서 어떤 성분이 있는지 알아보자고 했고, 나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텀덤의 말처럼 소행성 지역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어쩌면 창고가 열린 곳이 어디쯤인지 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또 다른 한 곳은 분명 텅 빈 공간인데 우주 공간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우주 공간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시험 삼아서 넣어 본 실험체가 찌그러지는 것을 보곤 전혀 다른 공간인 것을 알았다.
보통 진공 상태에 어떤 일상적인 물건을 넣으면 끓어오르면서 폭발을 한다. 기압의 차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발견한 이 공간은 엄청난 압력으로 찌그러뜨린다.
직접 들어갈 수는 없지만 짐작하기로 그곳에 들어가는 물건에 가해지는 압력이 우리가 있는 공간의 천 배 정도는 되는 모양이다.
신기한 것은 그 공간과 연결되는 입구가 열려도 이쪽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뭘까?”
“중력일 것 같습니다. 형님.”
“중력?”
“네. 엄청난 압력이 작용하고 있는데 그것이 다른 연결된 공간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건 저 공간에서만 작용을 하는 힘이란 겁니다.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힘은 중력 밖에 없습니다. 저긴 엄청난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인 겁니다.”
“근데 중력은 방향이 있잖아. 그런데 저긴 물건을 넣으면 그 물건이 지니고 있던 운동 에너지도 빼앗겨 버려. 그냥 그 공간에 멈추지. 그리고 압력을 받는 거야. 상하좌우 어디로도 낙하 운동이 없어.”
“그건 그러네요? 그럼 뭘까요?”
그걸 내가 아냐? 우리 모두 모르는 거잖아.
“그래도 특이한 공간이지만 재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저기에 몬스터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텀덤이 그렇게 말을 하자 나는 내가 엄청난 무기를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듀풀렉으로 우주 공간에 입구를 열고 적을 집어넣으면 그걸로 끝. 그랜드 마스터라도 열린 입구를 피하지 못하면 우주의 미아로 죽어야 한다. 물론 입구가 열리는 것과 동시에 엄청난 흡입력이 생기니 그걸 피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란 족속들은 워낙에 괴물 같은 이들이라서 뭔가 흡입력이 생기는 회색 평면을 보면 피하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공간은 입구를 개방해도 그냥 회색 평면만 나타나고 아무 조짐도 없다. 그런데 그 평면을 지나게 되면 갑자기 엄청난 압력에 몸이 찌그러지는 것을 느껴야 하는 거다. 그랜드 마스터라도 죽지 않을까?
곧바로 실험을 해 봤다.
이미 듀풀렉 테이터는 사용 기회를 다 소진했기 때문에 같은 좌표로 다시 만들어야 했지만 그건 허브 기지에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이참에 조금 더 등급이 높은 코어를 이용해서 듀풀렉 테스터를 새로 만들었다. 충분한 실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입구를 개방할 수 있을 것이다.
던전에서 거미와 거미 인가을 찾아서 곧바로 발밑에 창고 입구를 만들어서 그것들을 그 공간으로 떨어뜨렸다. 그런데 거미는 물론이고 거미 인간도 그 공간으로 들어가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신기한 것은 질식사는 아는 것 같다. 숨은 쉴 수 있는 것 같아서 그곳에 대기 성분도 궁금해졌다. 하지만 당장 성분을 분석할 재주는 없으니 확인은 뒤로 미뤘다.
어쨌거나 거미와 거미 인간은 그 공간에서 죽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더욱 놀라운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봐요. 몬스터 사체도 몬스터가 지니고 있던 물건들도 전혀 사라지지 않고 있어요.”
마샤가 죽은 거미와 거미 인간의 시체를 다시 꺼내고 얼마 후에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정말이다. 거미와 거미 인간의 시체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거미 인간이 몸에 걸치고 있던 옷도 그대로다.
원래 몬스터가 죽으면 그 사체에 헌터들의 에테르를 약간이라도 주입해야 사체가 남는다. 아니면 사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증발한다. 더구나 몬스터 물품은 아주 희박한 확률로 남겨지고 대부분은 증발을 한다. 다시 상위 코어로 흡수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추측이다. 그런데 그게 그대로 남았다. 그 공간에서 꺼내 놓았는데도 그대로 유지가 되는 거다.
“어떻게 된 걸까요?”
“이거 혹시 다른 곳에서 죽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형님?”
마샤와 텀덤이 이렇게 말을 주고받는다.
“맞아. 그런 거 같아. 음. 그럼 세포니에서 죽여도 이렇게 되는 걸까? 남편 시험해 볼까?”
“포포니. 나중에 약한 놈으로 시험을 해 보자. 세포니에서 몬스터들이 얼마나 강한 힘을 낼 지는 알 수 없잖아. 처음에 우리는 거기서 약해졌었는데, 몬스터도 그러란 법은 없잖아. 도리어 강해질 수도 있지. 안 그래?”
“우웅, 그런가? 그렇겠다. 그럼 나중에 약한 걸로 잡아가서 실험을 해 보자 남편.”
“그래. 그러자.”
나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몬스터들이 자신들이 살던 곳이 아닌 다른 행성으로 가게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무척 궁금해졌다. 그리고 새로 발견한 엄청난 압력의 공간이 꽤나 쓸모가 많다는 생각에 그 공간을 이용한 듀풀렉을 정식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