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475
475화 11~12주 차 중간고사 (2)
합류한 이후의 계획은 아주 간략하게만 설명했다.
크고 작은 변수들이 작용하니 사건도 기존과는 다르게 흘러갈 터.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움직이는 게 낫다.
작전 회의를 마친 다음에는 여느 던전을 공략할 때처럼 준비물을 구하러 다녔다.
1학기 중간, 기말고사는 인벤토리 봉인에 장비도 둘로 제한되었지만, 이 중간고사에는 아예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
온갖 장비와 아이템을 둘둘 말아 봤자 드래곤의 스펙은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덕분에 의식주 걱정은 덜었지.’
미리 다 챙겨서 가면 그만이니, 들어가서 자급자족하는 번거로움은 없을 거다.
우리는 며칠간 배를 채울 식량과 캠핑 용품들, 마법 아이템 등을 인벤토리에 쟁여 넣었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각자 흩어져서 휴식을 취했다.
* * *
다음 날.
나는 서예인과 아침 식사를 하고 함께 던전동으로 향했다.
발맞춰 걸으며 물음을 건넨다.
“오늘 배터리는 어떻습니까?”
“75%.”
“나쁘지 않군.”
가능하면 오래 갔으면 좋겠는데.
그러던 도중, 서예인이 전방을 빤히 응시하더니 걸음을 늦췄다.
“……?”
그리고 고개를 갸웃 기울이더니 내 팔을 붙잡는다.
“……함정.”
“함정이 있다고?”
이런 데에 누가 굳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전방을 살펴 보니, 정말로 뭐가 있기는 하다.
까만 것이 꾸물거리는 것도 같고.
해서 나는 방향을 틀었다.
“돌아서 갑시다.”
“확인.”
그때, 발밑에서 그림자가 스르륵 올라왔다.
그리고 당규영으로 변해서 내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잡았다, 요놈.”
“그냥 함정이 아니라 뀨뀨트랩이었군.”
“오면 확 덮치려고 했지~”
“지금은 왜 덮쳤어요? 아직 안 갔는데.”
“여기도 사정거리였어.”
블링크가 있으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하고 뻔뻔하게 나오는 당규영.
두 팔은 여전히 내 목을 끌어안은 채다.
“…….”
그 모습을 서예인이 빤히 쳐다보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내 팔을 붙잡곤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당규영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며 버틴다.
나는 이리 끌려갔다가 저리 끌려갔다가, 슬슬 중재할 필요성을 느꼈다.
“둘 다 놓읍시다. 사람 몸 가지고 줄다리기하면 못 써요.”
그리고 두 사람을 떼어 낸 다음 좋은 말로 타일렀다.
“누누이 말하지만 경쟁이 아니거든요. 싸우면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음, 알았어.”
당규영은 의외로 선선히 수긍하는가 싶더니, 슬쩍 제안을 던졌다.
“반반?”
이름하여 늘뀨협정.
그러나 서예인은 고개를 가로젓더니 역제안을 돌려주었다.
“9 : 1.”
“야, 그건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다.”
당규영은 어이가 없는 표정이 되었다.
내가 보기에도 저건 협정에 들어가기도 전에 테이블을 엎어 버린 수준이다.
한편으로는 궁금한 점도 생겼다.
“그럼 홍연화는 비율이 어떻게 되지요?”
“……!”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이 닿지 않았는지, 서예인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그리고 고민 끝에 비율을 조정했다.
“9 : 0.5 : 0.5.”
“9는 포기 못한다?”
“내 집사.”
단호하기 그지없는 태도.
이에 당규영은 조금 치미는 화를 참으며 말했다.
“그럼 협상은 결렬이군. 어쩔 수 없지.”
“…….”
“내 방식대로 얻어 내는 수밖에!”
“……!”
또다시 싸움에 불이 붙을 기미가 보였기에, 나는 두 사람을 다시 멀리 떼 놓았다.
“일단 가면서 얘기들 합시다. 이러다 늦어요.”
“그래, 너네도 크래프트 헤이븐 들어간다며?”
“네, 1년 땡겼대요.”
“우리도 들어가는데. 1, 2, 3학년 다 똑같은가 봐.”
입장하는 인공 던전은 학년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당규영이 조금 아쉬운 투로 말했다.
“또 한 일주일 못 보겠네?”
“아마도요.”
“지난 주에도 다른 던전 들어가고. 나 안 보고 싶어?”
“보고 싶죠.”
내가 웃으면서 그렇게 답하자, 당규영 역시 만족스럽게 웃었다.
“대답이 바로바로 나와서 봐준다. 앞에 봐.”
“앞이요?”
그렇게 되물으며 정면을 쳐다보는 순간, 당규영이 재빨리 까치발을 하곤 내 볼에 입을 맞췄다.
그다음 배시시 웃으며 덧붙였다.
“마킹.”
“기습 뽀뽀하기 있습니까?”
“안 될 건 뭐야?”
“사실 안 될 건 없죠.”
“그치? 그리고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지. 지금부터는 내가 앞을 볼 것이야.”
당규영은 살짝 눈을 감은 채 정면을 응시했다.
그에 나는 서예인을 데리고 뒤로 빠졌다.
“…….”
잠시 후, 당규영은 뒤늦게 눈을 뜨곤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림자 방망이를 건들거리며 다가왔다.
“김호야, 이렇게 내 순정을 짓밟으면 나도 빳다를 꺼내는 수밖에 없다.”
“장난이었습니다. 이리 오세요.”
“괘씸죄 적용해서 두 번으로 늘었어.”
“그럽시다.”
나는 당규영의 턱을 가볍게 붙잡곤 왼쪽 뺨에 한 번, 오른쪽 뺨에 한 번 입을 맞추었다.
즉시 푼수 같은 웃음이 흘러나온다.
“프흫흫흫.”
그걸 보자 서예인은 또 내 옷소매를 슥슥 잡아당겼다.
그리고 제 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도.”
“너는 안 되지.”
“왜지.”
무표정한 얼굴에 불만이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나는 당규영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여기 이분은 역경에 도전하여 무려 장려상을 타 냈단 말이야. 그런 걸 막 줘 버리면 의미가 퇴색되지 않겠니?”
“암, 암, 옳으신 말씀.”
매우 흡족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당규영.
동시에 승리자의 미소를 지어 보인다.
“…….”
드물게도 서예인의 미간이 약간 꿈틀거렸다.
이내 나한테 손을 내민다.
“역경 줘.”
“도전하시겠다 이거죠?”
“도전.”
“좋습니다. 내용은 들어가서 생각해 보자고.”
“확인.”
회색빛 눈동자가 의욕으로 타올랐다.
그에 반비례해서 이번에는 당규영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 * *
던전동에 도착했기에 당규영은 3학년 구역으로, 우리는 1학년 시험 장소로 갈라섰다.
“시험 잘 봐~”
“누나도요.”
손을 흔들어 주고 조금 더 걷자 강당처럼 넓은 홀이 나왔다.
정중앙에는 거대한 순간이동 포탈, 바닥에는 그것과 연동된 소형 마법진들이 다수 설치되어 있다.
이미 여러 번 겪어서 익숙했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시간을 때웠다.
긴장된 기색은커녕 자신만만하게 웃는 신병철.
다른 건 몰라도 도망 다니는 것 하나는 자신 있는 기색이다.
시선이 마주치자 팍 인상을 구기는 차현주.
서예인을 보자 인상이 두 배로 구겨진다.
박나리, 이성현은 선도부원들과 함께 있었는데, 송천혜 원정대에 들어갔나 보다.
모용준은 거기 끼지는 않았지만, 따로 그룹을 짰는지 검술 동아리 부원들과 모여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 더 시간이 흐르고.
서청용은 교직원들과 최종 점검을 마친 뒤,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 지금부터 중간고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마법진에 올라 주세요!
학생들 대부분은 우리처럼 이미 마법진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몇몇만이 발밑을 확인하곤 화들짝 놀라서 가까운 자리를 찾아갔다.
– 우우웅—
이윽고 마법진들이 일제히 공명하며 벌떼 우는 소리를 냈다.
발밑의 빛도 순식간에 환해지며 커다란 강당을 가득 메웠다.
[5] [4] [3] [2] [1] [Start!]– 파아아앗!
시야가 온통 하얗게 물든다.
다음 순간 눈앞에는 수업에서 봤던 크래프트 헤이븐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산업화가 조금씩 진행 중인 도시.
반듯이 깔린 길을 따라 마차들과 행인들이 바쁘게 오간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대장간에서는 철 두드리는 소리가 일정한 박자로 울리고, 그 맞은편 건물에서는 시끄러운 기계음이 흘러나온다.
‘우선 위치부터 파악해야지.’
어디 떨어졌는지 알아야 어디로 갈지도 알 수 있으니까.
잠시 주위를 돌아다니고 둘러 보니 대강 감이 잡혔다.
해서 나는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근처를 돌며 아이템들을 확보하라고 파티원들에게 일러 두었고,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다만 그전에 들릴 곳이 하나 있었다.
‘중심부.’
극초반에 단 한 번 사건이 발생하는 곳이다.
작전 회의 때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잠깐 들리는 거고, 나 하나만 가면 되기 때문.
얼마간 더 이동하니 넓은 광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가로이 산책을 나온 노부부,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구석에 매대를 세우고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 등이 눈에 띈다.
그리고 그 광장 정중앙에는 온몸이 근육질로 울퉁불퉁한 장년인이 서 있었다.
망치만 들려 주면 영락없는 대장장이다.
그 옆에는 도제로 짐작되는 앳된 청년이 하나.
얼핏 보기에는 두 사제가 일하다가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듯하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무기질적이며 가식적이라, 도저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도 아니고.’
이내 두 대장장이가 나를 쳐다보았다.
장년인의 눈에 이채가 스친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외지인인가?”
“비슷합니다.”
“음……. 좋지 않은 시기에 이 도시를 찾았군. 유감스러운 일이야.”
그러나 말만 그렇게 할 뿐, 장년인은 별로 유감스러운 기색이 아니었다.
그는 나한테서 시선을 거두곤, 제 손을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파공성이 들려왔다.
– 끼리리리릭—!
멀찍이 떨어진 건물에서 날아드는 마력 화살들.
‘아마 차현주겠지.’
도시 정중앙으로 향한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터.
대부분은 단순히 지켜볼 생각이겠지만, 제 성질을 못 이기고 손을 쓰는 이들도 한둘은 있는 법이다.
– 끼리리릭!
자신을 노리고 화살이 날아오는데도, 장년인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저 주문 영창에 열중할 뿐이었다.
대신 곁을 지키던 도제 청년이 몸을 돌리곤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다음 순간 그의 손에는 화살들이 한 발도 빠짐없이 들려 있었다.
손짓 한 번으로 모조리 잡아챈 것이다.
이어서 그는 쥐고 있던 것을 찰흙 주무르듯 주무르더니, 한데 뭉친 마력 덩어리를 도로 내던졌다.
–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며 건물 하나가 그대로 삭제되었다.
차현주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알 수 없다.
운이 좋았다면 제때 빠져나갔겠지만, 아니라면 중간고사를 시작하자마자 탈락한 셈이겠지.
실력 행사를 하면서 청년의 등에 파충류의 날개 같은 것이 드러났다.
‘용익병(龍翼兵).’
S랭크 드래곤쯤 되면 날개가 없어도 비행에는 아무 지장이 없지만, 날개는 여전히 상징적인 면에서 의미가 크다.
마리당 두 짝밖에 없기도 하고.
그런 중요한 부위를 재료로 [용체주조]를 썼으니 결과물 역시 강력한 게 당연지사.
‘A+랭크 정도지.’
이수독이나 서청용보다도 반수 정도 강하다.
방해하거나 더 접근한다면 즉시 아까와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일격이 날아올 터.
지금으로서는 잠자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장년인은 그 뒤로도 한참이나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다가, 돌연 한 손을 머리 위로 높이 뻗었다.
– 파아아앗—!
선명한 핏빛 기운이 폭죽처럼 쏘아져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