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3
화
이후로 우리는 번갈아가며 사냥을 했다. 역시 미셀의 디버프도 상당해서 디버프가 걸린 도마뱀 인간은 우리 팀이 잡는 것 보다 더 빨리 잡혔다.
디버프의 위력이 나보다 조금 낮은 대신에 저들 팀원의 개인 능력이 우리 팀원을 훨씬 능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지 렘리 등도 조금 어깨가 쳐졌다.
어쩌겠나, 세상이 능력 있는 이들을 우대하는 세상인 것을. 그러니 너희도 수련을 꾸준히 해야지. 노력만이 살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열심히 사냥을 시켰다.
그런 중에 간혹 코어가 나오기도 해서 나도 셜린도 마음이 넉넉해졌다.
노란색의 코어는 그야말로 대박이다. 그것 하나가 몇 천만 텔론이니 몇 개만 있어도 1억은 가뿐하다.
아쉬운 것은 던전으로는 사체 수거팀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아까운 사체를 방치해야 했다. 그렇게 방치된 사체는 시간이 지나면 분해가 되어서 던전 코어로 돌아간단다. 물론 사체에 약간의 조치를 취하면 절대 분해가 되지 않는데 그것도 어려운 방법이 아니다. 그저 헌터가 오러를 약간 주입하면 그만이다. 헌터의 에테르가 몬스터 사체의 에테르와 만나면 사체의 분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기억할 것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주입한 오러는 효과가 전혀 없다는 거다. 죽은 다음에 오러를 주입해야 한다.
그래서 베테랑 헌터들은 죽은 몬스터의 사체에 살짝 칼질을 하는 습관이 있단다. 몬스터 사체의 분해를 막기 위해서 하는 행동인 것이다. 그것을 오래 하다 보니 습관이 된 것이고.
이것도 배워 둬야 할 내용이라고 기억했다.
던전에 들어와 일곱 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우리 일행은 이전과 다른 분위기의 장소에 도착했다.
“어? 중간 홀인가?”
라니에가 먼저 반응을 했다.
“중간 홀이란 건 던전이 규모가 좀 있는 경우에 출몰하는 몬스터가 변하는 기준이 되는 곳이야. 다시 이야기하자면 여기서부터는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오니까 조심하라는 뭐 그런 표시지. 우리가 입구 홀을 봤던 것과 같아. 여기서도 또 몇 개의 갈래길이 생기기도 하지.”
셜린이 뒤를 이어 자세한 설명을 해 준다. 라니에가 삐쭉거리는 건 덤으로 붙는 양념이다.
거기다가 무슨 생각인지 미셀도 여전이 셜린과 함께 내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이럴 때에 보면 역시 조금 모자라 보인다.
“어떻게 할 거지? 들어가 보나? 아니면 되돌아 나가나?”
나는 셜린에게 의견을 물었다.
지금까지 던전 내부에서 사냥을 하면서 크게 위험하진 않았다. 많아야 세 마리가 모여서 나오는 수준이라 그런 때에는 광범위 디버프를 쓰고 썰었고, 두 마리는 각 팀이 한 마리씩 맡아서 처리를 했다. 물론 그런 때에는 나도 범위가 아닌 객체에게 디버프를 사용했다. 나름대로 사냥 연습에 목적을 두고 거기에 충실하려 했다는 거다.
그리고 이제부턴 셜린 쪽에서 두 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하는 연습을 해 보기로 이야기가 된 상태였다. 그런데 몬스터가 바뀌는 곳을 마주 했으니 고민이 되는 것이다.
“난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셜린의 팀원 중에 에시엔이 의견을 냈다. 그 동안 주로 셜린이나 라니에가 주도했던 것을 생각하면 특이한 경우다.
셜린이 에시엔을 가만히 쳐다보자 에시엔이 말을 이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코어를 두고 다투는 사람들 틈에 낄 것 같아서,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 우린 코어엔 관심 없잖아. 괜한 시비는 피하는 거이 좋지 않을까?”
에시엔의 이유를 들어보니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이유라면 조금만 들어가서 무슨 몬스터가 나오는지 확인은 할 수 있지. 깊이 들어가지 않으면 상관 없을 테니까 말이야. 중간 홀이 나왔다는 것은 마지막까지 거리가 지금 왔던 만큼은 남았다는 거나 다름이 없잖아.”
라니에가 의견을 낸다.
“그래서 어쩌자고 새로운 몬스터를 잡자고? 아니면 지금까지 잡았던 놈들 가지고 더 연습을 하자고? 뭐야?”
셜린이 결론이 나지 않는 대화에 핵심을 찝어 묻는다.
“뭐가 나오는지 보고 싶기는 하지. 뭐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조금 더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 후에 나오면서 못한 연습을 하면 되니까.”
에시엔이 그렇게 말하자 어느 정도 결론이 난 것 같다. 우리 파티는 셜린 파티를 따라 다니는 입장이라 따로 말을 하진 않았다. 물론 문제가 있는 결정이라면 끼어들었겠지만 홀을 지나서 새로운 몬스터를 잡거나 혹은 되돌아가거나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던 중이라서 그냥 두고 본 것이다.
중간 홀을 지나고 난 뒤에도 여전히 도마뱀 인간이 나왔지만 조금 더 덩치가 커지고 무기도 두껍고 무거운 것으로 바뀌었다. 보통 칼이 아니라 길쭉한 사각형 철판의 한쪽에 날을 세워서 만든 것 같은 칼을 들고 나왔다.
재미있는 것은 몬스터가 죽으면 몬스터의 사체는 남아도 그들이 소지하거나 혹은 입고 있던 물건들은 모두 사라진다.
그건 오러를 주입하거나 말거나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냥 증발하듯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코어에서 지식 전승이 일어나는 것처럼 간혹 사라지지 않는 몬스터 장비들이 있는데 그것들은 굉장히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된다.
기본적으로 무기에 에테르가 담겨 있는 것이라 아직까지 과학으로도 그걸 구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용이건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건 비싸게 거래가 되는 것이다.
그건 화이트 코어를 얻는 것보다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지만 확률은 엄청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등급이 높은 몬스터가 확률이 높다고 한다. 우리 파티가 몰이사냥을 하면서도 한 번도 몬스터 물품을 얻지 못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어쨌거나 몬스터의 무기와 갑옷 같은 장비들이 변한 것을 보고 라니에가 그것들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꺼내는 바람에 몬스터 물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된 거다.
물론 라니에도 그냥 희망사항일 뿐 진짜 그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기대는 않는 모양이었다.
새로 나온 도마뱀 인간도 어렵지 않게 사냥이 가능했는데 처음에 셜린 파티가 디버프 없이 도마뱀 인간을 잡았을 때의 그 패턴으로 사냥을 하면 세 번에서 네 번이면 잡을 수 있었다. 앞서의 도마뱀 인간이 두 번에 잡혔던 것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몬스터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겠다. 물론 그보다 더 정확한 것은 라니에나 마토처럼 몬스터의 공격을 직접 받으며 방어하는 입장의 동료에게 확인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격수들에게 칼질의 효과도 확인을 한다. 그런 식으로 의견을 수렴해서 몬스터의 정확한 위력을 가늠하는 것이다.
어차피 정확한 수치는 낼 수 없는 것이라서 대략 어느 정도다 하는 수준만 잡을 수 있으면 된다.
“이거 두 마리면 우리도 간신히 잡겠어. 뭐 자기 팀이야 자기가 있으니까 세 마리까지도 가능하겠네. 저기 저 탱이 어글을 잘 끌어 줘야지 놓쳐서 후방에 있는 자갸에게 오면 곤란하겠지만.”
“난 칼질도 잘 해. 우리 중에선 내가 제일 잘 하지.”
나는 셜린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그거야 알지. 수거팀 나가서 헌터 시체 들고 오면 소문이 나거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이야. 그래서 정보가 빠른 사람들은 다 알아. 자갸하고 그 놈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마리야. 새끼들이 리더를 찔렀다며? 그것도 작당을 해서? 뭣 때문인지 몰라도 큰 건수가 있었을 거야. 그래서 욕심이 났겠지. 그리고 그걸 채우기 위해서 자기야를 노린 거고 말이야. 그 놈들이 여기 던전 발견해서 툴틱에 가지고 있었으니까 자기를 데리고 와서 던전 코어를 노릴 생각이었을 거야.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었겠다 싶어. 자기 버프가 이 정도 되면 충분히 소수 정예로 돌파해서 코어를 노릴 수도 있지. 아, 지금 자기 파티원으론 곤란해. 코어가 있는 곳에는 여기 나오는 것들보다 훨씬 강한 몬스터들이 있을 거야. 그건 기본이지. 아무튼 칼질 잘 한다는 것도 알려져 있어. 하지만 내가 곤란하다고 하는 건 다른 거야. 디버프 범위가 자기하고 탱하고 함께 들어가는 범위가 아니잖아. 서로 간격을 좀 더 좁히면 둘 다 범위에 들어갈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안 하더라? 뒤로 흘리는 몬스터가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나는 셜린의 말에 내가 하고 있던 잘못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