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149
150화
한때 황야의 무법자의 본거지였던 곳은 폐허로 변해 있었다. 좀비들로 득실거리는 입구. 입구부터 저렇게 많은 걸 보면, 아마 내부에는 더 많은 좀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보이는 것만 놓고 보면 강력한 변종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 혼자 상대하기에는 상당히 버거운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시간을 들여 무르시엘라고로 치고 빠지기를 하거나, 기계 소환으로 헤라클레스를 소환한다면 충분히 상대 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경험치를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라, 우주 경매장을 목적으로 온 것이니 굳이 그런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눈으로 쉘터 장벽에 엉거주춤 걸쳐져 있는 금속 판자들을 살핀다. 겉보기엔 별 의미 없는 판자들처럼 보이지만, 스턴트 기물들이다.
난이도는 중상(中上). 그리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특히나, 무르시엘라 고를 탄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식은 죽 먹기라고 할 수 있었다.
액셀을 밟는다. 제로부터 맥스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3초. 고속 열차를 뛰어넘는 속도로 세상 이 지나간다. 첫 번째 금속 판자를 가볍게 지난 무르시엘라고가 도약한다.
원래대로라면 첫 번째 금속 판자를 넘고, 두 번째 금속 판자에 착지해 야겠지만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세 번째 금속 판자에 단숨에 착지했다.
그러나 나는 속도를 멈추지 않는다. 세 번째, 네 번째 금속 판자를 건너뛰고, 다섯 번째 금속 판자에 도달했을 때 나는 상공 십여 미터 위를 부유하고 있었다.
눈앞에 목적지가 보인다. 건물 위, 아무것도 없지만 내 눈에는 게임 속에서 보이던 초록색 원이 보이는 듯했다. 나는 정확히 건물 위에 착지했다.
「스턴트 곡예를 성공하셨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상승합니다.(1인 스턴트 보너스 +150%)(중상급 스턴 트 보너스 +300%)」
힐끔, 건물 아래를 바라본다.
좀비들이 이쪽을 향해 모여들고 있다. 하기야 무르시엘라고의 제트 엔진이 제법 시끄럽긴했다. 그래도 정면 돌파한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금속 생성과 금속 변형을 응용해 건물 사이를 잇는 다리를 만들었다. 다리를 달리고 있는데, 지상에서 점퍼 한 마리 가 펄쩍 뛰어올랐다.
하이 점퍼는 아니고 시나리오 4에 출현하는 일반 점퍼였다. 점퍼치고는 나름 육중한 동체를 가진 녀석이 무르시엘라고에 올라탄 순간 미스릴 방패가 무르시엘라고를 감싼다.
내가 금속 변형을 사용하자, 수백 개의 가시로 변해 녀석을 꿰뚫었다.
아직 죽지 않은 녀석이 고통스러운 지 몸을 흔들었지만 무르시엘라고의 무게는 녀석의 무게의 수여 배에 달 할 것이다. 당연히 무르시엘라고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초보자용 플라즈마 건을 녀석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플라즈마 탄이 녀석의 머리를 꿰뚫 고 나서야 잡힌 생선마냥 파닥거리 던 녀석의 몸이 잠잠해졌다.
점퍼의 시체가 내가 만든 금속 다리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약 십여 미터 상공에서 떨어진 녀석의 시체는 가속도를 더해 지상에서 하울링(Howling)을 하고 있는 일반 좀비들 위로 떨어진다.
쿵.
지면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경험치 메시지가 몇 개 떠오른다.
아마 녀석과 충돌하며, 몇 마리가 압사당한 모양이었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다시 무르시 엘라고에 탑승했다.
나는 쉘터 전체를 돌아다녔지만, 포탈을 찾지는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퀸에게 제대로 물어보고 오는 건데, 라고 괜히 투덜거렸다가.
「죄송합니다, 마스터.」
퀸이 눈앞에 나타났다. 본의 아니 게 당사자가 듣고 있는데 뒷담이 아닌 앞담을 까버린 노릇이었다. 나는 하하, 민망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농담이야, 농담.”
「저번과 달리 보물 지도에 그려져 있는 보물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냐, 괜찮아. 어차피 시간 들여 찾으면 되니까.”
「안드로이드 로봇을 파견할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애초에 그러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이끌고 왔을 것이다. 닭 잡는 칼로 소 잡는 셈, 아니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셈이다.
“괜찮아,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일단 하수도 한번 뒤져보지, 뭐.”
나는 맨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퀸은 물끄러미 나를 응시했다. 얼핏 보면 화난 표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나를 걱정하는 것임을 깨달은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안 위험해. 어차피 여기 지하에는 있어 봐야 일반 좀비들밖에 없으니까.”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변종 좀비들 몇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나 혼자서도 충분히 처치할 수 있다. 설령 처치하는 게 힘들다면, 내 스킬을 활용해 충분히 빠져나올 수도 있는 노릇이 었으니 말이다 퀸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나는 맨홀로 향했다. 맨홀은 반쯤 열려 있었다. 나는 가볍게 몸을 던졌다. 바닥에 착지. 내부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휩싸여 있었지만.
초 파워 슈트의 인지력 보정을 받는 나는 어둠 속을 대낮같이 환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육중한 몸집을 이끌고 달려오는 좀비. 강화된 챔피언이다.
무식하게달려오는 녀석은 정통으로 맞는다면, 지금의 나라도 꽤나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초보자 용 플라즈마 건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샷건을 꺼냈다.
악운의 샷건. 확률로 데미지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무기. 강화된 챔피언을 상대로 오늘의 운을 한번 시험해볼 생각이었다. 탕, 탕, 탕.
「치명타! 데미지 3을 입혔습니다.」
「치명타! 데미지 9를 입혔습니다.」
「치명타! 데미지 6을 입혔습니다.」
“무슨 3,6,9게임이냐?”
나는 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악운에 치를 떨었다. 아무리 강화된 챔피언의 방어력을 생각하더라도, 치명타로 3,6,9의 데미지를 입혔 다는 것은- 정말 오늘의 운이 최악이긴 한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방아쇠를 당 기자.
「치명타! 데미지 999를 입혔습니다.」
지금까지의 공격을 만회하고도 남을 데미지를 가진 탄환이 강화된 챔피언의 머리에 꽂혔다. 퍽! 수박 깨 지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머리가 폭 사된다.
아무리 강화된 챔피언의 육체 능력이 뛰어나니 뭐니 해도, 999의 데미지를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으니 멀쩡할 리 없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머리가 박살 나고서도 육체가 한동안 꿈틀거렸지만, 살아있는 것이 아닌 사후 경직이었다.
풍덩풍덩. 무언가가 발로 물을 박 차며 달려오는 소리. 방금 전의 총 성을 듣고 하수도 안에 있던 다른 좀비들이 맹렬하게달려왔다.
이번에는 악운의 샷건을 사용할 생각이 없기에, 나는 악운의 샷건을 내려놓고 기관총을 들었다. 드르르르. 분당 수백 발이 나아가는 강화된 기관총이 좀비들을 사정없이 꿰뚫었다.
결과적으로 말한다면, 하수도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한마디로 헛수 고를 저지른 셈이었다. 그렇다면 건물 안에 있는 건가, 하고 건물을 뒤져보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어디 있지?’
현타가 와서 무르시엘라고에 탑승한 채로 멍하니 있던 나는 문득 하늘을 바라봤다. 그 순간, 구름 사이로 연보라색의 무언가가 눈에 들어 온다.
“찾았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필이면 다른 좋은 곳, 다 내버려 두고 왜 저기 있는 거야?
“세 분이 저희 지부를 찾아주신 이유는…”
존슨들을 대하는 소린의 태도는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아무리 그가 안하무인(眼下無사인 재벌 3세라고 하지만, 게임 캐릭터 가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그들의 엄청난 무용을 방금 전에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워낙 게임을 좋아했던 그는 그들을 향해 일종의 동경심마저 품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존슨이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카시오페아 사에 용병으로 몸을 의탁할까해서였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장벽을 둘러싸고 있는 좀비 떼를 보게 됐고…”
한마디로 우연에 우연이 겹쳤다는 의미였다.
존슨의 대답에 소린의 얼굴이 밝아 진다.
“잘 찾아오셨습니다. 저희 카시오페아 사는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전 소속이 어디였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의 물음은 조심스러웠지만, 이 아포칼립스 세상에서는 반드시 물어 봐야 하는 질문이었다. 그가 혹여나 구원교 같은 세력에 소속된 이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쉘터 아포칼립스라는 곳입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들어보지 못한 곳이다.
“쉘터 알파벳입니까?”
“예, 비슷합니다. 쉘터G와 병합됐 으니까요.”
그제야, 그는 안도 했다. 쉘터 알파 벳 중에 나쁜 세력은 없다.
“아, 알고 있습니다. 이서나, 고 계 집애가 있는 곳이군요.”
“이서나와 친하십니까?”
사실 그리 친하다 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는 태연하게대답했다.
“예, 서나와는 꽤 친한 사이였습니 만나면서로 으르렁댔던 사이라고 차마 진실을 밝히지는 못하는 그였다.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숙소를 배정해드리겠습니다.”
그때, 존슨이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노트를 꺼냈다. 박시현이 그에게 줬 던, 시나리오 4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적혀져 있는 노트였다.
“그런데 듣자 하니 카시오페아 사는 여러 지부로 나뉘어 있다고…”
“예, 여기는 8지부입니다.”
“제 친구의 말로는 2지부로 가는 게 가장 좋을 거라해서…”
실제로 박시현은 그들에게 2지부를 추천했었다.
쉘터 아포칼립스와 군사 동맹을 맺 은 데다 시설적으로 보나, 정치적으로 보나, 플레이어가 가장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 그 이유에서였다.
순간적으로 소린의 얼굴이 굳었다.
“…하하, 아닙니다. 8지부만큼 좋은 곳은 없습니다. 제가 누군지 아 십니까?”
그는 억지 웃음을 지었지만, 그의 입꼬리는 축 내려가 있었다.
“아, 알고 있습니다. 소린, 맞죠?”
“예. 제 할아버지가 카시오페아 사의 회장이십니다. 2지부? 분명 좋은 곳은 맞지만, 회장의 직계 혈손 인제가 있는 8지부만 못하죠.”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의 할아버지- 카시오페아 사의 회장은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물론 기존의 지부를 뛰어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가장 출중하 다 할 수 있었다.
그는 긴장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만약 이 쉘터 아포칼립스에서 왔다는 초능력자들이 2지부로 가버 린다면 죽 쒀서 개 주는 꼴이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그의 표정을 즐기던 존슨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당분간 이 8지부에서 지내도 되겠습니까? 너희들도 불만 없지?”
“대장, 알아서 해.”
언제나 존슨에 있어서는 예스맨인 청한이야 고개를 끄덕였고,
“참, 언제 물어봤다고. 네가 알아서 해.”
올리비아는 관심조차 없다는 듯 쉘터를 훑어보고 있었다. 이내 발을 쩔뚝거리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한 그녀가 힐링을 사용했다.
겉으로 보기에도 심각해 보이던 고양이의 상처가 아물었다. 머리가 반 쯤 까진 고양이가 그녀를 바라보며 애옹, 울었다. 마치 감사인사를 하듯 말이다.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던 소린 o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고의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존슨에게 손을 내밀었고, 존슨은 그의 손을 맞 잡았다. 그렇게, 존슨의 파티는 카시오페아 사제 8지부에 소속됐다.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