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189
191화
나타샤를 통해 아이가 구사하고 있는 언어가 러시아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는 아이와 몇 가지 대화를 나누고 내게 그대화 내용을 알려줬다.
“이 아이의 이름은 니키타, 저희와 마찬가지로 게임 속에 빨려 들어온 플레이어라고 하네요.”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어린아이가 말입니까?”
팀 아포칼립스는 19세 이용가다. 물론 부모님의 아이디를 해킹했을 수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어린 나이였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들어오게 됐다는 거야? 이 게임 속에 있는 플레이어는 우리가 전부 아니었나?”
알리샤의 날카로운 물음을 대신 전달하는지, 나타샤는 이것저것을 물었다. 그녀 역시 말이 통하지는 않는지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아이는 밝진 않지만, 그래도 또랑 또랑한 목소리로 그녀가 묻는 것에 대답을했다. 그녀는 대답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공의 증표를 이용했다…는대요? 시공의 증표가 뭐죠?”
“시공의 증표라면…”
어렴풋 들었던 기억은 난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 데… 게임상에 존재하는 히든 아이템으로, 만약 획득한다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하지만 정작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롤러들이 미쳐 날뛸 것을 염려한 플레이어들이 말 그대로 폭발했기 때문이다.
결국 게임 운영자는 진심 어린 사 죄를 하고, 해당 아이템을 삭제했었다. 그래, 분명 그럴진대… 눈앞에 아이가 나타났다. 자신은 다른 게임에서 온 플레이어라고 소개하는.
지오반이 존슨이 설립하게되는 초능력자(플레이어) 협회에서 아이를 보기도 했었고, 아이가 거짓말을 할 리 만무하니, 그렇다면 거짓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마땅하다.
“다른 데 상황은 어떻지?”
존슨이 흥미로운 얼굴로 아이에게 물었다. 마치 그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니키타가 입을 열었다. 물론 우리 쪽에서 알아들을 수는 없으니, 나타샤가 입을 열었다.
“함께 참가했던 열다섯 명의 플레이어 중 오로지 남은 건 아이를 포함해서 세 명뿐이라 해요.”
열다섯 명 중에 열두 명이 죽었다. 그렇다면, 후반부 시나리오일 가능성도 높다.
“시나리오는요?”
“이제 시나리오 1을 넘겼다네요.”
“하기야…”
게임의 난이도는 낮지 않다.
나야 오랫동안 게임을 해왔던 고인물이고,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미래 의 고인물들인 만큼 게임에 대한 재능이 상당하지만, 만약 그런 것도 아닌 평범한 일반인들이라면?
백이면 백 전멸하고 말 것이다. 시나리오 1에서 12명이 죽었다는 이야기는, 그들 중에 ‘핵 고인물’이라도 없는 한 그들이 전멸할 것이라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도 니키타가 유일한 희망이었 는데… 실수로 이곳에 넘어와 버려 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냐고 물어보네요. 만약 자신이 없다면, 아버지가 죽고 말 거라고.”
아이는 아버지와 같이 이 세계에 빠졌다는 모양이었다. 다시 넘어가 기 위해서는… 나도 잘 모른다. 애초에 보지도 못한 도시 괴담 같은 아이템인데, 내가 알 리 없잖아.
“시공의 증표를 다시 얻으면 되지 않을까요?”
안타까운 듯한 쯔쉬안의 물음에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그건
솔직히 모른다. 시공의 증표, 하나 도 얻기 힘든 아이템이다. 이 게임에서 시공의 증표를 다시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아이템을 사용하면, 다른 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는 걸까?
결국 니키타는 우리 쉘터에 묵게 됐다. 말이 통하는 이가 나탸사밖에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플레이어인데다 자그마한 아이를 내칠 정도로 나는 잔인하지 못했다.
한편으로 나는 니키타와 직접 대화를 나누기 위해, 나타샤에게 러시아 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와의 대화는 모조리 번역으로 변해버리지만, 배우는 게 불가능하진 않기 때문이다.
“우리말고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 이 많은 걸까요? 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게임 속에 빠진 사람이 많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그건 모르겠습니다. 다만…”
만약 지금 그녀의 말대로 게임에 빠진 사람이 많다면, 그리고 그 사람들이 현실로 복귀한다면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리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금속 변형에 의해 아다만티움 판이 구부러진다. 내 의지에 따라 90도로 구부러진 아다만티움 판은 정육면체 모양으로 변한다.
아다만티움을 직접 가공하는 건 꽤 AP를 많이 먹는 일이었지만, 뭐 어쩔 수가 있나. 다른 작업용 안드로이드 로봇들에게 맡겨둘 순 없으니 내가 해야지.
“정말 대단하세요.”
옆에서는 퀸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요 근래 생체 안드로이드 로봇 의 완성도는 더욱더 높아져서, 그녀는 정말 실제 인간과 ‘전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머리카락, 피부의 탄력까지도. 출렁 대는 그녀의 가슴을 힐끔 본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건 가짜다, 가짜.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퀸이 슬그머니 내게 다가왔다.
“마스터, 어디를 바라보시는 걸까요?”
“또 쯔쉬안한테 가서 이상한 소리 하려고?”
“글쎄요~”
나는 꿀밤을 때리는 시늉을 했고, 그녀는 깔깔 웃으며 머리를 손으로 막았다. 후, 마음 같아선 정말 때리고 싶은데 진짜 말할까 봐 참는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나는 작업에 몰 두했다.
“대단한 기체가 탄생할 것 같아요.”
“당연히 대단한 기체지.”
게임에서 유일한 레전더리 기체다. 메카닉의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뭐, 꽃이라 말하기엔 아다만티움 전함에 빛이 바래지만, 기계 공장 루트에서 최고의 로봇이라 할 수 있었다. 완성만 한다면 하밀리온 타일런트에게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장착할 무기까지 생각한다면 오히려 압도한다고 봐야겠지?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데 서성거리는 지오반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나를 쉽게 대하지 못했다. 왜 그러냐고 직접 물어봤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뭐, 딱히 그만의 이유라도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결정은 내리셨습니까?”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가 부활한 건 그의 의사는 아니다. 때문에 나는 그에게 선택권을 줬다.
청한과 올리비아처럼 고통없이 죽어서 현실로 돌아갈 거냐고, 아니면 이 세계에 남을 거냐고. 그는 고민 해보겠다고 했고, 나는 그가 어떤 선택지를 택했는지 물어본 것이다.
“솔직히 남고 싶긴 하지만…”
“그럼 남으면 됩니다. 이제 더이상 시나리오 3처럼 위험할 일은 없습니다.”
지오반은 워런 존스의 습격을 받고, 그가 이끄는 좀비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그때는 아직 우리 쉘터가 시나리오에 제대로 영향을 미치지 못할 때의 이야기였다.
그때의 우리 쉘터와 지금의 우리 쉘터를 동일 선상에 놓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그가 전투 참여를 하지 않고, 휴양을 위해서 남겠다고 해도 나는 그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는 얼굴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남겠네.”
“좋은 선택이십니다.”
나는 지오반이 남게 돼서 내심 좋다고 생각했다. 천상의 구로 살렸더 니, 다시 죽겠다고 한다면 뭔가 허 무했을 테니 말이다.
“나타샤가 좋아할 겁니다.”
그는 엷게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들어오는 경험치는 대부분 지오반에게 몰아줄 겁니다.”
그의 레벨은 시나리오 3상태에서 멈춰 있을 것이었다. 그가 현 수준에 맞기 위해서는 레벨 업을 빠르게 해야 한다. 다행히 시나리오 5의 좀비들은 그를 ‘폭렙업’ 시키기에 충 분했다.
나는 퀸에게 그를 맡겼다. 여전히 좀비 웨이브가 몰려오니, 퀸을 따라 다닌다면 그는 수월하게레벨 업을 할수있을 것이다.
게임에서 부활한 그가 폭 렙업을 하고 현실로 돌아간다면 그 레벨은 그대로 적용되는 걸까? 순간적으로 의문이 떠올랐지만 이내 나는 관뒀다.
어차피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일 도 아닐뿐더러, 시간이 지나게 되면 알게 될 테니 말이다. 나는 이내 다시 타이탄으로 눈길을 돌렸다.
뽀# 뽀
슈바인 대통령은 딸의 이름을 데메 테르라고 지었다. 풍요의 여신이라는 이름처럼 그녀가 이 나라를 발전하게만들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였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딸인 그녀를 사랑했다.
과학자들은 그녀의 이름을 딴 로봇을 만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지금…
– 죄송합니다. 카시오페아 사의 보물 창고를 찾지 못했습니다.
“괜찮아요. 어차피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안 했으니까요.”
보고 무전이 울린 이후 데메테르는 근심 어린 얼굴로 도시 내부를 바라봤다. 쉘터 아포칼립스,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터무니없는 세력이었다.
좀비가 득실거리는 이 세상에서 도시 반절을 집어삼킨 것도 말도 안 되는데, 안드로이드 로봇 수백 대, 수천 대를 운용한 적이 있단다.
저번에 조사대를 파견해 조사했던 것이 사실은 빙산의 일각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녀는 위협감을 느꼈다. 만약 그들이 밀고 들어온다면 자신들이 막을 수 있을까?
그녀는 막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카시오페아 사의 보물 창고, 핵 발사실을 찾 으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것도 찾는데 실패했다. 사실 명색이 보물 창고인 만큼, 찾는 게 힘들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아니, 어차피 찾는다 해도 우리가 활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핵 발사실은 만약을 위한 보호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렇게 속으로 되뇌면서, 그녀는 내려가기 위해 계단으로 향했다.
그때, 쿵!
장벽 전체가 떨리는 진동에 그녀는 뒤를 돌아봤다.
얼른 달려가 장벽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좀비 가장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거대한 좀비는 하나가 아니었다. 하나, 둘, 셋…
수없이 많은 좀비들이 장벽을 두드 리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탄생한 걸까 의아할 정도로 하나같이 거대한 좀비들뿐이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두꺼운 아다만티움 장벽이 무너질 리는 없겠지만, 심리적으로 위협이 되는 건 당연한 노릇이었다.
‘다른 거주민들이 의아하게생각할 거야.’
장벽 너머에서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면 언젠가는, 아니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거주민들의 귀에도 닿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상하게생각할 건 뻔했다.
어떻게 소리를 내지 못하게막아야 할까 전전긍긍하던 그녀는 거대한 좀비들을 향해 저격총을 겨눴다. 가볍게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탄환을 정면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좀비는 쓰러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날뛰기 시작했다. 무전기가 치지 직 거리더니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저격총을 가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