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179
174. 평산 신씨의 부흥인가? 망조인가? >
자고 일어나 거실로 나오니 낯선 이가 집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누구세요?”
“이씨, 장난해?”
낯선 이에게서 많이 들어보다 못해 귀에 인이 박여있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게 나의 하나뿐이고 사랑스럽다 못해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동생이라고?
내가 사람들과 한 해의 마무리를 하고 있을 때 동생은 큰마음의 변화라도 생긴 것인지 머리를 잘랐다.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다.
“미쳤냐? 왜 머리는 밀고 그래?”
“이씨, 그냥 단발이거든. 밀기는 누가 밀어?”
동생이 짧아진 머리가 어색한지 만지작거리면서 신경질 낸다.
동생이 과감하게 자르고 난 후에 시간이 지나니 후회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여기에서 놀리기보다는 오빠로서 희망을······.
“동생아, 머리가 주먹만 하게 보여.”
나는 동생의 앞에 내 주먹을 들이대며 말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생의 얼굴에 비해 내 주먹은 너무도 작았다. 주먹 너머로 동생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린다. 동생의 지진난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아! 이게 아닌데, 그저 동생에게 새해 덕담을 해주려고 했을 뿐인데.’
동생은 내 말에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휘청이더니 고함을 질렀다.
“엄마, 오빠가 내 머리 크다고 놀려.”
“이놈의 계집애 아침부터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왜 고함을 질러? 엄마 머리 울리니까 살살 말해. 밥 먹게 오빠랑 식탁에 앉아.”
엄마는 한쪽 손으로 이마를 꾹꾹 누르면서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다.
동생을 따라 식탁에 앉으면서 다시 물었다.
“무슨 심경의 변화냐?”
“머리에 관해 묻는 거야?”
“그래.”
“어이구, 언제부터 동생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고작 머리 자른 거에 질문이셔?”
“내가 관심 없을 건 또 뭐냐?”
“흥, 그냥 귀찮아서 잘랐을 뿐이야.”
“귀찮아? 머리도 며칠에 한 번씩 감는 게 뭐가 귀찮아? 혹시 나 모르는 사이에 연애했어? 그러다 헤어지고 확실하게 잊어주겠다는 뜻으로 머리를 댕강?”
“머리를 댕강하면 죽어. 이 오빠야. 그리고 연애는 개뿔! 그냥 말 그대로라니까. 귀찮아서 잘랐어. 이제 고3이잖아. 예전과는 다르지.”
“뭐가? 오빠도 잠시 고3 생활했잖아. 먼저 길을 걸어간 선배로서 상담을 해주마.”
순간 엄마와 동생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엄마, 엄마마저 그러면 안 되지. 아들 작년에 고3이었잖아.”
“그랬었니? 미안 엄마가 깜빡했어.”
“엄마가 그러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뭐 고3다운 행동을 했어야 고3이라고 하지. 허구한 날 노래만 부르고 다니니 엄마가 어떻게 알아?”
“그래. 네 똥 굵다.”
“아들, 오늘 엄마랑 보육원 가는 거 잊지 않았지?”
“응.”
엄마에게 대답하고 다시 동생을 봤다.
“그래서?”
“뭐가?”
“왜 잘랐냐고?”
“고3이라 잘랐다고 했잖아. 뭐가 그렇게 궁금해? 오빠는 방송이나 촬영할 때 헤어스타일이 매번 바뀔 때마다 무슨 일이 있어서 그렇게 바뀌는 거야?”
“응. 촬영할 때 그렇게 해달라고 하니까 바뀌는 거지. 그래서 넌 왜 바꾼 거야?”
“이씨,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없지. 나는 그냥 새해도 되고 해서 열심히 하자는 뜻에서 잘랐어.”
“그래.”
“응. 짧으면 머리 감기도 쉽고 시간도 절약되니까.”
“이제 머리 매일 감는 거냐?”
“이씨, 여자는 본래 머리 자주 안 감 어.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내 친구들도 머리 긴 애들은 다 그래. 머리 감고 말리는데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린다고.”
“그래. 그래서 매일 감는다고?”
“나 지금 누구랑 이야기 하는 거니? 차라리 벽이랑 이야기하지.”
“차라리 엄마처럼 파마하지 그러니? 머리 금방 말라.”
엄마가 마이콜 같은 파마머리를 보이면서 말했다.
“아니, 엄마, 차라리 안 감고 말지. 그렇게까지는 하는 건 아니지.”
“엄마도 예린이처럼 이런 머리 해라. 훨씬 젊어 보일 텐데.
“안돼. 음식 장사하는데 머리 이렇게 길면 장사하는 데 방해돼.”
“장사는 무슨, 요즘은 띠용 씨가 다 하잖아. 안 그래도 띠용 씨는 가게를 키우고 싶어 하던데.”
“홍이는 요즘 장사가 잘되니 헛바람이 들어서 그래. 엄마가 홍이더러 크게 하고 싶으면 독립하라고 했거든.”
“엄마가 무슨 요리학원 선생이야? 잘 키워 놓았으면 써먹어야지. 독립은 왜? 안 그래도 띠용 씨가 돈 없는데 독립하라고 해서 서럽다고 했어. 거기다 어제 생각해봐. 다닥다닥 테이블 붙여서 자리 마련하느라고 고생했잖아. 큰 식당을 하면 그러지 않아도 되고 좋잖아.”
그런데 내 말이 엄마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모양이다.
“아들, 그래서 엄마가 부끄럽니? 작은 식당 해서 부끄러워? 회사 사람들 데리고 와도 앉을 자리가 부족해서 부끄러워?”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그냥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좀 넉넉하게 살자는 이야기지.”
내 말에 엄마는 가만히 생각을 더듬는 모습을 했다. 그러고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 든다.
“아들, 어제 본부장님이 이야기하던데 말이야.”
“응? 본부장님 이야기면 안 들어도 될 것 같은데.”
본부장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부분이 그냥 던지는 말이다. 그러다 하나 걸리면 옳다구나 하고 파고드는 스타일이 아닌가?
“들어봐. 엄마가 어제 솔깃했어.”
“그래?”
엄마의 등 뒤로 파닥파닥하는 물고기가 보이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그래 그 솔깃했던 이야기가 뭔데?”
“응. 그러니까 어제 내가 해장국과 수육을 내놓았잖니? 너도 알다시피 엄마의 해장국과 수육이 어떤 음식이니?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던 평산 신씨의 유서 깊은 음식이 아니겠니?”
엄마가 눈에 힘을 주면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동생을 엄마의 말이 맞아? 라는 뉘앙스로 쳐다봤다. 동생은 당연히 어이 상실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동생과 나는 할머니가 해주는 음식을 먹은 적이 많다.
하지만 유서 깊은 음식이라기보다는 서바이벌 음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집에 뭐가 있나 살피고는 있는 것을 대충 넣어서 만든 음식. 그런 음식을 유서 깊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엄마가 던지는 밑밥만 들어도 왠지 다음에 나올 말이 쉬이 예상되는 것은 내가 그동안 세상의 때가 묻은 탓일까? 이야기가 대충 짐작이 갔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렇다 치고, 본부장님에게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데?”
“뭐지? 그러니까 이걸 인터넷으로 팔아도 잘 팔리겠다고 하지 뭐니? 레토…레···. 뭐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걸로 팔면 대박 날 거라고 했어.”
“누가? 본부장님이?”
“응. 그리고 옆에서 조 사장님이 무릎을 ‘탁’ 치시더라. 좋은 생각이라고. 좋은 것은 나눠야 하는 거라면서. 생각 있으면 말만 하라고 했어. 자기가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허, 이 사람들이 정말···.”
아니, 남들 술 마시고 놀 때 이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엄마에게 헛바람을 넣었단 말인가? 거기다 엄마는 왜 가게를 늘리자는 이야기는 시큰둥하더니 이런 일에는 또 솔깃한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설마 사장님 소리를 듣고 싶으신 건가??
“동생아, 엄마가 말하는 게 그 레토나 식품 말하는 거 맞지?”
현대인 중에 레토나 식품을 안 먹어 본 이가 있을까? 바쁜 현대인들에게 한 끼의 식사로 주목을 받고 있는 제품이 아닌가?
“레토나가 아니라 레토르트 식품이야.”
“레토나나 레토르트 식품이나 그게 그거지.”
“완전 다르거든. 차와 음식만큼이나 차이가 나.”
“아무튼, 그게 그냥 하려고 해서 되는 걸까?”
“아니겠지. 하지만 조 사장님이나 본부장님이나 진짜 하자고 그러셨겠어?”
“하지만 엄마는 진짜 할 기세인 것 같은데.”
“뭐? 나쁘지는 않잖아. 엄마 음식이 맛없는 것도 아니고, 오빠와 나도 엄마 음식 데워 먹으면서 자랐잖아?”
“그렇게 데워먹는 거랑 레토르트 식품이랑 같아?”
“비슷하지 않을까? 데워먹는 건 똑같잖아?”
“딴에는 그렇다. 엄마, 엄마는 그게 하고 싶어?”
“응? 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좋잖니? 그렇게 팔아도 잘될 만큼 엄마 음식이 맛있다고 하니까.”
엄마는 말을 하면서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동생과 나는 눈을 마주쳤다.
‘저건 해보고 싶다는 뜻이지?’
내가 눈빛을 쏘아 보내니 동생도 고개를 끄덕였다.
‘허, 하필이면···. 이런 걸 해보고 싶다니···. 갑자기 왜 그런 거지?“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조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그런데 아침부터 어쩐 일이냐?”
“다름이 아니라 어제 엄마에게 음식 사업을 해보라고 하셨어요?”
“응? 음식? 아아! 그런 이야기가 잠깐 나왔지. 왜? 어머니가 해보시겠다고 해?”
“아직 하겠다고 말씀은 안 하셨는데 왠지 하고 싶으신 모양이에요. 갑자기 왜 그러시나 싶어서요. 혹시 다른 이야기 들은 거 있으세요?”
“다른 이야기라······. 그래. 들은 게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선뜻 너에게 이야기할 줄은 몰랐구나.”
“다른 이야기가 있었긴 있었군요. 어떤 이야기에요?”
“어머니가 아이들에 대해서 걱정이 많더구나.”
“보육원 아이들 말인가요? 하지만 거기는 이제 지원이 들어와서 잘 돌아간다면서요?”
“그래. 네 팬이나 여러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와서 무탈하게 잘 돌아간다. 하지만 네 어머니가 걱정하는 것은 그 보육원을 나서는 아이들인가 보구나.”
“나서는 아이들요?”
“그래. 너도 알다시피 보육원에서 대학을 보내줄 형편은 안 되잖아? 대부분 고졸이다. 당연히 취업에 나서도 쉬이 취직이 어렵지. 정규직은 꿈도 못 꾸고 비정규직도 고아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게 현실 아니겠어?”
“그거야 그렇겠죠. 그럼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위해 사업을 벌이겠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요?”
“아마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그런 종류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사업이 소꿉장난도 아니고?”
“그렇긴 하다. 그런데 예성아, 어머님이 관심이 있으신 것 같아?”
“네? 사장님은 왜 그게 궁금하신데요?”
“….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동업할까 싶어서다.”
잠시 망설이시던 조 사장님은 말을 아끼듯이 어렵게 말씀하셨다.
“동업이요? 사장님도 같이 하신다는 말씀이세요?”
“네 어머니가 하시겠다면 나도 끼어들고 싶다. 좋은 일도 좋은 일이지만 이건 장래가 밝은 사업이 될 테니까.”
“그런가요?”
“그래 어쩌면 레토르트 식품계의 심혜자가 탄생하는 사업이 될지도 모른다.”
“허, 심혜자라니, 너무 가시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조 사장님이 끼어드는 거라면 의외로 가능성이 있는 사업인가?
조 사장님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부자가 부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 돈을 벌 때는 악착같이 벌고, 쓸 때는 세 번 생각해서 쓴다고 이야기하시지 않는가?
그런 조 사장님이 엄마와 동업을 하고 싶다고 하면 승산이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지금이야 저렇게 매일 소파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사시지만, 지금의 자산을 만들어내기 위해 악착같이 살았던 적이 있다고 하셨다.
“흠, 어제 너희 회사 본부장이 사업 이야기를 지나가면서 꺼냈는데 너희 회사도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지. 어차피 네 어머니가 시작하면 당연히 네 이름은 도매금으로 써먹게 될 테니.”
“그렇겠죠. 엄마와 저는 한 몸이나 마찬가지니.”
“그래.”
“일단 알겠습니다.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나중에 다시 연락을 드릴게요.”
“그래라.”
조 사장님은 그저 동업을 이야기하고는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밝은 청사진이나 이 사업을 하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는 그런 달콤한 이야기.
오히려 그런 점이 믿음직한 조 사장님이다.
‘엄마가 사업이라···.’
솔직히 아무것도 안 하고 사시기에는 너무 젊은 엄마가 아닌가? 인생의 낙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엄마.
그런 엄마가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한다. 거기다 남을 돕기 위해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하니 웬만하면 들어드리고 싶다.
인터넷에서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똑똑한 호구가 성공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만남을 가진다. 그리고 그런 만남에서 선택을 한다. 나는 이 사람에게 뭘 주고 무엇을 받아야 할까? 얼마를 주고 얼마를 받아야 할까? 사람이 살아가면 항상 주고받는 것이 있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말이다.
조직 심리학에서는 가장 성공하는 이를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준 것보다 많이 받으려는 이. 테이커자신이 준 것만큼 받으려는 이. 매쳐 자신이 받은 것에 상관없이 많이 주려고 하는 이. 기버이 기버를 우리는 흔히 ‘호구’라고 한다.
호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하는 이들. 흔히 남들에게 이용당한다고 하는 이들이 바로 호구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이야기에서는 사회에서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는 이들이 바로 테이커 매처가 아니고 이 기버라고 불리는 호구들이다.
대가를 바라는 계산적인 도움은 항상 인간 관계를 무너뜨린다. 그런 이들과 다르게 제공자들은 어려울 때 대가 없이 도와주기에 그 사람에게 고마운 이로 기억이 된다.
덕분에 기버가 도움이 필요할 때 연락을 하면 그 도움을 거절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장 어려울 때 대가 없이 도와줬던 고마움을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 엄마도 그렇게 되려나?’
이 기버는 맺고 끊는 것이 중요한데 엄마가 그렇게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하지만 조 사장님이 함께 한다고 하니,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될까? 사장님이 안되는 사업 끝까지 붙잡고 있을 분은 아니지.’
이런 생각을 하지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항상 잘 나가는 연예인의 옆에는 가족들이 사고를 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무리한 사업이나 빚. 이런 이야기.
그리고 식품이라는 게 관리가 잘돼야 하는 건데, 사고가 터지면 나에게도 불똥이 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엄마가 식당을 하면서도 생길 수 있는 문제니 패스.
그걸 제외하고 나니 엄마가 사업하는 데 문제가 될 건 없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엄마를 도와줄 사람도 있다.
거기다 내가 그래도 이름이 알려져 있으니 초기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 해보라고 하자. 아니면 마는 거지. 그거 망한다고 우리 집이 폭삭 망하기야 하겠어?’
사실 올해가 시작되면서 내 걱정은 해외 공연으로 인해 집을 자주 비우게 되는 것이다. 엄마와 같이 가면 좋겠지만, 집에는 고3인 동생이 있다.
집에 있는 엄마에게 소일거리라도 있으면 덜 외롭고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소일거리치고는 엄마에게 힘든 일일까? 뭐 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생각을 정리하고 나자 홀가분해졌다.
다음날이 되어 기획사로 출근해서 바로 본부장님을 찾아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예성 학생도 많이 받아. 올해도 열심히 해보자고.”
“네. 그런데 엄마에게 사업하자고 하셨어요?”
“응? 아아, 지나가는 이야기로 그냥 한 건데. 설마 하신다고 하니?”
“네. 엄마로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신 격이라서요?”
“뭐?”
“그런 게 있어요. 그런데 정말 가능성이 있어요?”
내 물음에 본부장님은 아무 말 없이 인상을 굳히며 생각에 잠기셨다.
그러더니 생각을 정리하신 듯 나에게 말했다.
“예성 학생, 어머님이 관심이 있으시다는 거 확실하지?”
“네. 저에게 해보고 싶다고 하시던데요?”
“그래?”
“그럼 나랑 대표실 가자.”
“네? 왜요?”
“왜는 왜야? 당연히 우리도 투자해야지.”
“그냥 엄마가 소일삼아 하게 두시지.”
“어허, 사업에 소일삼아 하는 게 어디 있어? 따라와.”
“네.”
“예성 학생도 우리가 외식업에 한 발 걸치고 있는 것은 알지?”
“네. 레스토랑 운영하고 있잖아요?”
“그래. 우리만이 아니라 여러 기획사에서 문화, 외식 방면으로 발을 넓히고 있어. 하지만 아이템이 없어.”
“아! 무슨 이야긴지 알겠는데요. 그냥 저희 엄마 조그맣게 하게 놔두시면 안 돼요?”
“예성 학생, 조그맣게 하는 것도 좋겠지만, 어머니랑 어제 이야기를 해보니 어려운 학생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 마련하고 싶어서 하시는 거지? 그러면 어느 정도 규모는 나와야 하지 않겠어? 아무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도와줄게. 어머님의 해장국은 레토르트 식품계의 허니버터칩이 될 거야.”
“허! 심혜자에, 허니버터칩이라니. 우리 엄마 어떻게 되는 건가요?
“뭐?”
“아니 혼잣말이에요.”
대표실에 들어가 본부장님은 목젖이 튀어나올 정도로 열변을 토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로서는 무호흡으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했던 본부장님이 무안하게 대표님은 가볍게 한마디 하셨다.
“그래. 해라.”
“네?”
“하라고.”
그런 대표님의 말에 나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정말 이 사람들 이렇게 대충 해도 되는 거야?’
아무튼, 이렇게 해서 엄마의 도전이 시작된다.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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