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game alone in the apocalypse RAW novel - Chapter 191
제191화
191화
어느 현대적인 화려한 사무실에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한 사내가 앉아서 어떤 서류를 읽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노크를 하였고 그에 사내는 당연하다는 듯이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들어와.”
그리고 문이 열리고 들어온 백금발의 여인은 곧장 사내에게 다가왔다.
“읽어 보셨나요?”
“응.”
입맛을 다신 건우는 잠시 앉아서 서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사내를 향해 여인이 물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가 봐야지. 어쩌겠어. 아무리 그래도 그냥 밀어낼 순 없잖아?”
“알겠습니다. 지상 님한테 연락할까요?”
“걔를 데리고 가면 시끄러워서 노이로제 걸려. 도대체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시끄러워지더라.”
“호호.”
“그냥 팔라딘 둘 정도만 데리고 갔다 올게.”
그 후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앞으로 걸어가던 그를 향해 여인이 말했다.
“조심하세요.”
“나? 아니면 팔라딘들을 말하는 거야?”
“누구든요.”
그런 그녀의 말에 사내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공항으로 갈 테니까 그쪽으로 오라고 연락 좀 해 줘.”
“네.”
“그래.”
대충 대답한 사내는 이내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밖으로 나온 사내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가 있는 곳은 그야말로 도시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주차되어 있는 차나, 실제로 차량이 지나다니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대중교통으로 보이는 버스도 가끔씩 돌아다녔다.
그리고 주차되어 있는 차량으로 이동한 그는 바로 차에 올라탔고 어딘가로 향했다. 어느 개활지에 도착한 사내는 적당한 곳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잠시 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차에서 내리자, 10명 정도 되는 무리의 사람들이 빠르게 다가왔다. 그들은 남녀가 섞여 있었는데, 모두가 제복과도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내가 갈 곳이 좀 있어서.”
“예. 그럼 전용기를 가져올까요?”
“응.”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이윽고 그들 중 몇 명이 어딘가로 빠르게 사라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에서 커다란 여객기가 나타났다.
여객기가 사내의 앞에 멈춰 서자, 어딘가에서 이동식 계단이 매달려 있는 차량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내는 손쉽게 여객기에 올라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대만.”
“대만이요. 바로 출발할까요?”
“조금 기다리면 팔라딘 올 거야. 걔들 오면.”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사내는 좌석에 앉았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
.
.
“도착했습니다.”
그 소리에 천천히 눈을 뜬 사내는 하품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여객기에서 내리면서 말했다.
“아마 한두 시간 안에 다 끝내고 돌아올 거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가자.”
사내의 말에 입구 쪽에 서서 사내를 기다리고 있던 검은 옷차림의 2명의 경호원이 그의 뒤를 따랐다.
여객기에서 내린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기존에 건우가 있던 화려하고 여러 가지 색채로 가득 찬 것과 같은 도시와는 거의 정반대의 느낌을 주었다.
물론, 그렇다고 시골 또는 농촌의 느낌은 아니었지만 마치 무채색의 도시에 도착한 것 같았다.
“어디로 가야 했더라.”
“제가 미리 확인해 두었습니다.”
“그래? 그럼 바로 가자.”
그 말을 하자마자 갑자기 그의 앞에 4인승 승용차가 나타났다. 그에 뒤에 있던 경호원이 자연스럽게 문을 열어 주었고 그는 차에 올라탔다.
이후 2명의 경호원은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눠 타더니 어딘가로 운전을 시작했다. 20분 정도 이동한 그들은 어느 캠프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그 캠프는 나름대로 단단한 느낌을 주었으나 사내의 눈에는 만족스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캠프 앞에 도착한 사내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 귀에 끼고는 말했다.
“대화를 좀 하러 왔는데. 캠프의 주인이 있으면 좀 나와 보지.”
“…….”
이후 5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캠프의 커다란 문이 열리면서 30명 정도 되는 무리의 사람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저마다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검이나 창 같은 냉병기들이었다. 그러자 경호원들이 품에서 권총을 꺼내자, 사내는 손을 살짝 들었다.
그에 그들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총을 다시 품에 넣었고 가만히 손을 모으더니 사내의 뒤에서 정면을 바라보았다.
“딱히 싸울 생각으로 온 건 아니야. 대화를 좀 하고 싶은데.”
“우리의 의견은 이미 다 전달을 했소. 그것과 관련해서 더는 할 말이…….”
캠프장으로 보이는 이의 말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당신들 의견은 알겠어. 그럴 수 있지. 나도 누군가가 자신의 밑으로 들어오라고 하면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거절할 수도 있지. 나는 존중해. 그럴 수 있지.”
“그렇다면 도대체 왜 찾아온 것이오…….”
“부탁을 좀 하려고.”
“부탁? 무엇을…… 말이오.”
“저쪽으로 쭉 가면 캠프가 하나 있어. 알아?”
그렇게 말하며 사내는 산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알고 있소.”
“그래?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네. 그 캠프는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거든. 그래서 이것저것 개발을 좀 해야 하는데.”
“개발?”
“공항도 좀 새로 만들어야 하고 차가 다니려면 도로도 좀 있어야 하고. 알다시피 저쪽에 바다가 있잖아. 웬만하면 캠프에서 쉽게 갈 수 있게 직선으로 도로를 까는 게 편하고 예쁘잖아?”
그러자 그들은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캠프의 위치를 좀 옮겨 줄 수 있나?”
“……그게 무슨.”
“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옮기는 건 우리가 해 줄게. 하루도 안 걸려. 반나절이면 다 돼. 대신 위치는 좀 멀리 가게 될 거야. 그래도 걱정은 마. 이동도 버스를 몇 대 가져와서 도와줄 테니까.”
“버, 버스?”
그에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때?”
“마, 만약 싫다고 한다면.”
“뭐, 그렇다고 너희를 다 죽이거나 그러지는 않아. 근데…….”
그리고 사내가 말을 흘리자 그들은 마른침을 삼켰다.
“너희는 우리 세이비어에 소속된 사람들이 아니잖아? 그러니 우리 입장에선 너희를 믿을 수가 없어. 그래서…… 격리할 거야.”
“격리?”
“응. 너희가 밖으로 나와서 우리 사람들을 건드리지 못하도록 격리할 거야.”
그러자 캠프장은 당황스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격리한다는 거는…….”
“뭐, 근처에 방어막을 설치할 거야. 너희는 거기 안에서만 생활하면 돼. 그래도 너무 걱정은 안 해도 될 거야. 그렇게 답답하게 느껴지지는 않게 넓게 부지를 잡아 줄 테니까.”
“…….”
“괜찮지? 자, 그럼 선택해. 옮길래? 아니면 여기에서 계속 살래?”
그에 캠프장 뒤쪽에 있던 한 인물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당신이 뭔데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겠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냥 집 위치만 바꾸라니까? 거기에서 자유롭게 살아.”
“웃기지 마! 이곳은 우리의 캠프야.”
그런 그의 반응에 다른 이들도 동조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였고, 그러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옮기기 싫다면야 어쩔 수 없지. 알았어.”
그렇게 사내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하고 몸을 돌리자, 캠프에서 나온 이들 중 몇 명이 사내의 등을 노리고 뭔가를 날렸다.
빠르게 날아온 뭔가를 발견한 경호원들은 그것을 쳐 냈고, 당연하게도 그걸 느낀 사내는 몸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거야 원.”
“…….”
그에 경호원들은 사내를 바라보았고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냥 밀어 버리자.”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경호원들은 품에서 각자 무기를 꺼냈다. 그로부터 약 30분이 지나자, 적어도 100명이 넘는 이들이 단 2명에게 제압되었다.
그렇게 제압된 사람들은 캠프 구석에 모여서 몸을 벌벌 떨었고, 그때 사내가 경호원들에게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30분이나 걸렸네. 좀 오래 걸렸다?”
“죄송합니다. 무기를 권총밖에 안 가져와서.”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그리고 고개를 끄덕인 사내는 이내 그들을 바라보았다. 죽음의 공포에 몸을 떨면서 눈치를 살피는 그들을 바라보던 사내는 천천히 말했다.
“끝내. 돌아가자.”
“예.”
그 말을 끝으로 경호원들은 바로 앞쪽에 있는 이들을 향해 총을 쐈다. 곧 모여 있던 이들은 그대로 절명했다.
그걸 눈도 깜짝하지 않고 바라보던 사내는 그들의 시체에서 피가 멈출 때까지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축하드립니다.”
“응?”
“이것으로 전 세계를 통일하셨네요.”
그런 경호원의 말에 사내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돌아가자.”
“예.”
그 말을 끝으로 사내는 몸을 돌렸다.
.
.
.
“……건우 님.”
“어? 어…….”
“왜 그러시나요?”
사내, 이건우는 대만에 있었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난 이후로 거의 10시간 정도를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레이나.”
“네.”
“……이게 옳은 걸까?”
“통일을 이루셔서 감회가 새로우신가 봐요. 원래 그렇게 감성적이신 분은 아니시잖아요?”
그러자 건우는 자신의 앞에 있는 아리따운 백금발의 여인을 불렀다.
“레이나.”
“네.”
그녀는 건우의 물음에 대답했고 건우는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씨익 하고 웃었다.
“내가 너무 안일했나 봐.”
“네?”
“세이비어…… 너도 알겠지만 구원자라는 뜻이야.”
“네. 알고 있어요.”
“내가 이 멸망해 버린 세계를 구원할 마지막 사람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지.”
레이나는 그건 몰랐다는 듯이 건우를 바라보았다.
“오늘 마지막 캠프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이고 돌아왔거든? 물론, 내가 죽인 건 아니긴 한데. 결국 내가 명령했으니까. 내가 죽인 거나 별반 다르지 않지.”
“……네.”
“구석에 몰려서 벌벌 떨고 있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봤어. 그러니까 그들의 상태가 보이더라.”
“상태요?”
“응.”
그리고 건우는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누구는 팔에 천으로 깁스를 하고 있었고, 누구는 안대를 하고 있었어. 근데 그들 대부분이 더러웠어.”
“그들은 잘 씻지 못했을 테니까요.”
“맞아. 그리고 가만히 서서 그들이 팔라딘 애들한테 총을 맞아 죽는 걸 바라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에 레이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건우를 바라보았다.
“이 끝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
“……네?”
“내가 죽으면 뭐가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이.”
“……건우 님, 너무 감성적이게 되신 것 같아요.”
“아니. 난 지금 존X게 이성적이야.”
“…….”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내가 세운 문명은? 다시 무너지나? 그러면 결국 내가 했던 모든 것들은 시간 끌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거네?”
레이나는 건우의 말에서 뭔가를 느낀 듯이 잠시 건우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레이나, 스킬 쿨타임 돌았지?”
“네.”
“스킬로 미래를 좀 보자.”
“어떤 미래를 보고 싶으신가요?”
“내가 죽은 이후.”
그에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건우 님, 그거는.”
“아니. 만약 세상이 내 생각과 달리 문명을 유지한 채로 더 나아간다면 나는 그냥 이대로 만족하고 살 거야. 내가 이룬 것들을 즐기면서. 그런데…….”
“…….”
“만약 그렇지 않다면.”
건우는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과거에 내가 살아남는 데에 급급해서 포기했었던 이 세계의 진실을 알아봐야겠어.”
그 말을 끝으로 건우는 싱긋하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