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No.490 윈터할트 (3)
▷목표:정체불명의 몬스터를 조사하십시오.
▷보상:랜덤박스 강화 주문서
이 게임 속 세상에 들어오고 맞이하는 두 번째 메인 퀘스트.
단발성이었던 첫 번째와는 달리, 이건 퀘스트 여럿이 연계되는 방식이다.
작은 실마리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가며 커다란 퍼즐을 완성하는 것.
그리고 ‘저것’이 등장한 것으로 보아,
‘큰 틀에서는 그대로 가나 보네.’
EX급 환생 퀘스트의 여파로 등장인물이 모조리 바뀌었으며, 그들이 벌일 사건에도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정사와 완전히 다르게 가지는 않는 모양이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도 최소한 아직까지는.
예를 들어, 가짜 암호문에 속아 블랙 마켓에 나타났던 죽립인은 내가 전혀 모르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혈교 장로라는 점은 같았고, 무인도 중간고사에서도 혈폭단 사태가 벌어졌었다.
아마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라 예상한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치고 나는 다시 ‘저것’을 눈에 담았다.
‘다크 우블렉.’
슬라임 계열 언데드 몬스터.
랭크는 A에서 D까지 다양하다.
아마 이곳이 D랭크 던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보다 반 단계에서 한 단계 높은 C 정도를 투입했을 터.
아주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낙관적이지도 않다.
그러니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홍연화.”
“으, 응……?”
“마나 얼마나 남았냐.”
“많지는…… 않아.”
홍연화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던전에 입장해 몇 시간 내내 마법을 연사하고, 회복하고, 또 연사하기를 반복한 상태.
그러면서 상당히 피로가 누적되었기에 이제는 마나 회복 마법을 써도 효율이 떨어진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조금이라도 채워 둬.”
“……알았어.”
홍연화가 즉시 주문을 외웠고, 발밑에 떠오른 푸른 마법진들이 마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 ……!
한편, 아이스 몬스터 군단은 공성전을 벌이다 말고 일제히 뒤쪽으로 이목을 돌렸다.
접근해 오던 다크 우블렉을 발견한 것이다.
생김새부터가 몹시 이질적이라 눈에 띄는 건 시간 문제기는 했다.
발각된 즉시 꿈틀거리며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는 다크 우블렉.
얼음 마녀를 목표로 빠르게 거리를 좁혀 간다.
놈을 저지하기 위해 아이스 오크와 트롤 무리가 앞길을 막고, 주술사와 얼음 마녀가 빙결 마법을 날려 보냈다.
그러나 놈은 별 타격도 없는지 미끌거리며 그것들을 지나치고 흘려보냈다.
순식간에 얼음 마녀의 앞까지 접근한 놈이 넓게 펼쳐지더니, 그대로 그녀를 뒤덮어 버렸다.
안쪽에서 발버둥 치는 듯 들썩임이 일었으나 금세 잠잠해졌다.
‘먹혔구만.’
그걸로 부족했는지 다크 우블렉은 또 빠르게 이동해서 근처의 아이스 골렘까지 먹어 치웠다.
– 꾸물럭 꾸물럭.
다크 우블렉이 비대해진 몸집으로 마구 요동치다가, 점차 검은 오물이 얼어붙듯 굳어졌다.
얼음 마녀와 아이스 골렘을 반반 뒤섞은 듯한 모습으로.
‘저래서 까다롭지.’
다크 우블렉은 이런 식으로 희생자를 먹어 치우고 외견과 무력을 빌려 온다.
그리고 지금처럼 희생자가 다수인 경우, 그들의 특징들을 뒤섞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거대 얼음 마녀 골렘이 된 다크 우블렉.
놈의 고개가 돌아가더니 성벽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얼음 마녀를 흉내 내듯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 ——!
혼란에 빠졌던 아이스 몬스터 군단이 다시 통제력을 되찾고 공성전이 재개되었다.
다크 우블렉 역시 앞으로 몇 걸음 내딛더니, 거대한 몸집에 걸맞지 않은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 쿵, 쿵, 쿵!
몇 번 땅이 울리나 싶더니 순식간에 성벽에 도달해 온몸으로 들이받는다.
– 콰아아앙—!
귀청이 떨어질 듯한 충격음과 함께 잔해와 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잠시 뒤, 먼지가 걷히며 움푹 깊게 파인 성벽이 드러났다.
‘얼마 못 버티겠지.’
그리고 성벽이 뚫리면 수성전 실패, 던전 클리어 실패다.
나는 홍연화에게 말했다.
“이제 움직이자. 좀 회복했어?”
“……조금. 그래도 해 볼게.”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아 마나도 조금밖에 회복하지 못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홍연화도 그 사실을 이해하기에 그렇게 답했을 테고.
“중간고사 때랑 똑같이 갈 거다.”
“……응.”
알파 오우거를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전위가 놈을 묶어 두고 후위가 피해를 주는 방식.
나 혼자서 다 하는 것보다는 역할을 분담하는 쪽이 효율적이며 성공 확률도 높다.
특히 저놈은 언데드 계열인 동시에 빙결 속성이기도 하니, 아쿠아플레임을 가진 홍연화가 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을 터.
나는 마지막으로 홍연화에게 확인했다.
“우리한테 기회가 많지는 않아. 한 번, 많아야 두 번. 할 수 있지?”
“할 수 있어. 할게.”
홍연화는 드물게도 나를 똑바로 마주 보며 답했다.
일말의 두려움이 엿보이지만 그럼에도 결의를 다진 눈빛.
그걸로 충분했다.
“좋아. 가 보자.”
– 콰아아앙—!
또다시 발밑이 마구 흔들렸다.
다크 우블렉이 두 번째로 성벽을 들이받은 것이다.
‘순식간에 끝내야 한다.’
홍연화에게 말한 대로 기회가 많지는 않다.
성벽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상황에 장기전을 걸 수는 없는 노릇.
체력도 마나도 얼마 남지 않았기도 하고.
따라서 내가 선택한 방식은,
‘압도적으로, 순식간에 찍어 누른다.’
[‘문어발’을 사용합니다.] [‘증폭’을 사용합니다.]문어발과 증폭의 연계.
본래는 쿨타임이 30분이나 되지만, 페널티만 감수한다면 여러 번 동시에 시전할 수 있다.
나는 먼저 홍연화의 주력 스킬과 특성을 증폭했다.
[‘파이어 필라’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C+->A+)] [‘아쿠아플레임’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C+->A+)]“……!”
홍연화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작스레 랭크가 두 단계씩 뛰었으니 놀라울 수밖에.
묻고 싶은 게 많겠지만 그건 나중으로 미루고.
나는 내 스킬들도 마저 증폭했다.
[‘윈드 배리어’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C+->A+)] [‘오버히트’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C->A)] [‘윈드포스’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C+->A+)] [‘나선폭발’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C+->A+)] [지속 시간 00:04:58] [재사용 대기 시간 17:59:58]쿨타임 30분짜리를 문어발로 6번 연달아 사용한 탓에 페널티가 무려 36배.
쿨타임이 18시간으로 늘었다.
‘더 못 쓰는 게 아쉽군.’
다른 것들도 모조리 끌어올리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랬다간 쿨타임이 감당 못 할 정도로 길어질 거다.
금요일, B랭크 던전에서 증폭을 못 쓰면 그것도 피해가 막심할 테니 여기서 끊는 수밖에 없다.
‘이만하면 충분히 할 만하기도 하고.’
단 5분에 불과하지만 다크 우블렉을 훨씬 웃도는 스펙이니까.
나는 곧바로 성벽 너머로 몸을 날렸다.
눈 덮인 바닥이 빠르게 가까워지다가 급격히 속도가 줄어든다.
윈드포스를 응용하여 사뿐히 착지한 것이다.
[인페르노 피스트] [오버히트]– 화르륵,
주먹에 깃든 불꽃이 흡수되며 온몸에 힘이 넘쳐흘렀다.
기존에도 인페르노 피스트를 흡수하면 육체 능력이 껑충 뛰었는데, 지금은 심지어 오버히트가 A급.
바닥을 걷어찰 때마다 시야가 확확 바뀐다.
– 팟, 팟!
그러면서 먹구름을 소환해 묘목에 휘감고, A급으로 증폭한 윈드 배리어도 둘러친다.
그 상태로 아이스 몬스터 군단과 격돌하자,
– 쾅!
아이스 오크, 트롤 할 것 없이 와르르 튕겨 나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증폭이 지속되는 5분 동안 나는 그야말로 파괴 전차.
이 던전의 어떤 것도 나를 막지 못한다.
나는 다크 우블렉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스 군단을 일직선으로 뚫으며 목표를 향해 접근했다.
놈은 성벽에서 잠시 거리를 벌린 상태였는데, 또다시 속도를 붙여 몸통 박치기를 하려는 듯했다.
그러나 놈이 막 돌진하는 찰나,
[윈드포스]– 퍼엉!
놈의 옆구리에서 압축된 바람이 폭발하며 경로를 크게 꺾어 버렸다.
순간 휘청거렸으나 곧바로 자세를 다잡고 나를 노려보는 다크 우블렉.
‘일단 어그로는 끌었고.’
근처를 살펴보니 바닥에 커다란 원이 새겨지고 있었다.
홍연화의 파이어 필라 마법진.
놈을 저 범위 내로 밀어 넣고 묶어 두는 것이 내 역할이다.
“——!”
다크 우블렉이 얼음 마녀의 비명과 비슷한 날카로운 소리를 흘리더니, 무서운 속도로 한쪽 주먹을 뻗어 왔다.
나는 피하지 않고 묘목을 마주 휘둘렀다.
– 펑!
주르륵 밀려나는 다크 우블렉.
묘목에 감겨든 먹구름이 놈의 물리력을 상쇄하고, 내 윈드포스는 그대로 물리력을 가한 결과다.
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깊게 파고들며 놈의 몸통을 후려쳤다.
– 펑!
알파 오우거보다도 육중하고 빠른 놈임에도 속절없이 밀려날 뿐.
현재 다크 우블렉의 랭크는 잘 쳐줘야 C+인 반면, 나는 A로 도배를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 동네는 랭크가 깡패거든.’
– 펑! 펑!
몇 번이나 격돌했음에도 계속 손해만 보고 밀려나기만 하자, 놈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판단한 듯했다.
주위로 거세게 몰아치는 눈보라.
얼음 마녀의 마법을 꺼내 드는 것이다.
그리고 놈이 한쪽 손을 앞으로 뻗자,
– 휘이이잉—
눈보라가 나에게 집중되었다.
S랭크 원소 저항 덕에 영향은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움직임이 둔해지는 게 체감될 정도.
‘저것도 꽤 좋은 스킬이니까.’
칠윈드(Chillwind).
냉기와 바람 속성을 반반 가진 마법 스킬이다.
고위 마법이며 상당히 희소한 편이고.
여러 빙결 테마 던전 중 이곳을 고른 이유이기도 했다.
원래는 얼음 마녀가 특정한 조건에서만 시전하는 마법인데, 우블렉한테 먹히는 바람에 하마터면 못 가져가는 줄 알았다.
‘고맙다. 써 줘서.’
[‘복사-스킬’을 사용합니다.] [대상의 스킬 ‘칠윈드(F)’를 슬롯에 등록합니다.]▷복사 – 스킬[3/3]
1. 도둑걸음(B+)
2. 오버히트(A)(증폭↑)
3. 칠윈드(F+)
내 움직임을 둔화시켰으리라 생각했는지 다크 우블렉이 다시금 팔을 휘둘렀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아무렇지도 않게 묘목을 마주 휘두른다.
– 펑!
또 타의적으로 뒷걸음질 친 놈이 이번에는 칠윈드에 흑마법까지 연계했다.
눈보라에 새까만 결정들이 섞여 날아온다.
‘그래도 안 되지.’
[윈드 배리어]바람 보호막이 내 몸을 빈틈없이 감싸며 까만 결정들을 모조리 튕겨 냈다.
그 상태로 또 놈에게 접근해 후려친다.
– 펑!
계속해서 밀려난 다크 우블렉이 마침내 마법진 위에 두 발을 딛고 섰다.
단순히 넓은 원이었던 마법진 역시 정교한 술식으로 채워져 가는 중이다.
“거기 가만히 있어. 딴 데 가지 말고.”
“——!”
반항하듯 날카로운 비명으로 답하더니, 몸을 틀며 옆으로 한 걸음 내딛는 다크 우블렉.
그러나 놈이 채 다음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내가 그 앞에 나타났다.
“때찌.”
– 펑!
“——!”
다크 우블렉으로서는 답답한 일이었다.
아이스 몬스터 군단은 내 손짓 한 번에 와르르 쓰러지고,
근접전은 번번이 압도당하고,
마법은 안 통하고,
몸을 피하려고 해도 내가 귀신같이 퇴로를 차단하고.
이도 저도 안 되니 결국 놈이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
견고하게 굳어졌던 거대 얼음 마녀 골렘이 흐물흐물 무너지며, 원래의 질척한 오물 상태로 돌아온 것이다.
그 상태로 사방으로 흩어지려는 놈이었으나.
“안 된다니까.”
– 휘이이잉—!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 들며 회오리의 형태로 놈을 옭아맸다.
A+급으로 증폭한 나선폭발.
거대한 회오리에 일대의 아이스 몬스터 군단까지 덩달아 끌려들어 갔다.
이윽고 마법진이 더없이 선명한 붉은빛을 머금더니, 거대한 불기둥을 피워 올렸다.
– 콰아아아아—!
회오리치며 끝없이 솟아오르는 파이어 필라.
성벽을 넘어 하늘 위까지 닿을 기세다.
뒤이어 나선폭발로 압축되었던 공기가 해방되며,
– 콰아아아앙—!
더욱 거대한 화염 폭발을 일으켰다.
그 여파에 다크 우블렉은 물론, 일대의 아이스 몬스터 군단마저 모조리 증발해 버렸다.
‘끝났구만.’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성벽을 올랐다.
성벽을 박차고 뛰어오르며 윈드포스를 몇 번 쓰니 금세 위쪽에 올라설 수 있었다.
“실수 없이 한 번에 끝냈네. 훌륭했어.”
“…….”
칭찬을 건넸지만 홍연화의 반응은 영 건조했다.
기진맥진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는데, 긴장이 풀리며 쌓여 있던 피로가 한 번에 몰려든 모양이다.
게다가 얼마 남지도 않은 마나를 무리해서 사용했다.
코어의 등급은 C랭크에 머물러있는데 파이어 필라만 A로 끌어올렸고, 심지어는 그걸 최대 출력으로 사용했으니 지금쯤 마나가 바닥을 치고 있겠지.
그래도 던전이 곧 닫힐 테니, 쉬더라도 밖으로 나가서 쉬어야 한다.
나는 홍연화에게 손을 내밀었다.
“끝났어. 나가자.”
“…….”
홍연화가 반쯤 멍한 상태로 내 손을 바라보더니, 거기에 제 손을 올렸다.
……그리고 한참이나 그대로 있었다.
손에 힘이 안 들어가나 보다.
“못 일어나겠냐.”
“……응.”
나는 하는 수 없이 홍연화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히고 등을 보였다.
“업혀.”
“…….”
평소였다면 경계하든 움츠러들든 했을 텐데, 홍연화는 순순히 팔을 뻗어 내 목에 감았다.
사고가 정상적으로 안 돌아가나 보다.
그렇게 출구로 걸음을 옮기던 도중, 내 등에 얼굴을 묻고 있던 홍연화가 술 취한 사람처럼 웅얼거렸다.
“언니…… 거짓말쟁이…….”
여기서 갑자기 언니가 왜 나와.
머릿속으로만 하던 생각이 무의식 중에 튀어나온 걸까?
그럼 진심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해서 나는 슬쩍 한마디 던져 봤다.
“왜?”
“있잖아. 효과…….”
“…….”
“이렇게…… 포근한…….”
홍연화의 말끝이 흐려졌다.
곧 등 뒤에서는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만 들려왔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