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singer is one RAW novel - Chapter 201
196. 나는 재밌지만 남들은 아닌 건가? >
“여어~”
“여어~”
집에 돌아가니 상우와 홍수가 와 있었다.
“이것아, 겁도 없이 여자 혼자 있는데 남자 둘을 끌어들이다니 정신이 있는 거냐?”
동생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동생은 강적이었다.
“헹, 여기 남자가 어디 있다고? 눈을 씻고 봐도 사람만 있지. 남자는 없네요.”
“크으~. 상우야. 우리 어쩌냐? 남자 사람도 아니고 그냥 사람이란다.”
“뭐? 그만큼 편하다는 거 아닐까? 좋잖아.”
“역시 인기남은 다른 건가? 이놈이나 저놈이나 죄다 여자의 눈치를 보지 않다니······.”
“이놈은 알겠는데 저놈은 누구냐?”
내 물음에 홍수는 나에게 삿대질을 날리며 목소리를 높인다.
“너 말이다. 너. 어디 수만 명의 사람을 끌어모아 놓고, 좋은 대학 나오고, 똑똑하고, 부모님 공경하고······. 또 뭐지? 상우야 뭐가 빠졌지?”
“가장 중요한 게 빠졌잖아. 그런 능력 있는 여자더러 집에서 살림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지.”
“그래. 그거야. 그러면서 욕도 처먹질 않아요. 배꽃 여대 학생들은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이런 미친놈을 그냥 놔두다니······.”
홍수는 무엇이 그리도 억울한지, 만난 후 첫마디부터 나를 까기 바쁘다.
“홍수 오빠, 왜 가만있는 배꽃 여대는 건드리고 그래요? 이 나라의 신예성···. 아니 신여성을 꿈꾸는 여자들이 모인 곳인데······.”
“너 은근슬쩍 오빠 이름으로 장난하지 마.”
“헤헤”
동생의 말에 홍수와 상우가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우리를 본다.
“예성아, 혹시나 해서 말한다만 설마 네 동생 배꽃 여대 지망이냐?”
그 말에 나는 동생을 봤다.
“그런 거냐?”
“글쎄, 하늘대가 안되면 배꽃 여대라도 가야지.”
“허어, 이거 큰일 났군. 상우야 그렇지?”
“어. 이건 전쟁선포나 다름없어. 예린이가 예성으로 얼마나 피해를 봤을지 안 봐도 눈에 선해. 그런 예린이 배꽃 여대로 가서 페미니스트가 되면 우리 예성이 어찌해야 쓸까잉?”
“뭐가? 너희들이 모르나 본데 내가 동생이라면 설설 긴다. 그래서 얼마나 동생에게 잘 해주는데, 동생아 안 그래?”
동생을 봤지만, 동생은 말이 없다.
“…..이제 오빠 왔으니 고기라도 구울까요?”
“어이, 무시하기냐?”
잠시 후 거실에 불판이 놓이고 고기 굽는 냄새가 퍼진다. 집에서 고기를 먹기는 오랜만이다.
고기가 놓이고 술잔이 놓였다. 나는 앞으로 컨디션이 중요하기에 주스 잔을 놓았다.
그 모습을 보는 홍수가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하여간에 자기 몸 하나는 끔찍하게 생각해요.”
예전에 음악 선생님에게 사사 받을 때 이놈들과 같이 지내며 다른 행동을 많이 했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하는 이야긴가 보다.
“당연하지. 난 귀한 아들이니까.”
오랜만에 본 홍수는 여전했다. 여전히 말이 많고, 여전히 뷰티 핑크를 좋아했다.
“야~ 윤설 누나 연기 너무 잘해. 잘나가는 아이돌이라 그런 생활을 해보지도 않았을 텐데. 어떻게 가난한 간호사역을 그렇게 잘 소화할까?”
“말은 바로 하자. 잘나갔던 아이돌이지.”
윤설 누나는 지금 자신의 미래를 향해 달리는 중이다. 연기자가 되려는 누나에게는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아이돌 타이틀이 좋지만은 않다.
내 말에 홍수가 잠시 말이 없다가 물어온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
“뭐가?”
“뷰티핑크 말이야. 이야기 들은 거 없어? 비밀인 거냐?”
“딱히 비밀일 것까지는 없는데, 일단 해체는 하지 않을 것 같아. 소율 누나는 솔로 활동을 위해 가을에 들어오고, 윤설 누나는 연기자. 다른 누나들은 활동을 접고 쉰다고 하더라. 그 누나들은 몸에 병을 달고 살아서 말이지.”
“하긴 어디서나 춤꾼들이 문제지. 해체는 없다는 말이지?”
“응. 소율 누나는 모르겠지만 윤설 누나는 기획사에 뼈를 뭍을 생각이던데.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는 둘째로 치더라도 뷰티핑크라는 이름은 자신의 젊음이라나 뭐라나?”
“하긴 아깝지.”
“기획사에서도 뷰티핑크라는 이름은 값어치가 높으니까 유지할 거래. 소율 누나와 윤설 누나가 꾸준히 활동만 하면 뷰티핑크의 이름으로 가끔 공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분야가 다른 두 곳에서 성공적으로 활동하면 팬들이 유지가 될 테니까.”
“기획사에서도 그렇게 보고 년에 한번은 콘서트를 잡을 생각인가 봐.”
“잘됐네. 그런데 넌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아는 거냐? 역시 톱스타면 기획사 사정을 잘 알게 되는 거냐?”
“그럴 리가, 그냥 내 주위에 이런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을 뿐이지.”
그래. 내 근처에는 그런 사람이 한 명 있다. 매일 내 연습실에 찾아오기에 너무 한가한 거 아니시냐고 물으면 미주알고주알 자신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할거라는 이야기를 커피를 마시면서 말하는 말 많은 사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오빠들 이야기는 그만하고 머리 좀 모아봐. 사진 좀 찍자.”
“뭐? 사진은 왜?”
홍수는 놀라 소리친다. 이놈 이들과 친구지만, 사진만은 피하고 싶었다. 잘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고 살고 있다. 하지만 이놈 이들과 사진을 찍으면 자신만 꼽등이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이놈들 사진을 찍어주면 찍어줬지 같이 찍기는 싫었다.
“오빠들 우리 오빠 SNS 본 적 있어요?”
“어 친구 되어 있어.”
“우리 오빠 SNS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 우리 오빠 가수 되고서는 SNS가 경로당이에요.”
“크크. 경로당이라니.”
“신성훈, 김모건 다 좋다고요. 왜 아저씨들과 찍은 사진이 아니면 다 혼자 있는 사진인지······. 쯧. 회사에 여자 아이돌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오죽하면 제 친구들이 너희 오빠는 친한 연예인이나 친구도 없냐고 할까요?”
“야, 내가 친구가 얼마나 많은데······. 만난 지 오래돼서 그렇지. 안 그러냐?”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상우 사진 찍어도 돼?”
“엉? 안되는 거냐? 내가 친구랑 사진 찍지도 못할 만큼 잘못한 거냐? 꿈을 접은 거만으론 부족한 거냐?”
“아니 그건 아니지. 미안”
홍수는 재빨리 사과했다. 자신은 걱정스러운 물음이겠지만, 상우에게는 자주 듣는 지겨운 질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숙의 시간을 가지고 다시 시작할 수 있던 문제지만 상우는 꿈을 포기했다. 그런 후 많은 이에게서 자신이 물은 질문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식의 질문을 받아 왔을 것이다. 워낙 눈에 띄는 친구가 아닌가?
“벌써 술 취했어? 왜 그래?”
“미안, 내가 좀 과민했지? 예성아, 꼭 너는 계속 가수를 해라. 관두면 안 된다.”
“허, 이놈 보시게. 왜 이렇게 분위기를 잡아?”
“내가 관두니까 알겠더라. 내가 관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걸.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알아보고, 나에 대해 이야기를 해. 누군가는 지나가다 나를 봤다고 블로그에 올려서 내가 다시 화제가 된 적도 있어.”
“오빠, 검정고시 합격하고 기사도 났었죠.”
대학입시 때도 그렇다.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이 입시를 봐도 화제가 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상우는 안 좋은 일이지만 한국을 들썩이게 하였던 친구다. 그러니 검정 입시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었다.
상우의 말이 씁쓸하게 들려온다. 비단 상우만의 일이 아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하지만 그 내리막길에 있을 때도 연예인은 자유롭지 못했다.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로 인해서 여전히 자신의 외향을 위해 돈을 쏟아부어야 했고, 여전히 자신의 위치를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투자를 해야 했다.
허영심이라는 간단한 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연예인들이 돈을 많이 벌면서도 빚이 많은 이유에는 이런 문제도 있을 것이다.
“찍지 말까요?”
“아니 찍어.”
상우의 고함에 얼떨결에 홍수도 찍고 말았다.
“아, 슈발, 나 어쩌냐?”
“뭐 어때요? 오징어가 못생겨 보여도 맛은 좋잖아요?”
“야. 예동이 네가 오징어 맛을 알아?”
“오빠, 성희롱이에요.”
“너 이 자식, 내 동생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거냐?”
그 뒤로 왁자지껄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이 녀석들과 학교를 다니던 게 그리 먼 옛날도 아닌데 추억을 이야기할 때마다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그 뒤로 홍수의 대학생활 이야기가 이어졌다.
홍수는 즐겁게 살고 있었다. 무려 이놈의 친구는 나와 김상우가 아닌가? 그저 같은 학교라고 해도 주목받을 일인데, 우리는 같은 반이고 같이 학교방송을 했던 사이기에 할 이야기가 많았다.
홍수는 항상 목동고 출신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친구들이 나랑 상우에 대해 묻게 되고 당연히 홍수의 입에서는 우리가 등장한다. 그러면 호가호위의 진가를 아는 홍수는 인기인이 되는 것이다. 친구 팔아 성공한 놈이 바로 이놈이었다.
“너 설마, 이야깃거리가 떨어져서 뭐 하나 건져보자는 심산으로 온 거냐?”
“허, 너 이 자식 나를 어떻게 보고, 하지만 아니라고 말 못하겠네. 내가 이번에 미팅을 나가는데······.”
홍수의 생활은 나와 김상우에게 신세계의 일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쩌면 나중에 나에게 이놈이 곡을 하나 만들게 해줄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나는 동생의 말이 떠올라 내 SNS를 살펴봤다. 평소에 나는 SNS 계정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회사에서 관리를 시작하면서 내 것이면서도 내 것이 아니게 된 계정이기 때문이다.
“으~음, 심각하네. 완전 고추밭이구나.”
계정에는 남자의 모습밖에 없었다. 분명 회사에 뷰티핑크나, 연습생들, 거기다 레드엔젤까지. 여자 가수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모두 남자다.
거기다 압도적으로 북두칠성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거야 당연하다. 그 형들은 나와 같이 움직이니까.
‘곤란해. 이러다간 나와 명태 형의 게이설이 나올 수도 있겠어.’
팬 미팅에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진행할 때 나에게 너무 일정만 소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었다. 당연히 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만족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스스로 재미없이 일만 한다고 시인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사는 하나의 작은 세상이다. 학교와 마찬가지라고 할까? 직원들에게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연예인인 나에게는 재밌는 세상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래서야 팬들이 너무 일만 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사. 집. 기획사. 집을 반복하면서 공연을 할 때만 나오는 나에게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바깥의 세상보다 이곳이 재미있기에 그런 것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본부장님에게 갔다.
“계시죠?”
“그래. 어쩐 일이니?”
누나의 질문에 나는 누나에게 되물었다.
“누나 기획사에서 일하니 재밌죠?”
“뭐? 갑자기 그건 왜? 전화 받고 메모하고 누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이 일이 재밌겠어?”
“이상하다. 나는 재밌는데.”
“나도 너처럼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 재밌을 것 같긴 해.”
“그렇죠? 그래서 제가 오늘 기획사를 소개하는 방송을 해보려고 해요.”
“소개?”
“네. 사람들이 기획사라고 하면 회사와 비슷하게 생각하지만, 아주 다르잖아요?”
“아니 다른 건 너희 연예인들밖에 없거든. 연예인이 아니지. 연예인이면서 기획사에 죽치고 있는 건 너밖에 없으니. 너만 그런 거야.”
“바로 그거에요. 저는 기획사에서 생활하는 게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너무 일에만 얽매여 사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한단 말이죠. 그래서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방송을 할까 해요.”
“방송이라면 Y 앱?”
“네.”
“그걸 허락 맡으려고 온 거니?”
“네. 그럼 들어가 볼게요.”
“그래.”
수연은 예성이 들어가자 예성이 한 말에 대해 생각을 했다.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획사를 소개하는 영상을 촬영한다고. 기획사가 하는 게 아니라 보나 마나 예성이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할 것이다. 그걸 생각하니 깨닫고 말았다.
‘어머 슈발, 나도 나온다는 이야기잖아?’
보나 마나 본부장님은 예성의 말에 오케이를 외칠 것이다. 예성에게 약한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니까.
수연은 자신의 옷을 내려다봤다. 하얀색 셔츠에 붉은 얼룩이 묻은 것이 보였다. 김칫국물이었다.
평소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본부장님 비서인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
수연은 바로 인터폰을 눌렀다.
“왜? 누가 왔어?”
“아닙니다. 본부장님. 제가 개인 사정으로 한 시간만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전화는 본부장실로 돌려놓을 테니 한 시간만 받아주세요. 그럼 이만.”
“뭐가 이만이야? 야! 야! 수연아! 갑자기 얘가 왜 이래?”
본부장님은 다시 나를 보며 물었다.
“어디 아파 보였어?”
본부장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평소와 같던데요.”
“그래? 화장실이 급했나?”
“무슨 화장실을 한 시간이나······.”
“수연이는 그래.”
“변비인가요?”
“그래.”
“흠, 그렇단 말이죠.”
“그런데 무슨 일이야? 2집 때문이야? 그거라면 시간을 잡아보자고 이야기 중이야. 너도 알다시피 곡을 고르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주제곡은 네가 생각하는 ‘마음속의 비’로 한다지만 나머지는 회의해야지.”
“네. 알고 있어요. 오늘은 그 일이 아니라 Y 앱 방송 때문에 그래요.”
“방송? 왜?”
방송은 본부장님이 부탁하지 않는 이상 내가 알아서 하는 거로 되어 있다.
그래서 다시 물음을 던지는 본부장님이다.
“실은······.”
나는 SNS와 팬 미팅에서 느꼈던 감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기획사에 있는 것이 너무 일만 하는 것 같은 인상이니까 기획사가 재미있는 곳이라는 알려주고 싶다?”
“네.”
“그래? 한마디로 우리 기획사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싶다는 이야기지?”
“네”
이기호는 예성의 대답에 예전에 자신이 Y 앱을 권했던 시기를 떠올렸다. 그때 자신이 예상했던 일 중의 하나가 Y 앱을 통해 기획사를 알리는 것이었다. 비록 이런 식은 아니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이기호는 자신이 일하는 기획사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감추고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도 없었다. 거기다 예성이 돌아다닌다고 해서 중요한 게 보일 일도 없었다.
“그래. 알았다. 해봐.
*****
“언니, 언니. 일어나 봐요.”
“으응?”
심영은 어제 레드엔젤의 늦은 스케줄로 인해 아침에서야 수면실에서 잠이 들었다. 자신의 주 업무는 신예성이지만 예성의 스케줄은 정해져 있는 때만 하면 되기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꿀맛같은 잠을 자는 도중에 누가 깨우자 놀라 눈을 떴다. 눈을 뜨니 낯선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누구냐? 넌”
“언니, 장난해요? 수연이에요.”
“뭐? 얼굴이 왜 이래? 설마 이렇게 출근했어? 네가 본부장실에 오래 근무하더니 완전 집처럼 생각하는구나. BB도 안바른 민낯이라니. 본부장님 기절 안 하시디?”
“언니는. 제가 설마 이렇게 출근했겠어요? 방금 지운 거예요.”
“왜?”
“그···. 그럴 일이 있어요. 언니 저 분장···. 아니 화장 좀 해주세요.”
“뭐? 네가 하지. 왜 나에게 그래?”
“그럴 일이 있어요. 예쁘게 좀 해주세요.”
“오늘 누구 소개받아?”
“비슷해요.”
수연은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심영은 그런 수연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수연에게 도움받는 게 있으니 피곤하지만 도와주기로 했다.
“앉아봐.”
“고마워요. 언니.”
한창 메이크업을 해주는데 사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아아. 이기호 본부장입니다. 지금부터 한 시간 후에 여러분도 잘 아는 신예성이 기획사를 소개하는 Y 앱을 촬영한다고 합니다.
일하는 중간에 불쑥 들어가더라도 양해 부탁드리면서 기획사를 위한 일이다 생각하고 최대한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대표 형님, 예성이가 갔을 때 러닝 바람으로 앉아 있지 않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그 방송과 함께 수연의 얼굴에 샤샤샤를 그리던 심영의 손도 멈추었다. 저건 협조라고 쓰고 명령이라고 읽어야 하는 상황이다. 누가 본부장님이 협조하라는 일에 반기를 들까?
“넌 알고 있었구나. 그렇지?”
“네.”
“그래서 혼자 먼저 알게 된 비밀을 무기 삼아 서둘러 나에게 달려온 거고?”
“네. 잘 부탁해요.”
수연의 부탁에 심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미안. 여기까지야.”
“언니. 하다 마는 게 어디 있어요?”
“이년아, 넌 양심도 없어? 난 세수도 안 했어. 예성이가 여자 수면실이라고 넘어갈 것 같아? 그놈이라면 ‘여러분···. 흐흐흐 바로 이곳이 금남의 장소라고 불리는 여자 수면실입니다. 제가 여러분 덕에 여기도 와보게 되네요. 히히히’ 그러면서 시원하게 열어젖힐 놈이야. 안 그래?”
수연은 심영의 말에 생각을 해봤다. 확실히 그럴 놈이다.
“그렇긴 해요.”
“그렇지? 그러니 미안하지만, 너와의 인연은 여기까지야.”
심영은 세면도구와 타올을 들고 일어섰다.
하지만 밖으로 나갔던 심영은 나가기가 무섭게 다시 들어와 문을 잠궜다.
“이씨, 수연아, 너 나 못 본 거다. 나가서 여기 아무도 없다고 그래.”
“네?”
“그냥 그렇게 알고 나가면 돼. 나가면 이유를 알 거야.”
수연은 심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나가니 정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획사의 여자란 여자들이 다 나와 심영을 찾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연은 이해가 갔다.
자신도 이런데 다른 이들이야 오죽할까? 기획사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제대로 여자 취급을 받지도 못한다. 일하는데 남녀구분이 없었다.
하지만 여자이기를 포기한 여자도 없었다. 신예성의 Y 앱이라면 수만 명이 아니라 수십만 명이 시청할 확률이 높았다. 그런 곳에 자신의 흑역사를 남기도 싶은 이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기획사에서 신예성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이가 없다. 이 기획사에서 신예성은 연예인이면서 직원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일없으면 언제나 기획사에 와있는 신예성이다. 그 기간이 이 년이 되어간다. 본부장님의 방송을 들은 이들은 직감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찾아오겠구나.’
당연히 여자라면 자신의 외모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런 후에 절망하기보다는 희망의 잡기 위해 길을 나서기 마련이다.
이 기획사에는 ‘페이스오프’라는 이명을 자랑하는 샤샤샤의 대가가 있지 않은가?
“수연씨, 혹시 심영 씨 못 봤어? 기획사에 있을 텐데 어디에도 안 보여. 수면실에 있나?”
“거긴 제가 살펴봤어요. 저도 찾아다니고 있거든요.”
“에휴 그렇지? 너도 어쩔 수 없지?”
“네.”
그렇게 다른 여자들이 자리를 떠나자 수연은 다시 수면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면서 심영을 쳐다봤다.
“언니, 우리 다시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지 않아요?”
심영은 수연의 환한 표정을 보면서 한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슈발”
끝
ⓒ 꿈속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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