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396
화
*** 회사의 몰락과 꺼지지 않은 불씨
요즘은 비상이다.
데블 플레인의 실력자들이 심심찮게 비밀 회동을 한다.
제1 데블 플레인의 후쿠드 족의 어머니 중에서 한 분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제2 데블 플레인에선 언제나처럼 스추알라고 그의 아버지인 솟구치는 번개 부족의 족장이 움직인다.
제3 데블 플레인에서는 역시 장인, 장모가 앞장서서 일처리를 하신다.
그리고 제7 데블 플레인에선 당연하다는 듯이 쉼터 몇 곳의 대표들이 참석한다. 이들은 혼자서 일처리를 하는 법이 없다.
결국 이 정도가 비상 상황에서 우리들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선주민들이다. 제9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들은 아직도 대륙 선주민과 부유지 선주민으로 나뉘어진 상태고, 대륙 선주민들의 능력이 많이 모자란 탓에 그들의 지원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물론 부유지 선주민의 대표인 자고르 계급은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 생각이 없으니 그냥 패스다.
아, 제5 데블 플레인, 거기도 문제가 있다.
다른 몬스터 전선은 회사의 속임수에 빠져서 탈출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죽지 못해서 살고 있었던 상황인데 비해서, 제5 데블 플레인은 다른 데블 플레인과 같은 수준의 혜택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몬스터 전선과는 전혀 입장이 달랐다는 말이다.
물론 그곳에 있던 헌터와 일개미들도 모성과 회사의 비인간적인 처사나 에테르 코어에 대한 부적절한 거래 금액에 대하서 반발하며 데블 플레인 연합에 속하기는 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플레인 게이트는 폐쇄가 된 상황이다. 그래야 내가 만든 성간-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되니 당연히 플레인 게이트를 폐쇄한 것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행성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는데 굳이 플레인 게이트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던 거다.
그리고 정말 플레인 게이트를 이용해서 일반 식민 행성으로 이동을 하고 싶으면 교역 행성으로 가면 방법이 있으니 굳이 제5 데블 플레인의 플레인 게이트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음이다.
나도 그쯤 되면 제5 데블 플레인이 우리 데블 플레인 연합에 속해서 함께 발을 맞춰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은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제5 데블 플레인의 헌터와 일개미들, 아니 정확하겐 헌터들이 자유를 외치면서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거기에 일부 일개미들도 동조를 하고, 심지어는 그 행성의 선주민들도 헌터들의 편을 들었다.
그곳의 선주민들은 불행하게도 다른 곳의 선주민들과 달리 에테르를 이용하는 능력을 지니지 못한 일반인들이 대부분이고 간혹 헌터의 재능을 지닌 이들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느 정도 에테르에 적응해서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이어서인지 에테르에 저항력은 가지고 있다는것이다. 쉽게 말하면 제5 데블 플레인의 선주민들은 일개미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고 보면 된다.
그런 그들에게 헌터들은 무서운 몬스터로부터 자신들의 생명을 지켜준 고마운 존재들이고 수호신이다. 당연히 제5 데블 플레인에서 헌터들의 위상은 매우 높아서 어딜 가나 인기가 많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 헌터들이 특권 계급처럼 변한 것은 아니다.
헌터들은 우상이고 영웅이며 재벌이다. 당연히 실력이 뛰어날수록 그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그런 상황이니 제5 데블 플레인의 헌터들은 다른 이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빼앗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그나마 우리 덕분에 모성의 회사라는 거대한 압력 단체가 사라지게 되었으니 그건 고맙게 여기지만 그렇다고 우리들이 제5 데블 플레인에 간섭하는 것은 마땅치 않게 여기는 것이다.
“흐음. 후쿠드 행성, 추알 행성, 가온 행성, 루오션 행성을 빼고 나면 제9 데블 플레인과 제5 데블 플레인에 대한 방어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군.”
장인 어른이 조금 거북한 표정으로 각 행성들의 이름을 더듬거린다. 하긴 익숙하지 않은 이름을 부르려니 그럴 법도 하겠다.
도대체 누가 갑자기 각 행성들의 이름을 정하자고 한 건지 모르겠다.
데블 플레인 연합의 모임이 이어지는 중에 누군가가 더 이상 숫자로 행성을 표현하지 말고 각각의 행성에 적합한 이름을 붙이자고 제안을 했단다. 그래서 그 후로 옥신각신 하다가 이름들을 정하게 되었는데 제1 데블 플레인은 간단하게 그곳의 선주민들을 이르는 말인 후쿠드를 행성의 이름으로 삼았다.
그리고 제2 데블 플레인은 주로 행성 외부의 일을 맡은 것이 솟구치는 번개 부족이다 보니까 다른 부족들에겐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냥 추알 행성이라고 했단다. 그게 ‘쌓아 올리다’란 의미라 있다나? 그래서 행성 이름을 그걸로 정했다는데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스추알라 그 놈이 제 이름에서 딴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제3 데블 플레인은 행성에서 고대로 행성을 일컬어 부르는 이름으로 가온이 있었기에 그걸 썼다. 그래서 제일 쉽게 명칭이 정해진 경우다.
제7 데블 플레인은 쉼터들마다 할 말들이 많아서 정말 옥신각신하다가 다른 이들이 모여서 빛나는 바다라는 의미로 루오션이란 이름을 지어서 그걸로 쓴다고 통보해서 겨우 언쟁이 끝났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성 이름을 다른 사람이 지어주는 것으로 쓰게 되었지만 이름 자체는 마음에 들어했다.
이렇게 되고 나니 나머지 제5, 제9 데블 플레인에도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어떠냐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당사자들이 없는 상황에선 정하긴 어려워서 그 쪽은 아직도 숫자로 부른다.
뭐 나도 밖에선 그냥 숫자로 부르는 것이 편하다.
후쿠드, 추알, 가온, 루오션이 외우기 어려운 이름은 아니지만 지금껏 숫자로 불러서 다른 이들에게 숫자가 아닌 이름을 대면 그걸 따로 하나하나 설명을 해 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이 이름들은 연합 회의에서나 사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쪽은 따로 통보를 하지 않고 이쪽에서 은밀하게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장인어른.”
“음? 그런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지 않겠나? 그건 곤란한데?”
장인어른이 그런 큰 일은 생색을 내는 것이 당연하단 표정을 짓고 계신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숨기고 있어서는 대가를 얻어낼 수가 없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것이다.
하긴 이걸 빌미로 제5 데블 플레인과 제9 데블 플레인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으면 그것도 좋겠지. 어떻게든 에테르 코어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의논을 해야 하는데 그 두 곳에서 제대로 호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걸 이참에 어떻게든 고삐를 매는 쪽으로 해 볼 수 있을 것 같으니 장인이 저런 말씀을 하시는 거지.
“물론 일이 벌어지면 우리가 모성의 회사들을 공격하기 전에 그들에게 일의 전모를 알리게 될 것입니다. 거기다가 아시는 것처럼 이번에 그 두 행성으로도 초거대 우주선들이 제법 많은 수가 배정이 됩니다. 그러니 그걸 우리가 차지하게 되면 두 행성은 머리 위에 있는 우주선들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일종의 협박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장인어른 그걸 협박이라고 하시면 너무 노골적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냥 의도치 않게 거기 있게 된 겁니다. 그게 행성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다가 보니까 제 손에 들어온 것이고 그걸 또 어떻게든 활용을 하자고 하니까 듀풀렉 게이트가 필요한 거고, 향후 우주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그것들을 이용할 필요가 있는 거지요.
“협박이라니요.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우리가 무슨 악의 세력이라도 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건 아니지요. 아무렴요.”
스추알라의 아버지인 솟구치는 번개 부족의 족장이 장인어른에게 슬쩍 충고를 한다.
장인어른도 말이 좀 직접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작은 헛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슬쩍 돌린다.
“우리에게 무슨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쪽 사람들도 이해를 할 거예요. 물론 우리가 도운 것에 대해서 그들이 어느 정도 양보를 하긴 해야겠지만 그것도 에테르 코어의 생산과 판매에 대한 협약에 가입하는 정도에서 그친다면 그들이나 우리나 얼굴을 붉힐 일은 없겠지요.”
후쿠드의 어머니께서 나서서 정리를 해 주신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후쿠드의 어머니들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힘이 있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