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59
59화-어디까지 가능하지
나는 안전 가옥에 복귀해서 서윤재와의 대화를 엄마와 안성희에게 전달했다.
두 사람의 생각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특히 안성희가 괘씸 해했다.
“결국 우리가 이용당하는 거잖아! 고주용하고 다른 게 뭐야? 고주용이나 넘겨준다는 사람들이나 자기 편해지자고 그러는 거잖아! 우리가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는 거야?”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럼, 이일을 지금 그만두고 우리가 알아서 고주용을 찾는 방법이 하나 있고, 고주용을 찾을 때까지만 모른척하고 있다가 고주용을 제거한 후에 상황 봐서 지성천이나 고명철까지 엿 먹일 방법을 찾는 방법이 또 하나 있어.”
엄마가 내 말을 받았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 여기부터 나가고 싶지만, 우리끼리 고주용의 위치를 찾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려움이 많을 거야. 나는 일단 고주용을 찾을 때까지는 모른척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안성희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르게 생각하면 지성천의 입장에서도 고주용을 꼭 제거할 이유가 있기는 하네요. 그 이후는 모르겠지만 거기까지는 목적이 같아요.”
안성희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건 맞았다.
지성천은 고주용을 제거해야 후계자가 된다.
그리고 배다른 형제와 두 조카도 제거하는 게 깔끔하고 편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고주용의 제거까지는 같이 할 수도 있다.
“그럼, 아직 어떻게 할지 정하지 말고 지성천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그다음 일을 결정하죠.”
우린 지성천이 하루나 이틀 뒤에 다시 올 테니 그때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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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지성천이 안전 가옥에 찾아왔다.
이번엔 순두부찌개를 들고 왔다.
간 돼지고기가 들어간 순두부찌개인데 직접 만든 순두부가 들어있었다.
전기가 없으니 당연히 공장에서 만든 매끈한 순두부는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조금은 거칠지만, 더 고소한 직접 만든 순두부를 먹을 수 있었다.
경계심이 들었지만, 그동안 음식으로 장난치지는 않았기 때문에 순두부찌개는 큰 거부감없이 먹었다.
늘 그랬지만 아주 맛있었다.
먹으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다.
배불리 먹고 입을 닦으며 지성천에게 다가갔다.
“안전 가옥을 옮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안전 가옥이요?”
지성천은 인벤토리에서 지도를 꺼내서 넘겨줬다.
“예, 고주용 쪽의 경계가 심해졌습니다. 어차피 안전 가옥 자체가 그룹에서 준비한 장소이기 때문에 고주용 쪽에도 정보가 전해 졌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만 아는 안전 가옥 리스트를 다시 뽑았습니다. 오늘 옮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받은 지도를 보면서 물었다.
“옮기는 거야 문제 될 건 없습니다. 또 다른 제가 알아야 할 정보는 없습니까?”
“경계가 심해져서 더 자세한 정보는 얻지 못했습니다. 서두르지 마시고 충분히 정찰하고 공격하시길 바랍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우리가 고주용을 제거하게 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예?”
“고희명과 그 두 자매를 넘겨주시겠다고 하셨는데 그건 어떻게 해주실 겁니까?”
“아, 그 사람들은 언제라도 확보해서 넘겨 드릴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후계자가 모두 없어진 스타그룹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고주용을 제거하는 목적도 그룹을 유지하기 위해서인데 후계자 없는 그룹이 그게 되겠습니까?”
지성천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고명철 명예회장님이 고령이시지만 당분간 그룹을 운영하실 겁니다. 그 뒤에 적당한 후계자를 선정하실 거고요.”
“혈연이 아닌 능력으로 후계자를 결정한다는 겁니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지성천은 이후 두어 번 더 조심하라는 말을 하면서 떠났다.
나는 엄마와 안성희에게 지도를 보여줬다.
“안전 가옥을 옮기라고 하는데 언제 출발할까요?”
엄마는 지도를 한번 보다가 물었다.
“출발이야 아무 때나 해도 되는데, 뭐라고 하고 간 거니?”
“경계가 심해졌으니 조심하라고 하더라고요.”
안성희가 되물었다.
“정말 이번엔 제대로 정보를 주지 않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잖아.”
“그래도 좀 그러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성희와 엄마에게 동의를 구했다.
“그럼, 우리는 고주용을 잡을 때까지만 손잡는 거로 생각하면 되겠죠?”
“그래야지.”
“응.”
“안전 가옥은 일단 쓰라고 준 거니까 계속 쓰자고.”
우리는 바로 안전 가옥을 나섰다.
새로 받은 안전 가옥의 위치는 지금은 버려진 목동의 빗물 펌프장이었다.
빗물 펌프장에는 저녁때쯤 도착했다.
안전 가옥이라고는 말하지만, 사무실이 많은 큰 건물이었고 그중에 좌우 방화문과 장애물로 가려놓은 사무실들이 있었고 방마다 긴 소파도 놓여 있어서 잠자는 데는 큰 문제 없었다.
각자 방을 정해서 쉬러 들어갔다.
***
툭! 툭!
자는데 다리를 누군가가 건드렸다.
“누구···?”
안성희와 엄마였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입가에 침을 닦으며 물었다.
“습격이야?”
안성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 앞쪽에 집결하고 있어. 최소 30명 정도야.”
“건물 뒤쪽이 더 넓지?”
엄마가 대신 대답했다.
“이 건물 뒤에 야외 테니스장이 있고 공영주차장도 있어서 공간이 넓어.”
“그럼, 뒤쪽으로 빠져서 유인할게요.”
곰돌이 갑옷은 좁은 장소에서 싸우는 데 크게 문제는 없지만, 가능하면 넓은 공간에서 싸우는 게 편하다.
이전 하수구처럼 스키마스크 같은 사람들이 나타난다면 몸을 숨길 장소가 많은 실내보다는 넓은 야외가 싸우기에도 수월할 것이다.
안성희가 앞장서서 이동했다.
뒤쪽 창문을 열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낮은 철망 너머 야외 테니스장으로 들어섰다.
흙바닥으로 된 테니스장이다.
엄마와 안성희는 몸을 숨겼다.
넓은 테니스장에서 어떻게 몸을 숨기는지 몰라도 기척을 죽이고 그림자 사이로 들어가니 존재감이 사라져 버렸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 더 신기한 것 같다.
안전 가옥을 옮긴 날, 습격당했다.
지성천이 했을까?
다른 전략 물자 공략 중에 배신하면 몰라도 자는데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지성천과 우릴 이간질했던 서윤재가 했을 수도 있다.
둘 다 가능하고 어쩌면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일단 습격한 녀석들을 처리하고 난 후에 생각해봐야겠다.
잠시 후.
우리가 빠져나온 건물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마찰음들이 일제히 들려왔다.
“갑옷소환-!”
슈우웅-! 쿠쿠쿵-!
갑옷을 입으며 일부러 과장되게 발을 굴렀다.
순간, 건물 안의 움직임이 멈추는 것 같더니 창문이 살짝 열렸다.
나는 몰래 창문을 열고 보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곧이어 건물의 창문들이 일제히 열리더니 검은 옷을 입은 조폭들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들켰으니 숨을 필요 없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하수구에서 폭발물을 터트린 40대와 비슷한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앞에서 걸어왔다.
“우리 양 부장을 죽인 게 당신이로군.”
“글쎄? 통성명하지 않아서 누군지 모르겠는데? 당신 같은 40대라면 한 명 본 적 있지.”
남자를 이를 갈며 말을 이었다.
“그럼 죽기 전에 내 이름을 알고 가라. 나는 태성사의 전무인 장제석이다.”
“높은 분인가? 위에 몇 명이 더 남은 거야?”
“사장님 한 분 계시지.”
“그럼, 당신들을 앞으로 한 번만 더 보면 되겠군.”
내 대답에 장제석은 더 이를 갈았다.
“네 놈 하나 때문에, 우리 회사가 휘청거린다는 게 믿을 수가 없군.”
“그건 나 때문이 아니라 회사 운영을 잘못한 것 같은데? 회사 간부라면 나를 탓하지 말고 스스로 반성하는 게 좋을 거야.”
“그래 그래서 오늘 꼭 네놈을 없애기로 했다! 오늘 네놈의 목을 가지고 가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
“쳐라-!”
장제석의 명령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무기를 들고 넓게 퍼졌다.
샤샤샥-!
스키마스크가 스르륵 사라진 걸 보면 또 숨은 모양이다.
이전처럼 또 안 보이는 위치에서 튀어나올 것이다.
잠시 대치 상태가 이어지다가 장제석이 진검을 꺼내 들었다.
“죽어라-!!”
장제석의 외침과 동시에 전사들이 달려들고 마법이 날아왔다.
슈아아악-!
나를 향해 날아드는 불덩이와 얼음덩이를 빠르게 피했다.
퍼퍽-!
내가 피한 공간에 불덩이와 얼음덩이가 떨어졌다.
화르륵-! 쩌엉-!
동시에 나를 공격하려던 스키마스크들은 내가 지나간 허공만 때리고 다시 사라졌다.
쉬이익-!
히든 아이템으로 등급을 올린 후 체감상 두 배는 빨라졌다는 느낌이 거짓이 아니었다.
적들의 공격을 한발 먼저 피했고, 그런 내 모습에 적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쫓아! 빨라도 한 놈이야!”
전사들이 찔러오는 검과 쇠파이프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덩치도 큰 놈이 왜 이리 빨라?”
내 뒤꽁무니만 쫓으면서 부하들을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더 빨리 쫓아!”
“피하는 게 최선인 거야!”
“공격 타이밍을 계속 못 잡게 더 빨리 움직여!”
“공격력은 보잘것없을 거야!”
빨라진 움직임을 실전에서 시험해 보려고 한 건데, 무서워서 피하는 줄 아는 것 같다.
‘착각은 깨주는 게 맛이지!’
나는 손톱을 뽑아서 적들에게 찔러 넣기 시작했다.
슈아악-!
“크헉! 무기가! 아이템이 잘린다!”
“뭐 저런 게 다 있어?”
“곰이 무슨 손톱이 저래?”
“손! 손을 피해-!”
어떤 사람은 배를 등까지 뚫어 버렸고, 어떤 사람은 심장이 꿰뚫려 그대로 숨이 멎어버렸다.
콰직-!
확실히 찔러넣는 속도도 빨라졌다.
속도가 빨라지니 치고 빠질 때 피가 묻지 않았다.
슈슈슈슉-!
날아오는 마법들은 피하거나 쳐내고 공격해 오는 적들을 그대로 잘랐다.
쐐애액-!
적들이 비명 지를 시간도 주지 않고 잘라가는데 장제석이 중간에 진검을 찔러왔다.
“죽어라-!”
채챙-!
다른 전사들보다 확실히 강하고 빨랐다.
채채챙-!
그리고 불길한 검은 색으로 번들거리는 진검이다.
아마 비슷비슷한 상대를 만났다면 충분히 압도했을 만한 실력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커헉-!”
난 비슷비슷한 상대가 아니었다.
슈카아악-!
장제석은 내 손톱에 오른팔이 잘렸다.
“끄아악-!”
잘린 팔은 진검과 함께 바닥을 뒹굴었다.
“크윽···!”
장제석은 잘린 팔을 부여잡고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피해도 제대로 못 주고···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한다고?”
나는 멈춰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좀 제대로 알고 오지 그랬어?”
“지랄! 이럴 줄은···몰랐지! 이걸···어떻게 알아?”
장제석의 팔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나왔다.
막아도 막히지 않자 장제석은 포기한 것 같았다.
“나한테 괜찮은 정보를 넘겨주면 편하게 보내 주지.”
“내 팔을 자른 게 네놈인데···네놈에게 정보를 준다고? 내가 팔이 날아갔지. 뇌가 날아갔냐?”
“당신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스타그룹에 엿을 먹이고 싶지 않아? 스타그룹이 내 능력을 몰랐다고? 그걸 믿어?”
장제석은 내 이야기에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크윽···이간질하지 마라!”
“생각해봐. 당신들 토사구팽당한 거야. 이런 세상에 조폭이 왜 필요해? 더 적은 대가를 받고 심한 일을 할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잖아.”
피를 흘려 정신도 없고 내 말에 영향도 받은 장제석은 무언가 포기한 것 같았다.
“큭···우리 회사도 이제 끝이네···좀비 같은 게 튀어나오고···결국은 이렇게 끝나게 될 줄 알았지. 거지 같은 세상이야.”
“미련이 남나?”
“미련은 무슨···칼밥 먹는 놈은···그런 거 없어.”
장제석은 피를 많이 흘려서 말도 제대로 못 했다.
“스타그룹은···평소에도 싫었어. 건방져.”
“그래?”
“자기들이···재벌이면 재벌이지···귀족이라도 된 것처럼···마음에 안 들어.”
“그랬군.”
“스타그룹은···군바리들하고 이상한 사람들하고 손잡았어. 본건···군바리밖에 없었고, 우리가 네 전력을 착각한 게 그것 때문이야. 엑소슈트 입은 놈들도 있었거든. 그놈들은···이렇게 대단하지 않았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정보 고맙군.”
“개뿔···거지 같은 세상에서 거지같이 죽은 게···정말 거지 같은 거지. 이제 끝내 줘.”
나는 손톱 하나를 세워 장제석의 심장을 찔렀다.
쿠욱-!
“컥!”
곧 장제석은 숨이 멎었다.
그리고 다른 적들도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이제 다 끝난 건가요?”
내 질문에 안성희가 손을 들어 멈춰 세웠다.
“하나 남았어. 잠시만!”
안성희는 혼자 후다닥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엄마한테 물었다.
“쟤 뭐 하는 거예요?”
“혼자서 잡아 오려나 봐.”
건물에서 투덕거리는 소리가 조금 나더니 안성희가 기절한 남자 하나를 끌고 내려왔다.
“숨어 있던 사람이야?”
“응, 각성자인데 전투직업은 아니야. 그러기엔 너무 약해.”
“그럼, 왜 같이 왔지?”
“뭔가 알고 있는 게 있는 사람인 것 같아.”
“그래?”
“응, 오늘 안전 가옥을 옮겼는데 습격당한 거잖아. 누군가가 위치를 알려줬거나 추적했거나 둘 중 하나지. 이 사람이 그 둘 중 하나를 알 것 같아서 잡아 온 거야. 아니면 이렇게 전투력 없는 사람이 같이 올 리 없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자를 받아서 어깨에 둘러멨다.
“그럼, 이 사람 데리고 자리를 옮겨야겠다. 네가 앞장서.”
안성희는 다른 안전한 장소를 찾기 위해 앞서서 갔고 나는 갑옷을 입은 상태로 조심히 쫓아갔다.
***
동틀 무렵에 빈집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다세대 주택 사이에서 입구가 교묘하게 보이지 않는 집을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주변에 좀비들도 적당히 돌아다니고 있어서 누군가 접근하면 안성희가 알기도 전에 좀비들이 신호해 줄 것이다.
나는 갑옷을 벗고 집에 들어와 남자를 거실에 내려놓았다.
안성희가 말한 대로 각성자치고는 힘이 약했다.
안성희도 전투직업이 아닌 보조직업이다.
생산해서 능력치를 올리는 직업이 아니라면 보조직업도 열심히 싸우면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
안성희가 바로 그렇다.
그런데 남자는 거의 싸운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태도 또한 묻기만 하면 바로 대답할 것 같은 아주 협조적인 태도였다.
내 눈앞의 남자는 우리 세 사람에 둘러싸여 있었고 몸이 묶이지도 입에 재갈도 물리지 않았는데 무릎을 꿇고 입을 꼭 다문 채 눈알만 굴리고 있었다.
“이 집 근처에 좀비들 돌아다니는 거, 오면서 봤지? 시끄럽게 떠들면 좀비들한테 던져 버릴 거야. 묻는 말에만 조용히 대답해. 알겠어?”
남자는 입을 다문 상태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주 부담스러울 정도로 협조적이네.’
“말로 해. 조용히.”
남자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예, 묻는 말씀에 다 대답하겠습니다.”
“당신은 아까 조폭들 일당인가?”
남자는 적극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잡혀 와서 시키는 일만 했던 겁니다.”
“잡혀 와?”
“예! 그 조폭들이 살아남은 각성자들의 소그룹을 습격해서 자기들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사람은 살리고 거부하는 사람은 죽였습니다. 저도 살려고 어쩔 수 없이 협력했습니다.”
“당신 능력이 뭔데?”
“저는 직접 본 사람이라면 어디에 있는지 다 찾아낼 수 있습니다.”
나는 안성희와 눈을 마주쳤다.
안성희의 능력과 비슷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도···같은 걸로 추적하는 건가?”
“지도요? 아니요. 화살표가 표시됩니다. 그 화살표를 죽 따라가면 되는데, 중간에 뭐가 있고 거리가 얼마 정도 남았는지까지는 표시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안성희 능력과 비슷한 계열이지만 많이 다운그레이드된 형태였다.
안성희가 내비게이션이라면 남자는 지도 없는 나침반이었다.
몰랐는데 내 갑옷이 SSS급인 것처럼 안성희의 능력도 꽤 높은 등급인 것 같다.
“그럼, 사람 찾는데 주로 동원이 됐겠군.”
“예, 멀리서 사람을 확인하고 나서 추적했습니다.”
전부 말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능력에 대한 건 대충 파악됐다.
“우리는 어떻게 따라온 거지?”
“40대 남자를 먼저 추적했습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 안으로 사라진 남자가 밖으로 나오고 한참 뒤, 다시 여러분들이 이동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여러분들을 인식하고 추적했습니다.”
지성천을 추적한 후에 우리에게 온 것이다.
일단은 지성천이 직접적으로 알려준 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적극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슬쩍 행적을 흘리는 방법도 있으니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
이미 신뢰 관계에는 어느 정도 금이 간 상태다.
의심스러웠다.
“인식 거리는 어디까지 가능하지?”
“얼굴만 제가 알아볼 정도면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를 추적한다면 확실히 쓸모는 있는 사람이다.
“당신 이름은?”
“예, 권호창이라고 합니다. 22살이고 재수생입니다.”
“조폭 조직에 지켜야 할 의리 같은 게 있나?”
“전혀 없습니다.”
“그럼, 누구 한 명만 찾아 줘. 다른 건 원하지 않아.”
“한 명만 찾아 드리면 저를 놔주실 겁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권호창과 눈을 맞췄다.
“그래.”
“···.”
기뻐하기보다는 다른 생각에 잠겼다.
“왜 다른 할 말이 있어?”
“저···저를 안전한 장소로 보내 주시면 안 됩니까? 아니면 여러분이 저를 좀 거둬주신다거나 해주시면 안 됩니까? 저 혼자 알아서 살기엔 이 세상이 너무 위험합니다.”
“음, 잠시만.”
나는 당황했다.
나뿐만 아니라 안성희와 엄마도 당황한 상태다.
우리는 권호창을 남겨두고 방에 들어가 의논했다.
놔둬도 권호창은 도망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도망가지 않았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엄마가 먼저 물었다.
“어쩔 생각이니? 우리가 데리고 다닐 수는 없어.”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지성천에게 보내면 고주용을 한번은 보게 되지 않을까요? 그대 인식하게 하면 잡을 수 있잖아요. 지성천도 고주용의 위치를 몰라서 그를 끌어내 볼 생각으로 우리가 전략 물자를 파괴하는 거잖아요. 지성천 옆에서 고주용을 보게 만든다면 따로 유인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어요.”
내 이야기에 안성희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데, 지성천을 믿을 수 있어? 그게 문제잖아.”
“맞아. 그게 가장 문제지. 한번 만나서 떠봐야 할 것 같아. 그리고서 결정하는 게 좋겠어. 안전 가옥이 알려진 것에 관해 이야기도 나눠야 하고 말이야.”
다시 엄마가 물었다.
“그럼, 지성천은 언제 만날 생각인데?”
“안전 가옥을 알려줄 때 비상시 연락할만한 방법도 알려줬어요. 날 밝으면 가서 연락해 보려고요.”
“그래, 만나긴 해야겠지.”
“날 밝으면 혼자 다녀올게요. 그동안 두 사람이 저 친구 좀 감시해주세요.”
“우리가 감시 안 해도 어디 안 갈 것 같은데?”
“그, 그건 그렇죠. 그러면 보호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저녁때까지는 돌아올 거예요.”
“그래, 알았다.”
우린 이야기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왔고 권호창은 원래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조폭들과 있을 때 고생깨나 한 것 같다.
인벤토리에서 즉석밥과 간편식을 꺼내 간단히 식사를 준비해서 나눠 먹고 쉬었다.
조폭들이 밥도 제대로 안 챙겨주었던지 권호창은 즉석밥에 간편식 미역국을 먹으며 감탄했다.
“형님! 누님! 어머님! 여기가 천국인가요? 정말 너무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