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e supporters are hammocked RAW novel - Chapter 5
5화 히든 피스 뽑기 (1)
추격이 일단락됐기에, 선도부 사인조는 원래대로 열차를 순찰했다.
그러던 도중 금조한이 대뜸 이런 물음을 던졌다.
“봐줄 필요가 있었나?”
송천혜가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무슨 말씀이시죠?”
“쿠키 운운하면서 끼어든 방해꾼 놈 말이다. 네 허밍버드를 맞고도 멀쩡하던데, 마지막에 출력을 조절하지 않았나.”
“……!”
그 말에 송천혜는 한순간 우뚝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금조한이 물었다.
“왜 그러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방해를 했다곤 해도 그 원인을 우리가 제공했으니, 처벌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판단했을 뿐이에요.”
자연스럽게 얼버무리고 다시 걸음을 옮기는 송천혜였지만, 속마음은 조금 달랐다.
‘출력 조절……?’
그런 거 안 했는데?
그 남자가 끼어든 건 예상 밖이었다.
워낙 갑작스러웠던 탓에 잠시 집중력이 흐트러졌고, 부끄럽게도 허밍버드의 제어가 한 박자 늦고 말았다.
폭발하는 뇌전을 봤을 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었다.
내가 엉뚱한 사람을 다치게 한 건 아닌가? 하고.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일까, 그 남자는 허밍버드를 정면으로 받아 내고도 멀쩡했다.
아니, 멀쩡하다 못해 아예 아무 영향도 안 받은 것 같았다.
누구든 아주 짧게나마 몸이 경직되기 마련인데, 가볍게 손을 털고 끝이라니.
‘어떻게 된 거지?’
뭐라 표현하기 어려웠던 찜찜함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송천혜는 차근차근 방금 있었던 일들을 되짚어 보았다.
그리고 그럴수록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무슨 초보적인 실수라도 했나?’
그래서 허밍버드 자체가 어설프게 나갔던 건 아닐까?
가령 마력을 충분히 싣지 않았다거나, 술식이 허술했다거나.
하지만 그녀의 상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소형 무전기에서 다른 선도부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에.
– 4-C 객실에서 학생 간 분쟁 발생. 지원 바랍니다.
“곧 가겠습니다.”
송천혜는 일행과 시선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싱글싱글 웃는 한소미에게는 큼지막한 지퍼 백을 넘겼다.
신병철에게서 압수한 가발이 들어 있는 그 지퍼 백이다.
“역무원님 전해 드리고 와. 아마 2학년 구역에 계실 거야. 오면서 슬롯머신에 문제없나 확인하고.”
“오케이! 갔다 올게!”
해맑게 손을 흔들고 떠나는 한소미였다.
송천혜는 열차 복도를 따라 걸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잊자.’
지금은 눈앞의 일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그 묘하게 거슬리는 사내도 올해 신입생이니, 의문은 나중에 해결할 수 있으리라.
* * *
본래 용살학원행 열차는 부유층을 위한 관광 열차로 설계되었다.
어른들의 복잡한 사정 탓에 이 프로젝트는 도중에 무산되었지만, 열차 자체의 튼튼함을 높게 평가한 용살학원에서 열차를 매입했다.
그리고 용도에 맞게 개조하여 이렇게 멀쩡히 운행 중이다.
다만 열차 곳곳에는 아직 관광 열차의 잔재가 남아 있다.
일종의 히든 피스로서 말이다.
‘그리고 그걸 가지러 가는 거지.’
나와 고현우는 계속 열차 뒤쪽으로 향하다가, 2학년 구획으로 넘어가기 전에 걸음을 멈췄다.
그곳에는 객실은 없고, 좌우로 낡은 오락기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이 또한 관광 열차의 잔재로, 손님들을 위해 마련된 소형 오락실 겸 카지노였다.
다만 오락기들은 죄다 천으로 덮여 있거나 ‘고장’이라고 크게 써 붙여 놓은 터라, 과연 작동을 할지 의문이었다.
고현우 역시 비슷한 생각이 들었는지 나에게 물었다.
“온전한 게 없어 보이는데, 제대로 온 거요?”
“여기 맞아.”
나는 거침없이 한구석으로 터벅터벅 걸어갔고, 기기를 덮고 있던 천을 확 걷어 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낡은 슬롯머신.
동전을 넣은 뒤 레버를 당기면 그림 세 개가 맞춰지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다만 고현우의 말대로, 슬롯머신은 영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화면은 금이 가고 먼지로 덮였으며, 다양한 색으로 번쩍거려야 할 전구들은 깜깜하기만 했다.
섣불리 동전을 넣었다간 낼름 먹어 버리고 돌려주지도 않을 것 같다.
‘보기에는 그렇지.’
나는 인벤토리에서 은화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고현우가 말릴 새도 없이 슬롯머신에 집어넣었다.
“…….”
“…….”
하지만 아무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고, 우리는 한참이나 말없이 스크린을 응시했다.
그러다 고현우가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아무래도 고장—”
– 띠롱띠롱!
갑자기 오락기 같은 소리가 울리며 슬롯머신의 모든 전구에서 불빛이 요란하게 번쩍거렸다.
“오……. 정말 김 형의 말대로 되었구려.”
감탄사를 흘리는 고현우와 달리, 나에게는 익숙하다 못해 지겨운 광경이었다.
.
아는 사람은 꽤 많지만, 정작 챙겨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히든 피스다.
호기심 많은 플레이어라면 낡은 오락기마다 동전을 하나하나 넣어 보다가, 언젠가는 슬롯머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른 유저에게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을 테고.
그럼 왜 챙겨가는 사람이 별로 없느냐,
‘5실버 값을 못 하니까.’
슬롯 머신이라 랜덤으로 보상이 지급되며, 그대로 5실버를 날려 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대박 또는 중박 보상이 엄청나게 좋은 것도 아니고.
그럴 바엔 차라리 다른 데에 5실버를 쓰는 게 이득 아니겠는가.
‘물론 가치란 상대적인 거지.’
누군가에게는 애매한 아이템이, 누군가에게는 5실버의 수십 배에 달하는 귀한 아이템일 수도 있다.
당연히 내 입장에서 이 히든 피스는 후자였다.
레버를 잡아당기자 화면 세 개가 어지럽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휘리리릭—
다양한 그림들이 지나간다.
얼음, 거미, 사과, 다이아몬드, 화염, 코끼리, 마나…….
[얼음] [마나] [물]덜컹, 소리가 나며 슬롯머신 상품 출구에서 아이템이 나왔다.
500mL 생수. 당연히 꽝이다.
‘기대도 안 했다.’
태연하게 다음 동전을 넣고 레버를 당긴다.
또다시 휙휙 바뀌는 화면 셋.
흥미롭게 지켜보던 고현우가 물었다.
“그래서 김 형, 본인이 동행한 이유는 무엇이오?”
“지금 이거, 엄밀히 따지면 교칙 위반이거든.”
“이해하기 어렵군. 도박에 쓰이던 기계라고는 하나 교칙 위반까지 갈 일이오?”
“쓰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야. 여기에서 나오는 아이템이 문제지.”
대박 보상인 [암흑빙정], [귀여운 극독], [연옥용암].
과거에 카지노를 이용했던 어른들은 몰라도, 학생이 소지해서는 안 되는 ‘금지 아이템’에 속한다.
얻는 순간부터 학생선도부의 이목을 피해 다녀야 한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슬롯머신을 지나치는 건 이 이유도 크다.
“과연, 하면 본인은 망을 봐주면 되겠소?”
“어. 만에 하나 걸렸을 때 시간까지 끌어 주면 더 좋고.”
“으음……. 아까 봤던 자들을 상대하게 될지도 모르겠구려.”
“그럴 가능성이 크지. 할 수 있겠냐?”
지나가는 듯 가볍게 물었지만 나는 내심 고현우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사실 그로서는 일방적으로 손해만 보는 일이다.
얻을 건 딱히 없는 반면, 교칙 위반에 학생선도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까지 있으니까.
그럼에도 고현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 보리다. 승리를 점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잠시 시간을 끄는 건 가능할 거요.”
“의외네. 조금은 고민할 줄 알았는데.”
“하하……. 한번 발을 들였으면 끝까지 함께하는 게 강호인의 도리라 했소. 이 또한 송 소저와 신 형의 다툼에 끼어든 것처럼 무언가 뒷사정이 있어서겠지. 나중에 전부 설명해 주기요.”
“그래, 고맙다.”
호기롭게 말하지만 약간은 긴장이 되는지 철검을 슬며시 쓰다듬는 고현우였다.
나는 다음 동전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근데 별일 없을 거야. 선도부도 여긴 그렇게 자주 안 오거든. 시기상 앞쪽으로 이동하고 있을 테고. 걱정 안 해도-”
“안뇽안뇽! 거기서 뭐 해?”
“?”
“?”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홱 돌렸다.
2학년 구역에서 여학생 한 명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조금 전에 봤던 얼굴이다.
방긋거리며 웃는 귀염상 얼굴과 팔에 찬 선도부 완장.
한소미였다.
“걱정을……. 해야겠구만.”
“……검후의 제자라 했소?”
“그렇다더라.”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서포터가 다 해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