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all-purpose machine RAW novel - Chapter 250
252화
쯔쉬안의 합류 이후 상황이 호전되 긴 했지만, 전세를 뒤집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저거대 전함의 에너지 쉴드를 꿰뚫지 못하는 이상, 데미지를 준다는 것은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시트에 기댄 채 숨을 몰아쉬던 그녀의 몸이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빛은 비단 그녀의 몸에 머무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타고 있는 전함을 넘어 전장 전체로 뻗어 나갔다.
공격력 강화.
인근에 있는 아군의 공격력을 큰 폭으로 증가시키는 스킬. 그녀의 공격력 강화 스킬은 비단 생물뿐만 아닌 무생물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됐다. 전함의 주포가 눈에 띄게 강화된다.
다음 순간, 주포가 일제히 불을 뿜 는다. 강화된 플라즈마 광선들은 마치 무엇이든 찢을 듯, 엄청난 굉음을 내며 하늘을 뚫고 지나가 그대로 거대 전함에 명중했다.
하지만 에너지 쉴드는 이번에도 굳건했다. 쯔쉬안이 ‘아’ 하는 탄성을 흘렸다.
하기야 어이가 없을 법도 하지. 공격력으로 따지면 적어도 50,000은 될 것이다. 주포가 한 방도 아니니 실질적인 데미지는 수백만은 될 것이다. 그런데 꿈쩍도 하지 않다니.
“뭐 저런 괴물 같은 게 다 있어요?”
그녀는 아직 우리가 상대하는 이의 정체를 모른다. 괴물이라… 괴물은 맞지. 퀸의 말에 따르면 무려 1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게임 세계에 머 물렀던 ‘나’라고 했으니 말이다.
아무리 평행세계의 내가 탱자탱자 놀았다 한들 15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다면 괴물일 수밖에 없다. 당장 3년 살아온 나도, 스스로를 괴물 이라고 생각했는데 150년이라…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전력을 모두 끌고 온다 한들, 저 전함 하나를 당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치밀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우리가 저쪽에 비해 유일하게앞서는 것. 그것은 바로…
“퀸. 포탈을 가동시켜.”
“불안정한 포탈도 있습니다. 그래도 가동시킬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과 동시에 하늘에서 포탈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열두 개의 세계. 나는 내가 ‘구원’ 한 열두 개의 세계에 각각 안드로이드 로봇을 제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했다.
그 결과 우리 세계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에서도 하루 평균 수천 기, 수만 기의 안드로이드 로봇을 양산 해내는 게 가능해졌다.
그 재료는 바하라 광산을 개발함으로써 충당했다. 열두 개의 세계이니, 양산해낼 수 있는 안드로이드 로봇 의 숫자는 그 열두 배.
그동안 쉬엄쉬엄 제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 로봇의 숫자는 무려 수백만 기에 달했다.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는 안드로이드 로봇의 숫자는 그 십 분지 일에 불과하다지만, 반대로 말하면 수십 만 기를 일거에 움직일 수 있는 셈이다.
이내 포탈에서,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튀어나왔다. 한 기도 아니고, 수천 기에 달하는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일제히. 안드로이드 로봇들은 나오자마자 거대 전함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이 아무리 공격한다 한 들, 저거대 전함에게 유효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수십만 기가 모조리 건너온다면 이야기가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로봇들은 그동안 개량을 거친 끝에, 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비행의 속도로 보나 그 안정 성으로 보나 비행 드론이나, 전투기에 비하면 모자라지만, 적어도 저거대 전함이 떠 있는 곳까지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정도였다.
“이젠 우리가 되돌려줄 차례입니다, 마스터.”
그때, 거대 전함의 문이 다시 열렸다. 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좀비 무리. 좀비 무리들이 지상으로 내려왔고, 곧 그들은 안드로이드 로봇들과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한 기, 한 기가 하밀리온 타일런트에 맞먹는 괴물들. 분명 일대일만 놓고 본다면 안드로이드 로봇들 한 기 한 기는 하밀리온 타일런트에 비해 부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량 쪽에서는 이쪽이 압도 했다. 포탈이 망가지지 않는 이상, 저 안에는 나온 안드로이드 로봇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양이 있으니 말이다.
물론 하밀리온 타일런트는 정밀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하기야, 당연하다. 애초에 저것들은 좀비가 아닌, 생체 안드로이드 로봇들이다.
엄밀히 말하면 기계와 기계의 전쟁 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인공으로 제조된 피와 살이 튀고, 기계의 잔해가 튀기 시작한다. 밀리는 쪽은 역시나 내가 제조한 안드로이드 로봇 들 쪽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밀리기만 하냐고 묻 는다면 그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안드로이드 로봇들은 내가 생각해도 잘 싸웠다.
분명 퀸이 전투 경험은 풍부하지만, 개별적인 전투에서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마치 아까의 전투를 보고 전투 경험을 흡수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근접전을 벌이다가 밀리면 들러붙 어 자폭을해서 동귀어진하기 일쑤였다. 이런 분투에, 하밀리온 타일런트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포탈에서 계속 안드로이드 로봇들은 쏟아져 나왔다. 기계가 완전 파손되면, 새로운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하밀리온 타일런트들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 보충되는 속도는 확연 히 우리에 비해 밀렸다. 나는 거대 전함을 바라봤다. 거대 전함에 몇몇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들러붙었다.
에너지 쉴드가 어김없이 발동했지만, 쉴드를 뚫고 기어이 전함에 올라탄 안드로이드 로봇들 역시 존재했다. 그리고 전함의 내부로 들어가 자폭을 벌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전함에 데미지가 갔다. 물론 아직은 작은 흠집에 불과했지만,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로 충분했다. 한 번 데미지를 입혔으면, 두 반 데미지를 입히는 일은 간단했으니까.
‘이상해.’
안드로이드 로봇의 투입 이후, 판 세가 우리 쪽으로 기운 모양새였다. 계속해서 전함을 격추시키던 거대 전함의 에너지 광선도 더 이상 발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만약 나였다면, 일단 전함부터 격추시키고 봤을 것이다.
애초에 지금 아래의 인공지능 로봇 들을 컨트롤하고 있는 건 전함에 달려있는 슈퍼컴퓨터들이다. 즉, 전함이 없어지면 안드로이드 로봇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셈이다.
지금의 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153년이나 먹은 나라고 다를까? 너무 자만해서 잊고 있기라도 한 걸까? 차라리 그런 거라면 좋을 텐데…
“이상합니다, 마스터.”
그래, 인간이라면 그럴 수 있다.
“상대는 마찬가지로 평행세계의 ‘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아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지.”
“확실히.”
나는 거대 전함을 바라본다.
투명화가 걸려 있었지만, 내 눈은 내부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거대 전함의 유리창을 넘어, 왕좌에 앉아 있는 듯 오만하게시트에 앉아있는 다른 세상의 내가 눈에 들어온다.
그의 표정은 무미건조했고, 담담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놓치지 않았다. 어째서 웃는 걸까? 분명 상황은 이쪽이 ‘제법’ 유리해졌는데 말이다.
‘봐주기라도 하는 걸까?’
지상으로 내려온 하밀리온 타일런트들은 완전히 말살됐다. 애초에 물량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그러자 안드로이드 로봇들은 이제 전함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도합 삼십일만 기의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일제히 공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한 기, 한 기라면 어림도 없을 공격이었지만 삼십일만 기라면 이야기 가다르다. 한 기당 공격력 5만 입 혀도 155만.
방어력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그런 공격력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애초에 안드로이드 로봇들의 무기의 공격력은 300을 넘어간다.
즉, 9천 300만.
거기에 전함의 주포들의 공격력마 저 더해진다. 이 합동 공격에는 거대 전함도 버티지 못한 모양이다. 거대 전함의 에너지 쉴드에 점점 금 이 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전투를 지속한다면 충분히 에너지 쉴드를 부술 수 있을 거라 예측합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웃지 못했다. 다른 세계의 ‘나’의 웃음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마침내 에너지 쉴 드가 부서졌다. 득달같이 달려든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일제히 자폭한다.
거대 전함이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무적 같았 던 저거대한 전함은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전함의 주포들이 정통으로 꽂힌다.
펑! 펑! 펑!
지상을 난장판으로 만들 정도의 엄청난 전투가 벌어졌고, 그 끝에 거대 전함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슈우 우욱. 나는 유리창을 바라봤다. 유리창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격추 완료…”
퀸의 찝찝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찝찝했다. 다음 순간, 쯔쉬안의 비명 이 들려온다. 나는 고개를 돌려 쯔쉬안을 바라봤다. 그녀의 목을 쥐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나’였다. 대체 어떻게 안으로 침입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어코 내가 탑승한 전함 안까지 침입해온 것이다.
“드디어 대면하게되는구나, 다른 세계의 나여.”
“그녀를 놔라.”
내가 경고하자, 그는 큭큭 옷으며 중얼거렸다. 즐거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즐겁지 않아 보이는 어색한 웃음이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모른다.”
전함 내부에 있던 안드로이드 로봇 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무 의미한 공격이었다. 그를 둘러싼 건 거대 전함과 마찬가지의 보라색 에너지 쉴드.
어느 정도의 내구도를 가지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 예상이 맞는다 면 전함의 주포라도 가져와야 꿰뚫을 수 있을 것이다. 플라즈마 광선 은 허무하게튕겨져나가 애꿎은 바닥만 데운다.
게다가 그가 안드로이드 로봇들을 바라보자,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활동을 정지했다. 아마 스킬의 일종인 거 같은데, 금속 변형을 통해 망가트린 건가.
아니, 아예 링크 자체를 끊어버린 거 같기도 하고.
나는 바닥을 바라봤다. 금속 변형을 통해 그가 서 있는 바닥을 변형 시켜 쇠꼬챙이처럼 만들어 그를 관통시키려했다. 하지만 에너지 쉴드 때문에 제대로 발동하지도 않았다.
“쯔쉬안, 너는 모르겠지. 너와 내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시현…?”
중얼거리는 쯔쉬안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하기야, 그녀의 입장에 서는 적이 ‘나’라는 걸 몰랐으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
그는 웃으며 중얼거린다.
“저 녀석이 가짜고, 내가 진짜라는 걸.”
저건 무슨 소리일까. 그 순간, 주변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가상현실?
자신의 기억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걸까? 내가 아는 이론으로 설명 못 할 이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함선의 내부가 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변한 곳은, 다름 아닌 프롤 로그에 나오는 엘레나 박사의 실험실. 그는 엘레나 박사의 실험실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당신은 누구죠!?”
내부에 있던 엘레나 박사가 비명을 지르듯 그에게 물어왔다. 그러나 그 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실험실 관 안에 있는 ‘플레이어’들.
정확히 말하면 팀 아포칼립스의 주인공들. 그들에게 다가간 그는 플레이어들에 손을 댔다. 플레이어들의 몸은 흔적도 없이 빨려들어 간다.
그리고 그는 이내 관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가 손짓할 때마다 인간들이 소환됐다. 그리고 그 인간들은 다름 아닌… 우리였다.
….
아포칼립스 만능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