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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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신동들의 대결(2)
하프타임(Half-time).
선수들이 실제로 라커룸에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은 10분 안팎이다.
하지만 그 짧은 10분은 기적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마치 각성제라도 투여한 듯, 약팀이 강팀으로 돌변해 경기를 뒤집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렇기에 감독에게는 그 기회를 살릴 책임이 있다.
그것이 감독의 할 일이다.
하지만 과르디올라는 바로 라커룸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 전에 앞서, 5분간 코치들과 경기내용을 검토한 뒤에야 선수 라커룸에 들어갔다.
어깨가 축 처진 선수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우리는 쉬운 패스조차 연결하지 못했고, 마무리를 지었어야할 찬스를 놓쳤다. 너희들은 모두 안일했어. 물론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건 나도 잘 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는 그 부분을 강조하며 말했다.
“패배는 용서해도 게으름은 용서 못 한다. 우린 언제나 상대보다 더 열정적으로 움직여야 해. 진정으로 승리를 원한다면 이 말을 명심해라. 그리고 보얀 크르키치.”
“··· 예.”
역대 최고의 유망주 보얀(Bojan).
포지션이 포지션인지라 우호영과의 마찰은 없었지만, 그는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전반전 45분.
자신이 처참히 털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젠장.’
보얀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들었다.
안 그래도 그는 멘탈에 결함이 많은 소년이었다.
호랑이 같은 과르디올라가 무슨 말을 할지 무서웠다.
그는 간혹 험한 말을 일삼곤 했으니까.
하지만 보얀의 예상은 빗나갔다.
불같이 화를 낼 줄 알았던 과르디올라는 더할 나위 없이 차분하게 말했다.
“보얀. 아쉬웠다. 넌 네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어.”
“아···.”
전반전의 보얀은 새장에 갇혀있는 팔색조 같았다.
가지고 있는 것은 많지만, 아무것도 펼쳐 보이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나한테 사과할 필요는 없다. 너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테니까. 자, 다들 들어라. 우리는 새로운 전략으로 상대를 급습할 것이다.”
하프타임은 모두 끝났다.
전반전에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부스케츠는 교체되어 벤치로 돌아갔다.
그 자리를 대신하여, 볼 배급과 후방 빌드업에 능한 티아고 알칸타라(Thiago Alcantara)가 필드에 들어섰다.
그 외에도 전술적인 변화가 눈에 띄었다.
[우측 윙포워드에 배치되었던 보얀이 중앙 스트라이커로 배치되었군요. 드디어 바르셀로나가 무기를 꺼내든 걸까요? 스피드와 측면 돌파력이 강한 보얀을 중앙 스트라이커로 기용한 적은 이번 시즌 들어 처음인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과르디올라는 전임 감독을 따라, 보얀을 세컨드 스트라이커나 윙포워드에 주로 배치해왔죠. 하지만 오늘 후반전엔 중앙 스트라이커로 두었네요. 경기가 생각만큼 안 풀리니 변화를 주겠다는 것이죠.]그런데 신기한 건, 중앙에 배치된 보얀이 1선으로 올라가는 것 대신,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인 1.5선에 위치했다는 것이었다.
포지션은 공격수지만, 실제 역할은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웠다.
전술천재 과르디올라가 들고 온 플랜B였다.
그리고 그것은 한순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중앙 수비수에 위치한 미겔 토레스는 보얀의 움직임을 억제하기 위해 따라 내려가야 했고, 그 탓에 방대한 뒷공간이 생겨나고 말았다.
탓.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알칸타라가 로빙 스루패스를 찔러 넣었다.
좌측 윙포워드에 배치된 페드로(Pedro)의 돌파가 이어졌다.
공간침투.
카스티야의 뒷공간이 뚫려버렸다.
“키퍼!”
카스티야의 골키퍼 아단(Adan)이 부랴부랴 박스 밖으로 뛰쳐나와 몸을 날렸다.
탓, 탁!
“아오!”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알칸타라의 로빙 스루패스가 살짝 길었던 탓이었다.
페드로는 아쉬운 얼굴을 지었지만 엄지를 척 내밀었다.
비록 득점에는 성공하지 못했어도 도약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의 승부수가 제대로 통하는군요. 점유율에서는 뒤지지만, 실질적인 공격 흐름은 바르셀로나가 주도하고 있어요.]요즘 과르디올라가 실험 중인 전술이었는데, 생각 외로 잘 먹혀들고 있었다.
당황하는 카스티야 선수들의 얼굴만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만디야 감독의 목청이 높아지고 있었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위험할 상황이 연출될 것이 뻔했기에 어서 조치를 취해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과르디올라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스위칭의 임무까지 부여하였다.
중앙의 보얀과 좌측의 페드로가 계속해서 위치를 변경하며 카스티야 수비진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그로부터 3분 뒤.
미겔 토레스는 수비조율에 큰 어려움을 느꼈다.
풀백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했는데, 길렌과 하비에르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세역전.
그들은 밀물처럼 밀려오는 파상공세에 버티지 못했다.
계속해서 똑같은 패턴의 공격전개가 펼쳐졌고, 그를 기점으로 보얀의 재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후반 10분 이래로 점점 기량을 발휘하더니, 순식간에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그것이 곧 바르셀로나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출렁!
보얀을 중심으로 한 전술운용이 카스티야의 골문을 열어젖힌 것이었다.
[바르셀로나, 역시 대단합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흐름을 뒤집더니 어느새 골을 터트리는군요.] [그렇습니다. 부스케츠를 빼버린 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융통성이 없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 점점 보완이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카스티야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요.]호영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막아야 돼.’
전술특성상, 호영은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역할이 아니었지만 결국 중원으로 내려갔다.
호영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고르카, 카예혼 등 모든 공격진이 라인을 낮춰 수비에 가담하였다.
“여기까진 내가 커버할게! 미겔! 좀 더 힘내!”
호영의 목소리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고작 말 한 마디였지만, 미겔에게는 크나큰 힘이 돼주었다.
호영이 보다 왕성하게 움직임으로써 중원까지 커버해준다면, 결과적으로 3선과 수비진도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장의 책임감을 떠맡고 있었던 미겔은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
실제로 호영이 허리싸움에 가담하면서 카스티야의 수비력이 한결 나아지기 시작했다.
‘막기만 하면 이긴다.’
호영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후반 18분.
앞으로 30분만 버티면 승리였다.
안 그래도 이미 최선을 다해 뛰어다니고 있는 호영이었지만, 거기에 더해 투지를 불태우며 악착같이 움직였다.
경기 끝난 뒤 과로로 인해 며칠 동안 퍼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오늘만큼은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
‘일단 저 녀석부터 맥을 끊어야 돼.’
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선 상대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상대의 흐름을 끊는 것이다.
호영의 발이 중원으로 향했다.
바르셀로나의 중앙 미드필더 티아고 알칸타라.
그에게 후방압박을 가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뭐 이런.’
얼마 가지 않아 알칸타라의 플레이가 위축 들었다.
174센티밖에 되지 않는 알칸타라로서는 호영의 압박에서 손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놈은 지치지도 않나.’
공격적인 면에 가려져서 그렇지, 호영의 압박능력은 평균 이상이다.
아무리 볼 커팅과 패스 차단 재능을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왕성한 활동량과 단단한 피지컬은 알칸타라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알칸타라가 미간을 확 좁혔다.
“저리 안 꺼져?”
“여기 전세 냈냐?”
호영은 지지 않았다.
알칸타라도 물러서지 않았다.
“쓰레기 같은 레알 놈. 취향 참 독특하네. 이따가 연락처 줄 테니까 그만 좀 쫓아다녀.”
“글쎄. 내가 도덕성이 좀 좋아야지. 쓰레기를 보면 치워야 직성이 풀리더라.”
희대의 라이벌.
둘은 서로에게 있어서 쓰레기일 뿐이었다.
그것은 호영으로 하여금 승부욕을 불태우게 만들었다.
‘미래의 월드클래스답게 재능은 뛰어나지만 나한텐 한참 모자라.’
바르셀로나B에는 비단 보얀과 부스케츠만 있는 게 아니었다.
티아고 알칸타라, 가이 애슐린, 페드로 등.
다들 재능을 탐할만한 선수였지만, 조건상 그들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오늘은 보얀과 부스케츠 먼저다.’
나머지는 다음 원정경기에서 노릴 생각이었다.
“어디 한눈을 팔아!”
탁!
곧 둘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신경전은 몸싸움으로 번졌고, 체구가 작은 알칸타라는 한 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칫.’
마음 같아서는 교묘히 발을 밟는다거나 팔꿈치를 쓴다거나 신경을 건드리고 싶은데, 차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거, 위험한 놈이잖아.’
알칸타라는 순간 소시에다드의 코바체비치가 떠올랐다.
괜히 무리수를 남발했다가 그 꼴이 되기는 싫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싶었던 알칸타라는 자신의 장기인 두뇌싸움을 펼쳐보였다.
예측력을 한껏 살려 공간을 미리 점하려고 했다.
아주 좋은 시도였다.
시도만은 말이다.
하지만.
‘미친.’
한 발 느렸다.
공이 오가는 주요거점은 이미 호영이 점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알칸타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개새끼야!”
호영의 뒤통수에다 대고 버럭 호통을 쳤다.
그러다 세 번째에 이르러서는 깨닫고 말았다.
아, 이건 내가 그냥 못하는 거구나.
수준의 차이구나, 라는 것을 말이다.
‘아니, 내가 못하는 게 아니라 쟤가 이상하게 잘하는 거야···.’
물론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다.
그것만큼은 죽어도 인정하기 싫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라면 치를 떠는 꾸레(Cule)이자, 바르셀로나의 일원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약아빠진 새끼!”
욕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전부였다.
약이라도 한 사발 빨았냐고 호영에게 묻고 싶었지만 도핑테스트는 이미 경기 전에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나마 스스로 위안을 삼았지만, 경기의 흐름은 이미 끊긴 뒤였다.
당연했다.
축구에 있어서 허리는 생명.
바르셀로나는 보급로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보급로가 차단된 상태에서 결과만을 만들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걸 가능케 하는 전설적인 선수들이 있지만, 알칸타라는 이제 막 성장의 궤도에 들어선 유망주였다.
동료 미드필더들의 도움을 받아 호영에게서 벗어났지만, 그것은 오히려 공격전개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계기가 되었다.
원래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법.
1선으로의 볼 배급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았다.
그 사이 카스티야가 전열을 가다듬으며 안정적인 수비대형을 갖췄다.
이후 만디야 감독은, 카예혼 대신 독일의 신성 ‘크리스토퍼 쇼르히(Christopher Schorch)’를 투입시켜 수비를 강화시켰다.
[후반 32분, 센터 백 쇼르히가 들어오면서 카스티야가 파이브백으로 내려앉는군요. 중원조차 장악하지 못한 바르셀로나에겐 사형선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관건은 우호영과 앙헬 니에토, 고르카 선수의 체력입니다. 보얀의 플레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속해서 중원을 강하게 압박해줘야 하거든요?]마지막이었다.
길고 길었던 싸움의 끝.
그 결과가 지금 이 순간에 달려있었다.
후반 36분.
걷는 것만으로도 숨이 벅차오르는 죽음의 시간대.
“9분!!”
호영의 목소리가 중원으로 뻗어나갔다.
미겔의 외침이 돌아왔다.
“끝까지 버텨!!”
버티자.
그 말이 돌림노래처럼 퍼져나가더니 하나둘씩 악바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두 번째 선수.
서포터즈들의 힘찬 응원이 선수들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리고 카스티야는 버텨냈다.
지옥 같은 그 시간을.
삐익―
[경기 끝납니다!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가 2대1로 극적인 승리를 가져갑니다!] [대단합니다. 오늘 경기를 앞두고, 많은 분들께서 각 팀 유망주들의 대결을 기대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우호영의 승리로 끝이 날 줄은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보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유망주였으니까요.]축구라는 것은 애초에 팀 단위의 게임이다.
혼자서 가로 100미터가 넘는 피치 전체를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디 스테파노’가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 팀이라는 것은 결국 개인으로부터 나온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은 개인이고, 연료가 되는 것은 나머지 팀원들이다.
오늘의 조종사는 그 역할을 유감없이 수행해냈고, 나머지 선수들은 혼을 남김없이 불태워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
그게 감격스러웠던 호영은 숨을 토해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더비 매치는 많이 치러봤지만 이런 경기는 또 처음이었다.
진짜 전쟁을 치른 듯한 기분이었다.
팬들이 미친 듯이 열광하는 가운데, 한동안 온몸에 전율이 가시질 않았다.
그때였다.
“¡Buen trabajo.”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다가온 것은 미겔이었다.
얼굴에 힘든 기색이 매달려있는 그였지만, 주장답게 선수들을 챙기고 있었다.
호영은 그와 포옹을 나눴다.
1군으로 승격하더라도 오랫동안 보게 될 것 같은 선수였다.
그 시각.
‘전술이 필요 없군.’
비록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과르디올라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전광판에 자신의 모습이 살짝 걸치자, 오히려 호영을 인정하는 듯한 대인배스러운 눈빛을 지었다.
어쩌면 오늘의 경기가 그의 미래를 더욱 찬란하게 만들어줄 재산이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으, 저 자식이.’
실제로 그는 죽을 맛이었다.
오늘의 경기는 감독 생활에 있어서 가장 뼈아픈 날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도 분한 나머지 손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두고 보자.’
과르디올라는 독살스러운 얼굴로 이를 갈았다.
오늘의 굴욕은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고.
그 생각을 마음에 담아두며 발데베바스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