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game alon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2
제192화
192화
“너무 추워요…….”
“괜찮아?”
목적지에 도착한 건우는 따라온 레이나에게 자신이 입고 있는 두터운 방한복을 걸쳐 주면서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뚫을 테니까.”
“……네.”
그리고 건우는 손을 뻗었고 그의 손에서 시작된 불씨가 앞쪽에 있는 눈을 녹이기 시작했다. 곧 빠르게 녹은 눈 속에서 콘크리트로 된 벽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는 서둘러 뭔가를 꺼내 그 문에 붙였다.
이윽고 건우는 레이나와 함께 뒤로 물러나면서 뭔가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그 벽에 구멍이 생겼고, 건우는 그 안으로 레이나를 먼저 들어가게 하였다.
이후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자연스럽게 방한복을 벗고 방사선 방호복을 꺼내 입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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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반으로 조각난 석판 앞에 선 건우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너무 늦게 왔네요……. 역시 자연 앞에 인간은 너무 나약한 것 같아요. 춥네요…….”
“하아.”
깊게 한숨을 내쉰 건우는 앞에 있는 반으로 부서진 석판을 바라보았다.
“지진인 건가?”
“네, 그런 것 같아요. 그것도 꽤 강한 지진이었나 봐요.”
“…….”
그에 건우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쩌지.”
“일단은 남은 거라도 챙겨서 돌아갈까요?”
“……그래, 그러자.”
한숨을 내쉰 건우는 이내 주변에 조각나 있는 석판들을 최대한 챙긴 후에 그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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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건우는 레이나와 함께 챙겨 온 석판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터미네이터.”
“네. 그곳이 이 일을 주도한 이들이네요.”
석판에서 얻은 정보는 크게 2가지였다. 터미네이터라는 이들의 존재와, 그들이 먼 과거에서부터 존재해 왔으며 그들이 아포칼립스를 터트리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이 세상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그리고 아포칼립스나 터미네이터의 존재에 대해서는 석판이 손상되어 확인할 수가 없었다.
“석판을 복구하는 스킬을 가진 이를 찾는다 한들 없는 부분의 내용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니…….”
“결국 더 알아낼 수 있는 건 없어 보여요.”
“진작에 움직였으면…… 어쩌면 이 세상을.”
그런 건우의 말에 레이나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랬으면 저희가 만나지 못했을 것 같은데요?”
“……하아.”
그에 건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로맨스는 나중에 해. 안 그래도 짜증 나는데.”
“호호.”
그렇게 웃은 그녀는 이내 건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이대로 포기하실 건 아니죠?”
“당연하지. 뭔가 이대로 끝내기엔 너무 아쉬워. 그리고 시스템이 있잖아, 우리한테는.”
“맞아요. 시스템이 생겨난 이유가 있을 거예요. 이것으로 모든 게 끝이었다면 시스템이 생겨났을 가능성은 낮아요. 그런데도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건 아직 기회가 남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서로 바라보며 웃은 건우와 레이나는 이내 서둘러 뭔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
“왜?”
“찾았어요.”
“뭐를?”
“방법이요.”
“뭔데.”
건우는 서둘러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고 그녀는 이내 건우에게 그 방법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걸 모두 들은 건우는 이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언제야, 그게.”
“일주일 후요.”
“일주일? 그럼 서둘러야겠는데?”
“네, 맞아요. 빨리 가요.”
이후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둘러 사무실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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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로 그들이 향한 곳은 바로 미국에 있는 커다란 병원이었다. 팔라딘들과 함께 병원 입구로 들어온 건우는 근처에 있는 간호사 1명을 붙잡으며 말했다.
“저기요.”
“네. 어…… 건우 님?!”
“반갑습니다. 저기, 이 병원에 수나라는 분이 어디에 계시는지 좀 알아봐 주시겠어요?”
“아. 네. 잠시만요.”
그리고 간호사는 서둘러 컴퓨터를 조작했고 곧 이내 건우에게 다시 돌아와 말했다.
“1210호실에 계세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건우는 레이나와 함께 1210호실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한 건우는 노크를 하였다.
“네.”
안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건우는 바로 문을 열었고, 그곳은 6인 병실로 안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들은 전부 건우를 발견하고는 크게 놀랐고 건우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여러분들 중에 수나가 누굽니까?”
“……어? 저인데요?”
그에 건우는 주근깨가 꽤 인상적인 여인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녀를 본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임산부였고 그를 본 건우가 병실 입구 쪽에 있는 경호원인 팔라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서 관계자한테 조용하게 얘기를 좀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알아봐 줘.”
“알겠습니다.”
이후 건우는 앞에 있는 수나와 그녀의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남편분 되십니까.”
“예…….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좀 긴 얘기입니다. 장소를 좀 옮겨서 차근차근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병원의 관계자로 보이는 이가 나타났다. 그는 건우에게 굽실댔고 건우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내가 좀 바빠서, 부탁한 것부터 좀 처리를 해 줬으면 합니다만.”
“아. 예. 최상층에 VIP 병실이 있습니다. 지금 그 층 전체가 비어 있는 상태라 거기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레이나, 일단 두 분이랑 같이 가 있어.”
“네.”
그 후 건우는 일단 상황을 간략히 정리한 후에 최상층에 있는 VIP 병실로 이동했다. 최상층에 도착한 건우는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팔라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들이 접근 못 하도록 지켜. 그리고 내가 나올 때까지는 너희도 저쪽으로 다가오지 말고.”
“알겠습니다.”
이후 병실로 들어간 건우는 레이나가 수나와 해맑게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레이나.”
“아. 오셨어요.”
“설명했어?”
“아뇨, 아직.”
그에 건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나와 그녀의 남편을 번갈아 보았다.
“지금부터 듣게 되실 내용은 꽤 충격적일 겁니다.”
“……예?”
“일단은 마음의 준비를 좀 하고 들으셔야 할 겁니다. 특히나 수나 님은 임산부시니까.”
그러자 수나와 그녀의 남편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고개를 끄덕이고는 건우를 바라보았다.
“저는 이 세상을 구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네?”
“그리고 그 방법이 바로 수나 님의 배 속에 있습니다.”
그에 둘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 뭔가 깨달은 듯이 말했다.
“설마, 저희의…….”
“예, 맞습니다. 두 분의 아드님이신 레일 님이 가지신 고유 스킬, 그것이 필요합니다.”
수나와 그녀의 남편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내 건우에게 물었다.
“어떤 스킬입니까?”
“회귀입니다.”
“……네?”
“과거로 시간을 돌리는 게 그가 가진 고유 스킬입니다.”
“…….”
“그렇다면 아들의 스킬만 있다면 아포칼립스가 터지기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그리고 수나의 남편은 신이 난 듯이 말했다.
“자, 잠시만요. 그러면…….”
그러나 수나는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예, 맞습니다. 과거로 돌아갈 순 있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세상은 변할 겁니다. 지금 저희가 살아 있는 이 세계는 과거로 돌아가게 된 저와 레이나만이 기억하게 될 것이고.”
“…….”
“아포칼립스가 터지고 지난 20여 년간 태어났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그 스킬의 소유자이신 레일 님, 더 나아가서 지금 부부의 연을 맺으신 두 분도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 겁니다.”
그에 수나와 그녀의 남편은 충격을 받은 듯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제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레일 님의 스킬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서입니다. 그렇게 해서 인류를 구하고 싶습니다.”
“하, 하지만 인류는 이미 충분히 풍족하게 생활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위협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가 죽고 난 이후에도 그렇게 될까요.”
“…….”
그러자 열심히 말하던 수나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과거에 제가 어떤 물건을 복사하는 이와 싸웠던 적이 있습니다.”
“…….”
“저는 그를 죽였고 당시에 그가 복사했던 수많은 물건들은 그의 죽음과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저는 다를까요?”
“…….”
“제가 이룬 모든 것들이 제가 사후에도 존재할까요? 저는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유명하죠? 레이나의 고유 스킬.”
그에 그 둘은 레이나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둘의 시선을 피했다.
“제가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정도는 산다고 합니다. 근데, 그 이후에는 죽습니다. 그리고 제가 죽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제가 이뤘던 모든 문명은 멸망의 수순을 밟게 됩니다.”
“…….”
“그리고 그로부터 60년, 제가 죽고 61년 후에 최후의 인류가 사망합니다. 네, 61년 후에 인류는 멸망, 아니 멸종합니다.”
건우의 설명에 둘은 아무런 말도 못 한 채로 가만히 허공을 응시했다. 그리고 뭔가 결심한 듯한 수나가 건우를 향해 물었다.
“그러면 저희에게 얼마나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신가요?”
“25년. 레일 님이 성인으로 성장하고 5년 정도는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어떤 것이든 하고 싶으신 게 있으시다면 뭐든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이후 건우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 25년 후에, 저와 레이나가 과거로 갈 수 있도록 레일 님을 설득해 주십시오.”
“…….”
그 말을 마치고 약 10분이 넘도록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이내 수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이 과거로 돌아가면, 인류는 살아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릅니다.”
“……예? 그게 무슨.”
이후 건우는 옆에 있는 레이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레이나의 스킬은 미래를 보는 스킬이지, 또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스킬이 아닙니다.”
“……아.”
“결국, 그 이후의 일은 저희도 모릅니다. 과거로 돌아가 봐야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속드리겠습니다.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수나의 남편이 건우를 향해 소리쳤고 건우는 살짝 웃었다. 그러고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과거 아포칼립스가 터지고 10년 동안 70억이었던 인구수가 5억으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10년 동안 제가 세운 문명 속에서 인류의 인구수는 2배가 넘게 늘어서 지금은 약 11억 명 정도 됩니다.”
“갑자기 무슨 말씀…….”
그에 건우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소리쳤다.
“나는 11억이 넘는 사람을 죽이고 과거로 가는 겁니다!”
“아…….”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서는 70억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싸울 거고요.”
“…….”
그러자 그들은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건우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자식을 포기해야 하는 당신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할게요.”
결국 수나는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고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아뇨, 저라면 못 했을 거예요. 11억 명을 죽이고 70억 명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가는 일은.”
“…….”
그에 건우는 멋쩍게 웃었다.
“솔직히 좀 X같은 기분이긴 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건우의 얼굴에 있던 웃음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