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the world's greatest predator RAW novel - Chapter 61
061화 이딴 게 구세주? (2)
카렌을 뿌리치고 나선 지훈이 헥토르에게 다가와 물었다.
“음… 우리 영지 내에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은 십만이오 적들은 그보다 많은 5만이고…….”
“와… 심각하네… 이거…….”
“아무리 당신들이 강하다 해도 그 많은 병력을 감당하기란 불가능하오.”
“어떻게든… 버텨봐야겠네요…….”
안내인에 절망하는 듯한 발언에 지훈이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내 좋은 생각이 난 건지 일행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가까이 와봐.”
“좋은 수라도 생각났소?”
“히히히~ 나한테 좋은 생각이 나서. 현재 영지 주변에 산이 둘러져 있잖아? 그치?”
“맞소.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성하기에는 너무 불리하오.”
“아니지! 이 아저씨야! 거의 철옹성 그 자체구만.”
지훈의 얘기에 헥토르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겠다는 듯이 반박했다.
“하…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지만 산 능선에서 막기에는 우리의 수가 너무도 적소이다. 그리고 적들이 사방에서 올 터인데 그 방법은 자살하는 꼴이오…….”
“엥? 뭐라는 거야? 능선에서 왜 막아?”
헥토르는 자신의 의견이 틀렸다는 듯 말하는 지훈에게 궁금증을 안고 물어봤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인 게요?”
“흐흐흐! 산에 뭐가 있지?”
“산에 뭐가 있단 얘기요?”
“아~ 거참 이 제국이 누구 거야?”
“당연히 황제 폐하의 것이요.”
“그럼 황제 폐하의 분노를 저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 아니야!”
헥토르와 일행들은 자기 혼자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면서 흥분하는 지훈을 보면서 드디어 미친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 양반들이 답답하네. 제국도, 산도 황제 폐하 것! 그럼 저 산이 불타는 것은 황제 폐하가 직접 응징하는 것!”
“히이익!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산불 내자고, 이 양반들아.”
산불이라는 단어에 모든 일행들이 천하에 둘도 없는 쓰레기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지훈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배때기에 칼이 안 꽂혀 봐서 배가 불렀네?”
“아니! 지훈님 상식적으로 적들을 막자고 산불을 낸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야~ 저승 가서도 그 소리 잘도 나오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찌 산을 불태운단 말이오!”
헥토르는 절대로 산불을 낼 수 없다는 듯 완강한 표정으로 버티고 서 있자, 지훈이 사람 좋은 얼굴로 다가가서 어깨동무하고는 귓속말로 살살 꾀기 시작했다.
“이 아저씨야~ 쟤네 못 막아서 반란이 성공하기라도 해봐. 저승 가서 황제 폐하께서 ‘이 쒸X럼이~ 그때 불 질렀으면 나 안 죽었잖아!’ 이러실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
“그… 그건…….”
“폐하께서도 이해하실 거야~ 산이 불타는 건 자연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너무 가슴이 아파! 흑흑!”
지훈이 우는 듯한 연기를 하며 헥토르를 속이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이요?”
“당연하지! 이게 다 황제 폐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러는 거야! 나도 마음이 너무 아파!”
“크윽! 폐하를 위해…….”
“그래 폐하를 지키기 위해!”
“폐하!!!”
지훈의 억지 논리에 홀딱 넘어와 버린 헥토르의 가슴속에 뜨거운 충성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과한 충심은 때론 사람의 양심을 엿 바꿔 먹기도 한다…….
“당장! 산에 불을 질러라!”
“아니! 아니! 지금 말고 이 양반아!”
너무 과한 충심에 흥분해버린 헥토르가 산에 불을 지르려 하자, 지훈이 다급하게 뜯어말렸다.
“갑자기 왜 그러시오!”
“적들도 없는데 지금 불 지르면 뭐해! 저 자식들이 산으로 들어오면 그때 태워야지!”
“아하! 내 너무 흥분했구려 좋소! 내 그대만 믿도록 하겠소이다!”
“나만 믿으라고… 흐흐흐흐!”
지훈 일행은 헥토르와의 만남을 끝으로 영지전의 준비를 시작하기로 했다.
“안녕하십니까. 자작님께서 백작님 옆에서 보좌하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일행들은 안내를 받아 기사들이 있는 훈련장에 도착해서 수준을 구경하고 있을 때, 수행원으로 보이는 자가 지훈에게 다가왔다.
“어~ 그래.”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저에게 말씀만 해주십쇼.”
“그러면 이곳 지도 좀 갖고 와봐라, 그리고 마법사들도 있으면 데려오고.”
“예, 알겠습니다.”
지훈은 일행들과 구석에 서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수행원이 지훈이 요구한 지도와 마법사 10명을 데리고 왔다.
“말씀하신 라비린스 지도와 마법사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에게? 열 명이 끝이야?”
“예… 저희 영지는 작은 곳이라 이 인원이 최대입니다…….”
“쩝… 일단 지도 좀 볼까나~”
지훈이 펼친 지도에는 라비린스 도시 주변에 약간의 평지와 평지를 둘러싼 산맥들이 위치해 있었다.
라비린스는 알파벳C 안에 점하나 위치한 모양새로 갇혀 있었고, 지훈은 유일한 입구인 북쪽 능선의 끄트머리들 사이를 보면서 수행원에게 물어봤다.
“여기 보이는 위쪽에는 완전 뻥 뚫려 있네?”
“예, 아마 이쪽에 주요 병력들이 몰려오고 산맥 쪽으로도 약간의 병력이 몰려올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훈은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어떻게 하면 적들을 손쉽게 쓸어버릴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 산에 불 질러서 싹 쓸어버리려고 했는데… 젠장…….”
“백작 각하… 외람되지만, 꼭 불을 질러야 하는 것입니까?”
“아~ 이 새끼도 답답한 소리하네? 네 말 듣고 괜히 함락돼서 반란 성공하기라도 하면 네가 책임질 거야?”
“아… 아닙니다…….”
“그럼 가만히 있어! 이 새끼야!”
“케륵? 그렇게 불이 좋으면 싹 다 태워버려라, 그냥.”
‘아… 좋은 방법이…….’
지훈은 니디의 말에 마치 깨달음을 얻은 승려마냥 감탄한 표정으로 니디의 어깨를 붙잡았다.
“크으! 너 이 새끼 가르친 보람이 있구나?”
“형씨 어떻게 할 생각이요?”
“어이 마법사들! 뭣 좀 물어보자.”
“말씀하시지요”
“너희 불 마법 쓸 줄 아냐?”
마법사들은 지훈의 말에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쓸 줄 압니다…….”
“그럼 여기 일대 전부 불 태울 수 있냐?”
“그건 불가능합니다… 마탑주님들도 아니고 저희들의 힘으로는 고작해야 건물 하나 태우는 게 고작일 텐데…….”
지훈은 지도를 들이밀면서 지도에 표기된 능선 사이의 일대를 가리키며 말했고 마법사들은 너무나 당황하면서 손사래 쳤다.
“그리고 이쪽 부근은 흙으로 돼 있어서 불이 번지기도 쉽지 않습니다!”
“음… 아! 야 수행원, 지금 당장 기름이랑 가죽이나 천 최대한 성문 앞으로 구해와 깃털 같은 것도 상관없으니까 당장!”
“예? 예…….”
수행원은 지훈의 요구에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훈은 기사들은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거기 너희도 이리로 와봐.”
“예…….”
“무슨 일이십니까?”
“너희 나랑 일 좀 하자. 흐흐흐흐…….”
얼마 안 있어 요구한 물건들이 많은 수레에 잔뜩 실려 왔고, 지훈은 기사들과 일행들을 이끌고 물건을 옮겨 능선 사이로 이동했다.
“최대한 넓게 바닥에 깔아 알겠어?”
“대장, 뭐 하려고 그러냐?”
“불붙이기 힘들면 쉽게 만들면 되잖아 임마”
“오! 역시 대장은 똑똑하다!”
‘니들이 멍청한 거야… 능지하고는…….’
엄연히 현대에서 수많은 미디어 매체를 접하고 살다 온 지훈의 생각은 중세시대밖에 되지 못한 이들과는 매우 효율적이었다.
제대로 실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아! 그리고 너희들은 혹시 모를 정찰병들이 있을 수 있으니 주변에 수상한 새끼 없나 확인 좀 하고 와.”
“걱정 마시오! 내가 싹 다 잡아올 테니!”
“하… 알겠어요”
지훈의 말에 카렌과 레이가 사라지고, 기사들은 반나절 동안 죽어라 넓은 평야에 천과 가죽을 깔고 땅바닥에 기름을 뿌리기 시작했다.
“크흐흐흐! 준비는 다 했다. 빨리 쳐들어와라!”
“이길 수 있긴 한 게요……?”
“케륵… 언제봐도 미친 것 같다…….”
“끼익……. (너도 만만치 않아…….)”
지훈이 혼자 자신의 계획에 자화자찬하며 감탄하고 있을 때 뒤에 있던 셋은 점점 불안해지기만 했다.
“배… 백작님… 지시하신 일을 다 끝냈습니다…….”
“어디 보자~ 오~ 도시 하나에서 긁어모아서 그런지 꽤 넓게 깔았네.”
능선 사이에 쓰레기장처럼 가죽과 천이 넓게 퍼져 있었고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어라…? 기름 냄새가 너무 심한데……?”
“대장 바보냐……?”
“쩝… 내일 되면 어느 정도 안 나겠지… 뭐…….”
지훈은 희망을 품으며 대충 넘어가기로 하고는 적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 * *
“각하! 정찰병들이 돌아왔습니다!”
“그래, 보고하도록.”
“정찰해본 결과 정면으로 돌파하기란 위험해 보였사옵니다.”
정찰병으로 보이는 남자가 사령관으로 보이는 자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놈들이 유일한 입구 쪽에 함정을 펼쳐두는 것을 목격했사옵니다.”
“하하하! 멍청한 놈들이구나 전쟁에 ㅈ자도 모르는 놈들이렸다.”
“각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누가 당당하게 정면으로 돌파한단 말이더냐. 네놈들의 계획을 헛수고로 만들어주마. 계획을 바꿔 선발대가 정면으로 돌파하고 본대가 산을 넘어 공격한다.”
사령관으로 보이는 자가 즐겁다는 듯 지도를 보면서 비웃기 시작했다.
* * *
“아… 기름 냄새만 빨리 사라져라…….”
“형씨 정찰 다녀왔수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었수다.”
“야…? 너 이 새끼 낮잠 자다 왔냐? 입가에 침 자국 뭐야?”
“무… 무슨 소리요!”
“어라? 이 새끼 진짜 자고 왔네?”
카렌은 입가에 번진 침 자국을 황급히 닦으면서 발뺌하기 시작했다.
“아놔! 이 또X이 새끼가! 함정 설치한 거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거… 걱정마시오! 절대 못 봤을 테니!”
“아아악! 내 무결점 계획이!”
‘아… 우리 영지가 무너지는 미래가 보이는구나…….’
“힘내라 인간… 내가 대신 사과한다…….”
지훈이 카렌을 이 잡듯이 갈구고 있을 때, 레이도 순찰을 맞췄는지 돌아왔다.
“제가 본 주변에는 없었어요”
“그것 보시오! 한 마리도 없었다니까.”
“아니, 너랑 쟤랑 다른 곳에 갔잖아 이 새끼야! 계획 들키면 넌 그날부로 술 금지야.”
“아… 그… 그것만은 안 되오!”
카렌을 갈구는 도중에 헥토르가 지훈 일행이 있는 곳에 다가왔다.
“한 백작님 고생이 많습니다. 준비는 잘 돼가십니까?”
“아~ 그럼요~ 누가 진행하는 건데 크흠!”
‘아… 잘되긴 개뿔… 우리 영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지훈이 양심 없이 당당하게 장담하고 있을 때, 옆에서 매우 똥 씹은 표정의 수행원을 본 헥토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걱정하기 시작했다.
“혹시… 뭐가 잘 안 되십니까……?”
“크흠… 야 표정 풀어라. 너네 영주님이 오해하시잖아. 이 새끼야.”
“예… 하하하…….”
똥 씹은 표정의 수행원에게 어깨동무하며 귓속말로 으름장을 놓은 헥토르에게 환하게 웃어주는 지훈이었다.
“하하하… 배… 백작님만 믿습니다…….”
“고럼요~ 저만 믿으시지요~”
“대장은 천하에 둘도 없는 사기꾼인 게 확실하다…….”
“형씨가 보면 볼수록 참 뻔뻔한 것 같소…….”
“동감이에요…….”
일행들은 얼굴 하나 변함없이 뻔뻔한 지훈을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고, 지훈은 자작과 함께 일행들을 이끌고 성으로 복귀했다.
어느덧 밤이 깊어 왔고 폭풍전야 같은 밤이 찾아왔다.
성벽의 망루에는 병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사방을 유심히 주시하고 있었고, 스산한 바람이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 신이시여 부디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