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54)
#254화 환갑의 수학여행 (1)
소련에는 한 가지 법안이 정치국을 통해 추진되었다.
[제한적인 상속을 허가한다.]3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민간 기업 설립 허가에 앞서 제한적인 상속이 허가된 것이다.
그것도 무려 헌법상으로 정해졌기에, 추후 누군가가 쿠데타를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고르바초프가 향후 10년 정도는 소련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야겠지.
그래야 쿠데타를 일으킨 자가 기존 헌법을 바꾸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이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윤기가 소련에서 민영 기업을 대놓고 공기업처럼 운영하고 있는데, 고르바초프의 지지율이 떨어질 일은 없었다.
더불어서 PMC의 설립 역시 동시에 추진되고 있었다.
하지만, 고르바초프가 허가했다 하더라도 절차가 생각 이상으로 까다로웠기에, PMC 설립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마, 한 달 이상은 기다려야 하겠지.
그렇기에 윤기는 모처럼 학교를 무난하게 다닐 수 있었다.
10월의 중간고사 마지막 날.
아이들은 윤기의 시험지로 답안을 맞추어 보고 있었다.
OMR카드 덕분에 시험지를 자신들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축복받은 세대.
가정용 컴퓨터는 아직도 먼 이야기였지만, OMR카드를 보면 알 수 있듯, 학교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서는 이미 컴퓨터를 활용하는 중이었다.
“아 씨, 나 86점이야!”
윤기의 시험지가 100점이 아닐 리 없다는 진실한 믿음을 가진 아이들은 저마다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대체적으로는 70점에서 80점대.
하지만, 개중에는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싸! 아빠한테 일본 출장 때 슈퍼 제네시스 사 달라고 해야지!”
“와, 너 100점 맞았어?”
“아니? 62점. 아빠가, ‘가’만 받지 말라고 했거든.”
“뭐야, 난 94점인데도 혼나는데!”
그렇게 윤기의 시험지는 반 전체를 돌고 돌아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고, 때마침 선생님이 교실로 돌아왔다.
“자, 지방 방송 꺼라.”
한 번쯤 들어봤을 담임선생님의 말.
“이번 시험은 다들 잘 쳤냐? 너희들 담임선생님이 국어 선생님 아니냐는 말 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수학 선생님들의 전형적인 패션.
골프웨어를 입고 있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이 모두 웃었다.
“너희들, 평균 몇 점 나올 것 같냐?”
선생님의 말에 반 아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어허, 너희들 윤기 시험지로 채점하는 거 다 아는데, 말해 봐.”
그러자, 반장이 손을 번쩍 들고 답했다.
“43점이요!”
아까 윤기의 시험지로 채점을 했던 애들은 그래도 공부를 하는 아이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혹한 법이었다.
“어휴, 그래도 저번보다는 1점 올랐네. 제발, 꼴찌만 안 했으면 좋겠다. 선생님도 너희들 젖꼭지 잡아당기기 힘들어.”
80년대 남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체벌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다.
젖꼭지를 잡아당기는 것 정도는 그냥 평범한 일.
심한 경우에는 타인의 손이 닿아서는 안 되는 부위의 털을 뽑는 일도 흔했다.
아니, 이 정도는 오히려 ‘좋은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
일반적으로 체벌이라 하면, 몽둥이로 엉덩이가 터질 때까지 때리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말이다. 아니면, 싸대기로 쌍코피가 터지고, 반지 낀 주먹으로 입안이 터질 때까지 맞는다거나?
그나마도 그렇게 ‘훈육 명목’의 체벌을 당하는 것은 평범하거나 가난한 아이들.
실제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아이들한테는 선생님, 아니 선생들이 전혀 체벌을 가하지 못했다.
왜냐? 무서우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80년대 기준으로 윤기의 담임선생님은 평범보다는 좀 더 좋은 쪽에 속하는 것이 맞다.
진짜로.
“선생님이 너희들보고 꼴찌를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별로 다른 게 없다. 어떤 능력을 빵 점부터 백점까지 뒀을 때, 언제나 60점 정도는 받아놔야 인생이 편하다. 60점짜리 지식은 분명 언젠가는 쓰이거든. 알겠냐?”
[[[[[네!!]]]]]반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을 무서워하지 않았기에, 웃는 낯으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아, 그리고 다음 주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학여행이다. 다들, 여행 갈 준비는 됐냐?”
원래 수학여행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가는 것이 대부분.
그런데, 윤기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작년에 독감이 꽤 강하게 유행하면서 부득이 수학여행을 취소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작년 2학년들이 올해 3학년이 되면서, 신청자들에 한해 수학여행을 가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학력고사는 12월 중순에 예정되어 있으므로 10월인 지금은 아직은 여유가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일반적인 수학여행에 비해서 참가 인원 숫자가 소폭 감소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예!!!]]]]]다시 한번 우렁찬 대답과 함께 모두가 윤기를 고마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자, 원래대로라면 경주를 갔어야 할 우리 수학여행이 윤기 덕분에 제주도로 바뀌었지. 모두들 경주는 지겹지?”
선생님의 말에 반에서 장난기 있는 아이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어유, 경주를 너무 많이 가서, 이제는 첨성대 돌이 몇 개인지도 알아요.”
“얌마, 이 선생님은 잔디가 몇 개인지도 알겠다. 아무튼, 모두 윤기를 향해 박수!”
모두가 손뼉을 치자, 윤기는 기분이 좋은 듯 웃음을 지었다.
전교생의 수학여행 비용은 이미 윤기가 모두 지불한 상황.
원래대로라면 이번에도 바빠서 가지 못할 수학여행이었지만, PMC 설립 준비를 하는 동안 시간이 생긴 덕분에 윤기는 수학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김에 전교생에게 한 번 쏜 것이다.
그다지 부담 가는 액수도 아니니까.
현대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대충 2억 정도였다.
“아무튼, 다들, 수학여행 때까지 다치지 말고. 괜히 다쳤다가 못 가면, 언제 공짜 여행 가겠냐. 안 그래?”
다시 한번 교실에 퍼지는 웃음소리.
“자, 그러면 오늘은 시험도 일찍 끝났겠다, 다들 푹 쉬어라. 오락실을 가도 좋고, 당구장을 가도 좋은데, 고고장처럼 술 파는 데 갔다가 걸리는 놈들은 수학여행 가기 전에 피살될 줄 알아라.”
다소 힘없는 대답에 선생님이 눈을 부릅떴다.
“이놈의 자식들이?”
[[[[[네!!!]]]]]다시 우렁찬 대답이 들리자, 선생님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반장!”
“차렷, 경례!”
우렁찬 인사 소리와 함께 학생들은 엄청난 속도로 교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개중에는 가발을 쓰고 고고장으로 갈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말을 안 들을 애들은 수갑을 채워도 고고장에 갈 테니 말이다.
하지만, ‘가 볼까?’ 했던 애들을 못 가게 하는 데는 충분한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마, 윤기는 세상에서 가장 건전한 대기업 회장일 거야.”
원희의 말에 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예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셋은 다시 같은 반이 되었다.
윤기가 손을 썼으니까.
그렇기에 셋은 같은 시간에 교문을 나섰고, 동시에 오락실로 향했다.
휴가 때 오락실에 가는 대기업 회장.
아무리 봐도 세상에서 제일 건전한 대기업 회장이 맞았다.
“진짜, 이 오락실이 동네에서 가장 최고야. 윤기가 관리해서 그런가?”
오락실의 문을 연 진수의 말에 원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담배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데다가, 꽤 밝은 오락실의 모습.
담배 연기를 뻑뻑 풍기고, 바닥에는 흡연자의 가래가 즐비하며, 조명이 어두운 여타 80년대의 오락실과는 완전히 달랐다.
더군다나 가게에 떡 하니 버티고 있는 덩치의 사나이.
덕분에 고등학생이 국민학생이나 중학생의 돈을 갈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오락실이 되어 버렸다.
“대신에 사람이 너무 많은 건 좀 그래. 한 판 하려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잖아.”
주변 학부모들이 유일하게 허락하는 오락실.
치안이 확실하고 담배와 불량학생이 없는 오락실이니, 평판이 꽤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윤기가 가끔 나타났다.
사실상 한국 1위의 재벌이 가끔 나타나는 오락실.
덕분에 이곳은 ‘학업 명당’으로 소문나는 우스운 상황까지도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보니, 네가 일어난 자리에서 게임 한 다른 학교 애가 저번에 전교 1등 했다더라.”
원희의 말에 윤기는 픽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리가.”
“아니야. 내 친구도 저번에 네가 했던 게임기 하고, 이번에 수학 90점 받았어. 원래 70점이었거든.”
“그만큼 노력한 거겠지.”
“아니라니까?”
사람은 초월적인 힘을 믿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윤기를 옆에서 지켜보는 원희조차도 그러한 미신을 믿고 있었다.
“그런데 네 성적은 왜 그래?”
하지만, 뭐든지 예외는 있는 법.
진수의 말에 원희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야! 네가 나보다 성적 낮잖아!”
“아니, 윤기가 게임 하고 일어나면 가장 먼저 거기에 앉잖아. 그러면, 올백 받아야 하는 거 아냐?”
“너……!”
원희가 폭발하려고 할 때, 윤기가 둘의 어깨에 양팔을 둘렀다.
“됐고, 싸움은 게임으로. 지는 쪽은 게임 좁밥, 오케이?”
“야, 내가 얘보다 게임 잘해!”
“지랄! 저번에 내가 이겼잖아!”
남자들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방법 ‘너 게임 좁밥’.
이 방법은 윤기 덕분에 80년대부터 통하게 되었다.
* * *
윤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수학여행을 가 본 적이 없었다.
김찬열로 살았던 시절에는 당연히 가본 적이 있을 수가 없었다.
요즘은 집안이 빈곤할 경우, 국가에서 지원해 주기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윤기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그러한 지원이 있지도 않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술로 바뀌어 개백정의 뱃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최윤기의 삶을 살고 나서도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바빴으니까.
그러나 이번만큼은 윤기도 수학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사실상 인생 마지막 수학여행이 될 이번 여행.
이번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정말 타이밍이 좋게 짬이 났다.
그런 만큼,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것은 운명을 배신하는 짓.
윤기는 공항으로 향하는 수학여행 대절 버스에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가장 뒤에 앉지 않아도 괜찮아?”
원희가 말하는 것은 반 최고의 권력자들만 앉을 수 있다는 버스 제일 뒤쪽의 다섯 자리.
하지만, 윤기는 그냥 원희와 함께 평범한 자리에 앉았다.
“맞아. 그럼, 나도 같이 앉을 수 있었을 텐데.”
어제 게임에서 진 진수는 윤기의 앞자리에 앉았지만, 몸을 돌려서 엎드리듯 윤기와 원희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은근히 불편하잖아.”
윤기의 대답에 원희도 진수도 부정은 하지 못했다.
등받이를 내릴 수 있는 일반 좌석과 달리 제일 뒷자리는 그러질 못하니까.
“뭐, 그렇긴 한데…….”
원희의 수긍에 진수도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윤기는 다시 카세트테이프 음악에 집중했다.
80년대 수학여행의 필수품이라면 당연히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윤기는 한쪽 귀에만 이어폰을 꽂았기 때문에, 당연히 이어폰 하나는 남는 상황이었다.
“내가 들을 거야!”
“아니, 내가 들을 거거든?”
“너 어제 게임 나한테 졌잖아!”
“그건 자리로 끝난 거지!”
남은 이어폰 하나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원희와 진수의 모습이 있었지만, 윤기는 딱히 둘을 제지하지 않았다.
‘이런 것도 다 여행의 참맛 아닐까?’
수학여행이 무엇인지 전부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
그렇기에, 하늘은 윤기에게 수학여행의 첫 번째 코스를 알려 주고 있었다.
끼익-!
“여기 휴게소에서 15분 동안 정차하니까, 다들 화장실 다녀올 사람 다녀오고 그래라!”
담임선생님의 말에 아이들 중 절반 정도가 버스에서 내렸다.
담임선생님과 버스 기사 역시 마찬가지.
그렇게 인솔자가 없을 때, 두 명의 낯선 남자가 갑자기 차량에 올라탔다.
“자, 여러분. 오늘 여러분께 보여 드릴 좋은 물건이 있어서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