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139
제 139화
139. 31층, 신의 안내자 (1)
태산이 손뼉을 쳤지만 사자왕은 그걸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신이 인간의 이름을 기억해?”
오만하고 강대한 신들은 필멸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설령 그들의 마음에 들어 사도가 되었다 하더라도 사도로서 받아들이지 필멸자 개인의 이름을 입에 담지는 않는다.
그런데 마족의 신이 인간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 사실이 사자왕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정신 좀 차리자고.”
태산이 다시 손뼉을 쳤다. 청량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들이 정신을 차렸다.
“이걸로 끝났어. 나와 비슷한 수준을 올려보내든 말든 마음대로 해. 난 이제 돌아갈 거야.”
얻을 건 다 얻어냈다. 여기에 더 이상 볼일은 없었다.
“……마음대로 해라. 더 이상 너에게 볼일은 없다.”
사자왕이 한결 편한 얼굴로 말했다.
그들에게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다. 4위계, 5위계, 6위계. 미궁 내에 있는 죄악의 길잡이들을 움직여 태산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조건이 존재한다지만 동급의, 승리가 어려운 적까지는 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태산을 죽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자왕이 입꼬리를 올렸다.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군. 힘들겠지만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태산은 열쇠를 쥐었다.
시야가 뒤섞이며 잠시 후에는 익숙한 30층으로 돌아와 있었다.
태산이 픽 웃었다.
“나중에 다시 보게 될걸.”
그가 마신에게 규칙을 정해달라고 한 건 안전장치를 위한 것도 있지만 동시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비슷하거나 서로 간의 승리를 확실하게 장담할 수 없는 적의 경우.
그는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았어.”
이야기로만 들었던, 추상적으로만 잡혀 있던 수뇌부들의 강함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필멸자의 끝자락에 도달한 자들의 힘. 그것이 태산의 다음 목표였다.
[넌 그래? 난 조금 불만족스러운데.]“안 나올 거 알고 있었잖아?”
유령과 친한 사이였다고 말했던 소시엣. 그녀가 유령의 앞에 모습을 보일 리 없었다.
“직접 만나러 가면 되지.”
그렇게까지 오래 걸리지는 않으리라. 단계식으로 죄악의 길잡이들을 하나하나 짓밟고 올라가면 언젠가는 도달해 있을 것이다.
“그러면.”
태산이 즐거운 얼굴로 상태창을 열었다.
아직 3위계의 죄악의 길잡이들을 잡고 얻은 보상을 확인하지 않았다.
[강태산] [레벨 : 72] [보호막 : 545/545] [체력 : 5990/5990] [마나 : 933/933] [마기 : 72/72] [힘 : 2263] [지능 : 1841] [민첩 : 2055] [공격력 + 248] [방어력 + 248] [대상은 최상의 상태다.]레벨이 3 올랐다. 그리고 영격 상승 덕분에 대량의 스탯이 상승했다.
그리고 스킬 또한 두 개를 얻었다.
[초급 마법 : 대지동요] [소모 마나 : 14] [숙련도 : 1%] [땅을 뒤흔든다. 아직은 균형을 제대로 잡기 힘든 수준이다. 숙련도가 오를수록 진동이 커진다.]죄악의 길잡이가 사용해봤을 때 땅이 적당히 흔들렸을 뿐,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미궁이란 공간적 특성 때문일지 아니면 마법 자체의 한계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특수 발동 스킬 : 경감] [소모 마나 : 30] [숙련도 : 1%] [받는 데미지의 비율을 감소시킨다. 아직은 무척이나 미미한 수준이다.]“이건 쓸 필요 없고.”
쓸 만은 하지만 견고가 있는 태산에겐 가치가 없었다. 중복 사용도 되지 않는 만큼 어지간해선 쓸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
여기까지가 죄악의 길잡이들을 쓰러트리며 얻은 스킬.
그리고 수뇌부와 만나서 얻게 된 스킬 또한 있었다.
한 시간이란 제약이 걸려 있지만 단 1회에 한해 데미지를 세 배로 만들어버린다.
단독으로도 좋은 스킬이지만 태산에게는 더하기까지 있었다.
어떤 종류의 데미지든 가리지 않고 두 배로 만들어버리는 스킬.
그건 투혼의 칼날에도 적용이 가능했다.
세 배가 된 데미지의 두 배가 되니 여섯 배의 데미지가 한 번에 들어간다. 한 시간이란 딜레이가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수준이 다른 스킬이었다.
그리고 마신이 직접 내려준 신의 축복.
[마신의 축복 : 규칙에 따라 승리한 자] [마신이 정한 규칙에 따라 정당한 승리를 쟁취할 경우 추가로 보상을 얻는다.]“죄악의 길잡이 전용 스킬인가?”
그들을 상대로 승리하면 보상이 추가되는 축복이었다. 어떤 수준인지는 모르지만 여태 신의 축복이 가졌던 효과를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으리라. 제한적인 조건이 걸린 만큼 발동될 경우에는 영격 상승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좋아.”
앞으론 더더욱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다.
태산은 시스템 창을 끄고 미궁을 내려갔다.
[이곳은 미궁의 중심부로 향하는 곳이다.] [이곳의 어둠은 강하다. 하지만 이곳에 존재하는 이들이 그 어둠을 조금이나마 퇴색하게 만들고 있다.] [31층 퀘스트 시작.] [31층의 보스를 쓰러트리고 통과해라.] [보상 : 백색의 칼] [비밀 보상 : ???]31층.
또다시 테마가 바뀌었다. 이태연에게 미리 들었기에 태산은 무엇이 나오는지 알고 있었다.
[31층이면 그놈 있겠네? 생각해보니 너라면 깰 수 있겠는데? 뭐가 있으려나?]유령이 흥미진진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계단을 내려가자 상점 주인이 보였다.
“여기까지 왔네?”
상점 주인의 미소가 진해졌다.
“좋아. 넌 계속해서 그렇게 내려가. 그리고 내가 바라는 곳까지 도착하면 되는 거야.”
“노력해보겠습니다.”
태산은 31층의 첫 번째 방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한 NPC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 오랜만의 모험가로군.”
황금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가 그곳에 있었다.
[당신은 신의 안내자. 바르간과 조우했다.]* * *
바르간은 백색의 풍성한 수염을 가진 기사였다. 그가 착용하고 있는 갑옷, 커다란 방패, 장검 모두 황금색이라 눈이 무척이나 부셨다.
“음? 용사?”
바르간이 용사를 보고 멈칫했다.
“……오랜만입니다?”
[어, 오랜만은 맞지? 딱 한 번 만나고 한 번도 안 만났으니까.]“당신이 옆에 붙어 있다는 건…….”
바르간이 태산을 보고 미소 지었다.
“네가 아인츠하르 님이 말씀하신 그 모험가군?”
“들으셨습니까?”
“그래. 그분이 아주 칭찬했지. 모처럼 훌륭한 모험가를 만났다고 말했어.”
바르간이 빛나는 눈으로 태산을 바라봤다.
“너라면 나쁘지 않겠는걸.”
스릉.
그가 검을 꺼냈다. 장검의 검날은 순백의 색을 띠고 있었다.
태산이 반사적으로 무기를 꺼냈다.
“너무 경계하지 말게나. 나는 일종의 시험관이니. 자세한 건 뒤쪽의 유령에게 들으면 될 거라네.”
[일종의 자격 테스트? 나도 뭔지는 몰라. 실패했거든.]“네가?”
태산은 놀랐다. 유령은 30층에서도 어지간한 모험가 둘은 거뜬히 상대할 실력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 유령조차 통과하지 못한 테스트라니.
“뭐야?”
“내가 테스트하는 건 두 가지라네. 하나는 이곳에 올 자격의 판단.”
바르간이 방패를 들었다. 그의 몸 전체가 방패에 가려졌다.
“이건 무척 쉽다네. 적당한 힘만 보여주면 되지. 그리고 내가 허락하지 않더라도 내려오지 못한다는 룰은 없다네. 그저 높은 확률로 죽을 테니, 여기서 만족하란 의미야.”
“나머지 하나는?”
“신들의 전장에 들어올 자격.”
바르간은 빙긋 웃었다.
“네가 이곳의 위대함을 알릴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할 거라네. 그 판단 기준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태산은 자세를 잡았다.
신들의 전장에 들어올 자격. 유령은 그 자격을 얻지 못한 거로 보였다. 그리고 그가 실패했다는 건, 눈앞의 바르간은 상당한 강자라는 얘기였다.
거부할 이유는 없다. 죽음에 이를만한 위기도 아니었고 자격을 얻게 된다면 미쳐버린 정령이 그랬던 것처럼 특수한 퀘스트를 받을 수 있을 확률이 높았다.
[결투 승낙.]“해보자고.”
“좋아.”
바르간이 자세를 잡았다.
“그럼 바로 시작하지.”
쿠웅!
굉음이 울렸다. 바르간이 바닥을 밟고 질주하는 속도였다.
무척이나 빠른 속도. 이전에 봤던 죄악의 길잡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였지만, 눈으로 좇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기본 스킬들을 전부 발동하고 몸을 움직인다.
카아앙!
검이 방패와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손목 너머에서 느껴지는 힘에 태산이 얼굴을 찌푸렸다.
‘강해.’
힘 스탯이 그보다 훨씬 높았다.
그가 놀라는 만큼 바르간 또한 놀라고 있었다.
‘내 돌진을 막아?’
그가 시험한 모험가만 수백이 넘지만 그 누구도 그의 돌진을 막지 못했다. 그건 용사도 마찬가지였다.
태산이 거리를 벌렸다. 바르간이 쿵쿵 소리를 내며 태산에게 돌진했다.
강하고 무겁다. 정면으로 대결하면 승산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작위 블링크를 발동했다.]바르간의 검이 휘둘러지는 그 순간 스킬을 발동했다. 육체가 사라지더니 다시금 나타났다. 그리고 그 위치는 바르간의 바로 위였다.
빠르게 위치를 파악한 태산이 중력의 힘을 이용해 검을 내려찍었다. 바르간이 흡 소리와 함께 방패를 들어 밀었다.
카앙!
태산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스탯의 차이 때문인지 날아가는 속도가 범상치 않았다. 이대로면 벽에 부딪혀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었다.
쿠웅!
바르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공중에서는 아무리 강한 자라도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다. 이대로 달라붙어 끝장을 낼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태산을 쫓아온 바르간이 방패를 들어 전차처럼 밀고 들어왔다.
[당신은 공중 도약을 발동했다.]태산이 허공을 밟았다. 바르간의 몸이 스쳐 지나갔고, 그대로 목덜미를 후려쳤다.
쩌엉!
“으음!”
[바르간에게 64 데미지.]‘이거밖에 안 박혀?’
태산이 혀를 내둘렀다. 오러의 데미지를 제외하면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흡!”
바르간이 발을 멈추고 태산을 후려쳤다. 태산이 검으로 막았지만 스탯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그의 몸이 다시금 하늘을 날았다.
바르간이 달려들었다. 공중 도약은 공중에서 한 번밖에 쓸 수 없고 태산은 아직 지상에 발을 댄 적이 없었다.
하지만 바르간은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착지를 발동했다.]태산의 육체가 힘의 작용을 어기고 바닥에 착지했다.
“착지까지…… 허 참.”
바르간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거 아인츠하르 님이 말씀하신 이유를 알겠어. 믿기지 않는 수준인걸.”
“내가 할 말인데.”
조금 전의 전투로 알 수 있다.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아마도 60층 이상의 강함을 지니고 있는 상대였다. 죄악의 길잡이의 수뇌부와는 크나큰 격차가 있지만 지금의 그가 상대할 수준은 아득히 뛰어넘었다.
하지만 태산은 검을 들었다.
“계속해보자고.”
승리가 불가능한 적.
하지만 이런 적을 상대할 때야말로 값진 것들을 얻을 수 있는 법이었다. 태산이 발을 박찼다.
* * *
“여기까지.”
바르간이 검을 멈췄다. 태산이 땀투성이 얼굴로 눈을 빛냈다.
“이 이상은 안 되겠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전력을 다하게 될 것 같아.”
바르간이 투기를 애써 억눌렀다.
무려 한 시간에 가까운 전투였다. 그 시간 동안 바르간은 태산을 제압하지 못했다.
[결투 종료.]종료 창과 함께 태산이 주저앉았다. 전력을 다해서 상대했고, 나쁘지 않은 성과를 얻어냈다.
이런 적을 상대로 얼마나 버텼느냐도 스킬의 숙련도에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난적 상대 스킬이나 투혼의 칼날의 숙련도 또한 1, 2% 정도 상승했다.
태산은 만족했고 바르간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제 막 31층에 이른 자가…… 나를 상대로 한 시간이나 버텨?”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 강인했던 용사도 그에게 5분밖에 버티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조차 뛰어난 업적이라 충분한 보상을 얻었다.
그런데 한 시간이라니.
마음 같아선 그대로 쭉 싸우고 싶었지만 그는 신의 안내자. 자신의 역할을 해야 했다.
“그대라면…… 가능하겠어.”
“뭐가.”
“미궁을 대표하여 출전할 자격 말이야.”
바르간은 씨익 웃었다.
[서브 퀘스트 완료] [바르간이 당신에게 합당한 보상을 주려 한다.]완료와 함께 또 다른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서브 퀘스트 시작] [신들의 전장으로 향해 승리를 쟁취하라.]