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03)
#403화 우매함의 봉우리 (3)
“응?”
“엉?”
임제환과 박대용 모두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김재우를 바라보았다.
“형, 제환이 보시면 아시겠지만, 손해 보는 거 싫어하는 성격이잖아요?”
박대용은 고민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러니까 제환이가 구매 파트를 담당해야 할 것 같아요. 제환이라면 최소한 손해 보는 거래는 안 하겠죠. 안 그래요?”
“확실히 그렇겠네? 애초에 매번 최저가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까.”
‘최저가’라는 게 참 재미있는 개념이다.
왜냐하면, 내가 평균가 1만 원짜리를 9천 원에 샀다고 하더라도, 1분 후에 8천 9백 원짜리가 나타나면 최저가가 아니게 되어 버리니까.
온라인 게임을 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하지 않을까?
내가 사려는 물건은 꼭 내가 사고 나면 더 싼 가격이 나타나는 것 말이다.
그렇기에 임제환 같은 성격이 더 맞을 수도 있었다.
적어도 손해를 보는 거래를 하지는 않는다.
이 안정감은 기업 입장에서 꽤나 중요한 능력 아닐까?
“뭐…, 시키면 할게.”
임제환은 딱히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제환이는 구매 쪽에 힘쓰고, 저하고 형은 조립이랑 수리 전담으로 하죠.”
“응? 나누는 게 아니라?”
“어차피 조립은 특정 시즌에 바쁜 거고, 수리는 일상적으로 근근이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그러니까 둘이 같이해야 해요. 뭐, 명목상으로는 둘이 나눠야 하지만, 일은 같이하자는 거죠. 어때요?”
김재우는 형에게 들은 조언을 토대로 의견을 내놨고, 이 의견은 누가 봐도 적절했기에 박대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찬성. 그나저나, 정윤승 그 녀석이 사라져서 오히려 딱 좋아졌는데? 만약 우리가 ‘과’로 구성이 된다면, 제환이는 구매과, 너는 수리과, 나는 조립과. 딱이다, 딱.”
박대용은 바쁜 시기에는 옴팡지게 바쁠 것 같은 조립과를 자신에게 가져다 붙였다.
서글서글한 성격을 보여 주는 대목이었기에 김재우와 임제환도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메뉴얼 작업에 돌입했다.
[구매는 위에서 지시 내려오면 시작할게.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굳이 먼저 찾아가서 잘 보일 필요가 없는 것 같거든. 시간 낭비야.]임제환의 의견에 따른 작업 진행.
정윤승과 달리 임제환은 영업직에 은근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마석일이 임제환을 만났다면 수제자로 키워 봄 직했겠지.
물론, 지금 임제환은 김인수와 접점이 있기 때문에 마석일의 수제자의 수제자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임제환의 스승이 될지도 모를 김인수는, 지금 윤기를 만나 새로운 지침을 듣고 있었다.
* * *
당연한 말이지만, 김인수는 아직 윤기와 독대를 할 수 없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서재에서 윤기와 일대일로 만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김인수는 간부 회의에 참석하여, 윤기에게 지침을 듣고 있었다.
“조만간 1 사무실 1 컴퓨터를 와이케이 그룹의 지침으로 삼기로 했어요.”
사무실 하나에 컴퓨터 하나.
따라서 사무실의 장들은 의무적으로 컴퓨터 사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만약 컴퓨터 사용법을 모른다?
당연히 인사고과에 영향을 받기 마련.
더군다나 몇 달 전에 컴퓨터를 공부할 것을 지침으로 내렸기에, 과장 이상급 간부들은 좋든 싫든 컴퓨터를 배우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물론, 최소 1 컴퓨터라는 얘기예요. 사무 작업량이 많은 부서일수록 그 숫자는 늘어나야겠죠. 그러니, 계열사별로 컴퓨터 수요량을 조사해서 김인수 과장에게 전달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우렁차게 대답하는 간부들을 바라보며, 윤기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요량을 조사하고 나면, 그 수요량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에 주문서를 발송할 거예요. 그러면, 그 수준에 따라 윈도우 3.0의 발매일이 앞당겨지겠죠.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기밀 협의 사항이니 모두 절대적으로 함구하도록 하세요.”
[[[[[예!!]]]]]다시 한번 우렁찬 대답을 들은 윤기는 이번에는 미소와 함께 김인수를 바라보았다.
“이번 일에는 김인수 과장의 공로가 참으로 컸어요.”
김인수는 박대용, 김재우, 임제환이 만든 메뉴얼을 윤기에게 보고했고, 윤기는 그 메뉴얼을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메뉴얼은 두 종류였는데, 하나는 IT 계열사에 누가 입사하더라도 기초는 다질 수 있는 일종의 근무 교과서,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PC 사용법에 관련한 메뉴얼이었다.
[컴퓨터를 도입한다는 것은 컴퓨터를 많이 쓰겠다는 건데, 그것과 관련한 메뉴얼도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이것은 김재우가 아닌 박대용의 의견.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상황을 기준으로 두고 보면 대단히 창의적인 의견이었기에 김재우, 임제환 역시 박대용의 의견에 적극 찬성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PC 사용 교본.
덕분에 그들을 관리한 김인수의 인사고과 역시 대폭 상승했다.
“감사합니다!”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김인수를 바라보는 류근태와 마석일.
특히 마석일이 김인수를 바라보는 눈빛이 더욱 따뜻했다.
‘나도 예전에 저런 느낌이었구나. 류 사장님이 나를 보는 느낌이 딱 이랬겠지?’
자신의 수제자와 다름없는 직원이 윤기의 서재에 들어와서 눈도장을 찍는다.
이것보다 뿌듯한 일이 어디 있을까?
파벌이 심한 기업이라면 자신의 측근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싫어했겠지만, 와이케이는 윤기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파벌을 감시했기에 마석일은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김인수의 행운을 기뻐해 줄 수 있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일단 김인수 과장을 서재에 들이는 것은 너무나 시기상조라고 생각이 들고….”
윤기의 말에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김인수가 세운 공로가 꽤 괜찮은 편이기는 하지만, 서재에 들일 정도는 아니다.
당장, 마석일이 서재에 들어오기까지 세운 공을 생각한다면, 김인수를 지금 들이는 것은 명백한 차별.
그렇기에 간부들은 합리적으로 생각한 결과 윤기의 말처럼 김인수의 입성은 지나치게 빠르다고 여겼다.
“대신, 김인수 과장을 이번에 세우는 IT 계열사의 사장으로 임명할까 하는데 어때요?”
처음에 큰 것을 제시하고, 그다음에 작은 것을 제시한다.
물론, 그 작은 것조차도 김인수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보상이었지만, 간부들은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윤기의 용인술을 믿었으니까.
지금까지 윤기가 선발한 인재들은 하나 같이 일당백의 인재들.
그렇기에 IT 계열사 사장 자리에 김인수가 배정된다는 소리를 듣고도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다.
“사, 사장님. 저는 아직 너무 이릅니다!”
김인수는 속으로 기뻐 미치겠으면서 겉으로는 필사적으로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알았어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윤기의 옆에서 최덕배가 ‘ㅋㅋㅋㅋㅋ’ 하고 웃는 소리가 났지만, 이 웃음소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았고, 대신 간부들의 웃음소리가 서재에 퍼졌다.
“어…?”
자신도 모르게 어벙한 소리를 입 밖으로 내보낸 김인수.
그걸 본 마석일이 큭큭 웃으며 조언을 해 주었다.
“인수야, 회장님 앞에서는 불필요한 겸손을 떨 필요가 없어. 회장님이 어떤 반응을 좋아하실 거 같냐?”
그러자 김인수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이예에에에에에에에에에쓰! 감사합니다!!!”
환호성을 치며 바닥에 넙죽 엎드리는 김인수의 모습에 윤기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간부들은 ‘푸하하핫!’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악취미는 악취미인데, 참 재밌는 악취미야.>
최덕배의 아주 완벽한 평가를 들으며 윤기는 입을 열었다.
“일어나세요.”
“네!”
자리에서 일어난 김인수를 잠깐 바라본 윤기는 다시 간부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는 솔직히 직책과 나이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능력이 있으면 그 직책에 앉는 거죠.”
2010년대를 훌쩍 뛰어넘는, 2030년대가 되어도 가능할지 판단이 안 서는 윤기의 발언에 간부들은 살짝 놀랐다.
하지만, 반론을 꺼내지는 않았다.
이들은 그만큼 윤기에게 신뢰를 품고 있었으니까.
“더불어서 저는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퇴직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70살이 되었든, 80살이 되었든 업무 능력만 있다면 계속 일을 하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윤기의 말은 이어졌다.
“황희정승도 죽기 2년 전까지 일했잖아요. 정년 이후로는 2년 아니, 매년 업무 능력과 관련한 시험을 보게 해서, 기준치를 통과하면 계속 일을 시켜야죠.”
젊은 사람과 나이 많은 사람을 동시에 납득시키는 윤기의 말.
윤기는 직책에 있어서 나이를 보지 않겠다는 지침과 더불어서 정년을 없애겠다는 지침을 보였기에 그 누구도 윤기에게 반박할 수 없었다.
만약, 윤기에게 반박한다면?
반드시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데, 나이 많은 간부들이 정년 폐지를 포기하고 직책에 대해서 반박하려 할까?
그랬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뿐더러, 윤기의 눈 밖에서 벗어나게 될 뿐이다.
그렇기에 윤기는 간부 회의를 통해서 자신의 운영 방침을 전달했다.
그리고 이 내용은 서서히 와이케이 내부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겠지.
왜냐하면, 지금 윤기가 말한 것은 비밀이 아니라, 사내로 퍼지기를 바라는 내용이었으니까.
[[[[[맞는 말씀이십니다!]]]]]“좋아요, 그럼, 지금부터는 김인수 과장이 아니라 김인수 사장이에요.”
“가,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윤기에게 만족스러운 반응을 주기 위해 호들갑을 떨었던 김인수.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얻은 행운을 소화시키고 나자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
“어? 우네? 싫은가 봐요?”
“아, 아닙니다!”
김인수는 소매를 들어 눈을 닦고는 밝게 웃었다.
“다른 계열사에서 수요량을 전달하면, 그 수요량에 맞춰서 직원들을 추가로 고용하세요. 고용에 대한 허가는 류 비서에게 받도록 하고요.”
“알겠습니다!”
“임명권은 김인수 사장한테 전권을 맡길게요. 한번 잘 이끌어 봐요. 비록 와이케이 계열사 중에서는 가장 작은, 정말 작은 계열사지만, 그래도 사장이잖아요?”
확실히 김인수가 담당하게 된 IT 계열사는 다른 와이케이 계열사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을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다른 계열사를 보조하는 역할의 계열사였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사장이다.
그렇기에 김인수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곳은 와이케이의 서재.
누구나 열심히 일만 한다면 들어올 수 있다.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서재에 앉아 있는 인물들의 얼굴에 황희가 스크랩되는 최덕배였다.
* * *
IT 계열사와 관련한 문제는 어느 정도 완료가 되었다.
계열사들에서 수요량을 조사하고, 김인수가 그 수요량에 따라 직원을 선발,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 3.0이 도착하는 순간 구매, 조립, 배부가 완료되겠지.
따라서 이제는 윤기가 더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윤기는 다시 한가한 시간을 보내게 될까?
아니다.
윤기가 가끔 한가한 때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한가한 때가 아니었다.
왜?
너무나도 간단한 이유.
“슬슬 일본에 가지고 있던 땅들을 팔 때가 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