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37
화
이제 성간-게이트가 없는 데블 플레인은 제5 데블 플레인과 제8 데블 플레인 뿐이다.
무슨 소리냐면, 드디어 까흐제가 제9 데블 플레인에 듀풀렉 포인터를 놓았고, 그 게이트를 통해서 내가 제9 데블 플레인에 다녀왔다는 소리다.
제6 데블 플레인은 솔직히 볼 것이 별로 없었다. 제4 데블 플레인처럼 완전히 에테르 생명체의 세상이 되지는 않았지만 에테르 생명체가 아닌 것은 10% 남짓 밖에 남지 않은 황량한 곳이 제6 데블 플레인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 행성에도 살아 움직이는 것을이 많았다. 나무와 풀은 물론이고 수많은 동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고이 제6 데블 플레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에테르를 기반으로 한 생명들이니 실제로 내가 생명이라고 느끼는 것은 거의 멸종을 해버린 세상이 바로 그곳인 것이다. 생명이 아닌 생명들의 세상.
그래서 제6 데블 플레인은 나는 물론이로 포포니와 텀덤에게 별다른 흥미를 주지 못했다. 다만 텀덤의 경우에는 그곳에서 부족 코어 사냥을 하면 좋겠다고 사냥터로 낙점을 한 듯 싶다. 부유선을 타고 다니면서 데드존으로 사냥을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것을 봤으니 아마 맞을 거다.
하지만 제6 데블 플레인에 비해서 제9 데블 플레인은 나와 포포니에게 무척 흥미로운 세상이었다.
까흐제가 던전을 통해서 제9 데블 플레인으로 들어가서 듀풀렉 포인터를 설치한 얼마 후에 우리 부부는 제9 데블 플레인으로 가서 그 동안 이야기로만 듣고 툴틱으로만 보던 부유지의 세상을 확인했다.
제9 데블 플레인의 행성은 다른 행성에 비해서 전반 정도의 크기에 불과한데 그 행성의 대기층은 몇 배는 두껍다. 그리고 그 두꺼운 대기층에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숫자의 땅덩어리들이 떠있다.
제9 데블 플레인에선 행성의 대륙과 바다는 물론이고 대기층에 떠 있는 땅덩이에도 생명들이 살아간다.
물론 그곳의 환경이 그런 탓에 많은 생명체들이 날아다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부유지라고 허공에 떠 있는 땅덩이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들은 비행 능력, 혹은 부유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 높은 부유지까지 올라갈 수가 있었겠는가.
심지어는 풀과 나무들 중에서도 뿌리를 뽑아 들고 허공으로 날아오를 능력이 있는 종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이라도 씨앗은 어느 것 하나 할 것 없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오늘도 나는 포포니와 함께 제9 데블 플레인으로 넘어왔다.
사실 고다비에게 약속한 성간-게이트는 아직 설치를 못하고 있다. 그녀는 부유지 하나를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했는데 문제는 그 부유지란 것이 수시로 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성간-게이트를 설치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데 그렇게 되면 거기에 설치한 성간-게이트는 통째로 뽑아서 어딘가로 이동해서 설치하는 것이 가능한 종류가 된다. 그게 문제라서 아직 고디비에게 줄 성간-게이트는 만들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할 거야? 남편?”
“뭘?”
“고디비 그랜드 마스터의 재촉이 심하다고 텀덤하고 게리씨가 하소연이 이만저만이 아니잖아.”
“겨우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뭘 그렇게 서둘러? 그냥 기다리라고 해. 언젠가 때가 되면 만들어 준다고.”
“아니, 그게 고다비 그 여자도 여길 오고 싶아서 그러는 것 같던데?”
“아참, 여기 아는 선주민들이 있다고 했지?”
“응. 그래서 오고 싶은 모양인데 던전 통해서 오기엔 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러니까 빨리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거지.”
“데리고 올 걸 그랬나? 그랬으면 이곳 선주민들하고 조금 더 쉽게 사귈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자꾸 게이트 만들어 달라고 해서 귀찮다고 떼어 놓고 와놓고는.”
“뭐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남편. 왜 못 만드는 건데?”
“아니 만들 수는 있는데 그렇게 되면 부유지에 설치한 게이트는 다른 곳으로 떼어 가서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고 그러니까 문제라는 거지.”
“우웅. 그게 이상하단 거잖아.”
“뭐가?”
“남편이 그거 만들 때에 기준점인가 뭔가 만들어 놓고 그 기준점에 따라서 위치를 정하는 좌표를 만든다면서?”
“그렇지.”
“그래서 그 좌표에서 벗어나게 되면 게이트가 망가지게 만드는 거고 말이야.”
“맞아.”
“우리 고향에는 그 기준점이 되는 곳이 제5 거점 도시 주변 황무지였지? 거기 남편이 기준 좌표를 만들 지표를 묻었다고 했잖아.”
“어이구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요? 우리 마눌 대단한데?”
“그래서 말이야. 남편, 어차피 그럴 거면 부유지 같은 곳에도 그 기준이 되는 지표를 묻으면 되잖아. 그럼 그 부유지에서 움직이게 되면 그 게이트 못 쓰게 되는 거고. 그렇게 하면 되지 않아?”
어? 우리 마누라 엄청나게 똑똑한데?
“행성에 하나면 될 지표를 부유지마다 하나씩?”
“뭐 그냥 게이트 설치한 부유지마다 하나씩이긴 하지만 그래도 되는 거 아냐?”
“그래도 되긴 하지. 거기다가 어차피 그 지표라는 것이 부유지 정도의 범위라면 그다지 고성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말이지.”
아무래도 내 머리가 점점 굳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도 식민 행성, 그러니까 데블 플레인이 아닌 일반 행성에 거점을 마련하고 성간-게이트를 설치해서 숨겨 둘 때마다 기준점을 잡아주는 표식을 근처에 묻었다. 거기다가 그 표식은 실제로 데블 플레인에 묻어 둔 것과는 달리 범위가 그리 넓지 않은 소형 표식이었다. 그걸 이곳 부유지에 묻어서 사용하면 이러저리 움직이는 땅이라도 성간-게이트를 설치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우와! 똑똑한 우리 마눌!! 우읍! 우읍!!”
“아이 참, 으응? 읍읍!”
…….
“히잉. 입술이 부은 것 같아 남편. 너무 거칠었다고.”
커엄. 가끔 흥분하면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솔직히 나도 지금 입술 따갑거든? 거기다가 말 못할 곳도 무척 거시기 하거든?
“일단 다시 가서 고다비를 데리고 오자. 고다비에게 마음에 둔 부유지가 있으면 택하라고 해야지.”
“우웅. 그럴 거야? 응. 그럼 그래. 그래야 여기 선주민들하고도 이야기하기 쉽지.”
역시 내가 원하는 것을 바로 알아듣는 마눌이다.
고다비는 신이 났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제9 데블 플레인의 부유지에 성간-게이트를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란 것을 전해 듣고는 무척 실망하고 있었는데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연락이 왔으니 당연히 그랬을 거다.
그래서 곧바로 달려온 고다비와 함께 다시 제9 데블 플레인의 거점으로 왔다.
“여기가 그곳인가요?”
“이제 고다비님도 알게 되었으니 이제 여길 폐쇄하고 다른 곳으로 옮길 겁니다. 당분간만 사용할 임시 게이트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이, 제 입은 무척 무겁거든요? 그러니까 일부러 옮기고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요.”
이 여자가 어디서 귀여운 척을!! 봐봐 우리 포포니 눈 흘기는 거!
“그런데 여기가 어딘지는 알겠습니까?”
솔직히 제9 데블 플레인에 오면 나와 포포니는 눈이 어지럽다.
왜냐면 하늘에 수도 없이 얽혀 있는 땅덩이들이 마구 움직여서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 땅들이 서로 부딪혀서 깨지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뭐 별로 없다는 말은 간혹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거니까 온전히 안심할 일은 또 아니지만.
“에헴. 그럼 제가 이곳 행성에 대한 안내를 할 게요. 자, 봐요. 이 행성에선 고개를 들면 딱 하고 보이는 것이 있어요. 저기 보이죠. 저거.”
나는 고다비의 손끝이 향하는 곳,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있는 부유지를 확인했다.
“저 커다란 땅을 말하는 겁니까?”
“네. 맞아요. 저거요. 그리고 저 쪽에 또 하나, 그리고 저기에도 있죠.”
그렇게 고다비는 몇 개의 부유지를 가리켰는데 나는 그것들의 공통점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