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05
화
제7 데블 플레인에서 몬스터를 직접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곳의 몬스터들은 대부분이 수중에서 움직이는데 적합하게 진화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다. 무슨 소리냐면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지느러미나 물갈퀴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런 부분적인 모습 말고 전체적인 모습도 어류나 조개, 혹은 두족류 등을 닮은 것들이 많은데 지금 쉼터를 공격하고 있는 것들은 대부분이 인간형의 몬스터들인 것은 좀 특이한 경우인 것 같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지느러미를 갈기처럼 지니고 있고, 머리는 아귀를 닮은 것들이 두 다리로 걷고 두 손으로 공격을 한다. 섬사람들은 따로 무기를 쓰지 않고 몸을 일부 변형시켜서 검이나 창과 같은 무기를 만들어 쓰는데 비해서 몬스터들은 금속으로 된 무기를 사용한다. 물론 저 금속 무기들도 몬스터들이 죽게 되면 대부분 에테르로 변해서 증발을 하게 되는 것들일 것이다.
“아! 이건 뭐 머리가 다 아프네.”
나는 부유선 밖으로 나와서 쉼터에 내려서면서 살짝 현기증을 느꼈다.
“응. 조금 어지럽다 남편.”
– 나는 아래로 내려가서 동족들을 더 깨워야겠다. 그 때까지 조금이라도 악마들의 수를 줄여 줬으면 좋겠다.
워터가 내게 손가락질을 하며 그렇게 말하곤 곧바로 가까운 웅덩이를 찾아서 뛰어든다.
“밑에 가서 섬사람들 깨워서 온다고 그 때까지 다른 사람들 좀 도와 달라는데?”
“우웅? 알았어. 남편. 그런데 대부분이 파란색 아니면 남색 등급인 거 같아. 남편. 보라색 등급은 별로 없어. 일단 약한 것들이라도 좀 줄여 주자. 아래로 내려가서 잠들어 있는 섬사람들 죽이면 곤란하잖아. 아무리 약해도 잠든 섬사람은 쉽게 죽일 테니까.”
“그래. 그 말이 맞아. 부지런히 수를 줄이자.”
“남편 힘 내!”
포포니가 내 앞을 막아서면서 응원을 해 준다. 포포니가 내 앞을 막고 선 이유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지금부터 나는 디버프에 이은 에테르 폭발로 몬스터를 쓸어버릴 계획이니까 그렇게 정신 능력을 쓰는 나를 보호하자는 생각인 거다.
사실 이젠 남색 등급 몬스터라고 해도 별 어려움 없이 처리할 능력이 된다. 물론 헌터들이나 선주민들 중에서도 그랜드 마스터가 아니라면 쉽게 상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이미 옛날 일이다. 디버프 기반 에테르를 상대의 몸 안에 들여 보내서 그것을 적절한 위치에서 폭발시키는 것은 굉장히 유용한 공격 방법인 것이다.
퍼벙! 퍼벙! 펑펑펑!
몬스터를 처리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원래부터 디버프는 몬스터의 체내에 에테르를 투입시켜서 그 몬스터의 에테르를 약화시키는 기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에게 내가 지닌 에테르를 침투시키는데는 무척 유용하다. 그리고 그 후에는 내 에테르를 상대의 몸 안에서 적당한 위치로 이동시켜서 폭발을 시키면 되는 것이니 사실 몸 안으로 들어온 내 에테르에 저항하지 못하는 수준 낮은 몬스터들은 그야말로 밥이다. 한 번에 수십 마리도 처리가 가능한 정도다. 다만 남색 등급 정도가 되면 조금 시간이 걸리고 보라색 등급이 되면 한 번에 쓰러뜨릴 정도는 되지 못하고 시간도 훨씬 오래 걸리지만 지금은 주로 등급이 낮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 그저 눈에 보이는 것들은 순식간에 쓰러지고 있다.
“우와. 남편 멋지다. 에헤헤. 웃차.”
어이 마누라. 그렇다고 지금 코어 챙기고 있을 때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편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말이지.
“아, 저기도 있다. 어? 저기도 있네?”
쯧, 우리 마누라 코어 수집에 정신이 팔렸다. 뭐 그래도 내 곁을 멀리 떠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주 나를 잊은 건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이젠 조금 머리가 개운하네. 이것들은 몬스터고 섬사람이고 너무 높은 소리를 내는 바람에 잘 들리지도 않는데 머리를 어지럽단 말이지.
나하고 포포니가 쉼터에 내리면서 괜히 두통에 어지럼증을 호소한 것이 아니란 말이지. 그게 다 이 섬사람들과 몬스터들이 내는 소리 탓이었던 거다. 물속에서 의사를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인지 이곳에 사는 것들은 모두가 이렇게 고음을 낸다. 그게 한 둘이면 상관이 없는데 수가 많으면 정말 어지럽다. 정신 공격이 따로 없는 거다. 그런 때에는 에테르를 이용해서 몸을 보호해야 할 정도다. 뭐 지금은 주변을 싹 정리했더니 조금 나아졌다.
“남편, 이상해. 아직도 밑에서 사람들이 안 올라와. 워터가 내려갔으면 뭔가 소식이 있어야 하잖아. 섬사람들 깨워서 올려 보내야 하는 거 아냐?”
“밑에서도 싸우고 있는 모양이지. 그나저나 이 정도면 저 섬사람들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겠지?”
“응. 그럴 거 같아. 우린 내려가 보자.”
포포니가 주변 상황을 살피면서 그렇게 대답한다. 쉼터를 지키던 이들인지 이제 일곱 명이 남은 섬사람들이 몬스터를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실 몬스터의 수가 많아서 그렇지 실력으로 따지면 저들 일곱이 월등하다. 모두가 그랜드 마스터니 까짓 잔챙이 몬스터들은 시간만 있으면 모두 해결을 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수가 적은 것은 희생자가 생겼기 떄문인지 아니면 쉼터 밑에서 싸우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이제 내려가서 확인을 해 봐야 하는 거다.
사실 쉼터의 아래쪽은 아직 워터네 쉼터에서도 가 보지 못한 곳이다. 보여달라면 보여줄 수고 있었을 것 같지만 아직 그렇게까지는 요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보게 될 거란 생각으로 미뤄두고 있었던 거다.
그래도 대충 구조는 들어서 알고 있는데 어느 곳이건 쉼터의 웅덩이로 뛰어들게 되면 밑으로 내려가면서 여러 통로와 연결이 된다고 했다. 일종의 개미굴 같은 구조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수중 동굴인 셈이다. 그 동굴을 따라서 가다보면 쉼터 바닥까지 갈 수 있는데 그 중간 중간에 섬사람들의 생활공간이 있다. 생활 공간이라고 별 것은 아니다. 그냥 쉬는 곳일 뿐이다. 잠을 자거나 휴식을 하기 위한 공간들이 있는 거다. 그리고 커다란 공간들이 있는데 그 공간에 잠든 섬사람들이 있었다고 워터가 알려 줬었다.
그러니까 잠든 섬사람들을 한 곳에 몰아 두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숫자로 나눠서 보호하고 있었다는 말인데, 아마 이곳 쉽터도 그럴 거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소금 있어?”
포포니가 곁에서 따라 오며 묻는다. 아직도 물에서 활동하는 것은 포포니가 훨씬 더 낫다. 잠수도 몇 시간은 할 수 있고 대화도 자유롭고 유영도 뛰어나다. 사실 포포니가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나보다 훨씬 많았으니 뭐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포포니도 이곳에 마음에 들었는지 아니면 수중 호흡과 수영에 재미를 붙였는지 한동안 아주 열심히 두 가지를 익혔다. 그러니 지금도 저렇게 우아하게 헤엄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있어.”
나는 짧게 대답하고 허리에 차고 있는 공간확장 가방을 툭툭 쳐 보였다. 그런 나를 보며 포포니가 배시시 웃는다.
확실히 수중 동굴은 복잡하기 짝이 없다. 거기다가 가끔씩 몬스터도 나타났다. 역시 이곳까지 들어온 몬스터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어쩌면 무지막지한 학살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잠들어 있는 섬사람들을 몬스터들이 찾았다면 볼 것도 없이 그들은 모두 전멸을 했을 것이다. 못 볼 꼴을 보게 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든다.
좋지 못한 예감은 참 잘도 적중을 한다.
포포니가 내 곁에서 팔을 힘주어 잡는다. 그런 포포니의 손이 떨리고 있다. 아니 진짜로 떨리는 것은 내 몸인가 보다.
줄잡아 수 천은 넘어 보이는 섬사람들이 있다. 하나같이 몸이 찢어진 상태다. 살아 있는 이는 하나도 없다. 그런 섬사람들이 조금씩 물에 녹고 있다. 죽은 몸이 천천히 물에 녹고 있는 것이다. 저것이 워터가 말하는 물로 돌아간다는 그것인가 보다. 저들의 몸에서 나오는 피조차도 금방 투명하게 변하며 물이 된다. 해초를 닮은 머리카락도 녹아서 물이 되고 있다. 말 그대로 물로 녹아드는 것인데 손과 발과 머리같이 원래 가죽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이 먼저 사라지고 가죽 부분이 남아서 속 내용물이 다 녹은 다음에 천천히 사라진다.
포포니가 나를 잡아 당긴다. 다른 곳으로 가자는 신호다. 그래 서둘러 움직여서 이런 비참한 꼴을 하나라도 줄여야 하겠지. 나는 포포니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재빨리 다른 섬사람들을 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