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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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격변한 마드리드(1)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아르헨티나, 스페인, 콜롬비아 3중국적을 가지고 있는 그는 얼마 전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에서 휴가를 보냈다.
마냥 쉰 것은 아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명예회장답게, 쉬면서도 클럽의 상황을 끊임없이 주시하였다.
현 상황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칼데론을 포함한 보드진은, 페레즈가 기반을 쌓아놓았던 사업을 이어가느라 정신이 없었고, 스콜라리는 선수단을 자신의 팀으로 만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피스컵 우승이라는 결과만 봤을 땐 문제될 게 아무것도 없었으나, 경기내용면으로 봤을 땐 문제가 많았다.
스테파노가 느끼기엔 그러했다.
호베르투 카를로스와 미첼 살가도가 빠지면서 수비진이 흔들렸고, 지네딘 지단이 은퇴하면서 중원의 버팀목이 사라졌다.
보기만 해도 안정감이 느껴지던 ‘노련미’라는 것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Deep-lying playmaker) ‘사비 알론소’가 팀에 합류했지만, 아직 팀의 빌드업을 완전히 책임질 만큼 팀에 융화되지는 못한 상태였다.
2선과 공격진도 마찬가지.
여전히 라울이라는 무시무시한 공격수가 버텨주곤 있었지만, 호날두와 우호영이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언론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평소 레알 마드리드에게 적대적이었던 각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음모론을 형성하면서 구단을 공격하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 모든 것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스테파노가 귀국하자마자 한 일은 선수단을 만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실에, 기자들은 스테파노가 호날두를 먼저 대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가장 먼저 약속을 잡은 것은 호날두가 아닌 우호영이었다.
8월 3일.
발데베바스에 위치한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스타디움(Alfredo di Stefano Stadium).
텅텅 빈 6천여 석의 관중석 한 가운데 두 명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세월이 느껴지는 백발의 노인과 깔끔한 정장을 갖춰 입은 소년이었다.
가벼운 인사 후 입을 뗀 것은 스테파노였다.
“세월이 참 빨라.”
호영은 말없이 그의 목소리를 경청하였다.
그와의 만남은 생각보다 떨렸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기념하는 공식석상에서 두어 번 만난 적은 있어도 단 둘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스테파노가 먼저 말했다.
“이렇게 단둘이 만나는 건 처음이구먼.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따로 소개를 해야 하나?”
“그럴 리가요.”
“아닌 게 아니라 요즘 마드리드의 아이들은 펠레와 마라도나만 알지 나는 잘 모르거든.”
“하지만 전 아니에요. 저희 할아버지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거든요. 스테파노 같은 선수가 되라고요.”
“자네 할아버지가 내 팬이었나보군.”
“광팬이셨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끌끌.”
한 차례 가볍게 웃은 스테파노는 고동색 지팡이를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가 여기에 온지 얼마나 되었지?”
“거의 4년 되었습니다.”
“나이는?”
“열여섯입니다.”
“허!”
탁탁.
스테파노는 지팡이를 들어 드넓은 필드를 가리켰다.
“4년이란 시간은 이곳에서 매우 긴 시간이지. 이삼년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는 녀석들이 널렸으니까. 그만큼 자네는 이미 많은 것을 이뤘어.”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지.”
스테파노는 추억에 잠긴 채 말을 이었다.
“나는 레알 마드리드가 좋아. 이곳은 독재로부터 흘린 피와 땀이 얽혀있는 역사적인 공간이지 않은가. 그런 위대한 곳에 내 이름을 본떠서 경기장을 지어준 것 또한 고마운 일이지.”
프랑코 정권의 스페인독재가 끝난 이후, 1950년대에 선수 생활을 했던 그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엔 그야말로 축구가 전쟁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우리는 매일같이 공을 차며 호흡을 맞췄었지. 바로 이곳에서 말일세.”
스테파노가 양팔을 벌리며 말을 이었다.
“마드리디스모의 열정. 후아니토의 정신. 하양의 투쟁. 그것들이 한데 얽혀있는 곳이 바로 이곳, 레알 마드리드야. 하지만.”
서론은 끝났다.
스테파노는 호영에게 고개를 돌리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런 위대한 곳이 비난을 받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일세. 동감하는가?”
“물론입니다. 저 또한 클럽에 충성심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고요.”
“충성심이라, 이 바닥에서의 충성심은 자본이 된지 오래야. 내가 말하는 건 충성심의 문제가 아닐세.”
스테파노의 미간이 팍 좁혀들었다.
입가에는 자글자글한 주름이 졌다.
곧바로 무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호날두와 경쟁을 해서는 안 돼. 경쟁도 수준을 맞춰서 하는 거지.”
“저한테 하시는 말씀입니까?”
“여기, 자네 말고 또 누가 있는가?”
이게 갑자기 웬 생뚱맞은 소리인가?
한 수 물러나 호날두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양보하라는 것일까?
아예 예상하지 못한 답은 아니었지만 호영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발언이었다.
호날두는 이제 막 레알에 입단한 선수가 아니던가.
그에 반해 호영은 올해로 벌써 5년차다.
레알 마드리드와 카스티야, 후베닐에 가져다준 우승트로피만 해도 몇 개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호날두를 먼저 챙겨준다는 것은 호영으로서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배신감이 느껴지는 게 당연했다.
‘호날두는 유럽인이고 난 아시아인이라서?’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호영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살짝 경직되었다.
하지만 그 직후.
“잘 들어보게.”
스테파노가 내뱉은 말이 호영을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다.
“경쟁이란 것은, 밑 사람이 윗사람을 따라잡을 때나 큰 득을 보는 게지. 그러니 자네는 상대를 잘못 잡았어.”
“그럼 그 말씀은···.”
“자네는 호날두보다 더 높은 급의 선수를 목표로 삼고 경쟁을 치러야한다는 것일세.”
충격적인 말.
다시 말해, 스테파노는 호날두보다 호영을 더 높게 본다는 뜻이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자네는 아직도 자네에 대해서 모르는군. 축구는 잘하는데 본질을 보는 눈은 부족해. 자신과 상대의 정확한 실력차이를 꿰뚫고 있다면 심리전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데 말이야.”
“예.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호영은 영혼이 반쯤 나간 표정을 애써 감췄다.
그러자 스테파노가 자리에 편히 앉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진심일세. 어제 자네의 경기를 보고 깨달았어. 볼을 다루는 기술만큼은 세상 그 어느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다고 말이지. 더욱이 잠재력 또한 호날두보다 한 수 위야.”
그 말은 호영에게 엄청난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도 감격스러운 나머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릴 정도.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에게서 그런 말을 면전에서 듣는다는 건 상상도 못해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서 이어진 말이 더욱 가관이었다.
“자네는 호날두와 경쟁하지 말고 나를 경쟁상대로 잡았어야 맞아.”
“···!”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월드컵 경력이 아예 없음에도 불구하고 펠레와 마라도나의 뒤를 잇는 것은,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드컵 때문에 평가가 절하된 것이 이 정도라는 얘기.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는 펠레이고, 최강의 선수가 디에고 마라도나라면, 완전한 선수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사상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말이 그야말로 적격이었다.
그것은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는 공을 잡으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빌드업과 플레이메이킹을 주도했고, 적이 공을 잡으면 수비 진영으로 내려가 모든 수비수들의 위치를 정해주고, 필요할 때는 골키퍼로 들어가기도 하였다.
즉, 다재다능함에 있어서 그를 따라잡을 수 있는 선수는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자네에게서 나의 모습이 보여. 할 수 있을 거야. 어느 위치에서든, 무슨 역할을 맡든 간에 경기장을 뒤집어엎어. 그게 바로 자네가 좇아야할 청사진이네.”
호영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대답했다.
‘경쟁은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과 하는 거라···.’
따끔한 충고를 들은 기분.
비록 짧았지만 뼈와 살이 되는 이야기를 귀담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고민이 좀 해결이 되었나?”
“예. 제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스콜라리가 지시한 역할에 충실하되, 본인만의 재능을 발휘해 경기를 끌고 나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럼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돕지.”
“조언을 구할 게 있다면 언제든 찾아뵙고 싶습니다.”
“매일 흔들의자에 걸터앉아 신문이나 보고 있는 노인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구먼. 선수들은 나를 어려워해서 못 찾아오는 것이지, 내가 바빠서 못 찾아오는 것이 아닐세. 다음엔 자네 할아버지와 함께 보는 것도 괜찮겠구만.”
“할아버지에게 효도 한 번 제대로 할 수 있겠네요.”
호영이 그런 부탁을 한 이유는 자명했다.
스테파노는 멘토로서 더없이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나 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보유재능
-올라운더의 다재다능함(L)
-지지 않는 승부욕(SS-)
-천재적인 전술 이해도(S-)
-선수를 바라보는 탁월한 안목(A+)
(현재 퇴화된 재능은 볼 수 없습니다.)
(조건을 만족할 시 한 가지 재능을 탐할 수 있습니다.)
(S등급 이상은 히든조건을 달성해야 탐할 수 있습니다.)
(조건1: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하기)
(조건2: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챔피언스 리그에서 득점왕 수상하기)
(조건3: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라 리가에서 우승하기)
(조건4: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공식경기에서 100번 출전하기)
(조건5: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1200분 동안 대화하기)
(조건6: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에게 노하우 듣기)
(히든조건: 재능 1개 이상을 탐할 시 개방)
‘저것만 얻으면 제한에 대한 걱정은 끝이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
공식경기 100번 출전.
쉽진 않겠지만 어쨌든 이뤄야하는 것들이 아닌가.
호영으로선 다시금 목표를 다지는 데 좋은 계기가 되었다.
마드리드의 8월은 조용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월드투어를 떠난 것이 그 이유였다.
25인의 선수단을 실은 마드리드의 전용기는 캐나다의 토론토를 시작으로 아메리카 투어에 나섰다.
교체선수에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스콜라리는 다양한 조합을 사용하며 여러 가지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첫 경기인 토론토FC와의 경기에서는 우호영과 라울의 맹활약으로 4대1 승리를 거두었다.
이어 벌어진 미국의 DC유나이티드와 승부에서는 호날두가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연승행진을 이어나갔다.
피스컵에서 지적을 받았던 단점들이 점점 보완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축구 전문가들의 호평도 잇따랐다.
특히 우호영과 호날두의 호흡이 나날이 좋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하지만 둘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언론도 있었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가 우호영을 먼저 만나자, 호날두는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며 불만을 표출하였다.]이런 추측성 기사가 난무하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호날두는 그런 것으로 삐지거나 불만을 가질 정도로 졸렬한 선수가 아니었다.
물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호영은 레알 마드리드에 4년씩이나 몸담아온 선수가 아니던가?
호날두로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둘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사이를 발전시켜갔다.
미국의 밤은 친해지기에 딱 좋았다.
그리고 그 시각 마드리드.
칼데론 회장은 본격적인 리빌딩에 착수하였다.
그것은 시즌이 시작되는 8월 말까지 이어졌고, 그 결과 레알 마드리드는 거의 새로운 팀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