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38
38화 2주 차 공략전 (5)
2인 던전에서 서예인이 해 주었던 역할을 오롯이 나 혼자서 해야 한다.
고블린들을 뚫고 나가고, 참수자를 견제하고, 토템을 파괴하는 것까지 전부.
그 과정에서 모자라는 부분은,
‘아이템으로 때워야지.’
학생 상점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다.
먼저 포인트가 얼마나 모였는지부터 확인했다.
(2,249pt)
지난주에 양지홍과 대인전을 치렀었고, 저장된 리플레이를 다른 사람들이 열람하며 포인트가 꽤 쌓였다.
바닥을 치는 내 평판 때문에 거의 챙겨 보는 사람이 없으리라 예상했는데, 첫날 기록한 리플레이라서인지 조금은 수요가 있었나 보다.
그래 봤자 허밍버드 갈기고 두들겨 패는 게 끝이라 영양가는 없었을 텐데.
아무튼 아이템 목록을 쭉 훑어 내려가며 필요한 것들을 고른다.
(2,249pt) -60pt
[‘폭죽’x3을 획득합니다.](2,189pt) -50pt
[‘휴대용 부표(무한리필)’을 획득합니다.]줄을 잡아당겨서 발사하는 폭죽 세 개,
물 위에 던지면 둥둥 뜨는 조그마한 부표를 구매했다.
‘준비 끝.’
폭죽 줄을 붙잡고 전방으로 겨누었다.
곧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3] [2] [1] [Start!] [남은 시간 4:59]– 슈우우우—
– 팡!!
폭죽을 쏘아 보냄과 동시에 앞으로 뛰쳐나갔다.
내 앞에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는 늪 웅덩이로 직진한다.
늪 웅덩이에 발을 내딛기 직전, 휴대용 부표를 집어 던졌다.
둥둥 뜨는 부표를 사뿐히 밟고 뛰며 손으로는 다음 부표를 던지고, 또 그것을 밟으며 다음 부표를 던진다.
던지기와 밟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니 늪 위를 달리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시간 단축의 비결은 직진이거든.’
늪 웅덩이를 피해 구불구불하게 꺾다 보면 좀처럼 속도가 나질 않는다.
그 불편한 동선을 간결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늪을 그대로 횡단하면 되는 것이다.
휴대용 부표를 징검다리로 써 가면서.
“케르륵!”
“케에엑!”
폭죽은 서예인의 마력총이 격발되는 소리보다 훨씬 더 요란했다.
온 동네 고블린들을 다 불러 모은 것은 당연지사.
폭죽 하나를 더 터뜨려서 내 존재감을 모두에게 알렸다.
– 팡!
나를 노리고 몰려드는 수십 마리의 고블린 떼.
가까이 붙은 놈이 휘두른 뼈칼을 [도둑걸음]을 쓰며 가뿐히 흘려보낸다.
스쳐 지나가면서 이마에 딱밤 한 대.
놈이 약이 바짝 올라서 추격하지만, 나처럼 부표를 밟으려다 실패해서 늪 속을 허우적거린다.
– 쐐애액!
“오.”
등 뒤에서 섬뜩한 파공음이 들리길래 부표를 앞이 아니라 옆으로 던지며 뛰었다.
마나가 듬뿍 담긴 녹슨 식칼이 나를 앞질러 날아갔다.
“그르륵!”
낮게 으르렁대는 참수자 고블린.
나는 놈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로 앞만 보며 달렸다.
그게 놈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는지, 한층 더 격분한 기세로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 도둑걸음을 최대한 활용하며 달리는 내 속도에는 못 미쳐서 거리가 계속 벌어졌다.
늪 웅덩이를 넘으며 질주하자 보통 1학년들은 절반도 못 갔을 시간에 고블린 토템에 도달했다.
‘마지막 하나.’
– 팡!
폭죽을 터뜨리며 토템을 한 손에 쥐었다.
바로 부수지 않고 위로 던졌다, 받았다 하며 기다린다.
빨리 안 오면 이거 부숴 버린다고 시위하는 것처럼.
“케륵륵!”
“그륵!!”
효과는 매우 훌륭했다.
선두의 참수자를 비롯해 고블린 수십 마리가 바글거리며 몰려든다.
놈들이 쏘아 대는 살기가 나에게 집중되었다.
죽일 듯한 살기를 태연하게 넘기며 생각했다.
‘사냥은 역시 몰이사냥이지.’
토템을 들지 않은 빈손을 꽉 움켜쥐었다.
주먹 안쪽 깊은 곳에서부터 검붉은 불꽃이 타오른다.
“그아아—!”
거리가 어느 정도 좁혀지자, 참수자가 땅을 강하게 박차며 나에게 짓쳐들었다.
나는 산책하는 것처럼 느긋하게 마주 걸었다.
놈이 내지르는 식칼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며 깊숙이 파고들었고, 이글거리는 불주먹이 놈의 안면에 꽂혔다.
– 콰콰콰쾅!!
전방의 모든 것이 깨끗하게 삭제되었다.
참수자, 고블린들, 그리고 늪 웅덩이까지.
곽승재를 상대할 때처럼 힘을 조절한 게 아니라서, 인페르노 피스트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나는 내가 만들어 낸 참상을 눈에 담으며, 엄지손가락에 힘을 주어 고블린 토템의 모가지를 뚝 부러뜨렸다.
“리플레이 저장은 안 하는 걸로.”
[남은 시간 2:44초]+ [처치한 고블린 수:71]
+ [‘강적’ 처치:120]
—————
[남은 시간 5:55초 = 355점]+[클리어 보너스:500점]
—————
[총 점수:855점] * 0.8배율= 684 pt
보너스를 극한까지 받는 바람에 남은 시간이 오히려 제한 시간 5분을 넘어 버렸다.
퀘스트 역시 한참 초과 달성했고.
[서브 퀘스트:2주 차 공략전](완료)▷목표:공략전 던전 클리어.
1인 던전(남은 시간 5분 55초/5분)
2인 던전(남은 시간 3분 48초/5분)
▷보상이 강화됩니다.
[보상을 선택해 주십시오.]▷풍요의 씨앗
▷환상의 눈
▷서풍의 가호
세 가지 특성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습득할 수 있다.
풍요의 씨앗은 회복이나 버프 계열 스킬에 보너스,
환상의 눈은 디버프 스킬, 특히 환상계 디버프에 보너스,
그리고 서풍의 가호는 바람 계열 스킬에 보너스를 주는 특성이다.
‘고민할 필요도 없지.’
[‘서풍의 가호’를 습득합니다.]처음부터 이 특성을 노리고 퀘스트를 진행한 거니까.
앞으로 나아갈 노선 역시 확정 지은 상태다.
나 자신의 무력도 어느 정도 챙기는 동시에, 고현우와 서예인을 보조하는 역할도 충실히 해내는 올라운더형 서포터.
바로 바람 계열 서포터다.
물론 특성이 있어 봤자 정작 바람 마법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지만,
‘마법은 뜯어내면 돼.’
당규영에게 언급했다시피, 시즌 패스 4개 이상의 값어치는 받아 내야 셈이 맞다.
최소한 내 기준에서는 그렇다.
‘슬슬 저쪽도 움직일 때가 됐지.’
자신 있게 실력 행사에 나선 곽지철을 한 대 쥐어박고 돌려보냈으니, 에메랄드 쪽은 십중팔구 뒤집어졌을 터.
같은 방식을 또다시 시도할 가능성은 작고, 한번 얼굴이나 보러 오지 않을까?
* * *
“크……윽!”
곽지철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을 벽에 밀어붙이고 있는 커다란 나무손을 떼어 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손 하나의 크기가 사람 몸뚱어리만 한 육중한 나무골렘.
그리고 그 골렘을 부리는 에메랄드 부장 목종화는,
“이게 무슨 개애—망신이야—!!”
엄청난 분노에 빠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중이었다.
나무골렘이 잠시 손을 느슨하게 하자 곽지철이 그 자리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 퍼억!
“억!”
그러나 다음 순간 골렘이 휘두른 손에 얻어맞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목종화가 곽지철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아주 형제가 쌍으로 내 얼굴에 먹칠을 하는구나? 형이라는 놈은 선도부 달고 도둑놈한테 깨지질 않나.”
곽지철의 형인 곽승재는 2학년 중에서도 출중한 실력으로 차기 선도부장 자리까지 거론되던 마당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임시 보관소 침입 사건에서 정체불명의 복면인에게 패하며 그 자리가 크게 흔들렸다.
아무리 상대가 인페르노 피스트를 사용했다 한들, 무패의 상징인 선도부가 한낱 도둑놈에게 지고 다닌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그 사건으로 에메랄드 마탑의 위신이 바닥으로 추락했는데, 이번에는 곽지철마저 지고 들어왔다.
심지어 정수지의 서포트를 받으며 이 대 일로 붙어 놓고 사이좋게 기절까지 했단다.
“그놈 실력 물어보니까 네가 자신 있게, 뭐라고? 유명한 겁쟁이? 그딴 놈은 한 트럭이 와도 상대가 안 돼?”
– 퍼억!
나무골렘이 또다시 곽지철을 후려쳤다.
“그런데 그 유명한 겁쟁이한테 박살이 나? 내가 마탑회에서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녀 이 새끼야!!”
– 퍽! 퍼억!
대자연 동아리 부장 하수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곽지철을 보낸 일이 어떻게 처리됐나 확인 차 찾아와 봤더니 이 꼴이다.
‘어쩐지 시작부터 예감이 안 좋더라니.’
목종화가 실력 행사를 택한 순간부터 크든 작든 충돌은 정해진 셈이었다.
하지만 그 김호라는 1학년이 곽지철과 정수지를 동시에 상대해서 깨부술 줄은 몰랐다.
두 사람 모두 600점대임을 감안하면 나름 실력이 있다는 뜻.
최소한 ‘겁쟁이’라는 별명이 상당히 저평가된 것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김호의 태도.
두 사람을 제압한 뒤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단다.
– 용건 있으면 사람 오라 가라 하지 말고 직접 와라.
신입생들은 대개 3학년 선배가 부르면 어지간해서는 얌전히 따라오는데.
도발하듯 이런 말을 했다는 건 자기도 한 성깔 한다는 시위임과 동시에, 의문의 상자를 거래함에 있어 조금의 저자세도 보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상대하기 쉬운 자는 아닌 것 같다.
‘방식을 바꾸는 게 낫겠어.’
지금도 길길이 날뛰는 에메랄드 부장이 몸소 증명한바.
이런 자는 꺾기도 어려울뿐더러, 설령 꺾는 데 성공한다고 쳐도 피해가 크다.
게다가 그녀의 목표는 박나리에게 좋은 아이템을 구해다 주는 것이지, 1학년과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는 게 아니다.
‘어떻게 달래 볼까…….’
선물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잘못 낀 첫 단추를 바로잡을 만큼 괜찮은 아이템으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만큼 의문의 아이템에 대한 하수연의 호기심이 컸고, 박나리를 아끼는 마음도 컸다.
“어쨌든 한번 만나 봐야 하지 않겠어요?”
– 퍽!
마지막으로 곽지철을 한 대 후려친 목종화가 골렘을 회수했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화를 삭인다.
상자에 관심이 있는 건 여전하지만 목종화의 목표는 하나 더 늘어났다.
“후…… 그렇지. 만나 봐야지. 에메랄드의 위신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이제 아이템만으로는 못 끝내.”
곽지철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제가 만회…… 쿨럭! 만회하겠습니다.”
“넌 뭘 잘했다고 입을 열어?”
골렘한테 한 대 더 맞을세라 곽지철이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때는 방심하다가 속임수에 걸려들어서 진 거예요. 그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임했다면 제가 졌을 리가 없어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정수지, 네가 보기에는 어땠나.”
목종화는 한구석에서 두 손을 들고 벌을 서던 정수지를 불렀다.
정수지는 사적인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자신이 본 대로만 답했다.
“전투가 길지 않아서 많이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움직임은 좋았어요.”
“움직임은 좋았다라…….”
속임수에 걸렸다. 움직임은 좋았다.
말로만 들어서는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리플레이.”
목종화의 말에 곽지철이 즉시 김호의 리플레이를 모조리 구매했다.
대인전 2회, 그리고 오늘 막 클리어한 공략전 2인 던전까지.
이런 데다 300포인트나 쓰는 게 뼈아프기는 했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모두 리플레이 수정구 앞으로 모여들어 대인전부터 확인했다.
김호와 양지홍의 대결.
– 파지직!
허밍버드로 마비 걸고, 스태프로 두들겨 패고 끝.
곽지철은 뒷골이 당겨 오는 것을 느꼈다.
가뜩이나 아까운 포인트인데 겨우 이걸로 끝이라고……?
공략전은 더욱 가관이었다.
파트너인 서예인의 활약이 눈부시기는 했다.
– 쾅!
저격 한 발로 참수자 고블린을 전투 불능으로 만드는 모습.
목종화와 하수연이 감탄할 정도였다.
“강하군.”
“저런 실력자가 숨어 있었네요.”
곽지철도 얼마 전에 저 마력탄에 당한 적이 있었다.
뒤로 고꾸라지는 참수자 고블린의 모습에 자신이 겹쳐 보여서 괜스레 오한이 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압도하는 서예인이었다.
한편 그 와중에 김호가 한 것이라곤 간간이 허밍버드를 날리거나 가까이 다가오는 고블린들을 걷어차는 등의 가벼운 견제뿐.
버스를 탔다는 것 외에 표현할 길이 없다.
물론 두 부장은 3학년답게 리플레이를 보는 시각이 더 넓었다.
“움직임이 좋다는 말은 사실이군.”
“허밍버드 컨트롤이 수준급이네요.”
“허나 그것들 외에는 뛰어난 구석을 못 찾겠어.”
“실력을 숨긴 게 아닐까요?”
하수연이 조심스레 의견을 냈지만 목종화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꽁꽁 감추고 다닐 이유가 없어. 허밍버드 외에 별다른 스킬이 없다는 가설이 더 유력하다.”
문제는 그것만으로도 제법 까다로운 상대라는 점이다.
목종화가 판단하기에는 이대로 곽지철을 내세워서 설욕전에 나섰을 경우 질 가능성이 제법 컸다.
잠시 생각하던 목종화가 정수지에게 지시했다.
“정수지.”
“네.”
“토파즈 쪽에 가서 전해라. 내가 마비 저항 장신구를 대여해 달란다고.”
“……!”
그렇다면 아예 마비에 걸리지 않도록 해서 허밍버드를 원천 차단한다.
다음으로 곽지철의 부족한 근접전을 보완해 줘야 할 터.
“내 골렘을 빌려주겠다. 이길 수 있겠지?”
“……필승입니다. 이건 지고 싶어도 못 져요.”
곽지철이 반색을 하며 수긍했다.
진지하게 임하기만 해도 자신이 질 리가 없다고 자신하던 터였다.
거기에 마비 저항 장신구와 목종화의 골렘까지 빌린다면 자신은 무적이다.
“김호에게 결투를 신청해라.”
“알겠습니다.”
“네가 한번 패한 이상 이건 이겨 봤자 본전이다. 압도적으로 쓰러뜨려야 할 것이다.”
“당연하죠.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와……. 치사해.’
상황을 지켜보던 하수연은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에메랄드 마탑의 체면이 걸려 있어도 그렇지, 1학년한테 3학년 골렘을 빌려주면서까지 이기려 들다니.
에메랄드와 대자연이 협력 관계라지만 이것만큼은 좋게 봐 줄 수가 없다.
하수연의 마음속에서 목종화의 비호감지수가 쭉쭉 상승했다.
김호와 따로 이야기를 나눠 봐야 될 듯했다.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